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부터 일이 없어서 한철 겨우내내 집에서 갇혀 살았다.
날이 풀려도 일 소식은 감감하고
마음은 답답하다 못해 썩어 문드러지는지 아니면 아예 돌덩이 처럼 굳어버렸는지 모를 지경이다.
이 때 어느날 우연히 여의도에 바람이나 씌자며 아내와 함께 갔다.
나는 전기자전거를 빌리고 아내는 일반 생활자전거를 빌려서 김포 쪽으로 내려갔다.
반포 쪽으로는 전에 여러 번 가보기도 했고.
가다보니 아라뱃길 김포갑문까지 갔다.
둘러보다보니 웬 빨간색 공중전화 박스 같은 것이 있어서 가보니 자전거길 국토종주 인증 스탬프를 찍는 곳이었다.
이 때 생각했다.
이렇게 답답하고 무료하게 허송하느니 자전거 하나 사서 국토종주나 해볼까!
그 즉시 인척인 둘째 형수 동생이 하는 자전거 가게에 전화하고는 이튼날 찾아가서 일반 엠티비(MTB) 자전거에 클릿 패달을 장착하여 바로 아라뱃길 아라서해갑문으로 향했다.
부평역 근처에서 굴포천을 따라 가다 아라자전거길로 해서 도착했다.
27km 정도. 출발이 늦어서, 또 오랫만에 타는 자전거에, 또 맞바람에, 또 일상복이니 잘 될리가 있나?
어쨌건 가다보니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중도에 돌아갈까 하고 여러 번 망설였지만 이 자전거를 끌고 집에까지 가는 것도 큰 일이어서 일단 서해갑문까지 가보기로 강행했다.
도착하니 주변은 온통 깜깜한 밤이었다. 8시가 넘었다. 사위는 조용하고 어디 음료수 파는데도 없다.
어쨌건 인증샷을 찍어 가족 단톡방에 올리고 ㅋ
주변을 둘러보니 633광장(여기서부터 낙동강하구언까지 633km란다.)이란 안내판과 명패, 국토종주 시종점 조형물, 뜬금없이 “정서진” 표지석까지 있었다. 사진을 마구 찍었다.
이제 돌아가야하는데 막막하다.
주변 지하철역을 검색하니 청라국제도시역이 바로 건너편으로 표시된다. 거리상으로는 바로 건너편인데 가는 길은 빙돌아가야한다.
지도 앱을 보며 가다 좀더 빨리 가려고 지레짐작으로 들어선 길이 가다보니 웬 고속도로 진입로로 연결된다.
다시 차도 갓길과 나뭇가지와 잡초로 엉망인 보도블럭 인도를 돌아나와서 지도 앱이 가르키는대로 겨우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집에 오니 거의 11시가 다 되었던듯 하다.
하여간 이렇게 시작된 국토종주 여행이다.
본격적으로 첫날의 여정은 팔당대교까지만 갈까하다 밝은광장까지 가서 운길산역에서 전철로 귀가했다.
일반 자전거이다 보니 승객들이 눈치를 준다.
오랜만에 탄 자전거여서 팔다리허리 안 아픈 곳이 없다. 한 이틀 쉬고
이번엔 충주까지 가기로 하고는 용산역에서 새벽 첫 전철로 양평 오빈역까지 갔다.
그런데 오빈역에 내려 광장에서 출발 준비를 하는데 역무원이 나와서
어디서 왔냐며 평일에는 자전거 휴대 승차가 안 된다며 광장에 바닥에 걸어놓은 플래카드를 흔들어 보인다.
다음부터는 자전거를 안 내보내주겠다며 용산역 새끼들은 통제도 안 하고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욕지걸이로 씨부렁거린다.
정말 불쾌했다!
어쨌건 다음 인증장소인 양평미술관을 찾아 출발.
불쾌한 기분 때문에 아침 먹으려던 맘도 접고 걍 진행.
그러다 사유지와 개인 주택에 막혀 자전거길이 도로로 나서며 악전고투가 시작되었다.
길게 이어지는 언덕배기를 올라가다 하차하고는 끌고 갈수 밖에 없었다.
첫 시련. 아, 전기자전거를 사려던 계획대로 전기자전거를 샀어야 하는데 인척의 가게에 내가 찾는 전기자전거가 없어서 이 엠티비 자전거를 산걸 후회했다.
충주댐을 거쳐 탄금대까지 가며 서너 번이나 하차하여 소위 끌바를 해야만 했고
중간 쯤부터는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하며 끌바시 패달링시 고통이 상당했다.
돌아갈까도 했지만 억지로 진행하여 충주터미널까지 갔다. 여기서 귀가.
돌아오자마자 인척에게 전화하여 당장 전기자전거로 교체. 할수 없이 퀄리3 선택.
며칠 무릎 치료를 받고 쉬다가 다시 진행.
충주까지 고속버스로 이동하여 이화령을 넘고(전기자전거라 이화령까지 올라가는 길을 쉽게 올라감), 점촌터미널에서 안동으로 버스로 이동. 1박.
이화령에서 이명박대통령의 새재길 준공기념 표지석을 보았다.
무언가 밉상에 집단이지메하던 맘에 좀 누그러지는 느낌이 일었다.
이렇게 일이 없어 주유하는 상황이 문재인의 무능 때문이란 원망도 생겼다.
이명박 같은 박력과 추진력도 없는 문재인, 아니 김대중 노무현 등 소위 민주정권들의 건설업계 일거리 없애기에 신물이 났다.
왜 소위 민주정권이 들어서면 송전 일이 줄어들고 특히 올해는 아예 거의 일이 없다시피 한것인지 지금껏 맘으로 투표로 지지한 이런 무능한지, 부패·부정한 돈 받는 손을 바꾸느라 이런 불황을 초래하는지 모를 者들을 이제는 응원하지 않기로 맘을 다진다.
이명박의 보행자 우측 통행 결정(노무현 때는 탁상공론으로 하세월 하다 유야무야),
전국적인 자전거길 건설,
교통환승시스템 구축 등으로 경제 활력 증진을 위한 일들이 새삼 잘 한 일로 내 머리 속에서 클로즈업 되었다.
이 때부터 이명박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으로 비판적이었던 것, 김어준 류의 야비한 인간이란 이지메몰이에 휩쓸려 후원금까지 냈던 것이 후회되었다. 김어준 류의 사기적 후원금 모금을 한 번 파헤쳐봐야한다고 본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힌다며 추가 모금까지 하고는 제대로 밝혀낸게 있는지 의문이다. 그 후원금을 제대로 썼는지도 궁금하다.
어쨌건 이렇게 4대강과 기타 자전거길을 달리며 이명박에 대한 생각이 오히려 일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런 한가한 자전거길 주유를 하게한 문재인에게는 고맙다고 해야할까!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한 경제여건 개선에 힘을 쓰고 거기서 성과를 내야지 유능하고 내가 맘으로 투표로 지지한 보람이 있지,
무슨 되지도 않을 김정은의 조선 비핵화에 올인하는 듯한 자세는 심지어 혐오스럽기까지 하려고 한다.
북의 비핵화는 한 대통령의 임기 내에 해결할수 없는 장기과제다.
그보다는 자유왕래나 개성공단 같은 경협의 활성화로 국내 경제를 부흥시키는 것이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어 퇴임하고 노무현대통령의 묘에 떳떳이 참배할수 있는 길이다.
시작도 끝도 오로지 국민의 먹을거리 확보만이 上善의 정책이다.
일이 없어서, 무슨 여유가 있어서 하는 자전거여행이 아닌 이런 여행 아닌 여행을 하며
이 산하의 풍광을 즐기는 맛도 있지만,
제발 하루빨리 일거리가 많이 생겨서 생계 걱정이 없는 날이 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