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 하이엔드 스피커 Signature 800 Specification ● 크기(W x H x D/mm) : 450 x 1,197 x 645 ● 무게 : 125 Kg ● 형식 : 3웨이 4스피커/위상 반전형 ● 사용 유닛: 우퍼 250mm 페이퍼/케블러 콘형 x 2 미드레인지 150mm 케블러 콘형 x 1 트위터 25mm 메탈 돔형 x 1 ● 크로스오버 주파수 : 350Hz/40KHz ● 임피던스 : 8Ω ● 감도 : 91dB, 2.83V/m ● 재생 주파수 대역 : 25Hz ~ 50KHz ● 출시년도 : 2001년 ● 출시가격 : 국내 : 3700~4180만원 ● 기타 : 일본 스테레오 사운드 시청실 레퍼런스 기기 B&W 35주년 기념 모델 중,고음부에 튜브 인클루져 사용
Signature 800 Series 시그니처 800 B&W와의 인연 영국의 대표적인 스피커 메이커 B&W 와의 인연은 오디오 입문과 함께 시작된다. 주로 클래식만을 고집하는 필자에겐 B&W 이상의 스피커를 만나지 못했다. 그만큼 클래식 음악 표현에 적합한 음색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세계 각국의 많은 스튜디오에서 모니터 스피커로 채용한다고 한다. 다른말로 정확한 표현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 동안 B&W 스피커 사용 모델을 살펴보니 808로부터 시작해서 메트릭스 802-3, 801-3, 800, 실버시그니처 25, 및 노틸러스 801과 802, 그리고 현재의 시그니처 800 등이다. 다른 메이커 스피커와 혼용해서 사용해 왔지만 필자의 메인 스피커는 대부분 B&W의 차지었다. B&W 특유의 모니터적인 정확한 음에 적응된 탓이리라... B&W 하면 떠오르는 단상들... 모니터적이다, 맑다, 깨끗하다, 무 컬러링, 약간 자극적인 고역, 컨토롤 쉽지 않은 저역... 대중적인 모델부터 최고급에 이르기까지 스피커계를 리드하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시그니처 800 약 2개월 전 B&W의 플래그쉽 모델인 시그니처 800이 필자의 리스닝 룸에 들어왔다. 노틸러스 802이후 1년여만에 다시 B&W가 메인 스피커 위치를 찾게 된 것이다. 국내에 소개된지 2년. 그 동안 여러차례 시청한 경험이 있었고 언젠가 꼭 사용할 것을 마음에 담아 두었던 스피커. 필자의 리스닝룸에서의 첫 느낌은 기존 모델의 무미건조한 음에 적당한 유연성이 가미되고 한결 더 정확해진 음상, 그리고 빅마우스 현상 등이었다. 그러나 모니터적 성향의 기본 특성 변화는 없다. 일본 잡지인 스테레오사운드에서 2002년 골든사운드상으로 시그니처 800을 선정했는데 가장 큰 사유로 뛰어난 완성도를 들었다. B&W사는 1991년부터 5년 주기로 스페셜모델을 내 놓는다. 창립 25주년(1991) 기념모델이 실버시그니처 25, 30주년(1996)에 시그니처 30을 선보였고 그 3세대 격인 35주년(2001)기념모델이 이 시그니처 800이다. 기존 노틸러스 801과 802 중간 사이즈에 무게는 무려 125kg에 육박하는 이 제품은 호화로운 외장마감(타이거아이 무늬)에 첨단 신기술을 적용한 드라이버 유닛의 혁신적인 개선으로 기존 노틸러스시리즈에서 완전히 탈바꿈한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제품 개발 배경은 차세대 포맷(SACD, DVD-A)에 완벽히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재생 주파수대역의 광대역화, 다이내믹레인지 확충, 로우레벨에서의 토탈밸런스 중시, 과도응답특성의 전대역 균형화가 집중적인 설계 포인트다. 제품의 특징 제품 특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드레인지에 네오디듐마그넷이라는 작은 지름의 자기회로를 채용하고 폴피스플레이트 두께를 강화(801의 6mm→10mm로)하여 보이스 코일이 자기캡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방지함으로서 대음량시에도 음이 찌그러지지 않고 후면반사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정면에 돌출 된 탄환모양의 페이징 플러그는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여 S/N비를 개선했다. 기존 801의 38cm 우퍼는 스튜디오 등에서 하이레벨 재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반면 시그니처 800에서는 일반 가정의 리스닝룸에서 소음량에서 대음량까지 더욱 잘 컨트롤된 저역의 퍼포먼스를 위해 25cm 우퍼(직경 10cm 보이스코일을 감은 무게 12.6kg의 강력한 자기를 가진 유닛) 두 개를 패러럴(병렬) 구동하여 38cm 우퍼와 맞먹는 유효면적으로 큰 구동력을 얻을 수 있으며 과도특성이 매우 뛰어남은 물론 댐핑효과가 큰 저음재생이 가능하다. 또한 801,2의 트위터를 개량하여 공진주파수를 30kHz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고 한다. 따라서 시그니처 800의 고역 특성은 50kHz에 달해 SACD 등의 신세대 포맷에 완벽히 대응한다. 이밖에 크로스네트워크에 전해 콘덴서 대신 플리프로필렌 필름 콘덴서를 사용하는 등 세세한 부분에 많은 개량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신호의 철저한 저 손실화를 꾀했다. 스펙은 아래와 같다. 형식 : 3way 4speaker, 위상 반전형 사용유닛 : 25cm 콘형 2개(우퍼), 16cm 콘형(미드레인지), 2.5cm 돔형(트위터) 크로스오바 : 350Hz, 4kHz 임피던스 : 8Ω 감도 : 91dB/2.83V/m 크기/무게 : W450*H1,197*D645mm/125kg 설치 및 세팅 어른 4명이 낑낑댈 정도로 운반이 힘들다. 무려 125kg 이라는 무게도 그렇고 마땅한 운반용 손잡이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설계다. 일단 자리만 잡으면 미세 운반은 용이하다. 바닥에 도르레가 설치되어 혼자 밀고 땡길 수 있다. 도르레를 뺀 자리에 스파이크 설치가 가능하지만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힘들게 스파이크를 설치하더라도 혼자서는 미세한 조정조차 불가능하니 그림위에 떡인 셈이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스파이크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다. 스피커가 예민한 탓에 설치위치에 따라서 리스닝포인트가 심하게 바뀌므로 정확한 위치를 잡는데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는 스피커다. 시청공간은 아파트 거실로 주방쪽이 터져있고 4.5m * 6m(터진공간 제외)정도다. 스피커 사이에 랙은 사용하지 않고 기기를 바닥에 세팅했으며 중앙에 가로 2.2m, 높이 1.2m의 음향판(유포니아)을 설치하고 뒷면 유리창의 커튼 흡음량(이중커튼)을 조정하면서 테스트에 임했다. 이 제품은 충분히 에이징 된 제품은 아니다. 사흘간(72시간) 앰프와 소스 전원을 계속 온 상태로 놓고 시청했다. 매칭시스템 골드문트 39CDP 부메스타 808mk3 프리앰프 골드문트 28.4 모노블럭 파워앰프 케이블 실텍, 킴버, 노더스트 등 본격 시청에 앞서... 이 스피커가 들어오기 전 이글스톤웍스의 안드라2를 약 7개월간, 윌슨오디오 와트퍼피5.1를 3개월 남짓 위 시스템(당시 프리는 골드문트 22)으로 들었기에 기억을 더듬어 이들과 간접적인 비교느낌이 반영되었음을 밝혀둔다. 사실 상당기간 사용해온 제품이라도 리뷰는 쉽지 않다. 매칭 시스템에 의해 소리 성향이 바뀌므로 어떤 특정 모델을 리뷰한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스피커에 의해 음의 성향이 바뀔수도 있고 소스나 앰프에의해서도 음질이 바뀌므로 정확히 말하면 매칭시스템 전체평가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람마다 감성과 취향이 달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가를 한다는 건 욕심에 불과하다. 더구나 잡지사나 수입상에서 리뷰용으로 보내는 제품은 그 짧은 기간에 객관적인 평을 내리기 어렵고 개인간의 성향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필자가 상당기간 사용하던 제품이 아주 짧은 시간에 무책임한 리뷰어에 의해 말도 안 되는 평가(필자 기준에서)를 내리는 것을 보고 리뷰는 재미로 읽는 것이지 절대 믿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이 글 역시 이런 범주에 들며 자신의 입장과 틀리더라도 그런 맥락으로 받아들이고 재미로 읽어주었으면 한다. 이 글은 지금까지 들어왔던 선입견을 배제하고 약 사흘에 걸쳐 아래 음반을 중심으로 집중시청한 내용이다. 몇개의 샘플 음반 들어보기 테스트용으로 즐겨 듣는 음반 하나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굴다/아바도. 2악장 피아노 터치가 정확한 윤곽을 그리면서 한없이 맑고 감미롭다. 안드라2에 비하면 피아노 사이즈가 조금 커진게 분명하다. 안드라가 묵직한 음이라면 800은 맑고 경쾌한 느낌이다. 와트퍼피보다는 중립적인 사운드로 자연스러운 터치감이 돋보인다. 다음은 클라이버/빈필의 베토벤 운명교향곡 제 4악장이다. 백수십번은 들음직한 이 음반은 들을 때마다 새롭고 감동적인 느낌을 주는데 4악장(2/2박자)의 빠른 템포를 아주 정확하고 세밀하게 분석해 총주가 전혀 두리뭉실하지 않다. 총주 바이올린군의 음색은 밝고 연주자 수는 늘어난 느낌. 골드문트 앰프 영향인지 음상이 다소 앞으로 튀고 평면적인 듯 하지만 음장은 룸안을 꽉 채운다. 좌우 펼침은 안드라보다 넓고 음의 깊이감은 상대적으로 아쉽다. 전반적으로 생기있고 발랄한 느낌의 음색이다. 베토벤 9번 합창(아바도/베를린필 신보)의 제 4악장을 들어본다. 솔리스트의 성악부분은 빅마우스 현상은 있으나 가창력이 돋보인다. 오케스타라의 총주는 상쾌하고 그 이탈감에서 시원스런 쾌감이 찾아온다. 적은수(?)의 합창단임에도 불구하고 환희의 송가 합창부분의 스케일감은 단연 압권이다. 기악과 성악이 어울어진 대편성 재생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 하다. 이번엔 브람스 교향곡 4번(반드/북독일방송) 제 1악장이다. 어둡고 내성적이며 브람스 말년의 심경이 잘 드러나 있는 이 연주는 장엄한 서사시 같은 분위기를 어떤 음색으로 표출하는지가 관건. 서주부 없이 길고 느릿한 제1주제의 현악기가 목관과 자유롭게 교대하면서 전개되어 나가는 부분이 바이올린의 감미로운 음색과 쓸쓸한 음색 표현이 실연의 분위기다. 제2주제의 서사적인 표현은 타 스피커보다 풍성함과 함께 감칠맛이 난다. 발전부는 부드러운 맛보다는 힘이 실린 소리고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힘차고 웅장한 스케일감을 들려준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 제 5번(카잘스)... 모노음반이다. 첫 음절에서 대번에 카잘스 임을 느낄 정도의 힘차고 박력있는 연주다. 오래전의 녹음이지만 첼로음의 묵직한 표현은 이 스피커의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진다. 약한 음에서도 현의 울림과 음상 윤곽의 가장자리 부분이 정확하다. 중저음의 밀도감도 꽉 찬 느낌을 주고 노이즈가 녹음회장의 환경에서 기인하는 것을 알려주며 미세 표현이 뛰어나다. 손가락과 현사이의 마찰음(노이즈)도 정확히 들려오고 실제 첼로사이즈보다 반단계(?) 커진 음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 야신타의 문리버를 들어본다. 야신타가 노래를 잘한다기 보다는 녹음이 잘된 음반임을 알 수 있다. 입술 떨어지는 소리, 숨소리가 정확히 표현된다. 피아노 타건음의 명징함은 녹음 환경과도 밀접하지만 무대의 분위기까지 표현하는 능력까지 갖고 있다. 이밖에 째즈,가요,팝 등에서도 대단히 만족스런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사용해온 스피커 중 올라운드 타입으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만 하다. 종합평가 -음장감, 음상, 정위감- 연주회장이나 실제음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있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능력과 연주회장에서 들었던 음에 대한 생생한 기억력이 있어야만 평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재생음 범위내에서 개인의 느낌을 적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결국 이런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시그니처 800은 대편성이나 소편성 모두 음장형성 능력은 탁월한 편이다. 이 스피커로 교체한 후 가장 큰 느낌은 무대가 확실히 넓어졌다는 것이다. 장점이라 할 수 있지만 리스닝룸에 따라 대편성 관현악의 경우 과다 음장 형성으로 음의 정위감이 떨어지는 현상도 염려된다. 전반적으로 가로의 펼침성은 좋은데 소스에 따라 깊이감이 아쉽기도 하다. 밝고 활달한 남성적인 사운드로 음상이 앞쪽으로 쏠리는 것이 원인인 듯.. 세밀한 룸튜닝이나 스피커 위치선정으로 이를 조정해야 하며 앰프 선택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다이내믹스- 음장이 주로 공간적인 문제라면 다이내믹스는 여기에 시간이 더해진 총괄적인 개념이다. 즉, 얼마나 음악이 입체적으로 표현 되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다. 시그니처 800의 장점은 강약과 완급의 표현이 사실적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여린음의 표현에서부터 센음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그 펼침이 무척 자연스럽다. 굳이 표현하면 디지탈보다는 아날로그적인 음이지만 반응도 빠르다. 차세대 포멧 대응 설계로 광대역의 주파수 특성을 가지고 있는점도 매력이다. 시그니처800의 최대 장점. -해상력- 음의 분해능력 또한 훌륭하다. 흔히 해상력이 높으면 음상이 가늘고 자극적인 느낌을 떠올리기 쉬우나 시그니처 800은 적당한 두께감을 유지하면서도 각 악기를 분리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스피커이다. 음상의 에지가 굵지만 예리하게 파고드는 음이다. 오케스트라의 포르티시모에서 박력있고 입체적이며 투명하다. 악기간 분해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당분간 이보다 뛰어난 해상력의 스피커를 찾기란 쉽지 않을듯 싶다. -토탈 밸런스- 셋팅이 관건이다. 몇몇 앰프에서는 실망스런 음을 들려주기도 했다. 특히 저역의 콘트롤이 쉽지 않다. 기본기가 충실한 만큼 매칭만 잘되면 좋은 토탈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 고역의 투명성과 개방감, 중역대의 밀도감 함께 저역의 풍성함이 잘 어울어져 삼각형 피마밋 구조의 안정된 밸런스감을 보여주는 스피커다. 에필로그 B&W 스피커의 취약점(?)은 음악이 감미롭지 못하고 다소 무기질적인 음이라는데 있다. 일관되게 추구해온 음질철학(정확하고 컬러링이 없는 음?)에서 오는 특징적 성향 때문인 듯 싶다. 이런 모니터적인 음질이 실버 시그니처 25로부터 조금씩 변화기 시작하여 시그니처 800에서는 대부분 보완이 된 것 같다. 음에 살집이 붙고 약간 화려해졌다고 할까. 모니터로서의 품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약간의 외도(?)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음이 명료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혀 차갑지 않고 산뜻함까지 묻어나는 시그니처 800은 기존 노틸러스 801,2 음에서 한꺼풀 시원하게 벗은 음이 분명하다. 문제는 스피커 가격못지 않게 주변기기에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하고 매칭에 많은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몇 앰프와의 매칭에서는 기대이하의 음이 나오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잘 매칭된 시그니처 800의 음질은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가 나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제시해 준다고 본다. 글 서상원 추가 SACD플레이어 에소테릭 Esoteric X-03
거부할 수 없는 사운드에 매혹되다
필자는 작년 12월 11-13일간 열린 디지털 AV쇼에서 P-01·D-01 시스템의 시연을 맡은 바 있다. 에소테릭의(당시로서는) 최상급 유니버설 플레이어였던 DV-50을 사용하고 있다는 인연과 오로지 SACD 플레이어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SACD 전문 리뷰어로 자리매김 당해버린 필자의 위상 때문이었다. FM 어쿠스틱, B&W 시그너처 800과 매칭된 P-01·D-01은 오디오에는 아무 신경쓰지 않고 음악만 듣다가 가끔씩 실연에서는 듣기 힘든 지극히 오디오적인 표현이 나올 때만 몸서리를 치면 되는, 이른바 드림 시스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X-03은 상급기인 X-01과는 섀시의 재질과 멀티채널 지원 유무에서 차이가 날 뿐 에소테릭이 P-01·1D-01의 아낌없는 물량투입에서 얻은 경험과 기술을 집약시킨 야심작이다. 이 제품의 기술적 핵심은 와디아가 채용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완성도를 자랑했던 VRDS 메커니즘의 SACD판인 VRDS Neo의 장착. SACD와 DVD는 기존의 레드북 CD에 비해 플레이어에서 재생시 약 4.5배의 회전수를 갖게 되는데, 알루미늄 무게의 2/3인 마그네슘을 소재로 채택한 VRDS 턴테이블은 기계적으로 디스크 흔들림을 수정함으로써 고속 회전시의 악영향을 최소화한다. 이 제품의 이런 기술적 견고함은 외양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져, 정밀한 절삭 가공을 거친 본체는 23kg의 무게가 그 묵직함을 웅변해준다. 린데만과 클라세의 제품들이 세계 최초의 SACD 플레이어인 소니 SCD-1을(기존 하이파이 팬들을 겨냥해서이기도 하지만 멀티채널을 염두에 두지 않은 초창기 모델을 모체로 하다보니 이 제품들이 2채널만 지원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 EMM LABS가 최초의 멀티채널 SACD 플레이어인 필립스의 SACD-1000을 모체로 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세계 유수의 업체들 역시 원천기술을 가진 소니와 필립스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VRDS Neo는 에소테릭이 전적인 독자기술로 SACD 플레이어를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업체라는 것을 웅변해 주는 증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광학 소스 분야에서 일본의 독주가 당분간 이어지리라는 예상을 가능케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섀시와 마찬가지로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트레이는 이 제품이 하이엔드라는 것을 그 움직임만으로 사용자에게 각인시킨다. 트레이 개폐에 즐겨 사용되는 ‘스르르~ 착’이라는 의성어(혹은 의태어)는 X-03의 트레이 기동을 위해 만들어진 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단히 부드럽게 밀려나오거나 들어가다가 마지막 순간 잠깐 머뭇거리는 그 절묘함은 대량 양산품과 하이엔드 제품의 갈림길이 어디에서 이루어지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필자가 조금 전 머뭇거림이라고 표현했지만 일단 트레이에 걸린 음반이 Neo VRDS 턴테이블을 통해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것은 머뭇거림이라기보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꽉 찬 소리가 들려온다. 페라이어의 쇼팽 리사이틀(Sony SK 64 399)을 들어보았다. 필자의 메인 소스기기인 DV-50과 흡사한 음이지만 훨씬 부드러워졌다. 소리를 무르게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DV-50에 SACD를 걸어야 들을 수 있었던 수준급의 부드러움, 게다가 피아노 특유의 광택까지 고스란히 살려준다. 발라드 1번에서 제2주제가 등장하기 직전의 숨막힐 듯한 정적감의 탁월한 재현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견고한 만듦새 때문에 직선적이고 호방하기만 한 소리를 연상한 사람의 의표를 찌르는 주도면밀하고 섬세한 음악적 연출력을 이 기계는 지니고 있다. 이어서 들어본 것은 공전의 히트작 <세상의 모든 아침> OST의 SACD 버전. 극소수의 정격음악 팬들 사이에서 비장의 카드로 통해 왔던 조르디 사발을 일약 대중적 아티스트의 반열에 오르게 한 음반이자 사발이 직접 운영하는 알리아 복스의 오늘을 있게 한 음반. 불과 몇 년 전에 리마스터링과 사진자료와 읽을거리를 보강한 내지, 픽처디스크 사양으로 발매되는 바람에 이 음반과 영화의 팬들에게 개비(改備)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이 음반의 SACD 버전의 음질이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지 무척 궁금했는데 X-03은 두 버전의 차이를 청각에 이상이 없는 한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극명하게 대조해서 들려줬다. 이번 특집의 추천 소프트 란에 바로 이 음반을 소개했으니 결과는 거기서 확인하시길. 덧붙이자면 그 특징들은 거의 전적으로 X-03 덕분에 ‘보다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번에 수입된 리빙 스테레오 SACD의 2차분은 차세대 포맷의 위력과 동시에 X-03의 위용을 동시에 뽐내는 무대를 제공해주었다. 라이너·시카고 심포니의 림스키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BMG 82876 66377 2)는 라이너의 녹음들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 ‘도대체 히스 노이즈를 제거한 것 말고 녹음기술이 그동안 이루어 놓은 게 뭐가 있단 말인가’라는 한탄을 그 어느 때보다도 하게 만든다. 뮌시니·보스턴 심포니의 라벨·드뷔시 관현악곡집도 마찬가지. 특히 기존의 레드북 CD와 비교해 보았을 때 볼레로 서두의 플루트 소리는 같은 연주자의 그것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다르다. 이 시리즈가 XRCD처럼 전반적으로 게인을 올렸지만 전혀 거칠지 않고 음량 밸런스에서 과포화된 느낌이 들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정확한 음색의 재현에 성공하고 있다. 하이페츠의 음반들은 CD 시대로 넘어오면서 유독 차갑기만 하고 억세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번 SACD 버전의 시벨리우스·프로코피에프·글라주노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을 X-03에 걸면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 연주자의 한 사람이었던 하이페츠가 불완전한 디지털 기술 때문에 얼마나 지독한 오해를 받아왔는지를 알게 해준다. 현재로서는 가장 진보된 디지털 매체인 SACD가 X-03이라는 하드웨어와 만나자 하이페츠의 바이올린은 비로소 아날로그 운용자들에게만 들려주었던 노래를 들려주기 시작하는 것이다. CD 플레이어로서의 성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 이번에 오리지날스로 출시된 미켈란젤리의 전주곡집(DG 00289 477 5345)을 걸었다. 마치 오디오를 바꾼 듯한 음질의 현격한 개선에 필자를 환호케 했던 음반. 하이페츠와 마찬가지로 미켈란젤리 역시 CD로 포맷이 바뀌면서 차갑기만 한 연주자로 인식되어 왔는데 이번 오리지널스 발매분은 피아노의 지나친 광택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려놓으면서 원 소스의 차분함을 성공적으로 복원했다. 차분함, 혹은 정적. 이것이야말로 하이엔드 오디오의 키워드 중의 하나다. X-03은 대음량으로 재생해야 들을 수 있었던 미켈란젤리의 치가 떨릴 정도로 완벽한 컨트롤에 의한 미묘한 디테일을 볼륨을 높이지 않아도 태연스럽게 재생되어 필자를 기쁘게 하기보다는 경악시켰다. 마지막으로 들어본 대편성. 카라얀-빈 필의 브루크너 교향곡 7번(DG 439 037-2). 악계의 정상에 군림했던 음악의 황제의 백조의 노래인 이 음반을 X-03은 너무도 숭고하게 재현해 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음악 자체가 너무도 숭고하며(1악장 현의 트레몰로가 점차 부풀면서 브루크너 특유의 오르간 사운드로 이행해 나가는 과정에 감동받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카라얀의 ‘정신적 가치의 부재’를 떠드는 사람들조차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카라얀의 지휘가 또한 너무도 숭고하니 자신이 재생하는 소스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스피커를 통해 내보내고 싶어하는 이 묵직한 기계의 성깔을 생각해 볼 때 당연한 일이다.
오디오계에 가장 깊숙이 그리고 넓게 퍼져 있는 편견 중의 하나가 일본 오디오 제품은 특유의 착색 때문에 우리의 감성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큐페이즈를 정점으로 한 일본의 하이엔드 제품들은 오히려 해외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필자 역시 지금 사용하고 있는 DV-50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그렇다. 이런 편견의 희생자 중 한 사람이었다. 얼마전 들어봤던 아큐페이즈의 DP-77처럼 에소테릭의 소스기기들은 사람들이 고급한 소리라고 부르는 지극히 유연하고 달콤한 소리를 지니고 있다. 에소테릭의 제품들은 거기에 견고한 메커니즘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는 굳건한 골격을 음에 입히고 있다. DV-50과 P-01·D-01, 그리고 이번에 X-03까지 들어본 필자로서는 에소테릭이라는 메이커의 음 경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 리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수준급의 CD 재생에 무난한 화질의 비디오 재생, 가격이 몇 배가 넘는 하이엔드 기기를 상회하는 차세대 포맷의 재생능력, 거기다 가격대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mp3 지원까지, 에소테릭이 만들어서는 안 될 물건을 만들었다고 필자로 하여금 되뇌게 만들었던 DV-50을 당분간 가지고 있을 생각이었던 필자는 아무래도 리뷰어가 바치는 최상의 찬사를 X-03에게 보내게 될 것 같다. 즉, ‘나는 이 리뷰제품을 구입했다’. 아무래도 그렇게 될 것만 같다.
수입원 : 로이코 (02)335-0006 월간 오디오&홈시어터 2005년 4월호 |
출처: 이욱정 감사 축복 은혜 영광 원문보기 글쓴이: 이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