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는 세불 김을 다 매고 들에서 개장취념을 서너 번 하고 나면 백중 좋은 날이 슬그머니 오는데 백중날에는 새악시들이 생모시치마 천진푀치마의 물팩치기 껑추렁한 치마에 쇠주푀적삼 항라적삼의 자지고름이 기드렁한 적삼에 한끝나게 상나들이 옷을 있는 대로 다 내입고 머리는 다리를 서너켜레씩 들여서 시뻘건 꼬둘채댕기를 삐뚜룩하니 해 꽂고 네날백이 따배기신을 맨발에 바꿔 신고 고개를 몇이라도 넘어서 약물터로 가는데 무썩무썩 더운 날에도 벌 길에는 건들건들 씨언한 바람이 불어오고 허리에 찬 남갑사 주머니에는 오랜만에 돈푼이 들어 즈벅 이고 광지보에서 나온 은장두에 바늘집에 원앙에 바둑이 번들번들 하는 노리개는 스르럭스르럭 소리가 나고 고래를 몇이라도 넘어서 약물터로 오면 약물터엔 사람들이 백재일 치듯 하였는데 봉갓집에서 온 사람들도 만나 반가워 하고 깨죽이며 문주며 섭가락 앞에 송구떡을 사서 권하거니 먹거니 하고 그러다는 백중 물을 내는 소내기 함뿍 맞고 호주를 하니 젖어서 달아나는데 이번에는 꿈에도 못 잊는 봉가집에 가는 것이다 봉가집을 가면서도 칠월(七月) 그믐 초가을을 할 때까지 평안하니 집살이를 할 것을 생각하고 애끼는 옷을 다 적시어도 비는 씨원만 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