코로나 이전 혼밥이라 하면 사회적 문제거나 사회적 현상이라 했으나 이제는 혼밥이나 따밥에 대해서 대단히 관대한 편이다. 코로나가 창궐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따로 밥을 먹으며 개인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그 이후 사회전반적인 정서가 혼밥이나 따밥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일시적인 현상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홀로 밥을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mz세대만의 전유물이나 낭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혼자 식당에를 가면 어색한 분위기에서 공연히 눈치를 보며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혼밥 하는 모습이 많이 퍼지고 문화로 자리 잡으며 또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혼밥에 적합한 메뉴와 식당들이 많이 생겨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본인이 타인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만 않는다면 혼밥하기 괜찮은 느긋한 분위기의 식당도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사실 우리 문화에서는 누군가와 같이 밥 먹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자 식사자리는 친교 도모의 목적도 가지고 있어서 남들 가운데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이 익숙한 모습은 아니었다. 눈치 보이고 남들 시선도 견뎌야 하는 그런 독특한 행위였다. 그러나 근대화 이전까지만 해도 독상이 기본이고 밥을 먹으면서 대화하는 것을 금기시했으므로 식사 자리가 친교의 자리가 되기는 어려웠다. 내가 어렸을 때를 기억해보면 밥상이 차려지면 어떠한 경우라도 온 식구가 밥상 앞에 앉아야 했고 할아버지는 늘 독상을 받으셨다. 그리고 밥상 앞에서는 언제나 무릎을 꿇는 자세이어야 했으며 식사 중에 대화는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그 시절 도덕 교과서에서 기본예절로 가르쳤던 옛날 기준으로는 식사 자리에서 떠드는 것이 무례한 짓이었다. 아울러 우리나라 식사정서의 예를 들어 보면 6.25 전쟁 이전까지는 1인 1상으로 식사하는 것이 원칙이였으나 6.25 전쟁을 기점으로 물자 부족으로 그냥 상 하나만 두고 온가족이 같이 식사하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즉 오늘날 젊은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인 혼밥이 오히려 전통적인 한민족의 식사법이고 기성세대가 전통이라며 극찬하는 겸상은 근현대에 만들어진 비교적 짧은 역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제 밥 한 번 같이 먹자."라는 말에서 우리는 밥을 같이 먹는 행위가 적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밥을 같이 먹는 행위가 일상적이었다면 밥을 같이 먹자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어느 때부터인지 밥을 함께 먹으며 정을 나누고 영업까지 이어지면서 식사 자리에 커뮤니케이션의 의미를 부여한 지는 사실은 얼마 전이라는 것. 여럿이 모였는데 굳이 혼자 먹겠다는 것이 아닌 이상 혼밥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독신을 선호하는 시대에 집에서도 혼밥을 하는 것이랄지 밖에서 혼자 먹는 것이 그렇게 특이한 일도 아니고 처량해 보이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맛칼럼리스트의 황교익은 "마주 보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식사가 정상적이다"라는 개인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는 2인 이상의 식사는 연인이나 친구사이가 아니라면 내용적으로는 어떠한 모임과 같은 의무적으로 이루어지는 의미 없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식사 자리에서 남을 의식한 무의미하고 생산성 없는 대화를 억지로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혼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과거에는 식사 자리에서 별다른 대화가 없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고 특히 내 개인적인 일상을 곰곰이 살펴보면 작가라는 집필 작업을 혼자서 하다 보니 혼밥이 가장 편하고 자유롭다. 거기에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밥을 먹는 일은 더욱 중요한 일이며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 내게는 충분히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저마다 상대방에게 비치기를 바라는 모습이 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사람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비치고 싶은 모습으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볼 때 때로는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밥 먹자는 약속을 걸어올 때가 있다. 사실은 반갑지 않은 것이 내 진심이다. 나에게 밥을 먹는 시간은 휴식이며 자유이다. 가끔 중년여성들의 삼삼오오 식당에 둘러 앉아 웃음소리 소란하게 즐기며 식사하는 모습을 마주할 때가 있다. 저마다 생각과 삶의 방식이 다르기에 그들은 나름 그것을 삶의 중심에 놓고 살아가는 재미와 자유일 것이다. 이처럼 혼밥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부터가 혼밥을 차별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남과 함께 하는 식사와 혼자하는 식사를 굳이 구분하려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태도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사람들은 왜 자발적 혼밥러가 될까? 그것은 우리 일상에서도 그렇듯이 선택권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누구와 같이 가면 상대방의 음식 취향도 신경써야하고 같이 음식을 공유하다보니 음식의 양과 맛의 간 등 신경써야할게 많다. 또한 누구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음식을 먹는 소리에서부터 자세까지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여러 사람들과 고기를 먹으러 가면 누가 고기를 구워야할지부터 중간에 말하느라 언제 고기를 먹고 반찬은 언제 가져와야 할지 여러가지 고민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가지는 공통된 입장일 것이다. 이러한 것들만 생각해보아도 혼밥과 따밥은 자유와 여유이며 혼밥의 효율성은 극대화 된다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