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로, 중구 선거구가 합쳐지면...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종로구와 중구 선거구가 합쳐진다는 소식이 참으로 달갑지 않다. 최근 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획정(안)에 따르면 인구 하한선에 걸린 종로구와 중구를 합쳐서 선거를 치루도록 구역조정을 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 국회 여.야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최종 확정을 해야 하지만 여러모로 선거구획정위원회 (안)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씁쓸한 격세지감이 오는 것이다.
사실 종로구와 중구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합쳐진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종로구와 중구의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현상은 이미 30년 전부터 예고된 우려였다. 1995년 종로구 초대 민선 자치구청장 시절부터 ‘돌아오는 종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종로 인구 증가를 주요 정책으로 삼기도 했다. 그 당시 종로 인구가 약 25만 명이었다. 과거 종로구 호적 인구 100만 명 시절을 언감생심 바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도시공학자들이 주장하는 종로 인구 30만 명 적정선을 기대하면 종로 인구의 증가 정책은 필수였던 셈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종로 인구는 계속해서 줄었고, 현재까지 10만 명 이상이 감소된 상태여서 결국 선거구 하한선 13만 6천600명에 걸려 선거 구역조정이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중구가 먼저 겪었다. 중구는 그래서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성동구 일부와 합쳐지기도 했다. 그때도 중구와 종로구를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당시 종로구 정세균 국회의원이 적극 저지하면서 성동구와 합쳐진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종로구와 중구를 합치는 선거구 조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인데, 이에대해 여.야간 엇갈린 반응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세가 합쳐지는 방향으로 흐를 전망이다.
종로구와 중구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합쳐진다면 그에 편승된 변화도 다양하리라 본다. 여.야 지역 위원회 또는 당원협의회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위원장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고, 그로인해 지역 정치 풍향은 큰 변화를 보일 것이다. 각 지역 위원회 또는 당원협의회별로 구성된 당원 조직도 그렇지만 지방자치에 따른 지방의회 의원 구성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괜찮다고 해도 다음번 지방자치 선거에서는 크나큰 변모가 예상된다. 그렇지 않으면 두 개의 자치구가 국회의원만 단일화를 하고 자치단체장과 자치구의원을 제각각 선출해야 하는 절차적 혼란과 과정상 복잡함을 겪어야 할 것이다.
사실 과거 1981년과 1985년 제11대와 제1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종로와 중구가 합쳐져서 치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선거는 중선거구제로서 두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제11대에서는 신민당 이민우 후보, 민정당 이종찬 후보가 각각 당선됐고, 제12대에서는 이종찬, 정대철 후보가 각각 당선되기도 했다. 한 선거구에서 두 명의 국회의원이 활동을 했지만 제각각 다른 정당 당선자로서 자당의 당원들과 함께 지구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때는 지방자치 실시 이전 중앙집권제였기 때문에 지방의원에 대한 조직 구도는 없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두 개의 자치구에 대한 지방의원 조직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방자치 시대 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문제가 복잡해질 수가 있다. 하나의 자치구가 또 하나의 자치구와 합쳐지면 당연히 정당의 지역 위원장도 하나로 통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물론 그렇지 않고 제각각 운영하다가 총선 때만 다시 단일화 공천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인한 부작용과 피로감은 생각보다 클 것이다. 그렇다면 단일 위원장으로 하여금 두 개의 자치구를 관장하는 방식이 도입될 수도 있는데, 이것이 매우 불합리한 정치공학이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현재 지방자치는 정당 공천제로 인해 정파 간 대립이 심한 상태다. 지방의회 내 의원들 간의 정파별 대립도 큰 문제지만 주민 간의 정파적 대립은 심한 갈등과 분열의 독초로 작용되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마저 정당별 대립과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현상은 주민자치의 본질을 크게 훼손시키면서 지방자치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종로구와 중구가 국회의원 선거구를 합쳐서 치루게 된다면 향후 지역의 정치공학도 그에 편승된 변화가 예상된다. 적어도 중앙정치와 지역정치가 엇박자를 보일 가능성이 크게 전망된다.
그렇다면 종로구와 중구는 아예 자치구마저 합쳐져야 할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종로구와 중구는 합쳐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듯이 차제에 종로구와 중구를 합치는 자치행정구역 개편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면 종로의 정체성은 더욱 희미해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종로구는 인구 증가 정책을 진실히 적극 추진하여 “다시 돌아오는 종로”를 만들어야 한다. 인구가 없는 종로, 이미 종로의 정체성을 잃어가면서 정치 1번지 명예마저 실추되는 상황이다. 종로 인구 감소가 시대적 상황이라고 발뻄을 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종로 인구 회복을 위한 종로 자치 지도자들과 주민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종로는 가용인구 30만 명이 적합한 곳이다. 적어도 인구 20만 명을 거뜬히 유지할 수가 있는 곳이다. 낡고 침체된 종로, 좋은 개발정책만 펼치면 충분히 가능하다. 종로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