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Q&A

[이동철]

지난해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바뀌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을 늘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는 대한신경정신의학과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오해와 진실 Q&A 시리즈를 시작한다.

Q: 정신건강 문제있는 사람 극소수?

A: 국민 넷 중 한명 정신질환 경험 치료-상담 받은 경우 15% 그쳐

정신건강의학과 Q&A

  Q. 흔히 정신건강(정신질환)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극소수 아닌가요.

  A. 2011년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전국 정신질환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병원에 온 환자를 조사한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정상 생활을 하는 일반인 6000여 명을 가가호호 방문해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는 이렇다. 우리 국민의 27.6%가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 불안장애, 음주 관련 질환, 흡연 관련 질환과 같은 정신질환을 경험하지만 그중에서 한 번이라도 치료나 상담을 받은 경우는 15%에 불과했다.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 중 85%가 전혀 치료 없이 지내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치료받지 않은 사람의 80%가 자신에게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전 국민 건강보험 시대가 되면서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병원을 찾는 세상이 됐지만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인식조차 못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돌파하고 세계 7대 무역국에 진입했으며 주요 20개국(G20)과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이 됐다. 그럼에도 불국하고 자살률은 경제협력기구(OECD) 가입국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청소년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행복도 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의 행복도는 50위권에 머물고 있다. 경제 수준과 행복 수준 간에 큰 격차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격차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정신질환 실태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 부족이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제 식민통치, 6·25 전쟁으로 점철된 고난의 근대사를 거쳐 1960년대 이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그 과정에서 우리 마음은 크고 작은 상처를 받은 채 위안과 치유를 갈구해왔는데, 그것을 외면하고 국민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온 게 아닌가 싶다.

  정신건강 문제는 결코 나와 상관없는, 극소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정신건강의 문제가 나와 내 이웃의 문제일 수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우리 마음을 돌아보고 가꾸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을 해보기를 권한다.

(이민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