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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김흥수)의 산행정보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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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 정맥종주 /배슈맑 님의 종주산행기 스크랩 12/6-7 가지산(큰덕골재-피재)구간종주-호남정맥 13차(보충)
배슈맑 추천 0 조회 15 07.12.13 16:4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동행자)    물푸레

(산행  시간표)

12/7   06:20        복흥마을 

          06;40       큰덕골재                     1.5km

          07:50       군치산                        2.0km

          09:48       숫개봉                        3.2km   

          11:05       봉미산                        2.2km      

          11:50       곰재                           1.1km

                     5시간 30분                    10.0km

 

12/6    09:40       곰재

          11:20       국사봉                         2.9km                  

          12:05       노적봉-땅끝기맥           1.2km 

          12:58       삼계봉                         1.6km

          13:30       장고목재

          14:30       가지산                         2.5km

          16:20       피재                            3.2km

                      6시간40분                       11.4km

                          12시간 10분           21.4km

 

 (운지버섯)

(12/6 06:00) 어제 저녁 어머님 기일을 맞아 물푸레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와 30여년전 돌아가신 님께 제를 올리고 아침 일찍

남해안 고속도로를 달린다. 이제 호남정맥의 마지막을 앞두고 지난 9월초에 방태산 종주를 위해 빼 먹은 큰덕골재-피재 구간

을 이어 걸어야  맘이 편할 것 같다. 홀로 산행이 맘에 걸려 물푸레가 동행하니 한결 힘이 되고 외롭지 않게 천천히 걸을 수

있겠다. 언제 또 자주 찾을지도 모를 화순 장흥땅을 깊이 들이마시며 중간 곰재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여유있는 구간 보충을

마무리 하리라..

 

광양에서 2번 국도로 빠져나와 벌교-보성을 지나고, 장흥 장평면을 거쳐 곰재 휴게소에 주차를 시킨다.(09:30) 날씨가 눈비를

예고하니 우선 가지산 구간을 먼저 마치고, 내일의 사정을 보아 큰덕골재-곰치 구간을 잇기로 계획한다. 날씨는 아직까지 그리

나쁘진 않지만 점점 짙어지는 구름이 맘에 걸린다. 모처럼 함께하는 물푸레에게 가지산 정상에서 멋진 풍광을 선사하여 자주

정맥길에 동행하고 싶도록 맘을 홀려 놓고 싶은데..아무튼 그리 춥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산행 준비를 서두른다.

 

 (국사봉 오름길에서-멀리 남쪽 정맥 마루금들이..)

(09:40) 곰재 지방도(장흥 장평/화순 청풍) 고갯길에서 들머리 안내판이 잘 정비되어 장흥군의 산길 정비 노력이 돋보인다.

작은 수레길 임도를 따라 오르니 큰 묘비를 지나고 오른쪽 묘소를 오르면서 본격적인 등로가 이어진다. 작은 능선 봉우리를

지나 편한 걸음으로 초겨울의 추위도 잊은 채 오르내리다 보니 너덜이 깔린 능선을 타고 올라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

선다. 국사봉이라고 적혀 있으나, 잘못 된 표지임을 미리 알고 있다. 누군가 지운 흔적이 있다.(10:26) 잠시 숨을 고르며 쉰다.

오랜만에 산행에 따라나선 물푸레가 다소 힘들어 한다. 집안 일에 매달려 운동을 제대로 하질 않는 모양이니 안타깝다.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를 두개 넘어서니 왼쪽 내림길에서 임도를 건너고, 벌목된 급경사 된오름을 잠시 지쳐 오르니 깃대봉

표지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이 또한 깃대봉 아님을 알고 있다. 그리 가파르지는 않지만 지루한 오르내림에 조금씩 지쳐

가는 물푸레가 남은 봉우리 갯수를 묻는다. 사실, 대간 정맥길에서 작은 봉우리들을 세어 본적이 별로 없다. 그냥 큰산 또는

주요 봉우리 너댓개를 넘어야 한구간이 끝날 것이고..나머지 2-30번 정도의 오르내림은 큰 관심도 없다. 그것이 마루금 이어

밟기를 즐기는 무상무념의 '자유인의 길'이니까..이 순간 우리가 이어가는 길은  오직 두사람의 자유로운 공간일 뿐이다.

"오늘 이 산 통째로 사버렸네.." 물푸레의 작은 즐거움을 확인한다. 휴일에도 산객을 만나기 힘든 정맥길..평일은 당연하지..

 

 (노적봉-땅끝기맥 갈림길)

다시 국사봉을 향해 내려서면서 잠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리고, 작은 오르내림으로 두어개의 봉우리를 넘어 백토재 임도

(운곡/이목 마을)를 지난다.(11:05) 마주 보이는 국사봉 오름길이 꽤 된오름으로 헬기장과 산죽길을 거쳐 20분 남짓 숨을 헐떡

인다. 쓸쓸한 표지판 아래서 발품을 쉬고 산죽길이 이어지는 깃대봉 까지는 아주 편하게 고개 하나를 넘는 기분이다. 아무런

표지판도 없는 깃대봉에서 병동마을을 내려다 보니 평화롭기 그지 없는 산골 마을이 노란 논밭을 끼고 자릴 잡았다.(11:50)

멀리 제암산 방향의 산그리메가 흐려지는 날씨 속에서 두 사람을 아는 체 하며 고개를 내민다. 지난 가을의 멋드러진 억새 능선

이 벌써 그리워진다. 이제 올 한 해가 끝나는 날 백운산 넘어 광양 바닷가에 닿으면 지나온 호남길에 목이 메여 어이할꼬...

 

깃대봉을 내려서서 산죽길이 이어진다.마른 잡풀이 가득한 수레길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서니 헬기장을 지나고,봉우리 왼쪽으로

감아 지난 후 노적봉(露積峰) 헬기장에 올라선다.(12:05) 북쪽 바람재로 이어지는 땅끝기맥(土末岐脈)길에 잠시 발길을 담근 후

에야 노적봉 정상표지석에서 기념을 남긴다. 화학산이 크게 다가오며 멀리 나주호가 어슴푸레하다. 그 언저리에 자리하고 있을

천불의 운주사에는 언제나 들릴 수 있을까..훗날 월출산으로 이어지는 해남 땅끝까지 300리 기맥 밟기를 위해 다시 올라서야 될

노적봉을 작별하며 정맥길은 西進을 멈추고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밟아 내린다.  지도상으로 보아 사실상의 3계수역(영산강,

보성강,탐진강)은 이곳에서 갈라지는 것이 옳다고 본다. 아무튼 지도상의 삼계봉을 향해 나아가 보는 수 밖에..

 

 (삼계봉에서-멀리 가지산이)

삼계봉으로 향하는 산죽길을 걸으며 왼쪽 병동 마을의 한가로움이 우리 부부의 걸음 만큼이나 평온해 보인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고 때로는 급한 경사길에서 힘겹기도 하지만, 편안한 마루금을 걸으며 서로를 마주 볼때는 지나온 27년간의 결혼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올해 결혼 기념일도 열흘 남짓..언제부터인가 그런 날도 챙겨보고 싶구나..신림동 학교 앞의 셋방에서

시작된 우리들의 보금자리가 어느 새 아이들 결혼을 준비해야 될때니..참 빠른것이 세월이라지만..산죽길로 이어지는 두어개의

봉우리를 넘어선 후 삼계봉이 마주보이는 삼거리 봉우리에서 간식을 나눈다. 어젯 밤 모친 젯상에 올랐던 떡과 전부침으로 점심

을 때운다.(12:35-12:50)

 

식사후 조금씩 급해지는 경사길을 조심스레 내려간다. 다행히 그리 길지 않은 내림길 후 산죽길의 편한 오르막을 10분 남짓만에

올라서니 삼계봉 표지판이 달린 삼각점의 봉우리에 올라선다.(13:00) 나아갈 가지산이 구름에 쌓여가며 어서 오라 손짓한다.

3강의 수계로서는 조금 이해가 잘 가지는 않는 지점이긴 하나, 그 봉우리 명칭은 지도상의 그것과 일치한다. 좌우 조망도 꽤

시원하고 아직은 좋은 날씨에 안도하며 잠시 식사 후 휴식을 이어갈 겸 주변을 살피며 머뭇거린다. 정맥길 봉우리마다 설치한

"준,희"님의 새하얀 표지판이 아무래도 다시 최근에 고쳐지고 있는 느낌이다.

 

 (장고목재 아래 병동마을)

삼계봉 에서 왼쪽 급경사 로프잡이를 끝낸 후 작은 봉우리를 오르면서 "준,희"팻말의 연유를 모르는 물푸레에게 애틋한 사랑을

전한다. 부산인가, 대구에 사시는 최남준님(67-68세)의 思婦曲을 일러주며 우리도 함께 살아 생전에 이 땅의 곳곳을 함께 누비며

사랑을 나누자고 제안하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그대와 가고 싶은 산, 그리움으로 솟아나고..그리움, 보고 싶은 마음.."

인생 3대 악재가 "初年出世, 中年喪妻,老年貧困" 이라 했던가..부디 몸과 맘이 편하게 작은 것에 만족하며 오래 해로할 수 있기를..

 

작은 봉우리를 넘어 산죽길에 로프가 설치된 급경사 된오름을 올라 오른쪽 능선길을 잠시 따르니  삼계봉 이정표가 다시 나오고

많은 산객들이 지나온 삼계봉의 위치가 15분 뒤에 있다고 알려준다.왼쪽 급경사 내리막에 다시 로프를 잡으며 조심스레 내려 선

후 가벼운 언덕 같은 봉우리를 넘고서야 장고목재 잘룩한 비포장 도로에 내려선다. 왠만한 4륜구동은 오르내릴만 하다.(월곡/죽동)

(13:30) 왼쪽 마을 아래 병동리 마을들을 살펴 본 후 가지산을 향해 오름길을 서두른다. 점점 날씨가 흐려지며, 아무래도 한바탕

습기가 몰려 올듯하다. 아직도 2시간 넘게 남았는데..마냥 속도를 낼 수도 없고..물푸레는 점점 지쳐가는 모습이다.

 

 (가지산 오름길의 물푸레)

통나무들로 게단을 만들어 놓은 오르막을 천천히 올라 산죽길 봉우리들을 서너번 오르내리며 가지산을 향한 고도 높이기가

평탄하게 이루어진다.오른쪽 유치면 마을들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며 된오름을 맞딱드리니 송전탑이 있는 봉우리까지는

매우 힘들다. 간간이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한다.산죽길 된오름에서 물푸레의 뒤처짐이 잦아지니 안스럽다. 예전에는 그렇질

않았는데..철탑을 지나 다시 로프가 매어진 암릉을 조심스레 손짚어 가며 급경사 길을 올라서니 가지산 이정표가 서 있다.

아직도 가지산은 저만치서 손짓하는데...다시 마주보이는 편한 오름을 지쳐 넘어서니 장평 내림길의 정맥길과 가지산 오름의

갈림길에 내려선다.(14:25)

 

배낭을 맨채로 가지산 암봉을 향해 산죽과 암릉의 급경사를 조심조심 올라서니 사방을 조망하는 기분이 여간이 아니다.

그래 이맛이야..점점 흐려지는 하늘이 서쪽에서 밀려오는 습기를 타고 눈발을 뿌리기 시작한다. 서로 기념 사진을 남기며

멀리 탐진호와 서쪽 보림사 전경을 담기에 바쁘다. 九山禪門의 迦智山 보림사(가지사)가 발 아래 고즈넉하다. 봉덕계곡을

흘러내리는 불심이 탐진호에서 머물며 흐린 하늘의 한 줄기 빛줄기를 향해 구도의 문을 두드린다. 부디 온 세상 온 백성의

평상심을 일깨워 얼마남지 않은 이 땅의 작은 일꾼 하나 뽑는 일이 잘 되어 인간 세상 자유를 향한 옳은 길이 열리기를..

 

 (가지산 정상에서)

갑작스런 눈바람이 짙어지니 하산길을 서둘러야겠다. 4봉의 표지석을 확인치 못함이 아쉽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날이 어두워

지면서 10분이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훗날 다시 또 찾아오마 약속하면서 갈림길로 되돌아 내려선다.(14:45) 이정표 팻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왼쪽 급한 경사길로 능선 사면에 이르기까지 미끄럼을 탄다. 산죽군락의 편한 능선길에서 잠시 쉬면서

지나온 가지산 봉우리들을 다시 뒤돌아 보며 보림사쪽 능선 하산길도 꽤 재미있어 보인다. 오른쪽 오르막 암릉지대를 올라

봉우리를 넘어서니 장평면 우산리 갈림길이다. 왼쪽 보광사와 오른쪽 보림사로 내려가는 안부를 지난다.(15:15)

 

이후 내림길은 참 편안하게 길어지며 작은 봉우리를 두세번 넘어 오름길에서 바위 전망대를 만난다. 발 아래 탐진강이 엷은

햇살에 은은하게 빛나고 눈발은 약해지며 구름사이로 간간이 수줍은 듯한 석양을 내보인다. 耽津(羅國/康)湖의 상류를

이루는 유치면 용문리 일대가 2004년 발간된 내 산행지도에는 남아 있다. 보림교 다리아래 공수평, 노리목,당산 마을들은 거

의 수몰되지나 않았을까..보림사가 가지산 아래서 큰 마당을 내보이며 언젠가 다시 찾아주길 유혹한다. 훗날 이땅의 9산을

돌며 산 아래 선문들을 답사할 수 있으리라..갈곳도 많고 할일도 많으니 아무튼 부지런히 걷고 다리 힘이나 길러야겠다.

(九山禪門 ;장흥 보림사,남원 실상사,고성 태안사,보령 성주사,강릉 굴산사,영월 법흥사,문경 봉암사,창원 봉림사,해주 광조사)

 

  (가지산 내림길-탐진호)

멀리 서쪽 월출산 쪽 산그리매를 즐기며 작은 봉우리를 넘고 마지막 남은 떡조각으로 허기를 채운다.(15:45-15:55) 아무래도

물푸레가 힘이드는 모양이다.왼쪽 마을들의 지붕이 보이기 시작하는 내림길을 지나 마지막 야산같은 봉우리를 넘어 오른쪽

으로 꺾어 내리니 묘지 부근에 커다란 크레인으로 임도 공사를 벌이고 있다.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산림청이나 지방

관서에서 대간,정맥길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판에 어떻게 맥길을 훼손하는 공사를 허가받는지..밭길 오른쪽을 지나

언덕을 넘어서니 청주 한씨묘역이 화려하다..아무튼 후손이 잘된 덕이겠지..수레길 임도를 따라 내리는 피재 직전 억새밭에서

물푸레의 웃는 모습을 담아 본다.(16:20)  

 

피재의 우스개 전설을 떠올리며 장평면으로 향하는 839번 도로를 걷는다. 옛날 유치면 보림사 절터에 3마리 용(백용,청용,황용)

이 살았으나, 마지막남은 백용이 눈을 칼에 찔려 이고개를 넘으면서 피를 흘리고 고개를 이루었단다. 언제 어디서나 이 땅의

역사 속에는 용트림과 고통이 깔려 있으니, 오늘 날 이 순간의 용이 되어 보겠다는 대선후보자들은 임기중에 백성들을 위해

큰 고심의 몸짓으로 그 고통의 용틀임을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인가..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물을 갈라 이 땅의 맥길을

이루었는데, 제발 그 물길을 억지로 이어 산을 넘기려는 공약만은 거두어 주시길.."The worse, the better.." 적과도 동침할 줄

아는 훌륭한(?) 당리당략의 정당들이여, 부디 권력은 백성들의 평안과 자유를 보장하기위한 것임을 명심해 달라.. 

 

 (피재의 석양) 

피재 왼쪽 싸리나무 식당에서 버스편을 물으니 보림사에서 나오는 버스가 금방 있을거라고,..둘이서 봉림 3거리까지 천천히

걸어나오며 등뒤로 넘어가는 석양을 자주 바라본다. 눈발 날리던 날씨가 다행히 개여 내일 산행에는 큰 지장이 없겠다.(16:30)

곰재 아래 노루목까지 운행하는 버스 기사님이 친절하게도 곰재 밑까지 좀 더 연장을 해주어 10분정도 걸어 오르니 곰재 휴게

소에 닿는다. 곰재 모텔을 전세(?)내고 부산에서 가져 온 과메기 안주로 이슬이 한 잔을 들이키니 이곳이 산중 낙원이라..

내일을 위해 일찍 잠든다.(12/6 화순군 청풍면 곰치모텔에서..)

 

 (군치산 오름길-복흥마을의 새벽)

 (12/7 06:00) 곰재 남쪽 봉미산 아래 농장을 일구고 있는 개인택시 기사님과 약속하여 아침 일찍 어둠 속을 달려 복흥 마을로

향한다. 지난 여름 큰덕골재 마루금에서 화순쪽 초방리로 내려와 봤기에 이번엔 남쪽 복흥리에서 오르기로 한다. 장평 석정

마을을 가로 질러 어곡리를 지나 복흥 마을 입구에서 하차한다. 큰덕골재로 오르는 임도는 자갈을 깔아 놓아 왠만한 소형차는

마루금까지 오르는데 큰 무리는 없겠다.화순군과 장흥군의 지방행정에 차이를 느낀다. 아직은 동이 틀려면 멀었고 랜턴도 하나

밖에 없으니 천천히 진행하기로 하며 임도를 꾸불거리며 걸어 오른다.(06:20) 사방은 여전히 깜깜한 산길인데 잔뜩 흐린 하늘이

새벽을 덮고 있다. "무섭지 않아?" "우리 신랑이 있는데 뭘.."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부부란 ,가장 소중한 삶의 바꿀 수 없는

행복이리라.. 

 

(06:40)헤드랜턴에 비춰지는 죽산 안씨 묘비가 지난 구간에 확인한 들머리를 반갑게 안내한다. 왼쪽 임도를 따라 오르니 왼쪽

묘지길을 버리고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선다. 커다란 묘를 지나고 오르막길에서 자칫 임도를 계속 따를 수도 있겠다.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올라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새벽의 추위에 대비하여 껴 입었던 옷 속에서 땀이 난다. 어슴푸레 동이 터옴을 느끼며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리다가 묘지를 지나 된오름을 맛본다. 마주보이는 봉우리들을 조금씩 고도를 높혀가며 오르내린다.

서너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산죽길과 벌목지대를 지나서 돌무덤 흔적이 있는 안부 사거리에서 랜턴을 벗는다. 마지막 된오름

을 10분여 지쳐서 군치(뗏재)산(414) 정상에 올라선다.(07:50) 오렌지 한조각과 빵으로 아침을 때운다.

 (숫개봉-멀리 보성 일림산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군치산 내림길에서 새벽에 지나온 복흥마을을 내려다 보니 골골이 앉은 마을들이 참 고요하다. 이 땅

저리도 평화로운 마을에 반세기전 어떤 홀림이 있어 밀려오는 해방의 영광을 누리지도 못한 채 마을 뒷산길을 따라 고향을

떠나야 했던가..배고픔의 역사 속에서 내 땅에서 내가 지은 먹거리로 오직 주린 배나 실컷 채우고 싶지는 않았을까.. 

묘1기가 자릴잡은 봉우리를 넘어서서 왼쪽 급한 경사길을 내려가니 좌우로 희미한 내림 길이 보이는 안부를 지난다. 아마도

뗏재 고개(복흥/신석)인 모양인데 '사람과 산' 지도상에 표시된 큰 임도는 잘못된 표시로 아예 찾을 길이 없다.(08:30)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를 두어개 넘어면서 지난 9월에 자유인 탐사대의 연두색 리본이 반갑게 봉우리마다 나부낀다. 올 한해

참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이곳을 지나 이제 다음 주엔 백운산 정상에서 지리산을 마주하며 호남정맥을 마감하고, 년말 광양만

포구에서 남해섬을 향하기 위해 호남기맥을 이어가겠지.. 몇명 되지 않는 호남 탐사대원들과의 정든 헤어짐이 아리어 온다.

밋밋한 봉우리를 왼쪽으로 돌아 안부를 지난다.이어지는 급경사에서 물푸레의 걸음이 현격히 뒤처지고 잇따라 나타나는

칼날 암릉지대에서 매우 조심스럽다. 한발 한발 확보를 유지하며 된오름을 기어 올라 수캐봉이 마주보이는 430봉에 올라선다.

왼쪽 능선 봉우리를 가볍게 넘어서서 임도에 내려선다.(09:00) 

 

 (산죽밭)

왼쪽 어곡리 마을로 이어지는 임도를 건너 오른쪽 숲길을 넘어서니 묘지터를 지나 오른쪽으로 임도를 따른다.5분 남짓 따르던

임도에서 왼쪽 오름길의 리본을 따라 언덕을 올라서니 다시 임도를 지나고 5분여 지쳐 올라  수캐봉 전위봉을 넘는다. 긴 봉우

리 왼쪽 사면길을 돌면서 넓은 공터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몇조각의 비스켓이 꿀맛처럼 느껴진다. 10여분의 휴식 후에 수캐봉

오름길이 보이는 능선길을 짧은 된오름으로 올라서니 산죽으로 뒤덮힌 숫개봉(수캐봉) 정상에서 남쪽 일림산을 조망한다.

점점 흐려지는 구름들이 짙게 아침 하늘을 뒤덮기 시작한다. 저 아래 지난 가을 맑게 흐르던 웅치폭포 계곡이 그립다.(09:50)

 

오른쪽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버리고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서는 듯한 방향으로 왼쪽으로 급격히 꺾어 남쪽 봉미산을

향한다. 오른쪽으로 어제 걸었던 국사봉 깃대봉 능선이 가지산을 뾰족히 내보이며 아는체를 한다. 급한 경사를 이루는 내림길

을 조심스레 미끌어져 내리며 서너개의 봉우리와 고갯길을 거친다. 마주 보이는 봉미산 높은 봉우리가 만만치 않게 다가오고

물푸레의 걸음은 자꾸 늦어지니 안타깝다.오른쪽 곰치 모텔 쪽으로 하산길이 있는 안부를 지나 임도를 건너 오르니 첫 헬기장

까지 급경사가 이어진다. 천천히 뒤따르는 물푸레의 모습을 디카에 담으니 그래도 포즈는 웃음이다. 부디 건강한 모습 그대로

이 땅의 곳곳을 함께 누비며 인생의 마지막 자락을 늘 함께 웃으며 엮어가리라..(10:45)

 

 (봉미산 정상에서)

 헬기장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난 내림길을 지나 편안한 걸음으로 두세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이젠 좀 살것 같다. 큰 오름이

없는 것을 확신한 듯한 물푸레가 조금씩 기운을 회복한다.봉미산 직전 마지막 봉우리를 왼쪽으로 감아 돌며 산죽밭을 이룬

마루금이 촉촉히 젖은 채로 양탄자 위를 걷는 기분이다. 봉미산 두번째 헬기장인 정상에서 마지막 포즈를 취한다.(11:05)

계속 오른쪽으로 급격히 꺾어 내리는 마루금이 세번째 헬기장을 지나서 심한 내리막을 타고 보기 힘든 습지가 있는 안부에서

10여분 휴식을 취한다. 마지막 곰재가 내려다 보이는 벌목된 봉우리를 넘어서면서 억새밭의 한가로움을 아쉬운듯 담고서

발 아래 농장 축사가 오늘 아침 복흥마을 까지 태워준 개인택시 기사 아저씨의 일터임을  아는 것이 반갑다.(11:50)

"20년 넘게 장평면 택시기사 생활이 꽤 ?찮었지라. 왠만한 면서기 년봉은 된거지라..요즘은 볼 일없어.. 다른 일을.."

 

이제 호남길 마루금 이어 걷기가 완성되어 간다는 즐거움에 이번 주 여행은 참 보람을 느끼며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곰재(장평/청풍)839번 포장길에 조금씩 빗방울이 비친다. 서둘러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양재동 부근에서 평일답지

않게 밀린다.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소식이 어젯밤에 무슨 난리가 났었나 보다. 총기 강탈 사고로 온통 검문을 하며

막으니 이리저리 막히지 않는 길이 없구나. 아! 서울이여!!  전철을 이용해 겨우 산케 벗들과의 교대 앞 약속 장소에 닿는다.

홀로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는 물푸레가 시장할 것 같은데...늘 미안할 뿐이다.

 (곰재-가지산이 보인다.)

12/11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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