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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독주회를 끝낸 데이빗 러셀과 피바디 음악원에서의 마스터 클래스가 끝나고 우리는 볼티모어에 있는 레스토랑에 모였다. 학생 20명 정도와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바루에꼬는 오래전부터 러셀의 신경을 건드리기도 하는 '인터뷰'를 해오고 싶어했었다. 다음이 그 대담의 내용이다.
바루에꼬: 어젯밤 공연에서 새끼 손가락이 조금 떨리는 것 같던데 맞나요?
러셀: 베타수용제(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관중들과 다른 기타연주자들에게 확인 시켜주기 위해 언제나 손을 조금 떨죠...(웃음)
바루에꼬: 그런 대답을 원한것이 아니었는데요.
러셀: 부연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해 주시죠.
바루에꼬: 부연설명을 해주시겠어요?
러셀: 저는 당신같은 친구가 관중석에 앉아있을 때는 조금 긴장이 됩니다. 잘 연주하고 싶은데 그것이 조금 부담 되는 거죠. 가끔 저는 개방현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운지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긴장이 안되더라도 손가락이 공중에 떠있으면 마구 떨리기 때문인데 연주하지 않는 음이라도 운지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극도로 긴장하지 않는 한 이 방법은 꽤 쓸모가 있어요. 사실 제 손떨림은 어린 시절부터 계속 되어온 것입니다. 이제는 적응이 되어서 별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첫줄에 앉아 있는 관중들이나 혹은 관중 전체가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싫습니다. 정말 싫어요. 안보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 사람들이 보고 나서는 "저사람 되게 긴장되나보다, 손가락이 막 떨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실 꼭 긴장이 되지 않더라도 제 손가락은 떨리는데 말이죠, 공연이라는 상황에 조금 흥분되서 그러는 것 뿐인데요. 저는 조금 긴장해야 하는일에 도전하길 좋아하는 편인데, 그럼으로써 뭔가를 얻을 수 있죠. 우리 연주자들은 카레이서나 산악인 비슷한데 위험하기 때문에 그런일들을 하죠. 일부러 우리 목숨을 위험에 노출시킨다기 보다 우리의 자아에 도전하는 거라고 할 수 있죠. 공연을 하는 것도 저에게는 도전입니다. 부연 설명이 됐나요? 그리고 베타 수용제에 대해서 농담을 했었는데 전 그걸 복용해 본적이 전혀 없습니다. 몇몇 의사들에게 그거에 관해 물어봤는데 누구라도 복용할 의사가 있으면 먼저 의사와 상담을 해야되는 약입니다. 농담으로 이야기 한 것이지만 사실은 조심해야 되는 약물입니다.
바루에꼬: 다른 마약을 복용해 보신적은 있나요....? 아니, 농담입니다. 가끔 사람들은 우리가 공연에서 연주를 할 때 긴장 안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제 당신 공연에서 무슨일이 있었는고 하니, 당신이 무대에 등장하기 전부터 긴장을 느꼈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긴장을 느꼈는데 갑자기 제가 긴장 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아, 나도 이런 일을 해야 되다니..., 내가 왜 이런 일(공연연주)을 해야 되는 거지? 내가 미쳤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러셀: 우리가 왜 이런 일을 해야 되는지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우린 가끔 생계를 꾸리기 위한 더 나은 길이 있다고 농담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런 위험부담을 안고 어떤일을 한다는 것 혹은 그런 위험을 직접 느끼는 것엔 뭔가 짜릿한 것이 있죠. 우리 자신을 그런 위험에 스스로 내 보내는 거 말이죠. 전 그런 모험을 상당히 즐긴답니다. 바로 그런 것들이 저에겐 아침에 일어나야할 이유, 그리고 계속 노력하고 발전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주는 거죠. 우린 행운아들입니다. 뭔가가 잘 되면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쓰다듬게 되고 사람들은 많은 듣기 좋은 말들을 해주죠. 관중들은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말이죠. 정말 기분 좋은 일이죠! 하지만 그건 이런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음악을 하던 그 외에 다른 일을 하던 상관 없이 이건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무대에서 뭔가를 함으로써 사람들과 이러한 왕래를 한다면 사실 사람들의 감정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죠. 음악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뭔가를 느끼게 하고,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느낄수 없는 거죠.
바루에꼬: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하십니까?
러셀: 저는 밤을 새면 정말 엉망이 되버립니다. 기분 더럽죠, 짜증나고 정신없고, 하여튼 이상해요. 하지만 제가 무슨 일을 끝내고 그일에 최선을 다했다면 제 양심은 깨끗해 집니다. 기분도 좋고요. 그리고 밤엔 잠을 잘 수 있지요. 최선을 다했다는 게 상당히 중요하답니다. 만약 제가 완전히 망치게 되면 저는 엄청난 나쁜 반응을 받거나 제자신을 채찍질 하거나 화를 내거나 하기 보다는 이렇게 생각하려 합니다. '사람들이 이 악절혹은 이 음악을 즐기지 못했다는 건 참 슬픈일이야'라고 말이죠. 저는 '사람들이 내 생각은 안 해주는 군'하는 이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만약 이런 생각을 마음속에 두면 그리고 만약 연주가 잘 끝나면 저는 '이 악절이 이렇게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라고 생각하려고 하죠. 예를 들어(어떤 학생을 가리키며) 너는 오늘 마스터 클래스에서 바리오스의 훌리아 플로리다를 연주했는데, 처음에는 별로 잘 연주하지 못했지만 나는 더 잘 연주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 물론 네 연주중에도 훌륭한 부분들이 있었지. 그래서 아마 그런 훌륭한 부분들을 연주하자 마자 아마 너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오 죽였어!". 참 이상한 일이지, 저녁 늦게 집에 앉아 혼자 연주할 때는 "오 죽이는데" 라고 말하지만 무대에 앉아 연주 할 때는 "아 형편없군!" 이라고 말하게 된단 말이지. 그건 모조리 틀린 겁니다. 집에서는 그저 연습에 충실해야 할 따름이고, 무대에서는 "아름다운 곡이니까 아름다운 시간이 될거야" 라고 생각해야 하는 거죠. 만약 한번 삑사리를 냈다고 해도 뭐 어떻습니까? 그 다음은 괜찮을 겁니다. 저에게는 이렇게 생각하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스스로에게 부정적이 되는 것은 상당히 쉽거든요.
바루에꼬: (그 학생에게) 우린 이 문제에 대해 자주 얘기 했었지, 어떤 사람이 삑사리를 내곤 열받아 스스로를 채찍질하는것을 보고 말야. 사소한 문제인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지. 내게 도움이 되는 방법중에 하나는 내가 실수를 범할 것이라는 것을 연주 전에 스스로 깨닫는 거지. 그래서 실수가 나면 스스로를 채찍질할 필요가 없지. 왜냐면 나는 완벽한 연주를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러셀: 당신이 연주중에 실수를 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요...
바루에꼬: 음 실수가 났었죠. 1980년이었는데...(웃음) 그 걸 잊기 위해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릅니다.
러셀: 설마요. 하지만 맞는 말입니다. 가끔 연주자를 보면 (실수를 내고) 얼굴을 찡그리는데, 사실 저도 가끔 그렇습니다만, 하지만 대체로 저는 그 버릇을 고친 편입니다. 얼굴을 찡그린다는 것은 관중들에게 "내가 말야 평소에는 이런 실수를 안하는데 말야.."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죠. 정말 멍청한 짓입니다. 왜냐면 그런 행위는 당신의 그런 나쁜 감정을 관중에게 퍼뜨리기 때문이죠. 다음 질문!
바루에꼬: '프렐류드, 푸가 와 알레그로[바하]'와 같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곡을 연주할 때는 어떻습니까?
러셀: (웃음)...
바루에꼬: 아니 정말로요, 당신을 당황스럽게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일본에서 그 곡을 처음 연주했을 때일인데, 무대에서 내려오니 내 대리인이 기다리고 있다가 하는 말이 "오....프렐류드, 퓨그 그리고...안단테" (러셀 웃음 터짐) 명백히 관중들이 잘 아는 곡을 연주할 때, 그리고 특히 관중들이 어떤 레벨을 기대하는 그런 포지션에 있을 때...
러셀: 네, 내가 잘 알려진 곡을 연주할 때는, 불행히도, 완벽하게 잘 쳐야되죠! 그건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연주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도전이죠, 특히 그게 BWV 998 일 경우에는 말이죠. 왜냐면 그건 아주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곳이니까요. 만약 어떤 곡에 대한 다른 사람의 해석이 더 낳다고 생각되면 아마 나는 연주하지 않을 겁니다. 최소한 내 해석이 충분히 설득력있고, 강력하고, 색달라야 겠죠. 현대곡들 중에 나보다 더 잘 연주했다고 생각되는 연주가 얼마간 있는데 그러면 저는 연주하지 않죠! 혹시 언젠가 내가 정말 공을 들여서 잘 연주할 수 있게되어 나의 노력이 가치가 있다고 느껴진다면 그러면 연주할 겁니다. BWV 998 로 말할 것 같으면 나의 버젼이 충분히 설득력 있고 색달라 사람들이 정말 즐길 수 있다고 느껴요. 그리고 내가 그 곡을 나 자신이 만족 스러울 정도로 잘 연주하고 있다고 느끼죠.
바루에꼬: 그러면 이제 당신은 공연무대에 있고 잘 알려진 곡을 연주한다고 칩시다...이미 당신이 말한 그런 과정을 거친상태라고하고, 바로 이때 당신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곡을 연주할 것이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두고 있지 않을까요?
러셀: 무슨뜻인지 알겠는데, 대답은 아니올시다입니다. 그런것을 마음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것을 머릿속에 두고 있지 않죠. 사람들이 페페 로메로나 마뉴엘 바루에꼬가 연주하는 것을 들었다고 해도 별 상관 없어요. 마치 당신이 대부분 관중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 당신의 학생들이 모두 연주하는 어떤 곡 연주하는 거랑 비슷하죠. 저는 저의 공연전날이나 당일, 내가 공연에서 연주할 곡을 마스터 클래스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정말 싫어요. 오늘 마스터 클래스에서 몇명이 내가 어저께 공연에서 연주했던 BWV 998 을 연주했는데, 그 학생들이 연주하는 식에 대해 완전히 자유로운 융통성을 가졌죠. 만약 내 공연 전날이나 당일날이었다면 그들은 무조건 내 해석방식을 따라야만 하죠! 이런상황에선 다른 방식을 받아드릴 수 있는 융통성을 가질 수 없어요. 내가 만약 그학생들에게 이렇게 해야한다고 내 방식을 좇으라고 하고 나서 공연을 하게 된다면 그사실에대해 너무 의식하고 있게 될까봐 걱정이죠. 그냥 '연주'하는 것이 아니고, '의식적으로 연주'하게 되는 것죠. 자유롭지 못하게. 당신이 한번 저에게 이런 말을 했죠 그리고 사람들이 기억력에 관해서 마스터클래스에서 물을 때 말했죠. 당신의 퀘벡 공연날이었는데 어떤사람이 "바루에꼬 선생님 암기에 관해서는 어떻게 관리를 합니까?" 하고 물었을 때 당신은 이렇게 대답했죠. "규칙 제 1번! 공연 당일날에는 암기라는 말조차또 꺼내지 말라!"
바루에꼬: 내가 그런말을 했다구요? 상당히 현명한 발언인데...
러셀: 솔직히 말해서 저도 그말을 써먹었답니다. - 물론 당신이 말한 거라고 밝혔죠 - 왜냐면 저도 그렇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또, 가능하다면, 공연 당일날은 그 곡을 연주하지도 않죠.
러셀: 암기력에 관한 이야기를 또 하자면, 내 학생 중 한명에게 암기력에 관한 레슨을 하고 있었는데 도중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까먹었답니다! 그러고 나니 그 학생은 바닥을 구르며 자지러지고 있더군요, 물론 왜 그러는지 몰라서 왜 웃냐고 물어봤더니 내가 말하는 도중에 무슨 말을 하는지 까먹었다고...
(웃음)
바루에꼬: 당신은 상당히 독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빗 러셀 스타일이 있는 거죠. 그것은 어디서 오는 겁니까? 어디서 영향을 받았을까요?
러셀: 이 독특한 스타일의 문제라는게 우리 모두 발전시키고 성숙하게 될 수 있는 상당히 중대하고 또 아주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발전시키려고 일부러 노력하면 상당히 힘든 것 같아요. 그러는 학생들이 몇 있는데 대부분 과장스러울 뿐이죠. 마뉴엘 당신도 독특한 스타일이 있어요. 라디오에서 들으면 바로 당신의 연주인줄 알죠. 그것은 익숙해지는 것에서 오는 거죠, 사람들은 당신의 연주를 많이 들어 당신을 알아보는 거죠. 저는 그것이 억지로 만들어질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천천히 점점 프레이즈에 접근하는 당신만의 방법을 알게 되고, 바로크 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차이를 만드는 당신만의 방법, 어떻게 다르게 만드느냐, 진정한 로맨틱 음악을 연주할 때 캐이던스는 어떤식으로 접근하는지. 물론 처음에는 느낌만으로 하지만 결국 그 뒤에는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이 음표가 어떤 이유로 이 부분에 붙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죠. 제 스타일에 관한 질문에 답변 드리면 저희 가족 이야기를 해야 되겠네요. 우리 부모님과 자매 형제들 모두, 한명만 빼고 예술가입니다. 몇년간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차를 타고 다니며 보헤미안적인 생활을 했죠. 런던으로 공부하러 갔을 때 제가 살았던 지하방 주인이 바이올리니스트였어요. 그분집에 살면서 바이올린을 배웠죠. 분명히 사람들은 각각 성격도 틀리고 특색 없는 사람은 노력하고, 고민해서 개성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겠죠. (학생들을 향해) 바루에꼬씨는 라틴지방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와 성장했고, 저는 반대로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라틴쪽에서 성장했는데 참 이상한 일이죠? 이런 모든 것들이 조합되어 문화적으로 더 넓은 경험을 갖게 되죠. 바루에꼬씨와 저 모두 2개 국어를 구사하며 이것도 도움이 됩니다. 인생 경험이 다양할 수록 음악적으로 이득이 있죠.
바루에꼬: 학생을 가르칠 때 다른 기타리스트들은 사용하지 않는 언어를 구사하시던데요 기타세계에 몸을 담으시면서 배우신 것들입니까, 다른 곳에서 습득하신 겁니까?
러셀: 마스터 클래스 도중에는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특히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짧은 시간만이 허용되며 그 사람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학생과의 심리게임을 벌여야 됩니다. 이해하거나 연관지을 수 있는 작은 무엇인가라도 찾으려는 거죠.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오늘은 테크닉 적으로 직접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이해시키는 방법을 썼습니다. 이해가 가시나요?
바루에꼬: 그럼요. 하지만 제말은 러셀씨가 다른 분들과는 틀린 말을 사용하신다는 거죠. 기타 세계에서는 들을 수 없는 그런 말들 말입니다.
러셀: 음 저는 런던에서 그리 기타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몇년을 살았죠. 너무 기타적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요. 바이올리니스트나 관악기 연주자들이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혀사는 것도 마찬가지죠. 저도 관악기를 연주했었고, 제 아버지도 관악기를 연주하셨는데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사셨죠. 피아니스트들은 피아노 음악 외에는 듣지 않아요. 어떤면에서 그들과 우리 기타리스트들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거죠. 다른 악기 마스터 클래스에 가보면 우리와는 약간 다른 것들에 대해 말을 하지만 기타에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죠. 제가 아마도 다른 악기를 연주했고 런던에서 제가 어울렸던 사람들때문에 그렇게 들리셨을 겁니다.
예를 들면 스페인 알리칸떼에서 호세 토마스를 사사한 적이 있는데 아주 좋았어요. 아주 직접적이고 분명한 가르침이었죠. 저는 그렇게 배우고 싶었어요. 제가 기분 나쁘지 않게 제 단점을 지적해주었는데 그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했죠. 레슨은 긍정적이어야 됩니다. 부정적인 레슨은 쓸모가 없어요. 재밌는게 뭔줄 아세요? 누군가를 위해 연주했는데 그사람이 "슬러는 별로인데 트레몰로가 훌륭하군요"라고 말한다면 집에 가서 트레몰로를 연습한다는 거죠. 사실 슬러를 연습해야하는데. 제가 가르칠 때 학생들을 기죽지 않게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합니다. 그들의 수준과 재능에 상관없이요.
바루에꼬: 기타 세계의 한정적인 틀 안에서 음악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러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악기만 가지고도 음악적으로 성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타리스트와 음악가는 같지 않다"라는 말도 있고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기타세계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만 기타리스트들도 적어도 다른 악기 하나 쯤은 다뤄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실내악에 사용되는 악기요.
바루에꼬: 어젯밤 당신 연주를 들으며 세고비아가 생각났다고 한다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러셀: 오랫동안 저는 세고비아를 흉내냈었어요. 14살 때 악보도 거의 읽지 못했지만 그라나도의 무곡 5번과 10번, 알베니스의 세비야 등을 아주 서툴지만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저는 악보를 잘 읽지 못해 음반을 들으며 습득해야 했어요. 78회전 짜리 세고비아 음반을 여러장 가지고 계셨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의 연주 스타일을 흉내내게 된 겁니다. 오랫동안 세고비아는 저의 우상이었습니다.
바루에꼬: 질문을 이렇게 바꿀게요. 당신의 연주에서 세고비아적인 특색을 들었다면 무엇과 연관하여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러셀: 또로바의 곡에 몇몇 부분인가요, 잘 모르겠네요. 무슨 말씀인지 설명해주셔야 겠습니다.
바루에꼬: 제 말은 세고비아의 연주에는 관능미가 있는데 당신이 좀 더 서정적인 부분을 연주할 때도 그 것을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해가 가십니까?
러셀: 네, 그렇습니다. 저도 세고비아의 그런 부분을 좋아해요. 관능이라는 단어는 성적이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하는데 음악에서 가끔 육체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실제로 느껴지는 것 같고, 움직이고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도 같은데 세고비아가 아주 그런 방면에 능했죠.
바루에꼬: 제 말을 혹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시지는 않을까 궁금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세고비아를 부정적으로 봤기 때문에 말입니다.
2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