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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중류에 창궐하고 있는 녹조 (녹색연합 촬영). 사진출처/ 물바람숲(한겨레) (http://ecotopia.hani.co.kr/56553)
요사이 야외의 한적한 저수지나 호수에서 낚시 포인트를 잡으려 동분서주하다 보면 수면에 진한 녹색의 담요가 깔려 있는 것 같은 광경을 자주 보게 됩니다. 바로 ‘녹조’입니다. 여러분은 “녹조”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어떤 것들인지요? 특히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요사이 더욱 민감한 단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단 “녹색”(이 단어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색조로 다가옵니다만), “녹조 라떼”, “환경오염”, “4대강” 등등이 떠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에 녹조가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우리의 식수원이 되는 저수지나 호수 등이 추호의 여지도 없이 이 녹색의 침입자로 완전히 덮이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인류는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반에 산업혁명이라는 대변혁을 겪으면서 그 당시 주도권을 쥐고 있던 나라들 대부분에서는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현대적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매우 늦은 감은 있었으나 1970년대 초반 중화학공업 부흥 정책과 새마을운동이 서로 맞물려 진행되면서 도시와 농촌에는 현대화된 수많은 공장 및 생산시설과 거주환경들이 들어서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화려한 겉모습 뒤에 우리사회에 잠행적으로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쌓여온 암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환경오염 문제’입니다.
물론, 작금에 많은 사람들에게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 같은 거시적 측면의 환경 이슈가 주 관심사가 될 수 있겠으나 아마도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심각하게 대두된 환경 문제 중의 하나는 ‘녹조(Green tide)’가 아닐까 생각 합니다.
지구를 재탄생시킨 ‘남세균’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은 생태계라는 커다란 유기적 시스템에서 보면 각자 고유하게 차지하는 위치(생태적 지위, Ecological niche)를 지니며 조화로운 자연에서 각 생명체가 수행하는 생명현상은 나름의 역할과 의미를 지닙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남세균이라는 생물 역시 대자연이 만들어낸 귀중한 산물이며 없어선 안 되는 존재일 것입니다. 더욱이 남세균이 오늘날 인간을 비롯해 여러 생명체가 지구에서 번영할 수 있도록 해 준 일등공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들은 역동적인 생명 태동이 없었던 무미건조한 원시 지구를 대대적으로 리폼(reform)해 다양한 생물들이 출현할 수 있게 해준 은인이라고나 할까요?
» 분열 증식하고 있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무성적인 분열법으로 동일한 클론체들을 대량 증식할 수 있으며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배출할 수 있다. 사진출처/ Protist Information Server (http://protist.i.hosei.ac.jp)
남(조)세균(시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은 이전에는 남조류(Blue-green algae)라 하여 진핵생물(Eukaryotes)의 일종으로 여겨졌으나 현재는 원핵생물(Prokaryotes)로 그 분류 체계가 재수정되고 있는 세균의 일종입니다 (학자 간에 다소간의 논란은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지상과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살면서 다양한 생태권(한대나 온대, 그리고 열대에 모두 분포)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분열법에 의해 무성적으로 동일한 클론체(Clones)들을 증식시켜 종을 유지해 나가며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방출합니다. 특히, 인(P)과 질소(N)성분이 남세균이 분열증식을 하는데 주요한 영양성분으로 작용합니다.[1]
그런데, 이 작은 미물이 우리 인간을 비롯해 대부분의 고등 생명체와 도대체 어떤 인연을 맺어왔다는 것일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구 탄생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과학자들이 측정한 바에 의하면 지구는 대략 45억 년 전에 태양의 일부가 떨어져 나오면서 탄생하였고 원시 지구에는 산소가 없었습니다. 그러한 지구에 최초의 생명이 출현한 것은 약 30억 년 전쯤이라 하네요.[2]
바로 이 시점에서 남세균은 지구의 대기를 산소로 가득 채우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현재 알려진 화석 기록에 의하면, 남세균은 약 35억 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하였다 하니[3] 위에서 언급된 지구상에 출현한 최초 생명체는 아마도 유기호흠(Aerobic respiration)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었던 생물체를 의미한다고 보여 집니다. 결국, 지구 대기에 풍부한 산소를 활용함으로써 다소 비효율적인 에너지 생산체계인 무기호흠(Anaerobic respiration)에 의존했던 단순 원시 생명체들은 거듭된 진화의 경로를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선캄브리아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거치면서 오늘날의 다양한 고등생물로 진화하고, 마침내 인류 탄생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세균, 이 작은 생명체가 그와 같이 엄청난 일을 일으킨 주역이었다는 것이 과연 믿겨지는지요?
진핵세포의 일부가 되다
남세균이 지구를 위해 한 일은 이뿐이 아닙니다. 지구의 4분의 3을 덮고 있는 식물이 동물과 구별될 수 있는 유일한 생명현상인 광합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준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어떻게 그 것이 가능했을까요?
1960년대 후반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의 린 마귤리스(Lynn Margulis) 박사는 진핵세포의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각각 호기성 세균(Aerobic bacteria)과 남세균의 세포 내 공생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내부공생설(Endosymbiotic theory)’을 최종 정리하여 발표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진핵세포의 기원과 진화를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이론인데 그 원조는 1883년 독일 식물학자였던 안드레아스 스킴퍼(Andreas Schimper)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으나 전자현미경 같은 정교한 세포 관찰 수단이 없던 상황에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었기에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DNA)의 발견 등과 함께 인정받은 이론입니다.[4][5]
» 내부공생설(Endosymbiotic theory). 진핵세포의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기원을 통해 동물과 식물세포의 진화경로를 밝혀주는 중요한 이론이다. 그림출처/ Zum학습백과 (http://study.zum.com) 동물이던 식물이던 모두 공통된 하나의 원시 원핵세포에서 비롯했다고 하는데 이 원조가 되는 세포 속으로 ATP 합성 능력을 갖춘 작은 호기성 세균이 침입해 공생관계를 맺으면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시점에서 더 이상의 공생관계 없이 진화한 것이 동물세포입니다. 그러나 광합성 능력이 있는 남세균과 부수적 공생을 한 차례 더 이루면서 숙주 세포는 (남세균에서 기원한) 엽록체를 보유하게 되고 이는 식물세포의 원조가 됩니다. 결국, 이와 같이 형성된 세포들은 각자가 조직과 기관을 구성하면서 오늘날 다세포 생명체인 동물과 식물이 만들어진 것입니다.[5]
오늘날 이를 입증하는 증거들은 매우 많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자체의 자율적 통제가 이루어지는 유전체계(Genome)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두 세포소기관은 세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여러 종류의 항생물질들(Antibiotics)에 민감성을 띠고 있다는 것,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식물의 엽록체가 광합성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수많은 유전자들과 단백질들이 핵의 유전정보의 직간접적 통제를 받아 조절되거나 합성된다는 것 등등, 수없이 많은 증거들이 발견되어 왔습니다.[6][7]
결국, 엽록체를 보유한 식물은 남세균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구 전체를 거시적 측면에서 산소 충만 환경으로 바꿔놓았던 것이고 이처럼 엄청난 지구 대변혁의 처음 시작점에 남세균이 있었던 것입니다.
남세균의 집단적 반란 ‘녹조’
세포 크기 정도 되는 미소 생명체인 남세균이 지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는 것은 정말 자연의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남세균이 지금은 인간을 위협하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생태계를 위협하는 ‘녹조’입니다.
우선은 녹조 현상과 혼용되는 개념 중에 수화(물꽃현상; Water-bloom)라는 것이 있습니다만, 이는 녹조와 구별되면서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는데 여러 종류의 조류(Algae)가 대량 증식해 담수나 해수의 물색을 변화시키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면, 규조류(Diatoms)의 대량 증식에 의해 물색이 황갈색으로 변하거나 수가 급증된 와편모조류(Dinoflagellates) 개체군이 물색을 적갈색으로 물들이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특히, 수화 현상을 일으키는 조류 중에는 인체에 해로운 독소를 생성하며 수질 오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에 근래에는 ‘유해 조류 대발생’(Harmful Algal Bloom; HAB)이라고 바꾸어 표현하기도 합니다.[8]
한편, 담수원인 호소나 저수지, 연목, 하천 등지에서 단일 또는 몇몇 종의 부유성 (독성)남세균이 우세하게 대량 증식하면서 수면에 집적되고 물색을 녹색으로 변화시켜 수생태계의 종 다양성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 정확히 말하자면 녹조(Green tide)입니다.[8] 바닷물이 붉게 변하는 적조(Red tide)와 구분하기 위해 매스컴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붙여진 명칭으로서 실제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남세균인 것을 감안한다면 적절한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일반인의 입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기에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녹조 역시 HAB의 한 형태로서 생태계 교란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 녹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담수 남세균 속(Genus). 1: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systis), 2:아파니조메논플로스(Aphanizomenon), 3:아나베나(Anabaena), 4:오실라토리아(Osillatoria), 5:포르미디움(Phormidium), 6:노스톡(Nostoc). 사진출처/ http://www.algalweb.net
녹조 현상은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systis), 아파니조메논플로스(Aphanizomenon), 아나베나(Anabaena), 오실라토리아(Osillatoria), 포르미디움(Phormidium), 노스톡(Nostoc) 속의 남세균들에 의해 주로 발생하는데 이들은 부영양화 수역에서 급속 증식하기에 적합한 형태적, 세포학적 그리고 대사적 특징을 골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변 환경에 아주 적은 양의 질소와 인이 존재하더라도 최대로 흡수 활용하거나 저장할 수 있는 특수한 구조들(이형세포(Heterocyst) 또는 폴리인산염체(Polyphosphate body))이 있어서 양분을 효율적으로 분열증식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8][9]
주로 여름철과 같은 고온 환경에서 더욱 유리하게 증식하는데, 특히 햇볕이 잘 드는 최적의 증식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포(Gas vacuole)의 부력으로 수면이나 수중으로 수직이동 하는 능력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불리한 환경에서는 휴면포자(Dormant spores; Akinetes)를 형성해 일시 휴면 상태를 유지하기도 합니다.[9]
일단 초기 증식이 시작되면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면서 수천, 수만 개의 단세포 세균체들이 점액 물질에 싸여 뭉치면서 군체를 형성하는데 이것은 작은 크기의 단일 개체 남세균들을 먹이로 삼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공격을 피하는 방법입니다. 한편, 남세균의 증식으로 수중의 이산화탄소 소비량이 급속히 증가하면서(반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낮아짐), 물속의 pH를 상승시키는데 남세균은 이런 환경에서 더욱 잘 증식하는 특성을 지녀, 최적 증식이 중성 pH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조류(Algae)와 비교하면 다소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존과 증식이 우세할 수 있습니다.[8]
무엇이 ‘녹조’를 부추겼나?
모든 생물은 본능적으로 종의 존속을 위해 생식과 번식을 합니다. 남세균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증식이 비정상으로 가속화하는 환경조건이 조성되면서 남세균이 수생태계를 우점(Domination)하기에 녹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환경오염의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녹조의 정도가 점점 심해지기 때문이지요.
» 녹조 발생 지역에서 발견되는 폐사 물고기. 녹조는 수중의 용존산소량을 감소시켜 수중생물들의 질식사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사이언스 데일리(http://www.sciencedaily.com) 가능성이 가장 큰, 녹조의 직접 원인으로는 수생태계의 ‘부영양화’(Eutrophication)라는 주장이 우세합니다. 농경작지에 잔류하는 비료, 축사에서 배출되는 축산분뇨, 가정에서 사용하는 세재 등으로부터 나오는 과량의 인과 질소 성분이 비가 오면 하천으로 스며들면서 남세균의 폭발적인 분열증식을 유도하게 됩니다. 여기에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수온 역시 녹조현상을 가속화 시키는 부수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남세균들은 낮에는 광합성(탄소동화작용)을 수행하면서 물속에 녹아 있는 탄소를 흡수하는 대신 산소를 배출하고, 밤에는 산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배출합니다. 그래서 녹조가 많은 저수지나 호수등지에서는 밤에 수중의 용존 산소량의 부족으로 수중생물들이 질식사하게 되는 것입니다.[10]
이와 더불어 자연적 또는 인위적(댐이나 보 공사) 원인에 의해 유속이 느려지면 남세균 군체밀집이 증가하면서 녹조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만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찾기 위해서는 여기에 관여한 환경적, 지리적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조사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11] 물의 근원지가 되는 상류에선 유속은 느리지만 수온이 낮아 남세균이 과도하게 증식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수 있고, 하류로 내려가면 이미 점진적으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흘러왔기 때문에 아무리 유속이 빠르더라도 남세균의 증식이 가속화할 확률은 커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흐르는 물의 양이 얼마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물의 양이 적다면 쉽게 온도가 오르고 여기에 느린 유속과 부영양화까지 관여되면 녹조 확산은 시간문제가 되겠지요.
수생태계를 접수하다
» 대부분 녹조 현상의 주 원인인 마이크로시스티스 아에루기노사(Microcystis aeruginosa). 이 남세균 종은 단세포 형태(3: 작은 입자 하나하나가 단세포 남세균들)로 존재하며 대량분열 증식하여 소형 군체(2)를 형성하고 이들이 다시 모여 거대 군체(1)를 이룬다. 특히 이 종은 신경 및 간장에 손상을 일으키는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분비하는 유해 남조류 중에 하나이다. 사진출처/ 위키피아(http://en.wikipedia.org/wiki/Microcystin) » Microcystin-LR의 화학적 구조. 5종류의 (변형된)아미노산들(Ala, Mdha, Glu, Adda, MeAsp)이 기본골격구조를 이루고 여기에 종류(변종)에 따라 변화하는 2종의 아미노산들(L-amino acids) (붉은 타원 부분: 여기서는 Arg과 Leu)이 결합하여 총 7종류의 아미노산(복합체)으로 이루어진 환상 펩티드 (Cyclic peptides)로서 현재 약 60여 변종이 발견되어 화학적 구조가 밝혀져 있다. 그림출처/ http://cyanotoxins.blogspot.kr 작은 규모의 녹조 현상은 예전부터 강이나 하천에서 자주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근래에는 발생 수역이 확대되고 통제 불능의 정도에 이르면서 녹조로 인해 질식사 한 많은 폐사 수중생물의 부패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이로 인한 수질 악화는 수생태계 오염을 증폭하는 역할을 합니다.
더욱이 녹조를 일으키는 많은 남세균들이 동물과 인간에게 해로운 독소를 분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세기 후반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남세균의 한 종류인 노듈라리아(Nodularia)의 독소에 의한 동물 폐사가 처음 보고된 이래,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도 대량으로 증식된 독성 남세균에 의한 동물 피해가 잇달아 보고돼 왔고, 특히 식수로 사용되는 담수원에서 유독 남세균인 ‘마이크로시스티스 아에루기노사’(Microcystis aeruginosa)에 의한 녹조 현상이 빈번히 발생해 공중보건에 경각심을 한층 더해주고 있습니다.[12][13][14][15][16]
녹조를 일으키는 대부분의 담수 남세균은 주로 간이나 신경을 손상시키는 다양한 독소물질을 합성 분비하는데 그 중에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독소가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s) 그룹에 속한 독소들입니다. 대략 60종의 다양한 마이크로시스틴 독소들의 화학적 구조가 밝혀져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것이 마이크로시스틴-LR입니다. 특이한 환형 구조 때문에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어서 소화기를 통해 침투하면 소화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지 않고 주로 간에 농축되면서 간장의 기능에 해를 끼칩니다.[17][18][19]
반란의 진압: 녹조 해결 방법은?
이제 녹조는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좌시할 수 없는 환경오염의 골칫덩어리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해가 거듭해도 수그러짐이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요?
녹조 관련 연구는 주로 감시(Monitoring)와 방제(Control)의 두 가지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은 주요한 식수원이 되는 담수 지역을 연중 주요 시기별로 나누어 연속으로 모니터링 함으로써 녹조 발생에 대한 사전경보 및 사후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이와 동시에 녹조 확산의 원인인 남세균 증식이나 환경 요인을 통제하려는 기초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 마이크로시스티스 아에루기노사(Microcystis aeruginosa, Strain PCC7806)의 마이크로시스틴 합성 유전자. 두 개의 오페론(Operons)에 각각 mcy A,B,C와 mcy D,E,F,G,H,I,J의 10개의 ORFs(Open Reading Frames)로 구성된 유전자 모임(Gene cluster)으로부터 주요 구성 요소들이 합성된 후 합체되어 활성을 가진 독소가 된다. (녹색: 마이크로시스틴 펩티드 합성효소관련 유전정보 영역(Microcystin peptide synthetase modules), 파란색: 마이크로시스틴 폴리케타이드 합성효소 유전정보 영역(Microcystin polyketide synthase modules), 황토색: 마이크로시스틴 변종을 만드는 유전정보 영역(Microcystin modifying enzymes)) 그림 출처/ https://www2.hu-berlin.de/biologie/genetics 무엇보다도 녹조 지역의 우점종인 남세균의 정체를 정확히 규명하고(분류·동정), 이들의 독소 생산 유무를 정밀히 분석해야 합니다.[20] 이를 위해 많은 국내외 연구자들은 세포학적, 생화학적, 면역학적,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활용해[21] 신속하고 정확하게 남세균을 동정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미경 관찰에 의존하는 세포학적 방법과 (독소) 단백질 분석 및 감지를 수행하는 생화학·면역학적 접근에서는, 남세균이 서식하는 수계의 다양한 환경에 따라 외부 형태나 독소 단백질의 양과 성분이 달라지기에 그 결과 해석이 매우 난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역동적인 환경 요소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디엔에이(DNA) 정보도 활용해 왔는데, 기존에는 주로 ‘16S 리보솜 아르엔에이’(16S Ribosomal RNA)에 관한 DNA 염기서열에 기초한 분자 표식자(Molecular markers)를 적용했으나[22][23] 이 역시 남세균들을 정확히 구별하는 데에는 민감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여주었습니다.
» 해독 완료된 마이크로시스티스 아에루기노사(Microcystis aeruginosa, Strain NIES-843)의 유전체 지도. 단일 환형 구조로서 총 길이 584만 2795 염기쌍이며 6312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비교 유전체 분석(Comparative genomics) 결과 이중 45%가 근연관계를 갖는 세균 및 조류와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고, 23%는 마이크로시스티스 고유 기능 관련 단백질 합성을 담당하며 나머지 32%는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들이다. 그림출처/ https://microbewiki.kenyon.edu/index.php/Microcystis_aeruginosa 최근에는 녹조를 일으키는 독성 남세균만이 만들어 내는 독성 단백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의 유전자에서 특이적인 DNA 염기서열을 찾아내어 이 염기서열을 증폭(PCR)하는 방식으로 독소 남세균을 찾아내고 있는데, 기존의 다른 방법과 비교해 민감도와 정확도가 상당히 개선된 결과를 보여줍니다.[24][25][26]
다만 같은 종이라도 균주(Strains)에 따라 독소를 생산하거나 그렇지 않기도 해 모니터링 시스템의 신뢰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으나, 최근엔 다양한 균주의 유전체 해독이 이뤄지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는 유전 정보에 바탕을 둔 녹조 남세균 판별 시스템의 정확도가 더 높아지리라 기대합니다.[27][28]
한편으로는, 방제 측면에서도 녹조를 통제하는 근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남세균의 생리적, 유전적, 생태적 특성과 녹조 발생의 환경적 요인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체계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밝혀지고 있는 남조류 유전체 정보의 심층 분석을 통해 급속분열 증식과 관련한 유전자들의 조절 기작을 규명하는 일 등이 과제가 되리라 봅니다. 최근 ‘Eco-omics’라고 하여 생태학적 문제를 유전체학(Genomics), 전사체학(Transcriptomics), 단백질체학(Proteomics)을 융합해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방법론이 제시되기도 했는데[29] 이것도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속에 방출되는 과도한 인과 질소 성분을 남세균과 경쟁적으로 소비할 수 있고 유해 독소를 분비하지 않는 새로운 미생물 종을 자연 수계에서 찾아내어 인위적으로 대량 증식하는 것도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말입니다).
지구 생태계에서 모든 생명체는 양면성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특히 다양한 생명체들이 우리 인간과 맺는 유기적 상호관계를 고려하면 이들은 환경 조건에 따라 인간에 해를 주기도 이익을 주기도 하는 존재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녹조라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급변하는 지구환경이나 무분별한 오염물질 방출로 교란된 수계환경에서 남세균이 필연적으로 빚어낸 부정적 결과 중에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근원은 인간사회에서 찾게 됩니다. 인간이 녹조와 같은 환경 오염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것이지요. 과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산업화, 근대화의 가시적 혜택을 누려오는 동안 그 이면에 쌓여 왔던 환경 오염의 원인들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노력들이 차곡차곡 준비되고 실천되어 왔다면 오늘날 녹조와 같은 불편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버거움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책임이고 누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까요? 오염된 자연환경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보호해야 할 주체는 유명한 생태학자도, 분자생물학자도, 환경단체나 정치(정책)가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과학자들은 환경오염의 근본적인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야 하고, 산과 강을 개발하거나 환경정책을 입안하는 정치(정책)가들은 그들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우기 전 무엇이 건강한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길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시민의 참여도 중요하겠지요. 환경과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각자가 해야 할 일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룰 때 오염된 자연은 치유될 수 있고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연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아끼고 보존한 만큼 우리에게 되돌려 줄 것입니다. 훼손되고 병든 자연에서 되돌려 받는 것은 우리 삶을 황폐화하는 파괴와 위협입니다. 건강한 자연 없이는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참고문헌]
[1] 위키피아(한글), 남세균 http://ko.wikipedia.org
[2] 위키피아(한글), 지구의 역사 http://ko.wikipedia.org/
[3] Wikipedia, Blue green algae http://en.wikipedia.org/wiki/Cyanobacteria
[4] Wikipedia, Endosymbiotic theory http://en.wikipedia.org/wiki/Endosymbiotic_theory
[5] Evowiki, Endosymbiotic theory http://evolutionwiki.org/wiki/Endosymbiotic_theory
[6] Kimballs biology pages, Endosymbiosis and The Origin of Eukaryotes http://users.rcn.com/jkimball.ma.ultranet/BiologyPages/E/Endosymbiosis.html
[7] 윤병성 (역자), 2005. 식물분자생리학, 월드사이언스
[8] 김범철 외 3인 (공역), 1999. 호수의 독성 남조류 ISBN 89-425-1109-0
[9] James E. Graham, Lee W. Wilcox, Linda E. Graham, 2008. Algae (the 2nd edition): ISBN-13: 978-0321559654
[10] Laura Barsanti, Paolo Gualtieri, 2014. Algae: Anatomy, Biochemistry, and Biotechnology (the 2nd edition): ISBN-13:978-1439867327
[11] Robert Edward Lee, 2008. Phycology (the 4th edition): ISBN-13:978-0521682770
[12] Francis G, 1878. Poisonous Australian lake. Nature(London) 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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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용
경기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식물의 환경스트레스에 의한 후생유전학적 연구를 해왔고 현재는 꿀벌과 밀원식물에 관한 분자유전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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