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두부맛, 구기동 '할머니 두부집'
▲ 입구 간판 |
출근길 사람들의 옷차림이 점점 두툼해지는 것을 보면 겨울이 성큼 다가온 걸 느낀다. 이런 추운 날씨에도 진정한 산행은 겨울 산행이라며 '북한산'으로 산행을 나서는 등산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말이라고 집에 웅크려 있기보다는 그 물살에 동참해 인근 북한산을 찾았다. 힘들게 올라간 비봉과 족두리봉. 멋모르고 남들 따라 올라간 족두리봉에서 고생을 실컷 하고 나니 어느덧 점심 시간.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인근 두부집으로 향했다
북한산 구기동 일대에는 꽤 많은 두부 전문점들이 있다. 등산으로 피곤 이들을 달래주는 손두부 한 모가 심신을 달래준다. 오늘 찾은 집은 이들 두부 전문점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할머니 두부집이다.
▲ 많은 손님들을 맞이 할 수 있는 실내 |
구기터널(세검정 방면) 전방 50m 거리의 5층 건물 2층. 바로 아래 켄터키 할아버지 치킨집이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 원래는 이 건물 지하에 있었으나 건물 2층으로 이사하면서 가게를 넓혔다. 그래도 그 맛은 어렸을 때 맛본 그대로이다.
▲ 각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메뉴판 |
1985년 집에서 손수 만든 두부를 북한산 등산객들에게 선보이며 출발한 이 집은 두부 하나만으로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간판에 적힌 할머니는 유봉준 할머니로 매일 새벽 강화도 염전에서 가져온 간수를 사용해 오직 국산 콩으로 변함없는 두부를 만들어내고 계신다. 이 때문인지 1996년 3월에는 전통문화보존명인장에 선정돼 '한국전통음식명감'에 수록되었다고.
허기진 속을 달래기 위해 메뉴판을 찬찬히 뜯어보다 보니 생소한 메뉴가 눈에 띈다. 두부고기? 특이한 이름 때문에 이 녀석을 하나 시키고 식사를 위해 두부찌개를 주문했다.
두부고기란 다진 돼지고기를 양념 없이 적당히 구워 두부사이에 넣고 다시 한 번 구운 음식이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져 아이들도 좋아한다는 게 주인 아주머니의 설명이다. 두부 찌개는 고추장을 푼 칼칼한 맛이 투박하고 질감 있는 두부와 잘 어우러져 깊은 맛을 만들어내고 있다.

▲ 칼칼하고 깊은 맛의 두부찌개 |
그러나 진짜 두부의 참된 맛을 보고자 한다면 이 집의 ‘촌스러운’ 생두부 한 모여도 족하다. 슈퍼마켓에서 비싸게 구입한 부들부들하고 밋밋한 두부만을 먹어왔다면 이 집 두부를 적극 추천한다. 솔직한 두부맛이 자극적인 양념에 길들여졌던 혀를 위로해준다. 여기에 막걸리 한사발이면 금상첨화!

정오를 넘기기 시작하니 제법 손님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산악회에서 단체로 온 듯한 손님들, 지팡이를 짚고 찾아오시는 어르신들, 가족 단위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선 젊은 부부들, 일부러 찾아온 듯 가게를 두리번 거리는 사람들이 가게에 가득하다. 주말에는 항상 이렇게 붐비기 때문에 두부가 일찍 동이 나는 수가 있다고 한다.
날씨 좋은 주말 북한산 봉우리에 올라 속에 쌓인 잡동사니들을 털어내자. 그리고 따뜻한 두부 한 모를 꼭꼭 씹어보는 건 어떨는지.
>> '맛있는 디시' 2004.04.14 자 원본 게시물 보기 |
첫댓글 고향의맛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