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 윤 병 성 2008. 8 . 13 경남신문 칼럼 ‘초석루’
화가는 어떤 식으로든지 살아온 주변 환경과 생활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를 표방하는 작가들은 주변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눈에 보이는 사실을 재현하는 까닭에 일상적으로 보고 느끼는 주변의 상황에 무심할 수 없다.
내가 즐겨 다루었던 소재 ‘배(船)’와 ‘거대한 항공기’그리고 ‘종이 비행기’등은 시골에서 태어나 초등, 중학교를 보내고 그 후 고향을 떠나 제일 먼저 접한 곳이 부산의 거대한 선박들이 오가는 바닷가였다. 학교를 마치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항공회사에 근무하면서 접하는 거대한 항공기와 학창 시절의 대형 선박들은 항상 나에게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무한한 꿈과 희망을 펼쳐보일 수 있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비행기와 배에 관련된 작품을 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상 그리고 꿈∙희망’이라는 주제에 표현된 작품은 거대한 기계적 구조를 보이는 대형 항공기와 종이 비행기이다. 종이 비행기는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동심을 나타낸다. 그 시절 무한한 상상으로 하늘을 날고자 했던 꿈의 상징이다. 이런 인위적인 조형물인 비행기가 인간의 꿈과 희망의 상징인 하늘을 날고 있다. 그러나 이 종이 비행기는 언젠가는 추락하는 운명의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림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요즈음 과학과 물질의 만능성에서 도취된 갈등과 양극화 사회에서 우리 사회인들은 공동체보다는 개인주의와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루아침에 대의와 신의를 바꾸는 것이 미덕(?)이 되어버린 오늘의 사회 현실 속에서 허영과 욕망의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욕심 없는 어린 시절 동심의 자유인 꿈과 행복, 현대과학과 물질문명 속에서 우리 인간의 무한한 상상과 함께 상실된 인간성의 회복에 대한 가능성을 암시하는 아름다운 비상이다.
어린 시절 추억과 기억에 연관된 작품의 소재에 담겨 있는 인간의 꿈, 희망을 기원하는 이미지는 이 시대가 갈망하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과 같은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