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일 신부(예수회, 서강대 교수)는 9월 21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교계제도 설정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교계제도 설정이 한국 교회에 미친 영향―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1962년 교구 승격 이후 서울대교구의 변화상을 살펴보기 위해 성직자 · 평신도 · 수도자 수의 변화를 되짚어 보는 데서 출발했다.
서울대교구 50년간 성직자 7배, 평신도 10배 증가 민주화운동 참여, 한국 천주교 200주년 · 세계성체대회 성공적으로 치르며 신자 급증 수도회 정체 · 쇠퇴 직면한 한국 교회, 사목적 협력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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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 신부 ⓒ강한 기자 | 서울대교구의 성직자는 1961년 주교 1명, 사제 151명에서 2011년 주교(추기경 포함) 3명, 사제 1,051명으로 약 7배 불어났다. 오세일 신부는 수도 사제를 포함하면 서울대교구 사제 중 40대의 비율이 가장 높고, 평균 47.3세일 것으로 추정했다. 교구 사제의 평균 연령이 60대 후반~70대로 알려진 유럽이나 미국 교회에 비해 서울대교구 사제들은 젊은 편이다.
한편, 1961년 13만 6천여 명이던 서울대교구 신도 수는 1991년 백만 명을 넘어섰고, 2011년 143만 명에 이르렀다. 지난 50년간 10배 이상으로 많아진 것이다.
오세일 신부는 서울 인구 대비 서울대교구 천주교 신자 비율의 변화를 세 시기로 나누어 설명했다. 우선, 1960년대~1970년대 초반에 서울대교구 신자 비율은 인천 · 춘천 · 수원교구 분할 후에도 크게 증가하지 않고 1970년대 초까지 2% 후반대에 머물렀다. 오세일 신부는 가톨릭 정치인을 대표하던 장면 총리가 5·16 쿠데타 이후 물러나면서 천주교의 정치적 입지도 축소된 점과 함께,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시작 이래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이 서울을 중심으로 거세졌지만 이농자 출신 도시 빈민에 관한 교회의 관심이 아직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를 정치·사회적으로 한국 천주교가 정체된 시기로 평가했다.
1970년대 중반~1990년대 초까지의 서울대교구 신자 수는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인다. 1970년대 중반 서울 인구 대비 천주교 신자 비율은 3.6%였는데 1980년대에 급격하게 늘어났고 1991년에는 9.3%에 이른다. 오세일 신부는 이 같은 급성장의 배경으로 다양한 요인을 지적한다. 이 기간은 박정희 정권 말기에서 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지는 때로, 지학순 주교 구속을 계기로 1974년에 결성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비롯한 가톨릭교회의 사회 참여는 한국의 민주주의 건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두 차례 교황 방문의 계기가 된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1989년 세계성체대회 등 거국적 · 국제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일 역시 가톨릭교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계속되는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불안정 심리와 정체성 상실이라는 사회 문제가 사람들을 종교로 이끄는 사회심리적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오늘날까지 서울대교구 신자 수는 “비교적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04년 의정부교구 분할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오세일 신부는 이러한 증가세를 “교구 차원에서 입교 신자를 늘리기 위해서 시행한 선교 차원의 ‘복음화’ 운동의 가시적인 효과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오세일 신부는 지난 50년간 서울대교구 소속 남·여 수도자 숫자의 변화(지원자와 수련자를 제외한 유기서약자 이상을 중심으로)를 살펴봤다. 1961년 남자 69명, 여자 443명이던 서울대교구 소속 수도자는 2011년 남자 446명, 여자 1,594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이는 전국 수도자의 증가율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라고 한다.
오세일 신부는 전국 수도자 대비 서울대교구 소속 남자 수도자 비율이 26%에서 44% 사이를 오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29%대로 하락한 점, 여자 수도자는 1961년 38%에서 출발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 2011년 16%까지 줄어든 것을 지적하며 “서울대교구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수도자의 비율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었다. 그는 “서울대교구의 사제들이 수도자들과의 협력이 원활하지 못해서일 가능성도 성찰해 볼 필요가 있으며 타교구에서 수도자들의 역할과 협력을 보다 더 크게 요구하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수도자 증감을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봐도 최근 수도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고, 입회자 수도 감소하고 있다. 이에 관해 오세일 신부는 수도원 전통의 영적 차원에서 “복음 삼덕(가난, 순명, 정결)에 기초하며 현세에서 종말론적 희망을 증거하며 살도록 초대된 교회의 전위적 신분”인 수도자들이 그리스도와 일치된 삶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참 행복을 맛들이지 못하고, 본당에서의 행정 보조자나 학교, 병원, 복지관 등의 관리자 역할에 묶여 있다면 수도자 정체성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수도회와 교구가 협력한 오랜 역사를 지닌 서구 가톨릭 전통과 달리 포교지역 대목구로부터 특수하게 형성된 한국 천주교가 ‘교구 사제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도 한국 수도회의 정체 또는 쇠퇴의 원인으로 보는데, 오늘날의 물질주의, 개인주의, 소비주의, 성 개방 풍조,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등 사회현상은 “복음 삼덕을 지향하는 수도생활의 가치를 평가절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일 신부는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하며 교회가 제도적으로 “사목적 협력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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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1일 오후 서울 명동주교좌성당 교육관에서 ‘한국 천주교회와 교계제도’를 주제로 열린 교계제도 설정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오세일 신부가 발표하고 있다. ⓒ강한 기자 |
‘교세 성장’의 이면.. 본당 대형화, 사목자의 행정관료화, 신자 중산층화, 교회의 사회 참여 논란
이어서 오세일 신부는 “양적 팽창으로서 교계제도의 발전이 가져온 그 이면에 관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토대로 사회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면서 성찰의 질문들을 던진다.
“교회는 보다 더 깊은 친교를 나누어 왔는가? 신도들은 신앙 의식과 공동체 의식에서 보다 더 성장하였는가? 교회와 신도들은 ‘빛과 소금’으로서 대사회적 윤리 실천 부문에서 과연 질적 성장을 이루어왔는가?”
교세 성장의 한계와 과제로 소개된 첫 번째 특징은 ‘본당 공동체의 대형화’다. 1961년 본당 또는 공소 단위의 평균 신자 수는 360명이었지만, 2011년 서울대교구의 본당 단위당 평균 신자 수는 6,350명이다. 오세일 신부는 본당의 대형화는 “대면적이며 인격적이고 공동체적인 교회 모델에서부터 동떨어져 있어, 비인격적이고 형식적이며 탈공동체적인 관계를 ‘본당의 거대 구조’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양산해 내기가 쉽다”고 우려했다. 서울대교구는 대안적 교회상을 찾고자 <주교회의 사목 의안>이 나온 1984년 이래 소공동체 운동, 교구 분할과 분권화(지구제), 본당 분할과 신축, 공동 사목 등 다양한 실험을 추진해 왔지만, 개혁의 실효성에 대한 긍정적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오세일 신부의 평가다.
본당의 대형화는 또한 ‘교회 사목자의 행정 관료화’ 현상을 동반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성직자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목자적 보살핌과 성사적 섬김 대신 행정가 혹은 관리자로 전락하며, 세속 사회적 관료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오세일 신부는 사제들의 세속 사회적 관료화 경향은 ‘성사(Sacrament)’로서의 교회와 멀어지는 길이라는 심상태 몬시뇰의 견해를 인용하며 “성사의 집행자들이 영적인 삶이 결여된 채 세속적이고 행정적인 측면만을 우선적으로 수행한다면, 행정적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성사의 은총으로 새롭게 약동하는 교회의 생동감을 체현(體現)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오세일 신부는 주임 신부에게 모든 권한, 책임을 맡기는 ‘피라미드식 전권 운영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성찰과 개혁을 주문했다.
그는 “피라미드식(상명하달식)으로 운영되는 교회가 제도 교회의 유일한 양태라고 볼 수는 없다”며 “교계제도로서의 내적 위계질서를 보존하면서도 하느님 백성으로서 교회를 존중하는 본당 사제들이 평신도와 수도자와 더불어 소통하고 함께 운영하는 실례는 적어도 북미와 남미의 가톨릭교회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과 해외의 사례 중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활기찬 교회 공동체’는, ‘짐이 곧 교회다’라는 사제의 일방적 소통과 자기중심적 행정이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 그대들이 곧 교회다’라는 섬김의 마음과 깨어 듣는 자세로 분별하는 사목자의 긴장감에 있다”고 강조했다.
소공동체 활성화.. 행정관료화된 사목자의 문제 풀어야 가능 종교의 사회 참여.. ‘정교분리’, ‘성속이원론’ 내세우는 교회 지도자들에게 던져진 도전
본당 대형화에 대한 대안으로서 꾸준히 제시된 ‘소공동체 운동’은 ‘교회 사목자의 행정 관료화’ 문제를 제대로 대면하지 않고서 그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게 오세일 신부의 전망이다. 그는 “평신도들의 작은 모임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님께서 보다 더 자유롭게 일하시도록 신도들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열린 대화를 수행하는 ‘파트너십’(동반 관계)의 여정 안에서 그리스도의 권위를 힘입는 길이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얼마나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반세기 전만 해도 많았던 신자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준 신망 깊은 본당 · 공소 회장, 한국 천주교의 순교 역사 안에 살아있는 탁월한 평신도 리더십에 비해 “오늘날 본당의 총회장은 사목자인 사제의 수하인으로서만 일시적으로 기능하는 경향이 크다”고 비판했다. 근래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교회의 중산층화 현상’도 언급됐다.
한편 ‘교회의 사회 참여’라는 측면에 대해 오세일 신부는 “일제 강점 시기 동안 한국 천주교회가 정교분리 원칙에 매여 민족사의 고난에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동안 고난 받는 민중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했고 교세 성장은 극히 저조”했던 반면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198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부당한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탄압에 대항하며 명동성당이 민족 민주화의 성지로 인식되는 동안, 한국 천주교회는 명실상부하게 양적이며 질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국의 민주화 여정에서 출범해 시민사회단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사회복음화 활동을 펼친 가톨릭노동청년회, 가톨릭농민회, 천주교도시빈민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여성공동체 등도 소개했다.
오세일 신부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천주교의 ‘사회 참여의 질’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교회는 생명 윤리(피임, 낙태, 생명 공학)에 관해서는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해왔지만, 경제 문제(FTA), 생태 환경 문제(4대강), 안보 문제(미군 기지, 해군 기지) 등에 관해서는 교회 내부의 분열상을 보여주어 왔다. 일례로, 4대강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성명서를 반대하는 서울대교구장의 이견 표출은, 한국 천주교 최고 의결기관 내부의 갈등과 대사회적 인식의 온도 차로 인한 분열을 노출하고 있다. 한편, 명동성당 지역의 재개발 사업은 교회의 세속화라는 의혹과 비판이 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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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성당 지역의 재개발 사업은 교회의 세속화라는 의혹과 비판이 일기도 한다." 사진은 '명동성당 종합계획 1단계 기공식'이 예정된 2011년 9월 16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린 재개발 중단 촉구 기자회견 ⓒ정현진 기자 |
그는 “종교의 사회 참여는 세속적인 권력 획득 혹은 기득권 유지가 우선적인 목적이 아니라 보다 더 큰 차원에서 ‘공동선’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정교분리’만을 진부하게 주창하는 학자들과 ‘성속 이원론’만을 고상하게 강조하는 종교 지도자들에게, 현대 세계에서 ‘종교의 공적 역할’에 관한 온전한 인식과 실천은 늘 새로운 도전이 된다”고 역설했다.
미래 교회의 화두는 ‘나누는 교회’ 많이 가진 교회, 기득권에 매인 교회가 배척당한 역사의 교훈 되새겨야
끝으로 오세일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 특히 서울대교구가 인적 자원과 경제적 자립도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고, ‘받는 교회’가 아니라 ‘나누는 교회’로 전환되어 왔다고 전하며 “이제 한국 교회는 민족 통일과 아시아의 평화뿐 아니라 세계 교회의 복음화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는 시대적 소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천 년 세계 교회사 안에서 많이 가진 교회, 기득권에 매인 교회는 의혹과 배척의 대상이 됐음을 상기해야 한다며 “‘하느님의 백성들’ 중에서 누구도 눈물 흘리지 않도록, 교회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실천하며,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소통하고, 함께 땀 흘리고, 그 모든 영광을 천주님께 돌려 드리는 자유와 사랑의 여정을 걸어갈 때 새로운 도약과 쇄신을 맞이해 나가리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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