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삼재를 없애는 최상의 부적은?
주지 지홍스님
중흥사 법우형제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기나긴 겨울 동안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게 마련입니다. 그리하여 아직 한겨울 날씨지만 이미 저 땅밑으로부터 올라오는 봄기운을 느낀 조상들은 오늘의 절기를 입춘(立春)이라 하였습니다.
입춘에는 집안에 복을 불러들이는 각종 행사들로 풍성했습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입춘날에는 저마다 가슴에 소중한 행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대문간에 붙였으니 그것이 바로 입춘축, 입춘방입니다.
천 가지 재앙 물러가고 백 가지 복 들어오리. (去千災 來百福)
입춘이라 크게 길할 것이요, 따스한 기운 돌아 많은 경사 있으리로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천 가지 재앙이 눈처럼 녹을 것이며, 만복이 구름처럼 일어나리.
(千災雪消 萬福雲興)
입춘날 출입문에 붙여서 재앙을 피하고 행복을 기원하던 선조들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글귀들이지요.
올해는 우리 절에서도 삼재풀이기도를 합니다. 삼재는 태어난 띠에 따라서 12년 주기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액난입니다. 찾아와서는 3년을 머물다 가니 결국은 9년마다 한 번씩은 돌아오게 됩니다.
올해는 토끼띠와 양띠, 돼지띠가 날삼재에 해당합니다. 날삼재는 삼재에 든 3년 중 마지막해를 말합니다. 삼재는 화재(火災), 수재(水災), 풍재(風災)를 말하는데, 이것을 대삼재(大三災)라 하고, 전쟁과 전염병, 기근 등 세 가지는 소삼재(小三災)라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물과 불, 바람을 떠날 수는 없는데, 수재(水災)라고 하여 꼭 물에 빠지거나 홍수에 의한 피해만을 말하거나, 화재(火災)라고 해서 불이 나는 것만을 말하거나, 풍재(風災)라 해서 태풍 피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술을 마시다가 일어나는 싸움이라면 물에 의한 것이며, 성질을 못 이겨 주먹다짐을 한다면 심화(心火)에 의한 것이니 불의 재앙이고, 남녀가 불륜(不倫)을 저지르는 것은 바람(風)의 재앙입니다. 오늘날에는 자연재해보다는 이러한 인재(人災)가 더 무섭습니다.
삼재를 없애기 위해 흔히들 부적을 이용하곤 하는데,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오늘날 삼재를 없애는 최상의 부적은 곧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바른 생활과 고요한 마음, 그리고 지혜로운 마음일 것입니다.
원래 자기가 지은 업이라
뒤에 가서 자기가 스스로 받는다.
자기가 지은 죄는 자기를 부수나니
금강석이 보석을 부수는 것처럼.
악한 일은 자기를 괴롭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행하기 쉽다.
착한 일은 자기를 편안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행하기 어렵다.
스스로 악을 행해 그 죄를 받고
스스로 선을 행해 그 복을 받는다.
죄도, 복도 내게 매였거니
누가 그것을 대신해 받으리.
-<법구경> 「기신품(己身品)」
그래서 우리 절에서는 올해 욕망으로 구입하는 부적이 아니라 부처님을 향한 기도와 서원이 담긴 다라니를 삼재풀이기도의 일환으로 봉독하고 항상 몸에 지니도록 하였습니다. 부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자기 마음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액난을 딛고 일어나 나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이에게 행복의 문을 열어주는 보살로 거듭나시기를 기원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