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제18회 현진건문학상, 제16회 현진건신인문학상 수상작 발표
2026년 제18회 현진건문학상 수상작에 소설가 배은정의 단편소설 「류와 나와 레」가, 제16회 현진건신인문학상 당선작에 김성훈의 단편소설 「무단결근」이 선정됐다.
현진건문학상 수상작 「류와 나와 레」는 외할아버지의 유언을 수행하러 떠난 여행을 통해 개인의 기억과 역사적 책임이 얽히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외할아버지 류는 자신의 유골을 단단한 결정체인 봉안옥으로 만들어 베트남 회안의 강가에 두라는 유언을 남긴다. 외손녀인 ‘나’는 일본인 친구 메이와 함께 그곳을 찾아 현지인 가이드 레를 만나고,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위령비를 마주한다.
작품은 한국과 일본, 베트남의 젊은이들이 각자의 경험과 가족사를 나누는 과정을 경쾌한 대화와 유머로 풀어낸다. 봉안옥과 위령비는 상처를 보존하면서도 참혹한 진실을 가리는 이중적 상징이다. 류의 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결말은 기억과 망각, 책임과 화해의 문제를 독자에게 남긴다. 무거운 역사적 주제를 일상의 감각으로 풀어내면서도 손쉬운 화해로 봉합하지 않는 시선이 돋보인다.
심사위원들은 본심에 오른 작품들 모두 수준 높은 작품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최수철 소설가는 인물과 사건을 통합하는 능력과 함께 개인사와 현대사의 민감한 문제를 파고드는 과감한 설정과 주제 의식에 주목했다. 윤대녕 소설가는 후대의 젊은이들이 과거의 고통을 자기 방식으로 기억하며 삶을 이어가는 신선한 화법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 권지예 소설가는 「류와 나와 레」의 깔끔한 문체와 유머가 깃든 대화, 서사를 세련되게 이끄는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본상 외에 심경숙의 「귀얄문」, 심은신의 「불멸의 잠」, 유연희의 「눈에 보이듯이」, 황인규의 「나는 데이터가 아니다」, 이상무의 「오프로드」 등 5편이 추천작으로 선정됐다.
「귀얄문」은 분청사기 파편과 한일 양국에 얽힌 가족사를 통해 식민지 역사의 상처와 개인의 그리움을 함께 살핀다. 「불멸의 잠」은 타클라마칸 사막의 유적 발굴을 배경으로 죽은 연인에 대한 기억과 애도를 그린다. 「눈에 보이듯이」는 시력을 잃어가는 여성이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삶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나는 데이터가 아니다」는 인공지능 행정 시스템에 맞서는 노동자를 통해 데이터로 환원되는 인간의 존엄을 묻는다. 「오프로드」는 항공기의 탑재 중량을 조절하는 업무와 16년간 이어온 연인과의 이별을 병치해, 미련과 부채감을 내려놓고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현진건신인문학상 당선작 「무단결근」은 정체불명의 택배 상자를 계기로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짓누르는 현실과 맞서는 인물을 그린 작품이다. 한때 촉망받던 복서였던 주인공은 상사의 폭언과 박봉을 견디며 살아가던 중 거대한 상자를 배송받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지는 상자가 일상을 잠식하자 그는 발송지를 찾아 남쪽 산골의 물류창고로 향한다.
험난한 여정에서도 해답을 얻지 못한 주인공은 귀가 후 직접 상자의 봉인을 뜯는다. 그 안에서 튀어나온 존재에게 일격을 당하지만, 물러서는 대신 가드를 올리고 주먹을 뻗는다. 작품은 이 대결을 통해 회피해 온 삶의 무게를 정면으로 감당하려는 의지를 역동적으로 형상화한다. 결말의 무단결근은 생계와 관성에 붙들렸던 인물이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결단으로 읽힌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6일 오후 4시 대구 라온제나호텔 5층 아모르홀에서 열린다. 현진건문학상 수상작과 자선작, 신인상 수상작, 추천작 5편 등은 ‘2026 현진건문학상 작품집’으로 발간된다.
현진건문학상은 한국 근대소설의 지평을 연 빙허 현진건을 기리고, 문학의 수도권 편향을 극복하며 지역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됐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현진건신인문학상은 전국을 대상으로 신인을 발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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