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자극으로 상처 치유하는 스마트 반창고 시대 열린다
사진 1. 과학자들은 상처를 빨리 회복시키는 붕대를 연구해왔다. (출처: Shutterstock)
몸에 난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그냥 두면, 감염 때문에 덧날 수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위험군은 당뇨병 환자다.
‘당뇨병성 족부 질환’은 심각한 당뇨병합병증 중 하나로, 세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발에 상처가 생겨도
잘 느끼지 못하며 가벼운 상처도 급속히 진행해 궤양이나 괴저로 발전할 수 있는 질환이다.
심하면 발을 절단해야 한다.
당뇨병성 족부 질환으로 겪는 만성 상처는 전 세계적으로 비외상성 하지 절단의 가장 큰 원인이다.
작은 상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일으키니 사전에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 필수다.
그러면서 당뇨병 환자들의 특성에 맞게 치료 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체 전기를 이용해 상처 회복을 돕는 전자 반창고
사진 2.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이 만든 전자 반창고. (출처: Northwestern University)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공학과의 존 로저스 교수와 의대 외과의 길레르모 아미르 교수,
우리나라의 중앙대 첨단소재공학과 류한준 교수 연구팀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바로 상처 치유를 평균 30% 정도 빨리 낫게 해주는 ‘전자 반창고’다.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 반창고는
생체 흡수성이 있고, 무선이며, 배터리가 없는 전기 치료 시스템 반창고다.
전자 반창고는 상처 부위에 붙이는 꽃 모양의 전극과 겉면에 붙어 배터리 없이 동력을 제공하는
코일, 치유 상태를 환자의 스마트폰에 전송하는 근거리 자기장 통신 장치로 구성된다.
상처 치유의 원리는 생체 전기를 이용한 것이다.
우리 몸의 신경과 근육에서는 생체 전기가 흐름으로서 기능을 유지하는데 상처가 생기면 생체 전기가 교란된다. 따라서 전자 반창고의 생체 전기는 미세한 전류를 내보냄으로써 생체 전기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상처에 전기를 보내면 상처 치유 반응이 향상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쥐를 통해 이를 검증했다.
한 그룹의 쥐에게서는 전자 반창고와 동일한 전기 자극을 주었고,
다른 그룹에는 상처 드레싱만 하고 아무런 처치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기 자극을 받은 쥐 집단에서 상처의 회복을 나타내는 미세혈관 형성이 향상되었다.
치유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반창고의 시대
전자 반창고는 상처 치유를 도울 뿐만 아니라, 치유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상처가 나으면서 상처를 둘러싼 수분의 양도 점점 감소하는데 수분에 따라 전류도 달라지기에 전류의 양을 통해 상처가 얼마나 나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은 전자 반창고에 있는 근거리 통신 장치를 통해 스마트폰에 기록된다.
또한 연구팀은 반도체에 사용하는 ‘몰리브데넘’(원소기호 Mo)이라는 금속으로 전극을 만들었는데
몰리브데넘은 체내의 생리 기능과 연관된, 생물에게 필수적인 원소다.
연구팀은 이 몰리브데넘을 얇게 만들어 시간이 지나 인체에서 분해되고 몸 밖으로 배출되는 일회용으로 만들었다.
사진 3.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만든 스마트 붕대. (출처: Stanford University)
사실 전기 신호로 상처 치유를 촉진하는 전자 반창고는 꾸준히 연구됐다.
2022년에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하이드로겔 위에 전기 기판을 얹은 스마트 붕대를 만들어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 테크놀러지>에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스마트 붕대 역시
상처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해 함염증 작용을 유도하고,
근육과 연조직의 성장을 촉진하는 긍정적 결과를 냈다.
또 생체막의 발달을 막아 피부 조직의 회복에 도움을 주며, 세균 감염을 억제하기도 했다.
또 상처의 치유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온도 측정 기능을 넣어,
40도 이상의 열이 나면 원격으로 연결된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로 경고 신호가 전달되도록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전자 반창고, 스마트 붕대 등을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하는 것이다.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전자 반창고의 효과를 더 큰 동물에게 실험해볼 예정이다.
무사히 통과된다면 인체에까지 적용해볼 수 있다.
약품이기보다는 상처의 치유 과정을 돕는 보조 기구이므로 가까운 시일 내에 상용화될 가능성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