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난콩 이지연 선생님께서 돌아와 치킨을 뜯는 한이 있어도 참석하시겠다고 하셨던 말, 다시 읽어보니 그 말이 눈에 팍 들어옵니다. 수많은 다짐과 약속을 지키고 사는 일은 좋은 글을 쓰려고 머리를 쥐어뜯는 일 만큼 힘이 들지요. 그러니 이번 세번 째 모임에 못오셨다고 너무 자책하지 마시길!
오늘 한겨레 신문에 고은 시인을 인터뷰한 서해성의 글을 읽었어요. 고은 시인이 세상의 소리가 귀에 들어오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자기 귀에 청산가리 액을 들이 부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어요. 그리하여 그의 귀 한 쪽이 멀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셨을까요? 도대체 시가 뭐길래, 시인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길래 그토록 온몸으로 아파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 몸에 그 독한 것을 부었을까.
이번 세번째 비평글쓰기 공부를 마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한 인간의 몸은 소우주이기 때문에 삶은 곧 에너지로 전환시켜 표현할 수 있고, (중략) 역동적인 에너지가 몸에서 돌게 하는 것"이 글을 쓰기 위해 몸을 만드는 것이라면 글을 쓰기위해서는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도 또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이재복선생님께서 발표하신 글을 조금 더 인용하자면,
"(도시에 사는 살찐 고양이를 대상으로 작품을 구상할때) 그 고양이가 먹이를 독차지 해서 뚱뚱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버린 음식을 먹고 염분 섭취가 많아져서 오히려 병들어가는 존재인 것이다. 만약에 이런 작품을 구상할 때 도시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실존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을 해서 그런 고양이들이 등장하는 상징의 공간을 창조하는 동화 작품을 구상하는 작가라면 어떤 길로 가야할까. ...중략...상징의 이미지는 결국 지금 여기의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 속에서 작가의 내면에 자기도 모르게 태어나는 감정의 덩어리라 할 수 있는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의 내면에 자기도 모르게 태어나는 감정의 덩어리는 이미 갖고 태어나는 사람(고은 같은)도 있겠지만 그것이 없는 사람은 끊임없이 그 정신을 만들어야 하겠지요. 그러니 몸과 정신을 함께 만들어야하는 일인데 얕은 지식과 마음으로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싶었어요. 말도 그렇구요. 선생님 말씀을 한마디 덧붙인다면, 작가라면 "현실에 직면해서 현실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을 가져야하고, 사유가 가능하"여야 하는 것. 아동문학이라고 해서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겠구요.
개인적으로 비평글쓰기 공부를 하면서 제일 좋은 건 이렇게 따끈따끈한 선생님 글을 맨 먼저 읽어보는 독자가 된다는 것. 좋아라~
그러니 글쓰기 앞에서 자기 검열이 심한 사람은 한 줄도 못쓰는 일이 생기는 것이지요.
옛얘기 선생님은 강도높은 자기 검열 앞에서 다행히 무릎 꿇지 않고 학교 밖에서 만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핵심은 청소년기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인생의 과정이라는 것. 아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시간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진실이지요. 제 시간을 살지 못하고 시간(성공)의 노예가 되었을 때 인간에게 어떤 일이 생기는 지를 <모모><기억전달자><<생명이들려준 이야기> 등의 작품을 예로 들어 날카롭게 비판해 주었어요.
선생님은 학교 밖에서 아이들을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누는데요, 그 아이들에게 제 시간을 돌려주는 일에 마음을 쏟는다고 하였어요. 자연의 순리라는 것이 그렇지 싶어요. 속성으로 재배한 과일은 결코 제 맛이 나지 않는다고 믿어요.
김두식이 우스개소리로 바꿔 한 말 중에 '지랄총량의 법칙'이 있잖아요.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결국 제 때 쓰지 못한 지랄(에너지)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다 써야 없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게 때가 있는 법이라 제때 제때 그 지랄을 써야 하는 것, 옛얘기 선생님 글은 그 '때'의 중요성을 주장하였어요. 튼튼한 벽돌을 빈틈없이 쌓아올린 듯한 글이었어요.
학교 밖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학교 안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을까요?
늘 감동적인 교단일기를 보내주시는 공정현 선생님 글은 이번에도 역시 감동이었어요. 규림이라는 독특한 아이가 하룻동안 세번 변하는 모습을 자세히 묘사해 주었는데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문학으로 나아가는 글이라는 말에 공감했어요. 이것은 규림이를 보는 선생님의 생각의 과정이 치열했기 때문이고, 감동을 받는 건 그 마음이 따뜻했기 때문(옛얘기)이겠지요.
문학으로서의 교단일기가 한 권의 책이 될 때(이야기밥샘)를 기다려보자고 우리끼리 마음을 모았습니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을 만나지도 않고 학교 밖에서 아이들을 만나지 못해도 아동문학의 독자가 되고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른 독자로서 아동문학-동시를 읽은 느낌을 적은 김재복의 글도 한 편 모여서 이번 세번째 모임은 네 편의 글을 읽었어요.
늘 글로 참석해 주셨던 이봉열선생님 글을 볼 수 없어서 무척 아쉬웠어요.
박금숙 선생님은 여행을 다녀오셨구요.
이지연 선생님은 갑자기 강의 준비할 일이 생겼구요.
공부를 마치면서 외친 것은,
"몸은 늙어도 정신은 늙지 말자. 정신이 늙지 않으려면 글을 써야한다. 글을 쓰되 악착같이 쓰자." 였어요.
왜냐고요? 알면서! 글을 쓰는 일은 늙지 않는 비결이니까.
그렇게 세번 째 공부를 마쳤어요.
장맛비가 잠시 멈춘 사이 오랫만에 해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후기 수고하셨어요. 재밌게 읽었어요.
비평글쓰기 모임도 거듭하다 보면, 내공이 쌓이겠지요.
몸은 늙지만, 정신은 늙지 않을 수 있지요. 정신 운동이 바로 글쓰기 아닐까 싶네요.
정신도 운동을 시켜 줘야겠지요.
모임 점점 즐거워지고 깊어집니다. 계속해 봅시다. 무언가 보이겠지요....
고맙습니다^^
정리한 글을 보니 새삼 더 반가워지고, 생각이 깊어집니다.
다음 모임은 8/22(목) 아닌가요^^?
8월 22일로 하기로 했지요...
8월 27일, 화요일이 맞군요.
함께 걸어가는 힘이 느껴집니다..... 번개 모임 때 뵐게요.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참석 하지 못했지만, 어떠한 글들이 나오고, 주고 받은 이야기들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8월 27일(화)에 모임을 하기로 다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번개 모임 나갑니다~~!
한 분 한 분께 일정을 여쭤보고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어 일이 이렇게 꼬여버렸어요. ㅎ 죄송!
다음번 모임은 문자로 확인드린 대로 8월 22일 목요일 2시에 합니다. 이제는 매월 셋째주 목요일로 못을 쾅쾅!
방학이라 바다사랑 선생님께서도 참석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모두 그때까지 건강하시길. 이만 총총!
아~~22일은 시어머니 기일이라 또 빠지게 됐군요. 아쉽습니다~~
에구~~ 선생님 뵙기가 이렇게 어렵고나^^
그리워도 총총^^~ 고맙습니다.
땡볕 아래 김을 매며 삶을 일구어가던 어머니들의 에너지가 그대로 느껴지는 글이에요. 참석하지 못해 정말 속상했는데, 이렇게 글로 접하니, 정말 더 속상하군요..ㅎㅎ 정갈한 후기 너무 감사드립니다. 요즘 저는, 제안에 글로 써낼만한 이야기가 들어있기나 한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고민중에 있어요. 이것도 자기검열인지 뭔가 좀 써볼까 싶으면 제 깊이없음이 너무 느껴져 주저하게 되니... ㅜ.ㅜ
난콩 선생님! "제 안에 써 낼만한 이야기가 들어있기나 한 지"라는 말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어요. 쓰려는 자들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 순간 난콩 선생님 고민이 몸으로 느껴졌어요. 수많은 책들을 보면 멀미가 날 때가 많아요. 전에는 읽어야 할 숙제로 느껴져서, 요즘은 이렇게 많은 책들, 글들이 있는데 나 같은 사람이 또 무엇을 보태려고 이러나...ㅠㅠ 감히 뭔가 보태려는 욕심을 다 냈다는 거 아니겠어요^^
선생님, 우리 그냥 김매는 어머니들처럼 한 고랑 한 고랑 밀고 나가요. 그러다 보면 밭은 다 매더라구요. 저는 선생님의 한여름 같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기운나는 거 많이 먹고 8월에 뵈요~
감사합니다. 제게 필요한건 인내와 뚝심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순응하는 겸손뿐... 샘 글을 읽으며 이것저것 부끄러워집니다..ㅠ 덜 여물고 치기 가득해도 예쁘게 봐주세요.... 8월 모임에서 뵐게요~^^
난콩님, 저도 그렇답니다...
그래도 써야지, 마음 다지지만, 아직 첫 문장도 불러내지 못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