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심양에서의 하루
기차에서 날이 밝아온다. 편히 쉬었다. 여권과 지갑이 든 작은 가방도 배낭뒤에 놓았더니 별로
걱정 스럽지 않다(그러나 누구든지 나처럼해서는 안 될 것이다).무사히 잘 있다.역에 차가 설때마다
사람들이 내리고 오른다. 오늘은 기차에서 내려 다시 샤워할 수 없기 때문에 세면실(이 객차에는
화장실 옆에 세면실이 따로 있다.4인실도 마찬가지다. 세사람이 동시에 씻을 수 있다. 그리고
깨끗하다.역무원이 청소까지 잘 해 놓는다)에서 머리도 감고 면도까지 마쳤다.
여기서 한가지를 언급하기로 한다. 지난해는 '떠남'이라는 여행노트를 구입해서 여행일지를
기록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매일 매일 간단한 일들을 기록했다. 노트보다
훨씬 쉽고 좋았다. 차에서나,기다릴 때나 걸어가면서도 장소, 시간, 물건의 가격등 필요한 것을
입력하니 더 없이 좋았다. 세상이 그만큼 좋아진 셈이다. 작년에는 스마트폰을 갖고 갔어도 내 머리
속에는 기록은 노트에다 하는 것으로 꽉 박혀 있어 스마트폰에 기록 할 것은 까미득히 몰랐다.그런데
이번엔 어떤 노트를 갖고갈가 하다가 문득 메모장이 떠올라 그대로 떠나 여행하며 여기에 기록하니
너무도 쉬웠다.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 기록을 참고 하고있다. 나는 해외여행을 시작 할 때(87년)
부터 언제든지 메모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다녀와서 늘 여행기를 썼다. 달리는 버스에서, 가이더
들의 설명이 있는 곳에서는 빠짐없이 기록을 했는데 그 일이 쉽지 않았다.
8:30분 심양에 도착했다. 14시간동안 기차에서 보냈다. 한국에서는 폭우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 혹은
실종되었다는 문자가 온다.안타까운 일이다. 오늘은 오후 6:25분에 비행기로 서안에 간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우선 역앞의 KFC(컨더지)로가서 2층으로 올라가 구석진 곳을 찾아 앉았다. 얼마를
이곳에 있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그래서 한가한 곳으로 갔다. 우선 식사를 하고, 잠시 쉬었다.
아는 이들에게 전화하기엔 좀 이른 시간이다. 몇몇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연결이 잘 되는 곳으로가
잠시 있다가 비행장으로 가려는 계획이다.
컨더지에서 창밖을 내다 본다. 역 과장엔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그 중에서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이들이 여기에도 나와 있었다. 집수리,하수도 수리,전기수리 하는 이들의 광고판(?)이 뚜렸이 보였다.
조그만 흰바탕의 널판지에 빨간 글씨로 자기가 할 수 있는 기술을 적어 놓았다.처음 중국에 와서는
그런 모습이 아주 낯설었는데, 자주 다니다 보니 이것도 중국사회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이들, 시골에서 도시로 나와 직장을 갖지 못하고 이렇게 길가로
나와 일거리를 찾는 이들이 어느 도시에나 있다. 저들이 오늘도 일거리가 주어져 돈을 벌어갖고 집으
로 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번화한 거리를 바라보는 여유를 부리다가 한 시간 쯤 후 한 곳으
로 전화를 했다. 다행이 오늘 시간이 있다고 했다.집이 사산 쪽인데 그리로 오라고한다. 나는 다행이
라 생각하면서 가기로 했다.
14시간 기차로 달려와
아침을 먹는다
그래도 맛있다.
기분이 좋다
피곤하지 않다
그래서 여행이 좋은가보다
처음엔 이런 글자를 보고
참 낯설었다.
이제는 그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이 글자가 애처럽게만 보인다.
이 여인은 도시의 이름이 적힌
판을 들고 있다.
대련, 북경, 천진 .....
무려 18개 도시명이 적혀있다.
그리로 갈 사람은 다 오란다.
암표라도 갖고 있다는 말인가?
자기가 잘 안내하겠다는 뜻이겠지.
파란 불인가 보다
우리의 삶에도 파란불이 있다.
우리의 영혼엔 언제나 파란불이
켜져 있어야 한다.
도전 또 도전
도전하는 자는 아름답다.
택시를 타라고 한다.이런 경우 지명발음을 잘 해야 한다. 내가 들은대로 택시기사에게 말하다 성조가
틀리면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바꾸어주었더니 알았다고 한다.(중국에
서는 지명을 정확히 말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자신이 없으면 전화를 바꾸어 주거나, 메모해서 기
사에게 보여 주는 것이 제일 좋다.).
3년만에 지인을 만나니 반가웠다. 그분은 조선족이다.우리가 못본 동안 쌓였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또 아는 한국사람이 왔다.이는 음악을 잘 해서 이곳에서 젊은이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다음주
에 12명을 한국으로 데리고 가서 공연할 계획이란다. 그와는 한국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여 졌다. (돌
아와 8,4일 폭우가 내리던 날 그들의 공연을 보았다)우리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 후 점심시간이 되
어 식당엘 갔다.꽤 좋아보이는 식당이었다, 나보고 메뉴를 선택하라고 했지만 내가 복잡한 중국의 메
뉴를 제대로 알리 없다.(어느 식당에서는 음식의 종류를 사진으로 찍어 커다란 나무 판자에 붙여갖고
아가씨 둘이 그 판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 중국은 이렇게 재밋다.)그래서 나는 대접하
는 분에게 간단하게 먹자고 하며 일임했다. 부인과 방학동안에 남쪽으로 가서 일을 해야 할 남학생과
함께 식사를 했다.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 많았다. 그중에도새우튀김이 제일 맛있었다. 너무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다. 3년여동안 계속 이곳에 와서 그들과 나눈 교분이 있었기에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해주었다. 너무 고마워 나도 그와 관계된 음악팀이 한국에 왔을 때 작은 정성을 표했다.
이날 나는 만날사람들이 모두 시간이 없다 해도 심양시내를 거닐며 많은 것을 보았겠지만, 이렇게
연결이 잘 이루어져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갖을 수 있어 좋았다.
내가 지금 배낭여행을 한다고 하면서 중국에 와 사랑의 대접만 잘 받고 있어 본래의 여행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전반부는 방문의 성격이 짙은 스케쥴이어서 이렇게
진행 되었고 이제 후반부에서 부터는 본격적인 관광여행이 시작된다. 그러나 여행의 길몫에서 정다운
이들을 만나 함께 우정과 사랑을 나누고 또 미래를 기약하는 것은 앞으로 그들과 엉켜져가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 갈지 나도 모르는 일이다. 단순한 여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
를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발걸음 이기에 누구도 모를 미지의 세계에 대하여 또 가슴이 부풀어 온다.
비행장에 갈 시간이다. 더 오래 머무르면 좋겠지만 나는 또 작별해야 한다.그들이 비행장 까지 배웅
한다는 것을 나는 극구 말리고, 택시도 말고, 시내버스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더니 마지 못해
그러라면서 부인이 자세히 일러 준다. 지난 해 두 번의 여행 때 내가 시내버스를 타지 못했던 것이
너무도 섭섭(배낭여행의 중요한 체험이기에)해서 이번엔 할 수 있는 대로 시내버스도 많이 타보기로
했다. 그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택시로(12元) 가까운 마루왈이라는 버스정류소 까지 가서 공항만
왕복하는 버스를 탔다. 35분 가는데 15元 이란다. 택시는 80元이었는데, 나중에 올 때는 버스를
타면 더 절약 할 수 있겠다.
한가지 주의해야할 점이 있었다. 비행장 탑승장소가 두 군데여서 서안으로 가는 탑승장으로 가기위
해서는 두 번째서 내려야 했다. 버스기사에 물으니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중국의 웬만한 비행장은
이렇게 두 군데인 곳이 많았다. 베이징은 더 많고.) 비행기표를 들고 제복을 입은 아가씨에게 어디서
탑승 수속을 밟느냐고 물으니 .N으로 가라 해서 갔지만 아니란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아가씨들도 잘
몰랐다. 두 번을 더 물어 제대로 찾았다. 이렇기 대문에 공항엔 적어도 3시간 전에 가야하고,기차를
탈때도 2시간 전에 가는 것이 좋다. 나는 지난 10월 우루무치를 갔다오면서 경유지였던 베이징에서
평생 잊지 못할 일을 경험해서 이번에는 철저하게 미리 미리 준비했다).혼자 하는 여행이라 이런 뼈
아픈 경험을 하게되고, 그런 경험은 혼자서도 얼마던지 여행 할 수 있는 이력이 계속쌓인다. 이런
것이 값진 자원이다. 누가 알겠나. 비록 늦게 출발한 배낭여행이지만 나중엔 내가 배낭 여행의 대가
가 될지.ㅋㅋㅋ.좌석 티켓을 받고, 조금 일찍 검사대를 통과하여 게이트로 들어갔다. 그 안에 진열된
상품들이 어떤 것인가는 쉽게 머릿속에 들어왔다. 여러번 중국 국내여객기를 타 보니 어느 비행장이
나 비슷했다. (과일류의 제품이 가장 많고, 여행용품과 고유한 의상, 술등이 주류를 이룬다,).
심양 국내선
여행 9일 째다
오늘도 혼자다.
내내 혼자일 것이다.
그러나 외롭지 않다
오늘도 신나기만하다.
라이트형제
당신들은 왜 비행기를 만들었오
그렇게도 날고 싶었오?
당신들은 몇십미터 밖에 못 갔지만
당신들이 있어 우리는 세계를 나르오
당신들의 그 꿈....
스트듀어스의 목을 감싼 하얀선이
꼭 한복의 동전같지만
한복은 아니다
디자이너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원이 동선을 가깝고 부드럽게 해 줘서 인가?
6:40분 서안 가는 CZ6401기가 이륙했다. 두 시간 정도 나른다. 기내식을 먹고 옆자리에 앉은 40대
중반의 남자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 했다. 저녁 해질 무렵 하늘엔 가지 각색의 그림들이 그려졌다.
이야기 사이 사에 나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떤 화가가 저런 멋진 그림을 그려서 전시해 주
겠는가, 비행기로 하늘을 날 때 그야 말로 형언할수 없이 아름다운 미술품을 감상하게 된다. 비싼
입장료 없이 명품중의 명품들을 ...내가 그동안 비행기에서 가슴에 담은 작품이 수도 없이 많다. 그
미술품들은 내 영혼에 언제나 풍요함을 주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의 작품도 더 없이 아름
답게 내 삶을 빛내 주지만 하늘에 그려지는 작품들에서도 풍요로움이 넘쳐난다.
옆의 남자는 참 재미 있는 사람이다.순진했다. 나는 그에게서 중국어 단어를 여러개 배웠다.바지
(쿠즈),신발(시에),모자(마오즈),티셔츠(단슈샨)등 몇가지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나도 재미있었
지만 그 사람도 재미있어 했다.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6410기는 서안 공항에 내렸다.
서안은 처음이다. 그와 나는 사진 한장을 찍고 헤여 졌다. 사람 만나는게 이렇게도 좋은가. 전화번
호를 서로 나누지못한 것이 아쉽다.
아래에 명품 미술관을 연다
이 사람
순진했다
좋았다.
|
첫댓글 배낭여행이라 하여 마치 순례자 처럼 인적드문 곳을 고독하게 관광하는 것보다는 말씀하신 것처럼
현지의 많은 이들과 만나서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들이 훨씬 사람 냄새 나서 좋습니다.
함께한 사람이 키도 크고 훤칠한 미남형 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다양한 운무 사진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