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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리산과 섬진강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대은(大隱)
烏瞰圖
시제1호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해설= '오감도'는 조어로서 원래는 '조감도' 입니다. 여기에서 이상이 '새 조'를 '까마귀 오'로 바꾼 것은 이어령씨에 의하면, '까마귀와 같은 눈으로 인간들의 삶을 굽어 본다는 뜻이 되므로 오감도가 갖는 기술용어가 시적인 상징성을 띠며, 동시에 암울하고 불길한 까마귀가 이미 부정적인 생의조감을 예시하는 시적 분위기'를 나타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답니다. 다 아시겠지만 '오감도'는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7월 24일 부터 8월 8일까지 연재한 시로서, 연재 도중 독자들의 비난으로 중단된 연재시의 표제입니다. 여기에서 시가 중단된 것에 대한 이상의 견해를 들어보겠습니다.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년씩 떨어져도 마음놓고 지낼 작정이냐. 모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 놀고만 지냈던 일도 좀 뉘우쳐 보아야 아니하느냐. 열 아무개쯤 써 보고서 시 만들 줄 안다고 잔뜩 굴러다니는 패들과는 물건이 다르다. 2천점에서 30점을 고르는데 땀을 흘렸다 ......(중략)...... 다시는 이런-물론 다시는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이고 우선 그만둔다. 한동안 조용하게 공부나 하고 딴은 정신병이나 고치겠다.
" 정말 대단합니다. '오감도'를 30호까지 계획했다니, 아니 그 보다 '오감도' 같은 시를 2천점이나 썼다니... 각설하고 '오감도' 시 제1호를 해설하겠습니다. 이 시에 등장하는 '13인'의 의미에 대해서는 그동안 (1) 최후의 만찬에 참석한 예수님 이하 13인(임종국), (2) 위기에 당면한 인류(한태석), (3) 무수한 사람(양희석), (4) 당시의 13도(서정주), (5) 이상 자신의 기호(고은) 등등 다양한 견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의 시와 산문에는 숫자적 이미지가 많기 때문에 굳이 위와 같은 알레고리로 읽는 것은 타당치 않습니다. `13'인의 어떤 지시적 의미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시의 후반에서 '아해'의 의미와 결합되어 불안을 표상합니다. 이 때 '13인'은 상징적 속성을 띠게 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문학적 상징은 아닙니다. 결국 '13인'은 기호와 상징의 중간개념으로 인식됩니다. 아무튼 이 '시 제1호'는 좌우대칭 혹은 전후대칭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좌우대칭이 외부구조로 나타난다면 내부는 병렬과 대립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대표적 기법은 반어(irony)이며, 불안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