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 회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포츠로 하나됨을 연출한 남과 북이 이번엔 음악이라는 문화예술공연으로 다시 뭉쳤습니다.
지난 겨울은 무척이나 매섭고 추웠습니다. 수은주가 찍었던 영하의 최저점의 기록을 지난 겨울 여러번 경험했습니다. 그 혹한기의 추위 가운데서 꽁꽁 얼어 붙었던 우리들의 마음을 녹여주며 위로가 되었던 훈훈한 기억의 이벤트라면 당연히 동계올림픽의 그 열정과 열기를 꼽을 수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특히 남과 북이 하나된 단일팀을 만들어 올림픽에 출전한 감동의 이벤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동계올림픽의 폐막과 함께 아쉬움을 뒤로 하면서 남과 북이 곧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진 지 불과 한 달 보름 여 만에 이 땅 위에 봄의 도래와 함께 저 북녘 땅으로부터 따뜻한 봄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그것은 다 아시는 바와 같이 평양에서의 남과 북이 하나되는 문화예술공연의 역사적인 이벤트입니다. 지난 주 4월 1일과 3일 두 번에 걸친 평양에서의 두 번의 성공적인 공연은 남과 북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의미 있게 진행 되었습니다.
2005년 평양 공연이 마지막으로 있은 지 실로 13년 만의 일입니다. ‘북핵’이라는 글로벌 이슈로 ‘전쟁도 불사’하는 극한 대립상황에서 기획된 글로벌 ‘봄’을 여는 상징적인 퍼포먼스라 더욱 세계의 이목이 집중이 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의 우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만 이번만큼은 부디 달라진 모습으로 화해와 평화의 물꼬를 터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살아 숨쉬고 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난 4월 1일 13년만에 성사된 평양대동강지구 동평양 대극장에서 남측 예술단이 선보인 남북평화협력기원 <봄이 온다>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포문을 연데 이어 이틀 후인 3일에는 역사적인 남북한의 합동 공연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바로 북한 평양의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예술단의 합동 공연인 <우리는 하나>가 1만 2천석의 전 좌석을 꽉 메운 상태에서 2시간 30분 동안 역사적인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되었습니다.
이미 신문과 방송을 통하여 보도가 된 바 있지만 이번 뜻 깊은 행사에서 메인 사회자는 남과 북에서 1명씩 남녀로 구성된 혼성 MC였습니다. 남측의 대표 사회자로 선발된 소녀시대의 <서현>씨는 공연의 오프닝에서 “정인과 알리가 부른 노래 “얼굴’처럼 남과 북, 북과 남의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라는 메시지를 열었고 이어서 “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측 응원단과 같이 노래했던 악단 분들과 헤어질 때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빨리 지킬 날이 올 줄이야. 추운 겨울에서 봄이 오듯 겨울의 약속을 봄에 지키게 되어 기쁘다. 봄의 새싹처럼 새로운 희망이란 꽃이 피어나고 있는 듯하다” 며 예쁜 미소와 함께 차분하면서도 감동스런 인사말을 전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합동 공연에서는 남측 대표로 가수 윤상씨가 남측의 예술단장 겸 음악감독을 맡았고 가수 조용필, 최진희, 이선희, 서현, 알리, 백지영, 레드벨벳, YB, 정인, 강산애, 김광민 등 11개팀이 무대출연을 하였고 북측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문화공연 단장 현송월이 이끄는 삼지연관현악단이 출연하여 남측 대표들과 호흡을 맞추어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며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지금부터 16년전인 2002년 평양 공연 때 남측 대표로 무대에 섰던 가수 최진희씨는 이번에도 김정은씨의 특별한 초청을 받아 무대에 서게 됨에 감개무량함을 전하며 “그 동안 정말 많이 오고 싶었다. 내 평생 소중한 기억이 된 공연이다. 이번엔 느낌이 또 다르다. 남과 북, 북과 남에서 내 노래를 사랑해주는 게 감정과 정서가 이어지는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습니다. 특별히 최진희씨는 ‘사랑의 미로’와 북측 김정은이 특별히 요청한 노래 <뒤늦은 후회>라는 노래를 불러 열렬한 반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가슴 벅찬 장면은 피날레송으로 남과 북이 함께 부른 장면이었다고 하는데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을 부르자 객석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환호성을 내질렀으며 이어진 <우리의 소원>과 <다시 만납시다>의 곡을 부를 때는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실로 오랜만에 찾아서 대한민국의 봄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과 해석과 전망이 다각도로 피력되겠지만 그리고 ‘양치기 소년’의 우화처럼 북한이라는 집단의 속성과 그 동안의 수 차례에 걸쳐 보였듯이 손바닥 뒤 짚기 식의 말을 바꾸고 또 대화의 태도가 어느 순간에 돌변할 지 모를 일이지만 이번 만큼은 제발 무엇인가 달라 지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 땅에 진정한 평화를 위한 봄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국민 된 마음은 다 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부디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이번에 실로 오랜만에 남과 북이 하나됨을 보는 것은 저에겐 남다른 감회였습니다.
이전 회사를 다닐 때인 1998년 겨울 난생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민간외교 차원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닫힌 문을 열며 남북 경제 협력 관광사업이 금강산 일대를 중심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사업의 주축을 이룬 저희 회사 대표들이 그 북녘 금강산에서 처음으로 동계 경영 전략 회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당시 우리 회사의 민간사절들은 의미 있는 회의를 마치고 피로연을 금강산 호텔에서 열었습니다. 우리 측 대표들은 우리 민족인 북한 동포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노래도 부르며 건배를 나누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우리측 대표이사의 제안으로 남측과 북측의 작은 음악 공연이 펼쳐집니다.
당시 북측에서는 미녀 접대원들이 아코디언과 기타를 들고 나와서 말로만 듣던 북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처음 들었던 노래가 <반갑습니다>입니다. 앵콜 곡으로 북한 유행가 <휘파람>이란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어서 우리 대표님은 남측의 대표선수로 저를 지명하여 노래를 부르게 했습니다. 순간 당황 했으나 굴하지 않고 숨어있던 끼를 동원하여 북측에서 사용한 기타를 빌려서 내리 노래 세 곡을 불렀던 기억이 소중하게 남아 있습니다. 당시 제가 부른 노래는 <짝사랑> <언덕에 올라> <사랑해> 였습니다. 노래를 통해서 하나가 될 수 있었던 1998년 겨울의 작은 문화 예술 공연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우린 당시 북측의 접대원들로부터 흥미 있는 북한 가요를 몇 곡을 배우게 됩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반갑습니다 동포여러분>, <다시 만납시다>, <휘파람>, <심장에 남는 사람> 등…
그 이후 총 네 번의 기회를 통해 북한 땅을 출입하면서 회의를 하거나 회사의 행사를 진행하며 이 땅의 평화적인 통일을 염원했었습니다. 그 후 저는 그 때에 함께 불렀던 노래를 그 때를 기억하며 아직도 가끔씩 흥얼거리곤 합니다.
많은 에피소드를 남긴 남과 북의 이야기들이 2008년 예기치 않았던 남측 관광객 피살 사건을 통해 남과 북의 관계 국면이 급격히 경색되고 대화가 단절되면서 그 관계가 10년이란 세월 동안 답답하게 지속되다가 이렇게 다시 이어짐을 보게 되니 이를 바라보는 감격이 남다름은 아마도 제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기억과 경험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정말 달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저에겐 있습니다.
지난 주에 있었던 뜻 깊은 남과 북이 하나되는 공연 소식을 접하며 곧 이 땅에 찾아 올 희망의 봄의 소식과 함께 공연의 제목처럼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새날 새 땅에서 새롭게 목 놓아 부르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http://evergreenhill.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