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과 관련된 가슴에 와닿는 글귀나 사연, 영화, 소설 등등은 많이 있습니다. 정말 훌륭한 영화였던 '여인의 향기'도 그렇고 '그린파파야향기' 소설 '비와 천둥의 향기'를 원작으로한 원작영화도 있고, 향기라고 번역되어야 하는 scent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영화, 소설은 많이 있습니다.
'당신이 끌리는 어떤 이의 냄새는 추억과 감정의 봇물을 쏟아내게 한다'라는 문구의 기원은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나 충분히 맞는 말입니다. 그게 비록 향기가 아니더라도 어촌이 고향이라면 비릿한 바다와 생선냄새는 고향을 떠오르게 하고, 꿉꿉한 곰팡이 냄새는 어린시절 시골 할머니댁에서 맡았던 메주 바로 그 냄새를 떠올리게 하고... 냄새라는 기억 속에는 분명 추억과 감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지나가는 거리에서 풍겨오는 갓 구운 빵냄새, 원두를 막 내린 커피향, 베트남 도시 시장통에서 풍겨오는 쌀국수 향채들, 고소한 참깨와 깨소금 냄새 등등,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고 그 냄새에 취하는 것 같습니다. 흑장미의 고혹적인 향, 라벤더의 금방 적응되지 않지만 독특한 깊은 향, 백합의 강렬한 치명적 향, 쥐똥나무의 5월을 수놓는 강렬한 달콤한 향, 라일락의 취기머금은 향 등등 모두 내적 감정을 풍부하게 하는 우리가 사랑하는 향기들입니다.
물론 좋은 냄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악취에 해당되는 불쾌감정 유발 냄새, 위험한 요소를 내포한 수상한 냄새들, 심지어 까물어칠만큼 독한 독소를 가진 냄새까지 이런 기억이 있는 장소는 꺼리게 되는 곳도 사실입니다. 냄새조합을 유전적으로 기가 막히게 잘 해서 단백질썩는 악취를 풍기는 꽃도 있고, 음식썩는 냄새로 파리나 곤충을 유인해서 잡아먹는 식물도 있습니다.
냄새감각은 참으로 묘한 감각 감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은 기본적으로 시상이란 감각정보 통과기관으로 유입된 후 전두엽 외의 영역에서 처리 가공되는 반면 후각은 전두엽에서 곧바로 처리 가공됩니다. 아래 그림설명에서 보듯 보고, 듣고, 접촉하고 맛보고 하는 감각정보처리는 전두엽 밖에서 이루어지지만 후각만은 전두엽에서 직접 처리하게 됩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이 냄새에 집착하게 되는 원인이 바로 사이코패스의 취약한 전두엽 발달 상황을 말해줍니다. 특정감각정보 처리가 어려울 때 그 감각자극 행동에 집착하는 것처럼 우리 뇌의 특정부분의 역할이 부족할 때 그 기능에 집착하게 되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향수'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원제 'Perfume'인 이 영화는 냄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한 부랑고아 청년의 향수제조의 어두운 면을 보여줍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얻을 수 있는 그 향기를 실제로 향수로 만들기 위해 치명적 집착을 하는 사이코패스적 살인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그 향기를 모으기위한 냄새집착은 많은 여인들의 희생의 댓가인데요, 아주 끔찍한 이야기입니다.
그 유명한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도 두 명의 사이코패스가 나오죠. 한명은 주인공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한니발박사와 한명은 연쇄살인마 범죄자입니다. 그 범죄자의 범죄행각을 보면 냄새에 집착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옵니다.
'양들의 침묵'에서 묘사한 사이코패스 범죄자 버팔로 빌은 실제 연쇄살인범인 게리 마이클 하이드닉이란 인물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하죠. 냄새집착은 확실히 전두엽 성장이 충분치 않은 이들에게서 많이 나오는 행동이기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전두엽 기능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후각이란 감각기능은 그래서 대부분의 자폐증의 사람들에게는 결핍되어 있습니다. 태균이처럼 아예 냄새기능이 마비된 경우도 있고 준이나 완이처럼 아주 가끔 새로운 음식이나 사물에 대해 냄새로 판단해 보려는 시도를 하게 하기도 합니다. 시각적 판단의 어려움이 클수록 냄새를 동원하는 비율이 커집니다.
ADHD 아이들 중에서 유난히 냄새감각을 앞세우거나 나지도 않는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전두엽 자극행동이기도 합니다. 의사소통이 된다면 다양한 냄새자극을 구분하는 훈련이나 강한 아로마교육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의식자체가 약하고 아직 감각추구 욕구가 충만한 경우에는 후각보다는 다른 감각을 담당하는 뇌신경망 복구가 더 시급합니다. 뇌는 발달상 순서를 거스르지 않기 때문에 다른 뇌영역이 제대로 가동되어야 전두엽은 잘 성장해가게 되어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후각은 어찌보면 개선필수 감각 중에서 우선순위가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일부 자폐아이들이 변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뇌의 부족한 상황이 묘하게 변질된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결과입니다. 변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말랑말랑하고 냄새나고 끈적이고 촉각과 후각자극의 끝판 놀이감으로 여겨지기도 해서 이에 집착하는 경우를 저는 여러번 본 적 있습니다.
냄새감각, 전두엽에서 직접 처리되는 그 특별한 감각체계가 별 이상없이 감정적 판단과 잘 연계 될 수 있도록 다른 영역의 감각체계 재편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노력해야 할 것 입니다.
첫댓글 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