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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2월 15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215화] 뜻만 좋으면 미소금융이 잘 되는 건가
청와대가 '친서민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자랑하는 '미소(美小)금융'의 첫 사업장이 오늘 수원에서 문을 연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저신용ㆍ저소득층에게 저리로 생활비와 창업자금 등 자활자금을 대출해주는 정부 주도의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신용대출)사업이 삼성그룹 미소재단 출범으로 닻을 올리는 것이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미소금융재단은 대기업 및 은행권의 기부금과 휴면예금 등으로 2조원대의 기금을 조성해 신용등급 7등급 이하 계층 25만여 가구에 연 5~6%의 저리로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1억원을 빌려 줘 자활을 돕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 연설에서 이 사업에 대해"정부의 철학이 담긴 서민정책"이라며 "대기업들이 서민들에게 직접 자활의 기회와 기쁨을 주는 일에 나선 것은 시대를 앞서가는 모범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업 취지와 구상대로 잘 운영된다면 금융위기 와중에 제도권 금융에서 더욱 소외된 저신용층에게 더할 나위 없는 단비이고, 세계 금융사에 한 획을 긋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획과 인프라 설계는 정부가, 기금 조성 및 운영은 민간이 맡는 사업모델이 유례없는 실험인 데다, 준비기간도 짧아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 사업은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는 회수율 관리가 생명이다. 따라서 대출 심사에서 교육, 경영컨설팅 등에 이르는 지역밀착형 사전ㆍ사후 관리프로그램이 있어야 가능하다. 유능한 관리인력을 최소 비용으로 확보해야 하는 모순도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은 도외시한 채 출연 및 사업주체가 삼성 현대차 SK LG POSCO 롯데 등 쟁쟁한 대기업과 내로라는 은행들이라는 점만 내세운다. 다들 금융ㆍ재무 노하우를 갖고 있으니 허투루 돈을 대출하거나 나눠먹기 식으로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태도는 순진하다기보다 무책임하다. 이런 저런 권력과 정치권의 청탁과 압력이 주인 없는 돈에 쏟아지면 기금 고갈, 금융질서 문란, 신용불량자 양산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잘 되면 정부 덕, 잘못되면 기업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215화] 겉만 번지르르한 노동·복지 분야 업무계획
정부가 어제 노동·보건복지·여성 분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강화 대책을 내놨다. 간병서비스를 공식 의료서비스로 제도화하는 것 등을 통해 보건복지 분야에서 1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간병서비스 제도화는 저소득 중증환자 지원과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부분의 정책은 말만 그럴듯할 뿐 예산이 없거나 효과가 부풀려진 것들이 많아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다.
간병서비스 제도는 34억원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가 국회 상임위가 100억원으로 늘려놨다. 그러나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태에서 1만명의 일자리 창출만 강조하고 있다. 100억원 예산이 통과된다 해도 간병인 1인당 연간 100만원에 불과하다. 1만명 고용 창출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2010년 건강보험 적용 등 거창한 계획을 늘어놓고 있다. 실천 방안은 없고 사업계획 치장에 치우친 느낌이다.
노동부가 내년 200개를 포함해 2012년까지 사회적기업 1000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가 계획을 세운다고 갑자기 사회적기업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열정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고 기존의 경험과 노하우, 우호적인 사회적 여건, 정부 지원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책상 위에서 머리로 짜낸 계획으론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뿐 아니다. 일대일 취업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업주치의 제도나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일대일 단골의사제 역시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환자가 최소한의 자기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우리의 의료 현실에서 가능한 계획인지 묻고 싶다.
저소득층에 대한 한시적 지원대책을 중단하겠다는 것도 잘못된 방향이다. 특히 한시생계보호 대상자 41만명에 대한 지원금 4100억원과 긴급복지비 260억원 등은 재검토돼야 한다.
정부는 금융위기를 넘겼으니 정상적인 복지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민간후원 등에 의존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 쪽에서는 회복 전망이 어둡다고 계속 돈을 풀면서 복지 쪽에서는 예산을 쥐어짜는 이중적인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경기가 살아나도 고용 등 서민의 체감경기는 6개월 이상 지나야 회복되는 게 보통이다. 오히려 경제 분야에서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사회 분야에선 서민층 보호장치를 연장하는 게 옳다.
[동아일보 사설-20091215화]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는커녕 법으로 보장할 건가
한국노총이 한나라당에 노조 전임자의 통상적 ‘노조 업무’를 유급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내년 7월부터 노조 전임자 무급제를 도입하되 단체교섭 등 통상적인 ‘노조관리 업무’ 시간에 한해 임금을 지급하는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두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 범위를 상급단체 활동, 교육 등으로 넓히고 타임오프제를 어길 경우의 처벌조항을 없애라며 사실상 무제한 유급 노조활동 허용을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당초 노사정이 합의했던 ‘노조 전임자 무급 원칙’은 유명무실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개악(改惡)이 된다. 현행법은 ‘전임자가 사용자로부터 어떤 급여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단 2009년 12월 말까지 적용을 유예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의 요구대로라면 전임자가 파업을 준비하고 근로자에게 투쟁교육을 시키는 시간까지 포함해 사용자는 임금을 줘야 한다고 법으로 못 박는 것과 같다.
한국노총은 2년 6개월의 복수노조 유예기간에 모색하기로 한 창구 단일화와 관련해서도 산별노조를 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구했다. 개별노조의 쟁의권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안이 수용되면 기업들은 중복 협상에다 잦은 쟁의행위 때문에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당초 노사정 합의를 깨고 개정안에 한국노총 요구대로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 조항을 타임오프제 대상에 끼워 넣었다. 한국노총은 문간에 발을 걸치기가 무섭게 안방까지 차지하려 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책연대를 하는 한국노총을 무시하기 어렵겠지만 이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노사관계 선진화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선진국에서는 노조 전임자 임금을 포함한 노조 운영비 전액을 노조가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은 노조가 사용자에게 금전을 받으면 1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문다. 프랑스도 종업원 수에 따라 월 10∼20시간에 한해 유급으로 인정받을 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노조 전임자의 수가 많을수록 파업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노동귀족’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전임자들은 투쟁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주 “노조 전임자가 정치투쟁에 할애하는 시간은 노조활동 지원 대상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호전성은 해외에까지 악명이 높아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렸다. 노조를 정상화하지 않고는 기업 및 경제의 체질 개선도 국가 선진화도 어렵다.
[조선일보 사설-20091215화] 북송(北送) 재일동포 9만명의 지옥 생활 50년
1959년 12월 14일 오후 2시 일본 니가타(新瀉)항에서 재일동포 975명이 두 척의 소련 선박에 나눠 타고 북한 청진항을 향해 떠났다.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말을 믿고 귀국길에 오른 재일동포 북송단 1진이었다. 배에는 '재일동포들의 귀국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나붙었고 부두에선 조총련이 흔드는 인공기가 물결을 이루는 가운데 '김일성 찬가'가 울려 퍼졌다. 재일동포는 일제 식민지 시절 강제 징용으로 혹은 태평양 전쟁 치하에서 식량 공출로 입에 풀칠조차 하지 못하게 된 농촌을 떠나 일본 땅에 건너왔던 사람들이다. 망향(望鄕)의 설움을 안고 살던 이들의 북송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조총련은 북한을 "즐거운 노동과 행복한 생활로 웃음과 노래가 시(詩)처럼 흘러가는 곳"이라고 선전했고, 조총련계 문화인과 지식인은 물론이고 일본의 좌파 지식인과 언론들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
그로부터 꼭 50년, 부모·4형제와 함께 1963년 111차 북송선을 탔다가 2003년 북한을 탈출한 고정미씨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북송 50년은 북한과 조총련이 사기(詐欺)로 재일동포 9만명을 북에 끌고 간 대(大)유괴사건"이라고 했다. 고씨는 일본에서 조총련의 사기행위를 고발하는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도착 첫날 북한 풍경에 낙담해 '일본에 돌아가겠다'며 울던 열 살 오빠는 수용소에 끌려가 대소변 위를 기어다니며 동물처럼 살다 죽었다"고 했다. 그는 함께 배를 탄 사람 대부분이 북한에서 지옥 같은 삶을 이어갔다고 증언했다. 1990년대의 대기근 때 북송 교포와 그 후손들은 더 혹독한 차별과 감시를 받으며 굶주림 속에서 세상을 떴다.
재일동포 북송사업으로 1959년부터 1984년까지 북한에 끌려간 재일동포와 일본인 처, 가족이 9만3340명이다. 북한은 남한보다 북한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북한 체제를 선전하기 위해서, 일본 정부는 사회 하층을 이루는 재일동포에 대한 치안부담과 재정부담을 줄이려고 서로 재일동포의 손을 끌고 등을 밀었던 것이다.
당시 조총련 간부로 재일동포 북송에 앞장섰던 장명수씨는 수기 '배반당한 지상낙원'에서 북한을 거짓 선전해 동포를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수많은 일본의 좌파 지식인·언론인 가운데 좌파 이념에 중독돼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미화하며 재일동포의 등을 떠밀어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속죄하고 용서를 빌었던 사람은 없다. 일본의 좌파 역사학자 데라오 다로는 북송사업 시작 무렵 북한을 직접 보고 와 쓴 '38도선의 북쪽'에서 "북한이 1~2년 후 공업생산력에서 일본을 능가할 것"이란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는 1960년 다시 북한에 갔다가 북송 재일동포들에게 "북한을 안다는 네가 양심이 있다면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며 뭇매를 맞을 뻔한 일까지 있었다.
50년 전 북한에 건너갔던 9만명의 재일동포 1세대는 대부분 허울뿐인 조국 땅 북녘 하늘 아래서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났다. 혼백(魂魄)마저 흩어져버린 그들의 넋을 이제 누가 달래줄 수 있겠는가.
[서울신문 사설-20091215화] 상임위장 독선 막을 장치가 대안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다수당이 맡는 쪽으로 국회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오죽하면 이런 방안까지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사실 지난 정기국회의 해태(懈怠)는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예산심의 지연은 유례가 없고, 법안 처리 수도 지난 5년 사이에 가장 적다. 특히 교육과학기술위와 환경노동위 등 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는 법안 처리율이 10% 안팎에 불과한 ‘불량 상임위’로 꼽힌다. 안 원내대표의 말마따나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원활한 국회 운영의 걸림돌이 돼 있는 셈이다. 많은 선진의회가 상임위원장 전체를 다수당이 맡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임위원장을 여야가 나눠 맡는 현 제도의 순기능 또한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과거 13대 국회 때 민자당이 정당별 의석 비율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을 들고 나와 관철시킨 것은 물론 여소야대 국면을 타개해 보려는 궁여지책이었다. 그러나 이에 힘입어 여야 간 타협에 의한 국정운영이라는 정치문화가 형성됐고, 숱한 진통 속에서도 ‘다수의 횡포’로부터 국회를 지켜온 게 사실이다.
문제는 상임위원장 배분이 아니라 상임위원장이 너무 많은 권한을 쥐고 있다는 데 있다. 현행 국회법은 안건이 상임위에 회부돼도 위원장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으면 단 한 줄도 논의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노·사·정 3자합의가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 개인에 의해 묵살될 수 있는 것도 이런 맹점 때문이다. 상임위원장의 독선을 막을 장치가 더 급하다고 본다. 안건 자동상정제를 도입하고, 일정 기간 심의하면 자동으로 표결에 부치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 필리버스터제 등 반론 보장을 위한 방안도 마땅히 곁들여야 할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무려 100여개의 국회 운영 개선 법안들이 쌓여 있다. 제발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는 국회를 보여 주길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215화] 항구적 일자리 창출 추진체계 강화해야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서민 · 고용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 · 노동부 · 여성부 · 보훈처 합동 보고를 시작으로 정부 부처들의 2010년도 업무보고를 받고,서민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내실화를 주제로 합동토론회를 가졌다. 각 부처가 내놓은 다양한 일자리 창출 방안들은 서민복지와 고용대책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서 어느 것 하나 시급하지 않은 대책이 없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업들과 달리 서민들은 아직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며 서민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배려를 강조했다. 최근 발표된 내년 경제운용계획의 최대 국정과제를 '일자리 창출'로 삼은 것과 같은 맥락(脈絡)이다.
이날 보고에서 복지부는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 15만개 창출을 목표로,2011년부터 간병서비스를 보험급여대상에 포함시키고,'해외환자 유치 선도기업'을 육성키로 했다. 노동부는 기업의 인사 · 노무 경력자를 전국 대학의 '취업지원관'으로 배치하고,구직자와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중개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추진키로 했다. 여성부의 경우,가사나 육아 등 여건에 따라 근무형태 · 시간을 조절하는 '퍼플잡' 확산을 위해 시간제근무 공무원제도를 시범 도입하는 동시에 민간기업 유연근무제 도입촉진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유용한 일자리 창출 방안들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들 대책들이 성과를 거두려면 보다 효율적이고 통합적인 추진체계 구축과 지원제도 등 사회적 인프라 및 여건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내년에 대통령 주재의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신설해 월 1회 이상 산업 · 노동 · 교육 등 범정부 차원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조율하고 정책 추진을 점검키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특히 이번에 노동부가 제기했듯,내년부터 노동시장을 빠져나가는 1955~1963년생의 700여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 문제 또한 방치할 일이 아니다. 노 · 사 · 민 · 정의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 정년연장 등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대책이든 항구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자리 정책의 최우선 순위이자 근본 대안은 투자 활성화에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091215화] 뉴스피크
‘나쁘다’는 말이 아예 없는 나라가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나쁜 일도 좋은 일로 여길 거라며 금지시킨 탓이다. 이 나라에선 전쟁 담당 부처를 ‘평화성’, 거짓 선전만 일삼는 기구를 ‘진실성’이라 일컫는다. 뒤바꿔 부르면 전쟁이 평화로,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리라고 보는 거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독재국가 오세아니아 얘기다. 소설 속 독재자는 기존 언어를 이런 식의 ‘뉴스피크(Newspeak)’로 대체시킴으로써 사회를 물 샐 틈 없이 통제하려 한다. 오세아니아 사람들에게 언어는 생각과 행동을 가두는 감옥이 된다.
흔히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고 알려진 완곡어법을 ‘뉴스피크’에 빗대는 지적이 있다. 인종·성·나이 등에 따른 차별적 언사를 일체 삼가려다 보니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정도가 심각하다는 비판이다. 미국 역사의 주춧돌을 놓은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 죄다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성차별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그냥 ‘건국자들(Founders)’로 부르자고 할 지경이다. 흑인을 ‘블랙(black)’ 대신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 American)’으로 칭하는 게 굳어진 바람에 블랙베리(Blackberry·인기 스마트폰 상표)도 ‘아프리칸 아메리칸 베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우리나라 역시 정치적 올바름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불구자’가 ‘장애인’이 된 데 이어 일반인들을 ‘비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게 당연시된 지 오래다. 얼마 전엔 정부가 나서 미혼모를 ‘싱글맘’이라고 하자더니 노숙자를 ‘홈리스’로 대체하는 법률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라는데 글쎄다 싶다. 그저 같은 뜻의 영어 단어로 바꿔 부른다고 미혼모와 노숙자가 근사해 보일 리 없으니 말이다. 생각이 달라지지 않는 한 아무리 말장난을 쳐봤자 부질없는 일이다.
혼혈 아동들을 ‘튀기’ 대신 ‘다문화 가정 자녀’라고 부르는 요즘도 우리네 인식이 제자리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늘 학교 끝나고 ‘다문화’들 다 남아”란 선생님 말에 “왜 내가 김○○가 아니라 다문화야!”라며 울먹인 아이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형편이 이런데 정치적 올바름이 대수일까. 문제는 말이 아니라 마음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승철(논설위원)-20091215화] 시진핑
2002년 4월30일부터 사흘간 당시 중국의 차기 지도자인 후진타오 국가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는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각료들을 잇달아 만났다. 의회 및 재계 지도자들이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그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일본 특파원이 미 국무부 고위관리에게 “중국 부주석은 상징적 존재일 뿐인데 미국이 환대하는 것은 그가 차기 지도자이기 때문이냐”고 시샘어린 질문을 했을 정도다. 이 관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정작 후 부주석은 의전적 행사 외에는 사진촬영도 거부할 정도로 저자세로 일관했다. 그의 요청에 따라 체니 부통령과의 오찬은 공식 오찬에서 개인 오찬으로 격이 낮아졌다. 그가 묵고 있던 백악관 옆의 윌라드 콘티넨탈 호텔도 전혀 요란스럽지 않았다. 호텔 앞에 게양된 중국 오성기와 파룬궁 지지자들의 시위가 후 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 중이라는 사실을 짐작케 해주었을 뿐이다. 미 언론들은 후 부주석의 ‘화려한 잠행’이 장쩌민 국가주석의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풀이했다.
어제부터 시작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아시아 순방이 후진타오의 방미와 달리 요란하다. 심지어 첫 방문지인 일본에서는 그의 일왕 면담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말 그의 일왕 면담 주선을 요청했는데 실세인 오자와 민주당 간사장이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하토야마 총리를 통해 관행을 깨고 면담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일본은 1995년부터 일왕을 만나기 위해서는 1개월 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규칙을 지켜오고 있다.
차기 지도자들의 처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이 저자세를 유지한다. 중국의 덩샤오핑 전 중앙군사위 주석처럼 해외 순방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여 성공한 예도 있다. 그는 부총리 시절이던 1979년 방미길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를 부르고,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로데오를 관람해 ‘죽의 장막’ 속에 갇혀 있던 중국의 대외 이미지를 크게 개선했다. 그의 방미 성과는 권력기반 구축으로 이어졌다. 시 부주석의 요란한 아시아 순방이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매일경제신문 칼럼-열린마당/강형철(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20091215화] 아이폰 돌풍이 주는 교훈
휴대용 미디어 재생기인 아이팟에 휴대전화 기능이 추가된 아이폰이 우여곡절 끝에 국내 시판됐다. 그간 아이팟을 나름대로 유용하게 써온 필자에게는 이것이 은근한 고민거리다. 두 기능을 합쳤다고 하니 들고 다니기 편할 것은 분명하지만 선뜻 구매하자니 멀쩡한 아이팟과 휴대전화가 아깝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이 해외기업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마당이어서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하다.
필자를 포함한 한국 기성세대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국산품 애용`을 애국이라고 배웠다. 외제 담배를 피우면 경찰이 단속하던 시절을 경험했기에 아직도 외제를 사용할라치면 한번쯤 주저하게 된다. 이런 보호무역 정책은 많은 산업 중에서도 특히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경쟁력을 키웠다. 개인정보관리와 미디어 재생기능을 결합한 스마트폰도 한국 소비자들이 조금만 참아주면 `국산 글로벌기업`들이 아이폰 기능을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루과이라운드니 자유무역협정(FTA)이니 하는 국제무역협정 원칙이 강화된 지금 극히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는 국산품을 보호하기가 어려워졌다. 더구나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휴대용 전자기기를 소상히 알고 있고 해외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해 들여오기까지 한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국가발전을 내세우며 조금 더 참으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이폰 상륙사건`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케 한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핵심기술`의 부가가치가 높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력도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국산 휴대전화 기술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데도 아이폰 수입을 걱정하는 것은 바로 콘텐츠의 위력 때문이다. 아이팟은 실로 세계의 각종 모바일 콘텐츠가 여기에 수렴되도록 네트워킹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음악과 게임은 물론 세계 명문대학 강의도 이 시스템에 연결된다. `개방` `공유` `제휴`라는 `웹 2.0 시대`의 3대 가치가 실용적으로 구현된 사례다.
국내 관련 업계는 아이폰 시판을 역설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들은 소비자 욕구를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회로 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기술적 우위에 콘텐츠만 보강한다면 더 이상의 강자는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말기 제조사, 통신사업자뿐 아니라 여타 미디어기업과 교육기관들의 개방, 제휴,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나서 이들의 제휴를 돕는 것도 좋겠다.
우리는 세계적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에서도 전 세계 인구 대부분이 사용하는 `워드`가 아닌 `아래아 한글`을 굳건히 보유하고 있다. 휴대단말기에서도 머지않아 기술과 내용 모든 분야에서 강자가 되길 소망한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이재용(생활산업부 기자)-20091215화] 막걸리시장 키우는 길
CJ제일제당 태스크포스(TF)팀 7명이 최근 경기도의 한 막걸리 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봤다. 이 팀은 이 공장을 찾기 전 몇 군데의 막걸리 업체에 공장 견학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중소 막걸리업체 사장들이 대기업의 막걸리 시장진출에 거부감과 경계심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TF팀은 1년7개월째 막걸리 시장진출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쌀로 만든 청주 라인을 가진 롯데주류도 막걸리 시장진출을 검토했지만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주춤한 상황이다. 진로는 최근 일본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막걸리 수출을 시작했다.
막걸리의 인기가 치솟는 가운데 대기업의 막걸리 시장진출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일부 주류업계 인사에게 대기업의 막걸리 시장 참여에 대한 견해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막걸리 열풍이 뜨겁다지만 이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막걸리 열풍이 국내 막걸리 업체들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막걸리의 인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개발과 마케팅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막걸리 업체가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적극적인 연구개발 및 마케팅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연구개발 및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대기업이 막걸리 시장에 뛰어들면 막걸리 시장이 한층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업의 진출로 영세한 중소 막걸리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들도 이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국적인 막걸리 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제조는 기존 업체가 하되 품질개선을 위한 연구개발과 마케팅, 해외영업 등은 대기업이 담당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대기업이 막걸리 프랜차이즈를 개설하거나 외식사업에 막걸리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중소업체의 판로를 지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윈윈하면서 전체 막걸리 시장을 키울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
첫댓글 요즘 우리 아들래미 신문 주요기사와 사설 스크랩하느라 정신 없었는데 덕분에 편안하게 잘~쓰고 있다네 고마우이..
난 지난 사설도 한번 더 볼때가 많다. 사설의 힘은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한 사람이다. 한번씩 읽어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