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대통령이 6월 13일 오전 특별기편으로 서울 공항을 출발하기에 앞서 이한동 국무총리 등 각계 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국민 인사를 하고 있다. ⓒ2000 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첫 대면은 예상을 뒤엎고 김 대통령이 평양땅을 밟는 순간 이뤄졌다.
김 대통령과 공식수행원이 탑승한 특별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것은 13일 오전 10시27분.
이때 공항 입구에 김 위원장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용순 아태평화위 위원장 등 북측 지도부와 함께 등장하자 순안공항은 마중나온 평양시민들이 진홍.빨강색의 조화(꽃술)을 흔들며 `결사옹위 김정일' `만세'라고 외치는 함성소리로 떠나갈듯 했다.
환영나온 평양 시민들은 갖가지 색의 소박한 한복을 입은 여성들과, 날씨가 무더운 탓인지 양복을 입지않은 넥타이 차림의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
▲ 반갑게 서로에게 향하는 남북정상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영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서로 다가서고 있다. ⓒ2000 사진공동취재단
대부분의 남측 수행원들은 시민들의 함성소리를 듣고 김 위원장이 직접 영접나온 사실을 알았다. 북측은 실무협상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영접을 나올 수도 있지만 '여러 사정상 그 때 가봐야 안다'는 입장을 밝혀 남측에서는 100% 확신을 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은 평양시민들의 환호 속에 김 대통령이 탑승한 특별기앞 대형 카펫 중앙에 자리했다. 함께 온 김 위원장과 김 아태평화위위원장은 대형 카펫 밖에 서서 특별기 앞문을 주시했다.
우리측 구영태 경호처장이 승강구에 올라 앞문이 열리자 김 대통령이 손을 흔들며 평양 순안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대통령은 잠시 서서 승강기 아래 카펫 중앙에 서 있던 김 국방위원장과 눈인사를 나눴고 곧바로 김 위원장은 박수로 환영했으며 김 대통령도 박수를 함께 치며 화답했다.
특별기 뒷문으로 내린 남측 공식수행원들도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감격에 겨운듯 함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승강구를 내려와 김 국방위원장에게 다가섰고 김 위원장도 서너걸음 앞으로 나오며 김 대통령과 역사적인 첫 악수를 했다. 두 정상은 손을 맞잡은 채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이어 뒤따르던 엷은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이희호 여사에게 다가가 '반갑습니다'라고 환영했다.
▲ 평양 시민들이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의 첫 상봉이 이뤄지자 환영나온 평양 시민들은 화려한 조화를 흔들며 노도처럼 `결사옹위 김정일' `만세' 등을 외치며 뛰면서 열광했고, 북측 혁명음악대의 연주가 장엄하게 울려퍼졌다.
김 대통령은 이어 웃으며 김 위원장의 안내로 의장대를 사열했고 이 과정에서 김 대통령이 서너걸음 앞서 나가자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잠시 걸음을 빨리 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사열대 앞을 통과하자 혁명음악대 책임자인 북측의 대좌가 큰 목소리로 `조선인민군 총사령관' 등 김 위원장의 직함을 열거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마중하기 위해 나왔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인사했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어 북측 의장대를 사열한 뒤 도열해 있던 북측 지도부를 소개받고 인사를 나눴다. 북측에서는 노동당 간부와 평양시당위원장, 문화상, 보건상, 교육상, 체육부장 등 10여명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소개가 끝나자 김 대통령과 함께 걸으며 '날씨가 매우 좋다'고 말을 건넸으며 김 대통령도 '회담을 하기 좋을 것 같다'고 잠시 날씨를 화제로 얘기를 나누며 공항 중앙에 마련된 사열대로 향했다.
▲ 양 정상이 북측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도중에 북측 화동들이 나와 김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꽃다발을 건네자 이를 곁에서 지켜보던 김 위원장은 웃으며 박수를 쳤고 김 대통령 내외도 '반갑습니다'라며 화동들과 가볍게 입맞춤했다.
김 위원장은 사열대 옆에 서 있던 우리측 공식 수행원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뒤 김 대통령을 중앙 사열대로 안내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임동원 대통령특별보좌역, 한광옥 비서실장,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 등 우리측 공식수행원을 소개받을 때마다 '아 그래요'라며 아는듯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사열대에는 중앙에 김 대통령, 왼쪽에 김 위원장, 오른쪽에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자리해 의장대를 사열했다.
김 위원장은 의장대가 다 지나갈 때까지 반 거수경례 자세로 지켜봤으며 김 대통령은 차렷 자세로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김 위원장이 사열행사가 끝나 박수를 치자 김 대통령도 박수로 인사한 뒤 다시 김 위원장과 악수를 했다.
이어 두 정상은 차로 이동하기 위해 환영나온 평양시민들 앞을 지났다. 김 대통령이 김 위원장보다 두걸음 앞서 걸었으며 뒤따르던 김 위원장은 `김정일'을 외치며 열광하는 시민들을 바라보며 간혹 박수를 치며 응대했다.
김 대통령은 평양시민들의 환영이 고조에 달하자 잠시 카펫을 벗어나 시민들에게 다가가 두명의 시민과 반갑게 악수하며 '반갑습니다'고 인사를 건넸다. 김 위원장은 웃으며 이를 지켜봤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걸을 때마다 평양시민들은 열광적으로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김 대통령은 북측에서 제공한 승용차에 오르기 직전 평양시민들을 좌우로 돌아보며 손을 흔든 뒤 승용차에 올랐다.
▲ 민속공연하는 북한배우들, 6월 13일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관람하는 가운데 북한 배우들이 민속공연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이 승용차 뒤편 오른쪽에 앉을 때까지 기다린뒤 왼쪽문을 통해 옆자리에 동석했다.
남측 한 수행원은 '사실상 승용차 안에서 남북 첫 정상간 대화가 시작됐다고 볼수 있다'고 말했다.
북측의 한 안내원은 '경애하는 장군님이 나오셨다. 조국통일을 바라고 한 민족이라는 마음으로 나오셨다. 원래 잘 안나오신다. 무더운 날씨를 마다하지 않고 나오셨다'면서 '통일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포용하실 수 있는 분이 우리 장군님이다'라며 김 위원장의 공항마중이 이례적인 일임을 강조했다.
또다른 안내원도 '원래 잘 나서시지 않는 분이다. 외국의 귀빈들이 많이 왔어도 한번도 공항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김정일 장군님께서 넓은 가슴으로 나오신 것으로, 남측의 통일사절들이 그 뜻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처음엔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긴장이 풀린 탓인지 자주 웃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공항 환영행사를 하는 동안 남측에서는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한광옥 비서실장, 안주섭 경호실장, 북측에서는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군 지도부가 뒤를 따랐다.
첫댓글 5년 전의 신문기사지만 그래도 관촌중학교 학생들이 통일편지를 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자료감사합니다^^
또다시 그날의 감격이 밀려오네요...... 감사합니다 종아니님
영수기님이 자료로 인정해주시니까 한결 가볍습니다..영수기님의 격려가 힘이 됩니다.. 북한의 사진과 615를 전후한 기사를 답글로 계속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