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갑질한다고요?]
재판 빨리 안끝난다고 짜 마음이 착잡하다.
농사짓는 사람 입장에서 빨리 곡식이 여물면 얼마나 좋을까, 이모작이 아니라 삼모작, 사모작을 할 수 있다면 마다할 농부가 있을까. 변호사도 마찬가지이다. 소송 빨리 끝나서 성공 보수를 빨리 받거나 항소나 상고가 돼서 또 사건 선임하면 변호사 입장에서 나쁠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 빨리 안끝난다고 애먼 변호사에게 화를 내는 고객들이 있는데 그럴때는 난감하다.
재판을 몇일 앞두고 상대방쪽으로부터 늦게 서류가 들어와서 고객에게 메일을 보내주기 위해 전화했다.
“000님, 상대방측이 서류를 오늘 보내줘서 방금 메일로 보내드렸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데이.”
“왜 이렇게 늦게 냈다던교. 이래도 되나.”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빨리 대응해서 이번에 재판끝내야지요.”
“오늘 내일 바빠서 볼 시간이 없는데.”
“그래도 식사기간이나 오후 퇴근하시고 나서 잠시 짬을 내서 상대방 자료를 확인해주시고 저에게 빨리 의견을 주셔야 제가 서면을 작성해서 법원에 내지요. 저는 대리인이지 본인이 아니자나유.”
“시간이 없다니깐요(이때부터 짜증내기 시작)”
“아니 재판 빨리 끝내주라면서요. 저번에 재판정에서 고객님이 재판 일정이 늘어진다고 짜증내는 것을 상대방도 보고나서는 일부러 열받게 하려고 재판임박해서 서류를 상대방이 내는 것 같아요. 이번에 재판 빨리 끝내려면 좀 힘드시더라도 확인해주셔야 이번에 재판 끝납니다.”
“나를 협박하는 거요. 서류 확인안해주면 재판 늘어질 수 있다고, 변호사가 갑질하는거요 뭐요?(성질 내면서)” “(변호사도 열받기 시작) 갑질이라니요. 생각해 보세요. 조금이라도 잘 보여서 또 사건있으면 맡고 싶은 것이 변호사이고 요즘 길가다 발에 채이는게 변호사인데 변호사가 무슨 갑질한다고 그러세요. 생각해보세요. 변호사가 물어도 안보고 맘대로 소송하면 변호사 얼굴도 못보고 변호사가 맘대로 소송한다고 그럴 것이고, 일일이 물어보면 시간없다고 짜증내면서 재판 빨리 안끝낸다고 성질내는 고객님이 갑질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소송 잘해보려고 일일이 전화드리는 변호사가 갑질하는 것인지~~~~~~(이때는 언성을 최고로 높여서)”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한풀 꺾인 목소리로) 아니....변호사님....화는 왜내세요 홍홍홍...제가 빨리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용” “(상냥한 목소리로) 아,,,네...고객님,..확인하시고.조속한 회신 부탁드리고요....좋은 하루 보내세욤...홍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