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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공부의 산실, 영산선학 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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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근영 |
| 더위에 맞서는 교사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사철이 변하는 것은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이 서로 밀고 밀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양의 기운이 치성하면 여름이고 음의 기운이 치성하면 겨울이다. 그렇다면 일년 중 가장 무더운 삼복 시절은 양의 기운이 가장 강한 때일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고 한다.
일년 중 가장 무더운 여름 삼복. 삼복은 세 번 항복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음양이 서로 싸워서 음의 세력이 항복하는 것으로 알겠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항복하는 것은 음이 아니라 양이라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이라면 당연히 음의 세력이 양의 세력에게 항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고 한다. 겉으로는 양의 세력이 아주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름이 세 번 항복한 것으로 이후로는 양의 기운이 차츰 쇠퇴하게 된다.
이 이치를 안다면 삼복이 무덥다 해서 두려워할 까닭은 없다. 삼복은 바야흐로 서늘한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예비종이지 않을까. 대지를 들들 볶는 무더위 속에서도 그 더위에 맞서서 향학열을 불태우는 교사들이 있다. 무더운 여름날, 교사들은 방학으로 교육의 끈을 잠깐 놓지만 공부의 끈은 더욱 다잡는다. 삼복의 무더위 속에서 2학기 개학에 더 실력 있는 새로운 교사가 되어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 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의 뿌리. 그 마음공부를 배워서 아이들에게 마음공부법을 가르치기 위해 마음대조 공부를 통한 인성교육 직무연수에 땀흘리는 교사들이 있다. 그들은 8월 1일부터 11일까지 11박 12일을 삼복의 무더위와 싸우며 공부했다. 멈추고(Stop), 생각하고(Think), 행동한 다음(Action), 반성하는(Review) 마음공부로 별(Star)가 되려는 사람들이다. 제자를 별(Star)로 만드로 싶은 사람들이다.
작지만 큰 학교
전교생이 쉰 명 남짓한 대학교. 그것도 대학교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학교라고 하면 거의가 수만 명을 넘지 않는가. 하지만 규모는 이렇게 작아도 뜻만은 수만 명을 수용하는 대학에 못지 않다.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 작은 마을에는 '영산성지대학'이 있다. 아마도 그 규모로는 지구상에 있는 대학 가운데 가장 작은 학교일 것 같다. 하지만 그 뜻만은 세계 어느 대학도 품지 못하는 큰 소망이다. 정신개벽의 산실로 물질에 더럽혀진 현대인의 마음을 정화하여 온 세상을 맑히려는 희망을 품고 있다.
1891년 5월 5일, 이곳 영촌마을에서 탄생한 소태산 박중빈은 26년의 구도 끝에 드디어 1916년 4월 28일 하나의 진리를 깨친 다음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기치를 높이 들고 원불교의 교문을 열었다. 이곳에 영산선원을 세우고 제자들을 가르치고 훈련하여 교역자로 만들었다. 원불교의 터를 닦은 이들이 바로 이 영산선원 출신 교역자들이다. 물론 영산선학대학은 이 영산선원의 전통을 이어받은 학교다.
교화, 교육, 자선사업을 교단 3대 사업목표로 내세운 원불교는 총부가 있는 익산의 원광대학교를 비롯해서 수많은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까지 미주 선학대학원 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수는 대충 짐작해도 수만 명을 넘는다. 하지만 그 많은 원불교 학교의 교육정신의 발원지는 바로 이 영산선학대학이다. 영산선학대학은 원불교 학교의 교육 정신의 발원지로서 만족하지 않고 이제 우리 한국 학교의 마음공부의 산실이 되고자 한다.
영산성지대학은 이런 큰 꿈으로 인성교육 직무 연수를 개설해서 이 땅의 뜻있는 스승을 모으고 있다. 2006년 여름의 연수는 이제 4기가 되지만 아직은 참여 인원이 적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마음공부의 맛을 본 이들은 다시 찾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전체 인원 30명, 그런 가운데서도 두 번 이상 참여한 인원을 제외하면 처음 오는 숫자는 더욱 줄어든다. 서울한림중고 나경주(58) 교사는 이번 연수가 세 번째 참석이라고 한다. 그것도 자기 학교 교사들을 6명이나 데리고 왔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도, 전남, 전북, 경기, 대구, 부산 등이었고 학교 층별로는 초 중등 교원으로 골고루 섞여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입소문이나 신문기사, 인터넷 등으로 찾아온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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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불교 영산성지 앞 연못에 가득한 연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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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읍 해안으로 가는 해당화 꽃길엔 해당화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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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장도 같이 한 연수
연수생의 숫자는 적지만 합동 강의실은 빈자리 하나 없이 꽉꽉 찼다. 총장은 물론 일부 교수들, 그 밖의 원불교 교역자들이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 해 준 때문인 것 같다. 호타원 황영규 총장은 연수 기간 중 출장을 간 며칠을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수를 같이 받으며 연수생들을 격려했다.
또한 이 연수를 주관한 평생교육원 원장도 직접 사회를 보며 연수생들과 함께 했다. 그 밖에도 다수의 교무(원불교 교역자 호칭)들이 함께 공부를 해 주어 넓은 종합 강의실을 꽉꽉 채워서 강의실은 열기가 높았다. 이런 가운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연수를 지켜봐준 사람(?)이 있으니 그 이름 법성이다.
법성은 사실은 사람이 아니라 개다. 연수 기간 내내 강의실과 식당을 찾아와 문밖을 지키면서도 단 한 번도 멍멍 소리 내어 짓지를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꼬리를 흔들며 대들지도 않았다. 가끔 고향집에 가면 순해 빠진 우리집 개를 보게되지만 이들은 혓바닥을 내밀고 핥으려 해서 곤혹스러웠지만 법성이는 머리를 쓰다듬으려면 머리를 젖히고 피하기만 할 뿐 크게 움직이지를 않았다.
개도 인성이 있는 것일까. 법성이도 인성교육을 받은 것일까. 법성이가 말이 없으니 알 수야 없지만 절집에서 키우는 개는 고기용으로 키우는 개집 개하고는 분명 다른 것이지 않을까 싶다.
이 연수원에서는 1회용 종이컵을 쓰지 않았다. 원광대학교 원불교 학과생으로 이곳 선학대학에서 간사로 일하고 있는 한 학생이 쉬는 시간마다 그 많은 컵을 씻어서 새 것으로 대령해 주었다. 차도 돈 주고 사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공짜로 그것도 커피, 녹차, 둥글레차 등 골라가면서 마시게 했다. 강의실은 언제나 편안한 책걸상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날려 보내고 있었다. 거기다 멀티미디어로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도록 배려했다.
연수 일과가 끝나면 백제 불교 도래지 여행, 연차 시음, 성지 순례 등으로 시간을 더욱 값지게 했다. 아름다운 법성포 바다를 내려다보며 곡차를 겻들인 생선회는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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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 바닷가 횟집에서 싱싱한 회와 곡차를 드는 연수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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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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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공부로 교육의 성과를 드높이고 있는 영산성지고등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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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의 생산자
연수 첫날의 도형상담 강사는 목사님이었다. 총신대 교수이기도 한 윤석규 목사는 이 대학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고 벌써 여러 차례 강의를 해 왔다. 이번 9월에도 도형상담 심화과정 연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도형 상담은 사람의 기질을 다혈질, 우울질, 담즙질, 점액질 등 네 가지로 나눈 임마누엘 칸트의 이론에서 출발한다.
팀 라하이는 기독교적인 안목으로 20여명의 제자들과 함께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기질론을 발전시켰다. 사람의 기질을 동그라미, 세모, 네모, 에스(S)자 등으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다. 이처럼 기독교의 상담 이론이 원불교 학교에서 가르쳐진다.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 가운데 '열사람의 법을 응하여 가장 좋은 것으로 믿어라'는 말이 있다. 이 가르침에 충실해서 일까. 이러다간 원불교 교당에서 기독교 신자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원불교는 종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진리를 찾도록 가르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경열 교수의 피플 스마트 역시 인간(학생)을 이해하기 위한 상담이론이었다. 개방성과 통제성 수준의 세로축과 간접성과 직접성 수준의 가로축으로 나누어 사람을 관계형, 사교형, 지시형, 사색형으로 구별했다. 검사지를 통하여 자신의 유형을 알게 한 다음, 그들을 유형별로 모아서 그들 자신의 특징을 스스로 토론을 통해서 말하게 한 다음, 각 유형의 특징을 깨닫게 했다.
고려대학교 최영돈 교수는 마음공부의 원리를 강의했다. 마음대조 공부는 본래마음, 또는 목표로 한 마음, 성자의 말씀, 진리, 마음거울, 양심, 법, 도덕 등과 같은 이상적인 마음과 현재 일어난 마음을 대조하여 그것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반조해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심지(心地)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서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
본래 우리 마음은 요란함도 어리석음도 그름도 없다. 하지만 경계를 당하게 되면 우리 마음은 요란해지고 어리석어지고 그르게 된다. 마음공부는 경계를 당하면 일단 마음을 멈추고(Stop) 살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Think)한 다음, 행동(Action)하고 마음 대조 일기를 써서 반성(Review)하는 일명 Star공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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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읍 마라난타 스님이 백제불교를 처음 전한 자리에 기념 공원이 세워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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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산종사의 마음일기 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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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공부로 교육의 효과를 높이고 있는 경주 화랑고의 서종호 교장과 이정미 교사의 실천 사례 발표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마약 복용자 등 삶의 뒤안길로 갈 수 밖에 없었던 학생들에게 그 적성을 찾게 해서 공부와는 담을 쌓은 그들을 외국 유학까지 가게하고 이름난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게 한 이야기를 들을 적에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영산성지고등학교와 성지송학중학교와 같은 학교 현장을 찾아서 마음공부가 학교 현장에서 우리 교육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명상이나 요가 실습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좋은 강의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연수생 모두가 마음대조 일기를 직접 써서 장산 종사님의 감정을 받는 기회도 주어졌다.
장산종사는 원불교 성인의 반열에 오른 분으로 오늘의 마음공부이론이 체계적으로 정립될 수 있도록 힘을 밀어준 스승이다. 여든의 노구를 이끌고 밤늦은 시간까지 연수생들의 마음일기를 감정하며 마음공부의 확산을 염원하고 계셨다.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의 뿌리다.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사람이 가진 기술이나 재주도 죄를 짓고 세상을 혼란과 어둠 속으로 빠트리게 할 뿐이다. 마음을 바르게 지키고 바르게 사용하게 될 적에 비로소 그가 가진 지식과 기술 학문도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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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공부의 현장, 성지 송학중학교에서 열강하는 경주 화랑고 서종호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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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흘간 연수생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준 기숙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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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성지 앞 보은강 너른 연못에는 붉고 흰 연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연꽃의 향기가 세상을 맑히듯 마음공부로 마음의 힘을 얻은 교사들은 이제 2학기 개학으로 만날 제자들의 얼굴을 그리며 영산선학대학교를 떠났다. 열흘간 합숙을 하면서 밤낮으로 정든 얼굴이었다. 그들의 얼굴엔 편안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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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흘간 연수생들을 지켜준(?) 개 법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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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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