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와 지리산

[이선길]

2001.6.16 18:20 집
나는 준비를 어제부터 했기 때문에 바쁠게 없는데 草는 계속 부시럭 거리며 부산하다.
낮에 신세계에 가서 한바탕 등산복을 사 왔으니 입어보고 거울보고 색깔 맞쳐보고 야단이다.
나는 플라스틱 숫깔 챙기고 (가벼운거) 치약 작은 것 챙기고 .....
나는 草 몰래 소주 1 팩 챙겼다. 히히.....

23:31 여수행 무궁화 호
영등포 역 구내 약국에서 草의 잇몸 약 사는데 너무 비싸서 근처 약국 세 군데나 뛰어 돌았지만
자이날이 없어 다시 역구내 처음 그 약국에서 사야만 했다. 역 구내에서 밥 사먹지 말고 물건 사지 맙시다.
한번 보고 말 사람이라 바가지 쒸웁니다.
김 샜는데 열차에 올라 달리는 열차 안에서 3 시간전 집에서 얼려갖고 온 맥주가 시원하고
한치 (어제 맥주집에서 남아 가지고 온 )가 향기롭다.

6.17 00:46 열차 안
草는 맥주 한 캔과 과자 한 봉지 먹고 자고 있고,
나는 맥주 두 캔을 아끼고 아끼며 마셨는데 1시간 15분 만에 다 마셔 버렸다.
이제 부터는 무얼하지?

05:13 성삼재
구례구 역에서 택시 합승할 父子를 만나 같이 제첩국 아침을 먹고,
점심때 먹을 주먹 밥과 열무김치 챙기고 택시 합승 (4인 23,000원 )하여 성삼재에 왔다.
매표소 통과 시간이 04:47분 인데 매표소 직원이 막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간신히 무사 통과, 2600원 * 4 = 10,400 원 벌었다.

10:10 연하천 대피소
임걸령, 토끼봉, 삼도봉 지나 연하천 도착후 라면 주문 해놓고 맥주 1 캔씩 마셨다.
한적한 시골집 앞마당 모냥 젊은이 15명 정도 한가로이 커피 끓여 마신다.
컵 라면 양이 너무 적었지만 식당에서 가져온 시어 꼬부라진 열무 김치는 절묘했다.
발담그고 사진 찍고 1 시간 쉬었다.

17:34 세석 산장
세석에 16:20 분 도착. 즉시 허기를 달랬다. 컵 라면, 설 익은 햇반,
깻잎, 참치 너비아니 (집에서 가져 온것 )
구례구 역 앞 식당에서 가져온 시어 꼬부라진 열무 김치,
소주 1 팩씩 마파람에 게눈 감추고.....
허기가 남았으니 어쩌랴.
헌수형 휴대폰은 십 수번 안터지고 초콜릿 씹으며 식탁에 앉아 이 글을 쓰고있다.
으실으실 추워온다. 다음에는 버-너 갖고 오고 먹을것 충분히 가져 와야겠다.
오늘 산행은 草와 함께 호젓했고 세석에 막 도착해 에어콘 같은 초저녁 산 바람은 최상의 즐거움 이었다.

18:39 산장의 저녁
草는 양치하고 잔다고 올라갔다. 담배 한 대 피워 무니 안개가 자욱이
올라와 온 세상을 덮었다.
투숙객들도 삼삼오오 늘어났고, 제각기 버-너에 라면, 밥,
찌게를 끓이며 먹는이들 서너팀. 세석 산장의 저녁은 은근히 다가온다.
저마다 제각기 분주 하지만 조용하다.
나도 오지 않는 잠 재촉 해야겠다.

21:28 세석 산장의 밤
옆에서 바시락 거리는 소리에 깨었는데, 1 시간 가량 잤을까?
꽤 많은 등산객들이 들어와 있다. 이미 자는 사람,
잘 준비 하는 사람.....
답답해서 밖에 나갔더니, 일행을 기다리는 팀,
회사 단합 대회 하는 팀, 둘이서 소주 마시는 팀, 남녀 혼성 팀.....
아직도 산장은 움직이고 있다.
담배 한대 피우고 들어와 보니 草는 곤히 자고 있다.
두 세명이 조용히 코를 골고 있고,
이따금 단합 대회 팀의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산장 내부는 춥지 않다.
난방을 하나보다.
윗층 여성 방은 구석마다 4명이 자고있고 나는 무료하다.

6.18 05:37 산장의 아침
草가 더듬 거리기에 깼다. 후레시를 찾는다.
나갔다 들어오면서 비가온단다.
나가보니 온통 안개속에 전방이 안보인다. 큰일이다.
일단 출발 준비를 하기로 하고 담요를 개고 반납해보니 이미 30여명은 ( 반납한 담요 숫자 )
천황봉으로 떠났다. 밖에는 강풍까지 분다.

06:47 산장 식탁
草가 천황봉에 가자고 해서 나섰더니 빗방울이 굵어졌다.
20분 올라가다 의논하여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세석에 내려와 라면을 먹고 거림으로 철수한다. 비에 젖어 식탁에 앉지
도 못하고 서서 라면(7시 판매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10:01 거림 매표소
산길에 물이 넘쳐 흐르고 계곡은 이미 수량이 많아졌다.
쉬지 않고 거림골을 내려오니 2시간 20분 걸렸다.
매표소에 하산 신고하고 매표소 앞 가게에 앉아 안개속 계곡 물소리 들으며
심산 운치에 젖어드니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다.
草는 맥주, 나는 막걸리, 안주는 김치, 막걸리 한사발이 원샷이다.
헌수형에게 전화해 이 황홀경을 전해주었다. (약올리기 위해)

13:11 천황식당
버스 기다리는 시간 두지바구산장(버스종점) 에서 공짜로
더운물로 샤워하고 버스에 올라 시골길 돌아돌아 진주 터미널에 도착했다.
곧바로 중앙시장 제일식당을 찾았다.
비빔밥만 판다기에 천황식당으로 옮겼다. 불고기와 비빔밥, 소주, 불고기가 옛날 맛이다.(석쇠 불고기)

15:45 진주역
비는 부슬부슬 오고있고 역 앞 광장 벤치에 앉아 草와 맥주를 마신다.
전화기가 헌수형 통화하고 비에 젖었는지 고장나서 두 번 신호
를 받았는데 통화를 못했다.
그 때 큰딸 전화왔다. 서울에 비 많이 온다고 안부 전화다.
그 통에 전화기도 고쳐졌다. 행복하다.

17:10 새마을 열차
역 앞 슈퍼에서 사온 맥주와 집에서 가져온 어란, 샌드, 칙촉, 오징어
를 즐기며 비내리는 차창 밖을 내다보니 감개무량하다.
草는 잠을 청하려고 부시럭거리고 열차는
막힘없이 달리고 있다.

[마당바위]

갑자기 지리산 종주가 고파지네... 언제나 우리부부는 산장에서,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안개구름 속에서) 마누라를 바라 볼 수 있을꼬?

[silversong]

silversong 어쩜 마당바위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을까,정말 부럽네.. 선길씨! 그리고 초마담 너무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