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라지만, 자전거 종목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올림픽에서 자전거를 보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팬의 입장에서다. 선수들은 조금 다르다. 이미 경쟁은 시작됐다. 마누엘 퓨믹(Manuel Fumic, 독일)과 엔히크 아반치니(Henrique Avancini, 브라질) 선수는 현재 소속인 캐논데일 팩토리 레이싱 팀(이하 CFR 팀)에서 앞으로 3년 더 활동하기로 했다. 팀을 이끌며 월드컵 우승과, 궁극적으로는 2020년 동경 올림픽까지 바라보고 있다.
캐논데일은 UCI 남녀 월드투어 팀, 팩토리 레이싱 팀, 엘리트 사이클로크로스 팀, 엔듀로 레이스 팀 등 다양한 팀을 운영하고 있다. 팩토리 레이싱 팀은 MTB 크로스컨트리 종목에 출전하며 신제품을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주는 등 제품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10년째 운영되고 있는 캐논데일 팩토리 레이싱 팀에는 마누엘 퓨믹, 엔히크 아반치니, 막심 마로테(Maxime Marotte, 프랑스), 헬렌 그로베르트(Helen Grobert, 독일)와 그녀의 동생인 한나 그로베르트(Hannah Grobert) 선수가 소속돼 있다.
2010년부터 CFR 팀에서 활동하고 올림픽에 4차례 출전한 마누엘 퓨믹은 앞으로 3년 동안 자신을 믿고 지원해 주는 CFR 팀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어서 기쁘며, UCI MTB XCO 월드컵 이벤트에서의 승리와 새로운 월드챔피언 타이틀이 목표라고 밝혔다.
CFR 팀 매니저 다니엘 헤스펠러(Daniel Hespeler)는 CFR 팀이 단순히 같은 저지를 입는 선수 집단이 아닌, 전문적인 산악자전거 활동에 맞춰 훈련과 레이스를 하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또한 마누엘 퓨믹, 엔히크 아반치니 두 선수가 3년 동안 팀에서 활동함에 따라 CFR 팀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을 기대했다.
성공적인 2017년 시즌을 보낸 엔히크 아반치니는 현재 UCI 기준 세계 5위에 랭크돼 있다. 올해에는 마누엘 퓨믹과 파트너로 압사 케이프 에픽(Absa Cape Epic)에 참가할 예정이다. 3월 18일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3월 25일 스테이지 7까지 8일에 거쳐 658km를 달려야 하는, 세계 유일의 연속 스테이지 MTB 대회다.
압사 케이프 에픽은 2인 1조로 참가해야 하는데, 두 선수는 2017년 압사 케이프 에픽 첫 번째 스테이지 우승 경력이 있다. 엔히크 아반치니는 마누엘 퓨믹이라는 전설적인 선수와 함께 달릴 수 있어서 영광이라면서, 단순한 팀 메이트 이상으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마누엘 퓨믹에 대한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두 선수의 생일이 3월 30일로 같다는 점도 특이하다. 엔히크 아반치니는 프로로 활동하는 동안 계속 함께 하고 싶다며 마누엘 퓨믹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아직까지 선수들은 올림픽에 대한 말을 아꼈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대회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계획대로 대회에 출전하며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결국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세계 최정상급 실력, 세계 최정상급 자전거
CFR 팀 선수들은 스카펠-Si와 F-Si를 탄다. 효율성과 속도를 중시한 초경량 크로스컨트리 레이스 머신이다. 스카펠-Si는 앞뒤 100mm 트래블 풀서스펜션 MTB, F-Si는 앞 100mm 트래블 하드테일 MTB다. 비교적 노면이 평탄하고 효율이 중요한 코스에서는 F-Si를, 거친 지형에서는 스카펠-Si를 선택한다.
오르막과 임도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 세계적인 크로스컨트리 레이스 코스는 매우 다이내믹하다. 슬로프스타일이나 다운힐 경기에서나 보이던 바위, 드롭, 점프 등이 추가돼 기술이 부족한 선수는 철저히 가려낸다. 크로스컨트리 레이스라고 하드테일만 고집하던 시대는 지났다. 스카펠-Si는 거칠어진 최근의 코스에 최적화된 효율적인 MTB다.
리어쇽은 경량 카본 링크를 활용한 구조다. 시트스테이와 리어쇽이 거의 일직선으로 놓여 페달링에는 잘 반응하지 않고, 노면 충격은 부드럽게 잡아 준다. 뒤 브레이크 캘리퍼는 시트스테이 위에 놓여 외부로 노출되는 형태가 아니라 체인스테이쪽에 부착돼 튀어 오르는 돌이나 장애물의 영향을 덜 받는다.
스카펠-Si에는 프레임 소재와 부품 구성에 따른 다양한 라인업이 있고, 트래블이 길고 거칠게 다룰 수 있는 SE 버전도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CFR 팀 선수들이 레이스에서 타는 스카펠-Si 하이모듈러스 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포크는 역시 레프티다. 좌측에 스프링, 우측에 댐퍼가 있는 일반적인 포크에 비해 더 안정적이다. 스탠션 튜브가 아래에 있는 도립식이어서, 자연스럽게 윤활 작용도 이뤄진다. 다른 포크가 부싱 방식을 사용하는 반면 레프티는 사방으로 니들 베어링이 들어있어 브레이크를 잡거나 측면으로 기울인 상황에서도 부드럽게 동작한다.
구동계는 12단 스램 XX1 이글이다. 스프라켓과 디레일러는 다른 XX1 이글과 같지만 크랭크는 캐논데일의 Ai(Asymmetric Integration) 오프셋 적용을 위한 커스텀 부품이다. Ai는 구동계를 오른쪽으로 6mm 옮기는 캐논데일만의 기술이다. 체인스테이를 짧게 만들 수 있어서 민첩하고 힘 손실이 적다. 동시에 좌우 스포크 길이가 같아져서 휠 강성도 높다.
지난 3월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Stellenbosch)에서 열린 UCI MTB 월드컵에 CFR 팀이 스카펠-Si를 타고 출전했다. 남자 엘리트 부문에서는 막심 마로테(Maxime Marotte) 선수가 3위를 차지하면서 포디엄에 올랐고, 엔히크 아반치니가 8위, 마누엘 퓨믹이 16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여자 엘리트 부문에서는 헬렌 그로베르트(Helen Grobert) 선수가 4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크로스컨트리 코스가 험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렇지 않은 코스도 많다.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MTB에서 하드테일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이유는 코스의 영향이 크다. 점프나 드롭 없이 등산로 같은 코스에서 달린다면 가볍고 민첩하며 정비할 부분도 적은 하드테일이 좋다. 캐논데일 F-Si는 힘 손실 없는 높은 강성, 민첩한 핸들링, 안정적인 다운힐 성능 등의 장점을 지닌 레이스용 하드테일이다.
하드테일은 자전거의 뒤쪽을 고려한 용어다. 용어 자체가 이렇다 보니, 앞쪽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드테일에서 서스펜션 포크는 자전거 구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F-Si의 포크는 레프티다. 다른 포크와는 차별화된 안정감과 부드러움을 제공해, 안정적인 다운힐이 가능하다. F-Si의 다양한 라인업 중 최상급인 F-Si 하이모듈러스 팀 모델을 살펴보자.
F-Si 뒤쪽의 시트스테이와 체인스테이를 옆에서 보면 매우 가늘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조금 넓은 편이다. 라이더의 힘은 손실 없이 바퀴에 전달하고, 노면 진동은 확실하게 걸러준다. 또한 BB30 규격을 적용해 프레임 중심부의 강성이 높다. 브레이크 캘리퍼 위치는 스카펠-Si처럼 체인스테이 위쪽이다.
뒤에서 바라보면 캐논데일 Ai 기술을 이해하기 쉽다. 오른쪽 시트스테이 끝부분은 수직에 가까운 방향으로 내려온 반면, 왼쪽 시트스테이 끝부분은 오른쪽으로 많이 꺾여 있다. 체인스테이를 짧게 만들면 크랭크에서 뒷바퀴까지 가면서 생기는 힘 손실이 줄어들고, 바퀴 중심이 라이더 무게중심에 가까워져 급경사에서도 접지력이 유지된다.
구동계는 스카펠-Si 하이모듈러스 팀과 같은 스램 XX1 이글 커스텀 크랭크 버전이다. 빠르고 즉각적인 변속이 가능하며, 10-50T, 500%의 변속 범위로 급한 오르막을 오를 수도 있고, 내리막에서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앞 디레일러와 변속레버가 없으니 자전거 전체의 무게도 가볍다.
기자는 트래블 150mm 이상의 MTB를 꽤 오래 탔다. 지난겨울에는 같은 코스를 좀 더 가벼운 자전거로 달려봤다. 한 번의 드롭과 한 번의 점프, 한 번의 거친 내리막 외에는 특별히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가벼운 자전거가 오히려 편했다. 한 번의 어설픈 점프를 위해 평탄한 도로를 무거운 자전거로 달릴지, 가벼운 XC용 자전거로 산을 누빌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결정적으로, 캐논데일 스카펠-Si와 F-Si는 CFR 팀이 타는 제품이다. 당장 압사 케이프 에픽이 있고, 앞으로 UCI MTB 월드컵, 세계선수권, 조금 멀리 바라보면 올림픽이 있다. 레이스는 관람 자체만으로도 즐겁지만, 특별히 팀을 정해서 응원하면 더 즐겁다. 야구경기를 응원할 때 그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것처럼, CFR 팀 선수들과 같은 자전거를 타면 레이스 관람의 즐거움도, 라이딩의 즐거움도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