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 정부부처는 의료산업 선진화방안으로 민간보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는 의료 보장성 강화를 이룬 후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생명보험회사들도 아파 병원에 갔을 때 공공 의료보험으로 해결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도록 고안된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판매허가 된지 7개월이 지났지만 보험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상품 판매가 허용되면 곧바로 시장에 내놓던 보험사들의 행태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지난 9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 고령화 대책을 위해선 먼저 의료비 부담이 늘 것에 대비해 실제 내는 입원비를 지원하는 '실손형 민영 건강보험' 상품을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덕수 경제기획원장관 겸 부총리도 8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 심포지엄` 기조연설과 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 기조연설을 통해"정부는 의료자원의 적정 공급방안과 자본기반 강화 등을 위한 영리법인의 필요성과 보충형 민간건강보험의 가능성 등 의료제도 전반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교보,대한생명 등 이른바 빅3로 불리는 3대 생보사들은 실손형 건강보험은 고령화.웰빙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상품 판매에 따른 위험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다. 소비자들이 과거 병력을 속이거나 과잉 진료를 받더라도 이를 거를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생명은 올해 안에 실손형 건강보험 상품을 내놓지 않을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병원-보험-고객 간 네트워크 구축이 완벽하지 못하고 시장성도 검증되지 않아 당분간 상품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객의 과잉 진료나 치료비 부풀리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국 병원에 대한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인데 아직 이러한 시스템 구축이 완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예컨대 고객이 1만원짜리 주사로도 가능한 치료를 10만원짜리 주사를 맞고 보험금을 청구해도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한생명은 금융감독원에 상품 인가 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다. 당장 이 상품을 급박하게 만들 이유도 없고, 돈벌이가 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업계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해야 위험이 줄어드는 데 공동 상품안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며 "상품 판매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보생명도 고객의 병력 정보 공유, 과잉 진료 예방책 등이 마련되지 않아 상품 판매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고객이 예전에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병력 정보를 알아야 하지만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다"며 "병력 정보를 알아야 보험료를 정확히 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고객의 과잉 진료 등을 막기 위해 가입자가 비용의 일정비율(20~40%)을 부담하거나, 10년짜리 보험이더라도 매년 보험료를 새로 산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병원협회 최근 보험위원회를 열어 민간보험 도입과 관련, "민간보험의 도입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공보험의 보장성이 70%에 도달한 이후에 논의될 문제며, 도입 형태도 보충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병원협회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의료시장개방과 더불어 의료산업선진화를 위한 갈 길은 바쁜데 정부는 정부대로,생보사는 생보사대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병원은 병원대로 엇박자속에 10년동안의 민간의료보험 도입 여부가 또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까 의료계는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