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 거리는 말소리와 버너 소음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5시 30분이다.
어제 저녁에 5시에 기상 하자고 큰소리 해놓고 늦잠을 자고 말았으니....
잠자리를 들치고 밖으로 나와 비비색을 보니 발치 부근에 하얗게 살얼음이 끼어있다.
그런데 이 것은 약과다.
물을 마시려고 밖에 놓아 두었던 수통을 들으니 덜거덕 덜거덕 소리가 난다.
물이 얼어 어름이 부딪치는 소리다.
아무리 지리산 이라지만 5월 중순에 어름이라니!!!
아침을 먹고 7시 30분에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일정은 하봉으로 올라 능선을 계속 따르다가 두류능선 시작점 부근에서 우측으로 빠져
향운대를 거쳐 허공다리골로 내려가 어름터, 광점동을 지나 추성동(추성리) 까지 이다.
(출발에 앞서 단체로. 찍사인 대장과 요산 아우가 빠졌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길은 봄꽃인 얼레지와 현호색의 천국이다.
진달래도 이제 막 피기 시작한다. 그나마 북쪽 사면은 겨우 봉오리만 맺혀있다.
약간 힘들게 오른 어느 전망대 봉우리(봉우리 이름은 잊음)에서 대장의 설명을 들으며 열심이 지리산의 능선과 골짜기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같이도 찍고 혼자서도 찍으며 지리의 인증 사진을 남긴다.
(여기서 보는 천왕봉과 중봉은 또 다른 모습이다)
쑥밭재로 빠지는 동부능선 갈림길도 지나고, 추성리의 성안이라는 동네로 바로 떨어지는 두류능선이
시작하는 못미쳐에서 우리는 우측의 허공다리골 길로 들어선다.
종종 눈에 띄는 두릅도 따면서 예전에 암자가 있었다던 향운대에 도착하니 10시 40분쯤이다.
이곳에서 다소 이르지만 점심을 먹기로 하고 라면을 끓이고 두릅을 데쳐서 점심상을 펼친다.
(암자 터였다는 이곳 향운대는...앞쪽의 바위 밑에 샘까지 있다)
삼양라면파와 신라면파로 갈려 라면을 먹은 후 우리는 다시 길 없는 길을 찾아 앞으로 나간다.
가끔은 키보다 큰 산죽 숲을 헤치기도 하고, 길을 찾아 이리저리 헤메이기도 하면서 허공다리골의 본계곡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채 않됐다.
(이곳 산죽들은 덕유산 산죽 보다 키는 더 크지만, 사람을 자주 대해 보지 못해서 그런지 같이 놀자고
우리를 끌지도 않고 그냥 무덤덤하게 보내준다)
(허방다리골 본류인데, 제법 골도 넓고 수량도 풍부하다. 앞에 보이는 집은 사람이 살지 않은 폐가이다)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하고 양말도 벗고 주님을 모신다.
쉬는 동안 누구는 알탕을 하러 멀리 도망(?) 가고 누구는 2m 정도의 높이에서 제법 깊은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물이 차거우니 기겁을 해서 바로 기어 나온다.
(언제 찍었을까? 이 추한 모습을. 찍사인 덕유산 자락님... 미워요)
640mm 소주님을 두 병이나 비우고 다시 배낭을 꾸린 후, 꽃들이 반기는 평탄하고 좋은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간다.
드디어 사람 사는 동네가 나타나니 우리의 오늘 일정도 마무리 할 때가 다된 것 같다.
20여분을 걸으니 이제는 길도 시멘트 도로로 바뀌며 차들도 한 둘 오르내린다.
기사에게 전화를 걸은 후, 어느 식당 화장실에서 세속으로 돌아온 기념으로 몸 단장도 하고
오도재를 넘어 함양의 어탕 국수집으로 향한다.
언제나 고마운 대장님!!! 1무 1박 3일간의 비경 산행... 무척 고마웠습니다^^
함께한 9명의 남녀 전사님들!!! 매우 즐거웠습니다^^
(야간에 사진작가들이 노출 촬영을 많이 하는 오도재의 모습이다)
첫댓글 와우~권 짱 멋져~! 조는 듯한 모습도 멋지공...ㅋㅋㅋ
절벽위의 저 돌은 굴러내리지나 않을까...
오도재의 저 길은 어지럼증은 없을까...도올녀는 걱정도 많도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