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어수선한 시국탓인지 갑작스레 비폭탄이라 불리는 집중호우가 광주를 할퀴고 지나간 다음날 일찍
서봉마을 입구에서 아주 특별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의병사를 꿰고 계신 문대식 선생님과 어등산을 사랑하는 주민의 한사람으로 한말 마지막 의병의 격전지였던 어등산에
의병들의 은신처인 석굴이 있고 토굴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필코 찾아 내고 싶었다던 전수종 선생님의 안내로
오덕미 국장님, 곽경숙 선생님, 그리고,,,,문화유산 해설가라고 명함내밀기엔 너무나 지진아인 저..
이렇게 다섯명이였지만 한말 의병활동의 주요 전투 형식인 각개전투를 치르기엔 아주 적절한 인원이라 위로하며
어등산에 숨어 있는 의병들의 발자취를 찾아 나섰습니다.
광복 63주년을 앞두고 의병장의 발자취를 찾는 발걸음을 가벼이 할수 없으시다며 의병들이 숨어 앞날을 논의하던 토굴과
김태원 의병장의 마지막 숨결을 기억하는 석굴에 꽂으시려한다며 태극기를 준비해오신 전수종 선생님의
깊은 마음에 고개가 숙여지면서 많은 비가 내려 축축해진 숲길로 태극기를 휘날리며 힘차게 들어섰습니다.
뒷모습이지만 우리를 안내해 주실 전수종 선생님, 문대식 선생님, 그리고 곽경숙 선생님, 오덕미 사무국장님..
태극기를 어깨에 맨 사무국장님의 발걸음에 힘이 팍팍 실립니다.
의병체험활동 프로그램이 시작된다면 100년전 이곳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걸고 싸웠던 의병들의 정신을
우리의 미래의 희망 청소년들이 이어 받게 되겠지요.
태극기를 오덕미 국장님처럼 자랑스럽게 휘날리면서요...
마당바위쉼터를 지나면 진짜 마당바위가 나옵니다만,,,
전투에 나선 병사가 총칼를 빼두고 길을 나선꼴이 되어 카메라는 챙겼으나 밧데리의 용량을 챙기지 못해
마당바위의 넓직한 모습은 카메라에 담기지 못했습니다.
밧데리를 챙기지 못한 무안함에 어쩔줄 몰라하는 저를 보시고 문대식 선생님이 그러셨습니다.
100년전 한말 의병들도 무기없이 전쟁에 나섰노라고...
의병사 기록을 보면, 참여하는 사람들의 행장이 갓을쓰고, 담뱃대를 꽂고, 길을 가다 사람을 만나면
두손 공손히 모아 읍을 하는 꼴이 전쟁에 참석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었다구요...
그래서 무기없이 전쟁에 나선 저는 졸지에 밀레니엄 의병(전수종 선생님 말씀)의 일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곳이 마당바위입니다.
마당바위 윗쪽에서 전날 쏟아진 폭우탓에 제법 물줄기가 갖춰진 조그만 계곡이 형성되어 있었지요.
푹푹찌는 폭염의 날씨를 폭우도 어쩌지 못해 한발자국 한발자국 옮길때마다 땀이 비오듯 합니다.
잠시 마당바위에서 흐른 땀을 식히고~
높지 않은 산에 골이 깊어 의병들이 숨어지내기에 좋았다....라고 이야기 되어지는 어등산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물길이 어디서 오는지 올려다봤으나 의병들의 화살의 재료가 되었을 이대숲이 빽빽하여
보이질 않습니다.
의병들의 발자취를 쫒아가려니 길이 험한것은 당연지사이겠지요.
그래도 햇살이 드는 폼이 그리 어둡지 않은 날씨임을 짐작하겠는데 우리가 지나는 길은 음침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숨어들기 딱 좋겠죠?
기록에 의하면 의병장 김태원의 용맹함을 두려워하던 일본군은 김태원 의병장을 잡으려 혈안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김태원 의병장이 허리의 통증이 심해져 어등산에 요양차 숨어 은신하던중 일본군에 행적이 발각되어
결국 이 바위굴에서 일본군에게 포위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사살당하게 되지요.
동생 김율도 체포되어 감옥에 있다가 형의 시신을 확인하고자 하는 일본군에 끌려왔다가 이곳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일본측 기록과 우리쪽 기록이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김태원 의병장의 최후는 이곳임이 틀림없어보입니다.
바위굴 앞에 태극기를 정성스레 꽂고 준비해간 서민의 술 쓴 소주를 한잔 올렸습니다.
안주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새우과자와 떡을 대신한 빵한조각...의병활동이 이렇게 가난했답니다.
김태원 의병장의 마지막 의연한 모습을 문대식 선생님이 재현하셨습니다.
일본군의 포위로 마지막임을 인지한 김태원 의병장은 " 나의 죽음은 의병을 일으킨 날에 이미 결정하였다.
다만 적을 멸하지 못하고 장차 왜놈의 칼날에 죽게 되었으니 그것이 한이로다" 하시며 이곳에서 의병 군대의 해산을 명했으나
의병장 곁에 기어히 남겠다는 부하 23명과 함께 일본군경과 세시간동안의 격전을 치르다가 순국하시게 됩니다.
김태원 의병장의 나이 38세 되던 해이고 동생 김율은 27세 되던 해입니다.
젊은 청춘을 나라를 위해 기꺼이 내 던진 의병들의 숨결이 어등산에 이렇게 생생히 남아 있는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이분들이 흘린 피의 댓가를 건국 60년이라는 말되 안되는 소리로 역사에서 지워버리려 합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고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살아 있는 역사가 있임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바위굴의 상석 ...
잡초가 우거져 있고 한사람이 겨우 숨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바위밑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위에 향기로운 나무 한그루가 어렵사리 뿌리를 내리고 있고, 바위굴 앞에는 일본귀신을 지켜내줄
엄나무가 꼿꼿이 자라고 있었지요...
석굴에 계실 의병들의 영혼께 감사의 마음을 묵념으로 전하고 이번에는 토굴을 찾아 나서며
어등산 정상부근에 마련된 정자에 올랐습니다.
이 정자 옆에는 석굴과 토굴을 찾아 내신 전수종 선생님이 세우신 수종탑이 있고,
수종탑 옆에는 의병들의 영혼을 붉은 꽃으로 피워 낼 동백 나무 몇그루가 역시 전선생님의 노력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어등산을, 그리고 어등산에서 활동하신 의병들의 자취를, 그리고 우리의 역사를 너무 너무 사랑하시는
전수종 선생님,,,,다시 한번 그 열정적인 실천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정상에서 한참을 내려오다 토굴로 접어드는 길입니다.
이 안내 리본 역시 전수종 선생님이 미리 준비해오셨고 이날 우리 일행이 리본을 달았습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도 관심을 보이며 전선생님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이렇게 세심하게 의병활동의 사적지를 알리려는 노력을 하고 계시는 전수종 선생님이십니다.
퀴즈하나!
정신없이 흐르는 땀과, 간당간당 넘어가는 밧데리 탓에 촛점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도 못하고 셔터만 누르고
바로 전원을 꺼줘야 했던 사진... 그래서 퀴즈 내기에 딱 좋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무엇일까요?
앞에 늘어진 계요등 덩굴이 주인공이 아닙니다. 뒤에 촛점에서 벗어난 흐릿한 하얀 물체가 주인공입니다.
의병활동과 연관된 물건이지요. 무엇에 쓰이는 물건일까요?
그날 다섯명은 모두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냥 알려드리기엔 .... 참여한 이와 참여하지 못한 이가
다른 점은 있어야 하겠기에 참여 하지 못하신 분께 숙제로 내 드립니다.
저 물건은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요??
정답은 댓글로~~~~
토굴 입구입니다.
7미터 되는 장대가 다 들어가고도 남는 깊은 토굴...지금은 많이 무너져 입구가 많이 막혀버렸지만
입구쪽은 10명은 너끈히 앉아 회의를 할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는 군요.
100년의 세월에도 이 토굴의 위치는 전략상 매우 중요한 위치임을 현장에 가보면 알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태극기를 꽂고 문대식 선생님께서 의병장님을 있는 힘껏 불러 보셨는데
간당 간당 밧데리가 결국 이 토굴 사진을 끝으로 더이상 맥을 추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렸습니다.
총칼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전장터에 나가 패한 순간이였죠.
그러나 100년 의병들처럼 그대로 물러 서지 않았습니다.
핸드폰 카메라로 의병장님을 부르시던 문대식 선생님의 의연한 모습을 담았답니다.
기회가 되면 그 사진도 공개해 드리지요.
아침 8시 15분에 시작한 탐방이 11시 40분이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옷은 흠뻑 젖었고, 의병들의 발자취를 쫒느라 우리의 몰골은 말이 아니였습니다.
근간 운동부족이여서 탈진의 상태까지 가셨음에도 꿋꿋하게 마지막 까지 열정을 보여주신 문대식 선생님..
의병활동에 대한 열정적인 강의는 잊지 못할 겁니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기회를 주신 오덕미 국장님, 함께 하신 곽경숙 선생님, 그리고 무엇보다
향토사랑의 열정으로 달랑 한줄 기록에 의존하여 오랜 세월동안 어등산을 더듬으며 의병장의 흔적과
의병들의 격전지를 찾아 내시고 안내해 주신 전수종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함께 지키고, 함께 알려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벅찬 시간, 행복한 시간을 황룡강 강변에 앉아 맛난 메기탕과 함께 좋은 말씀으로 마무리 해주신
문대식 선생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 시간, 그 장소,,, 꼭 기억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