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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요일 | 5:00 기상 5:30 출발 - 5:45 택시 (1500원) - 6:10 신성동 출발 - 9:30 안개 - 10:00 정선을 지나며 약간 비가 내리기 시작함 - 10:40 백봉령 (해발 780m) - 12:00 귀네미 마을 (광동댐 이주단지) - 12:20 고랭지 채소밭의 적당한 곳에 주차 후 점심식사 - 12:45 출발 - 13:10 지도상의 큰재 - 13:50 휴식 (1059봉) - 3:00 댓재 - 3:25 출발 - 5:45 두타산 정상 - 7:00 후미 도착 - 9:00 취침 |
10일 토요일 | 5:30 기상 6:00 식사 - 7:40 텐트 철수 - 7:40 출발 - 8:00 안부 - 8:40 현주언니 안부도착 - 9:15 박달령 - 9:45 휴식, 15분후 후미 도착 - 10:30 휴식, 10분 후 후미 도착 - 11:00 용추계곡의 첫번째 계곡을 건너 소주한잔 - 11:50 두번째 계곡을 건너고 모퉁이를 돌자마자 또 계곡 - 12:00 세번째 계곡을 건너는데 몸이 휘청 - 네번째 계곡 중간에 나무를 두고 이어진 두개의 줄을 잡고 건넘 - 다섯번째 계곡은 물살이 엄청난 작은 폭포를 건너 뛰어야 해서 조심스러웠음 - 계곡을 건너 조금 지나미 계곡으로 흘러가는 지류가 물이 넘쳐 내가 되었다. - 철계단이 나오고 산위의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면서 기암괴석의 암벽이 보임. - 12:40 박달령으로 올라가는 삼거리 표지판이 있고 힐을 신은 아줌마들도 왔다갔다하는 일반등산로까지 하산. - 1:00 용추폭포, 쌍폭포 구경후 하산길에 점심식사 - 2:13 점심식사후 하산 - 2:30 금난정 통과 - 2:40 하산완료 - 3:00 무지계식당 - 4:30 후미 도착, 김태욱, 길기현 합류, 막걸리 한 잔 후 출발 - 6:40 횡계의 한 콘도에 여장을 풀고 - 부산식육식당에서 식사, 노래방, 숙소로 들어와 다른 분들은 2시까지 소주파티 |
11일 일요일 | 5:30 기상 7:00 아침식사- 9:10 출발 - 12:00 서청주 IC - 1:00 대전도착 후 점심식사로 냉면 - 2:20 기숙사에 들어옴. - 20차 산행보고 |
3. 산행일지
홈에 올라온 안내문을 보니 이번 산행의 거리가 만만치 않다. 지난 여름 소백산구간을 지나갈 때 불필요하게 무거웠던 배낭 때문에 무릎이 아팠던 것을 생각하고 짐을 최소로 쌌는데도 여전히 무겁다.
2002년 8월 9일 금요일 흐리고 비옴.
6시 출발이라 5시에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겼는데 약속시간에 도착하기엔 시간이 약간 모자른 것 같아 신성동으로 걸어가는 도중 택시를 탔다. 공영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아 입구쪽에 주차해 놓은 무쏘에 배낭을 기대놓고 아래 편의점에 가서 가스를 사 갖고 왔다. 차들 너머로 왔다 갔다하는 회장님 머리가 보였다. 다음주에 해외원정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꺼라고 생각했는데 비가 오는 날씨 탓인지 생각처럼 많이 참석하지 않았다. 북대전IC에서 부회장님을 태우고, 서청주IC에서 현주언니를 태우고, 이천에서 기현씨를 태우고, 아침부터 짜장면 배달하느라 바빴다.
모친상을 치르시느라 고선생님이 오지 않으셨다. 그래서 트렁크에서 솔솔 나던 삶은 감자 냄새가 이번 산행에는 함께 하지않았다. 산행지까지 접근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자연히 이야기가 많았다. 오늘 처음 만난 현주언니, 고향이 청주란다. 알고보니 학교선배다. 그런데...
고등학교는 어디 나왔어? 중학교는? 초등학교는?
^^;;;
휴~ 대학교부터 걸려서 다행이다.
9시반, 맑던 하늘은 없어지고 안개가 자욱하더니만 정선을 지나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백봉령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40분경. 해발 780 m 라는 입간판이 보이고 허름한 주막이 보인다. 두고갈 짐과 갖고 갈 짐을 나누어 차에 각각 싣고 하박사님 차에 모두 구겨 타고 전번 산행을 끝낸 광동댐 이주단지로 향했다. 12시 광동댐이주단지인 귀네미 마을에 도착했다. 졸다가 이야기하는 소리에 깨어서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고 눈익은 고랭지채소밭이 보인다. 고만고만한 고랭지채소밭의 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점심식사를 했다. 고선생님이 계셨더라면 밥상을 깔아야 한다며 판초를 깔았을 터인데 모두들 무신경하게 차 바퀴옆에 반찬통을 꺼내놓는다. 부회장님이 미리 익혀온 햇반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바로 출발했다. 예상 시간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것도 있겠지만 안개가 자욱한 것이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식사를 빨리 했다. 댓재에 가면 물이 있다는 말에 남아있는 물을 나누어 물통에 담고 출발했다.
출발한지 25분만에 지도상의 큰재에 도착했다. 지도상의 큰재를 알아볼 만큼 지도를 보는 실력이 늘은 것은 아니고 바로 회장님 옆을 지나치다가 들었다.
큰재를 지나니 산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 멈춰서 스패츠를 신었다. 스패츠를 신는 동안 기현씨와 부회장님이 후미를 지켜주신다. 몸이 젖은 건 금방 말라도 신발이 젖으면 안 말라 내일 발이 부르틀까봐 걱정이 되서 신었는데 스패츠를 신으니 발이 뽀송뽕송하다.
일행이 상당히 앞서 간 건지 쉽게 나타나지 않아 서두르다가 세번이나 미끄러졌다. 앞쪽에 일행이 보인다. 잠시 멈춰서서 독도를 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오느라 몰랐는데 잠깐 멈춰서 있는 동안 긁힌 상처들이 아리다. 길에 잡목이 어찌나 심하게 우거졌는지 계속 이어지는 길이 이 모양이면 금새 신발이고 양말이고 다 젖어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분간 험한 길을 올라 1059봉에서 휴식을 취했다.
길이 너무 험해요.
원래 등산로가 있는데 시간을 절약하려고 직선코스로 와서 그래요.
투덜거렸더니 김태욱선생님이 대답해 주신다. 비가 계속 오고 있지만 그칠 꺼라 생각해서 오버트라우져를 꺼내 입지 않았는데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김태욱선생님이 뒤돌아보며 비옷을 입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에 회장님과 나는 오버트라우져를 입고 하박사님과 부회장님, 기현씨는 그냥 서 있다. 다른 사람의 산행기에서 읽은 것처럼 길의 오른쪽 사면은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지만 안개가 끼어 제대로 아래가 보이지 않고 바람소리만 솨솨솨 들려 시 한편이 생각나지만 뱅뱅 돌기만 할 뿐 전편이 떠오르지 않는다.
갑자기 시가 생각나네요.
무슨 시인데.
비자숲바람소리라는 시인데 좀 야한 시예요.
맛뵈기로 쫌만 외워봐.
회장님 말씀에 되지도 않는 시를 얼렁뚱땅 읊어대며 길이 참 지루하다 생각했다.얼마나 걸었을까. 비가 오고 있어 산행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더구나 오늘 시작해야 할 구간은 사실상 댓재부터이기 때문에 지루한 감은 더 하다. 앞이 트이고 도로가 보인다. 세시, 대간의 고갯마루를 넘어가는 넓은 도로가 있는 댓재에 도착했다. 분위기가 피재와 비슷하다. 길 건너에 두타산 산신각이 보여 산신각아래에서 비를 피했다. 산신각 문을 잠궈나서 안을 들여다 볼 수는 없었다. 댓재의 도로가에 수도꼭지가 하나 나와 있다고 했는데 어디를 봐도 찾을 수 없어 민가의 마당에서 물을 받았다. 현주언니가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약을 바르는 동안 간식을 먹었다. 운행속도는 예상보다 좀 빠른 편이다.
여기까지는 아르바이트고 지금부터 원래 산행 시작이야.
아~ 여기까지 오는데도 무릎 아픈데 큰일났네~
회장님 말에 현주언니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25분간 쉬고 산신각 오른쪽에 붙어있는 리본을 따라 올라갔다. 오르막을 두개 지나 1031봉부터는 길이 완만해지고 넓어졌다. 두타산을 올라가는 250m정도의 고도가 눈앞에 있다. 하지만 잘못된 이정표하나가 우리를 즐겁해 줄 꺼라고 회장님이 그러신다. 무릎이 아프다고 하면서도 현주언니는 현재까지 잘 따라오고 있다. 두타산 정상을 올라가는 길, 후미와 상당히 쳐졌다. 진박사님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
5시 45분 김태욱선생님과 먼저 두타산 정산에 도착했다. 스패츠를 했지만 신발과 양말은 이미 젖어버린지 오래다. 비가 많이 오고 있어 후미를 기다리며 잠깐 서있는 동안 흠뻑 젖었다. 등산로에서 오른쪽으로 벗어난 곳에 있는 나무아래에서 비를 피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헬기장이 있다. 헬기장에서 안개가 소용돌이를 친다. 더 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다. 다른 분들도 같은 생각였는지 결국 여기서 막영을 하기로 하고 나무아래에 텐트사이트를 정비하고 비닐을 깔았다. 한쪽에서 물을 받기 위해 판초를 나무에 묶었다. 텐트한동이 쳐지고 안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이러고 있는 동안 시간이 상당히 많이 흘렀는데 기현씨와 진박사님이 나타나지 않는다. 언니랑 나랑 하박사님만 옷을 갈아입고 다른 분들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젖은 채로 어둑한 빗속에 서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신다. 헤어진 일행을 찾으러 김태욱선생님이 가셨단다. 그동안 언니가 식사준비를 하자고 해서 받아놓은 빗물로 밥을 하고 참치김치찌개를 끓였다. 그 판쵸 빨은 적은 있을까? 위생상태가 심히 의심스럽지만...
알고 보면 나 손 안 씼었는데…
괜찮아. 그런데 맛이 이상해. 뭔가 빠진 거 같아.
양념이 있어야겠는걸요. 부회장님 배낭에 있을텐데 꺼내 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해수오빠~ 양념통 좀 줘요.
….
맛 좀 봐요.
으음~ very good!
이미 어두워진 7시가 넘어서야 두분과 합류했고 기현씨 배낭에 있던 또 한동의 텐트를 치고 모두들 비를 피했다. 비좁은 텐트안에 물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은 채로 다닥다닥 앉아 소주를 한잔씩하고 9시에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바닥이 울퉁불퉁하다.
2002년 8월 10일 토요일 흐리고 여전히 비내림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날이 이미 밝았다. 하박사님이 벌써 일어나셔서 침낭을 챙기고 계신다. 옆에서 자고 있던 현주언니가 일어나며 무릎이 아프다고 괴로워하길래 무릎보호대를 빌려줬다. 오늘 갈 길이 만만치 않은데 걱정이다.
6시 밥먹으라고 부르는 소리에 앞쪽 텐트로 가서 식사를 했다.
짐을 챙기는 동안 아무런 지시도 없고 잠잠하다. 출발할 시간이 지났는데…
일단 짐을 모두 쌌다. 비가 계속 오고 있어 고민하고 있었나 보다. 7시 20분 텐트를 철수하고 두타산을 출발했다.
두타산에서 박달령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아직도 비가 오고 있어 걸음이 나두 모르게 빠르다. 말은 안 하지만 다들 속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20분만에 안부에 도착했다.
아니, 어제 40분 걸려 내려온 길을 20분만에 내려왔네.
뒤따라 내려오신 진박사님이 허탈하게 말씀하신다. 어제 일행을 미처 보지 못하고 진박사님과 기현씨가 안부까지 내려와 비상식으로 허기를 달래는데 김태욱선생님을 만났단다. 어제 저녁의 이야기를 들으며 후미를 기다렸다.
고도 200 m 내려오는데 1시간 걸릴텐데…
회장님이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시계를 보니 벌써 8시20분이다. 회장님이 산행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중간 어디서 하산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구하신다.
청옥산을 지나서 하산하면 청옥산 정상에서 야영을 못 하잖아요.
김태욱 선생님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하산을 할 꺼면 빨리 하는 것이 낫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너무 우스웠던 것이 다들 집에 빨리 돌아가게 된 것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대전에서 레이스를 살려면 어디서 사요? 드레스용 레이스.
그거 원동시장에 가면 살 수 있어요. 거기가 어디냐면 어쩌구 저쩌구...
그런데 레이스는 사서 뭐하게.
진박사님과의 대화에 옆에서 듣던 회장님이 한마디 끼어드신다.
아~ 성옥씨 시집간대요.
어, 허허허~~
아니예요, 레이스가방 만들려구 하는데... ^^;
출발한지 한시간만에 언니가 시야에 들어왔다. 올라가 스틱을 주는데 거절한다. 어제부터 본 바로는 대단한 고집장이 아니면 자존심빵빵녀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다른 분들이 거절하는 모양을 보고 뒤에서 받아 두개 짚고 오라고 한마디씩 하시니 그제서야 내민 스틱을 받아든다.
박달령까지는 작은 봉우리를 두개 넘어간다. 완만한 오르막을 언니가 빠르게 앞질러 올라가고 뒤따라 우리가 갔다. 한참 쳐졌나 싶은데 내리막에서 금방 만났다. 30분 후, 박달령에 도착했다. 무릉계곡으로 내려가는 표지판이 있는 넓은 공터에 비바람이 분다. 한가운데 서 있으니 추워 다시 길목쪽으로 가 바람을 피했다. 기현씨와 김태욱 선생님이 차를 가져오겠다며 먼저 내려갔다. 나중에 도착한 현주언니는 금반지를 주웠다면서 신기해한다. 거참, 누가 이 깊은 산속까지 와서 반지를 버리고 헤어졌을까나... 남의 일이라 안됐다고 할 수도 없고,참.
박달령에서 무릉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심해 오후 4시는 되어야 도착하겠다고 생각하고 먼저 내려가시는 두분과 만나는 시간이 얼추 맞겠다고 생각했다. 잠시후, 진박사님, 회장님과 먼저 앞서 내려가고, 뒤이어 하박사님, 현주언니, 부회장님이 내려왔다. 후미와 사이가 많이 벌어지는 것을 우려해 30분 정도 내려가서 쉬었다. 쉬면서 아직 배낭속에 있던 천도복숭아 3개를 꺼내 나눠먹었다. 한참 기다려야 될꺼라고 생각했는데 15분 뒤에 언니 뒷모습이 보인다. 부회장님 손을 잡고 거꾸로 내려오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양호한 상태여서 다들 놀라며 기뻐했다.
다시 30분 내려와 샌드위치햄을 꺼내 먹었다. 회장님이 소주 안주로 끝내주는데 하시며 소주 한잔을 아쉬워하는데 10분만에 후미가 내려온다. 부회장님에게 소주있냐고 성급하게 물어보시는데 진박사님이 뒤에서 계곡에 내려가서 한잔하자고 말리신다.
내려오면서 물소리 같은 것이 계속 들리는데 아직 고도가 높아 진박사님이 자꾸 바람소리라고 하신다. 그런데 조금 내려와 바로 계곡과 만났다. 계곡물이 불어 징검다리는 이미 잠겨버렸고 옷이며 신발도 어제저녁부터 이미 젖은 터라 마음놓고 첨벙첨벙 계곡을 건넜다. 언니가 올려면 좀 있어야 하니 끈적끈적한 팔다리를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오면서 끈적거려 살갗이 너무 아팠다. 신발, 양말 벗어놓고 물에 들어가 씻다가 머리까지 담구었는데 눈을 감았다가 균형을 잃어 물에 풍덩 빠져버렸다. 회장님이 들고 계신 카메라에 찍히지 않을려고 안간힘을 쓰고 일어섰는데 회장님이 사용하지 않은 마른 수건을 꺼내주시며 닦으라고 하신다. 진박사님 왈, 우린 추워서 못 들어가는데 젊어서 좋네 하고 할아버지 같은 말을 하신다. 열심히 양말을 짜는 동안 후미가 오고 소주 한병이 턱 나온다. 한쪽에 양말신고 한쪽은 맨발인 채로 배낭까지 걸어가 먹다 남은 샌드위치햄을 꺼내 소주 안주를 했다.
양말의 물기를 다 짜내니 그런대로 발의 느낌이 괜찮다. 산죽이 우거진 길을 따라 내려가며 이 길이 지리산 조개골과 참 닮았다 생각했다. 거긴 물을 여러 번 건너는 것인데 생각하고 있는데 한 30분 내려가니 또 물을 건너야 한다. 풍덩풍덩 발 다 적시고 등산로의 모퉁이를 지났는데 앞서 가시던 진박사님이 뒤를 돌아보신다. 앞에 다시 넓은 물이 나타났다. 3분의 2지점에 나무가 있고 나무를 중심으로 양쪽에 줄이 매어져 있다. 진박사님이 건너시는 걸 보고 뒤이어 나두 건너기 시작했다. 중간지점에 솟아있는 바위까지 왔을 때 유속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거 쓸려 내려가면 그대로 사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정신이 번쩍 든다. 먼저 건너가신 진박사님이 맞은 편 물가에서 무어라 손짓을 하며 소리치시는데 불과 몇 미터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물소리가 커서 알아들을 수가 없다. 손짓을 보니 스틱을 던지라는 말인 거 같아 스틱을 진박사님쪽 물가로 던지고 줄을 잡고 건너기 시작했다. 삼분의 일이 남았는데 거의 다 와서 바위 아래쪽에 발을 넣었는데 물살이 세어서 순간 깜짝 놀랐다. 무사히 건너고 나니 등산로가 바위위에 나 있다. 거의 60도는 될 것 같은 바위에 조심스럽게 발을 붙이고 기어올라가 뒤에 일행이 어떻게 오나 구경하기로 했다.
곧 이어 회장님이 아주 가볍게 건너오시고 좀 기다리니 후미의 세분이 건너오시는데 진박사님이 옆에서 의리있는 모습이라고 말하며 즐거워하신다. 아무튼 하박사님이 현주언니의 손을 끝까지 잡아주고 있었다. 휴~ 이제야 다 건넜군. 후미가 무사히 건너는 것을 보고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그 높다란 바위를 내려와 모퉁이를 하나 돌았는데 더 넓은 계곡이 있다. 이거 계곡을 꼬불꼬불 돌아가는 길인 모양이다. 이번엔 회장님이 먼저 건너가신다. 중간지점까지 튀어나온 돌 하나 없이 물이 도도하게 흘러가는데 조용해보인다. 회장님이 중간지점을 건너가시는데 물이 허리까지 온다. 헉~ 뒤에 서 계시는 진박사님을 돌아보고 회장님이 저 정도면 우린 숏다리라 가슴까지 오겠는 걸요 하고 농담을 했다. 줄을 겨드랑이에 끼고 건너기 시작했다. 그 중간지점, 물이 허리위에까지 차오르고 몸의 중심부분을 부드러운 듯 힘있게 치는 물살에 몸이 휘청한다.
어엇~ 줄 잡아주세요!
외침에 회장님이 뒤돌아보시고 휘어진 줄을 잡아당기신다. 휴~
백두대간보다 더 재밌네.
회장님이 웃으며 말씀하시지만 난 십년감수….
진박사님이 건너오시고 뒤이어 모퉁이에 현주언니가 나타났다. 하박사님이 줄의 바깥쪽에 서시니까 언니가 따라서 줄을 넘어온다. 나도 모르게 언니에게 줄을 넘어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하박사님이 앞장서시고 언니가 뒤를 따라오고 뒤에 부회장님이 오는데 그 중간지점에서 언니가 줄 밑으로 빨려들어가며 소릴 지르니 회장님이 갑자기 휙 뒤돌아서시더니 이를 악물고 언니를 잡아당기신다. 조마조마… 언니가 웃는데 회장님이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뒤돌아 앞서 가신다. 그 광경에 갑자기 고선생님이 생각난다. 지금 이런 상황… 고선생님이 계셨더라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늘 대간길에 함께 했기 때문에 몰랐는데 빈자리가 문득 느껴진다. 내가 언니에게 줄을 건너서지 말라며 나무랐는데 나도 모르게 목청을 높였는지 언니가 미안해한다. 이런… 죄송합니다.
뒤늦게 건넌 세분과 진박사님이 이야기하는 동안 얼른 회장님을 따라갔다. 갑자기 앞서가는 발걸음이 크게 보인다. 조금 내려갔는데 이번엔 장난이 아닌 계곡을 만났다. 물은 더 불은 대다 길마저 험해서 빨래줄 같은 줄을 사다리꼴모양으로 이어놓은 곳이었다. 뒤에서 보고 회장님의 발걸음을 그대로 따라갔다. 사다리꼴모양으로 줄이 엉켜있는 곳,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물보라가 섬뜩하고 한번 쓸리면 구조도 못할 모양으로 골이 깊다. 부회장님이 날 밀고 먼저 건너가셨다. 바위위에 섰는데 아래로 떨어지는 물보라를 보니 차마 발이 떨어지질 않아 머뭇거리는데 부회장님이 손을 내민다.
이제 본 계곡은 다 건넜나 보다. 계곡이 저 아래로 멀어지고 있고 철계단이 나왔다. 이제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있어 무릉계곡의 기암괴석이 신비롭게 구름사이로 보인다. 웃으며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다 내려왔나보다. 박달령으로 올라가는 삼거리 표지판이 있고 힐을 신은 아줌마들이 왔다갔다하는 넓은 등산로에 도착했다. 12시 40분였다. 진박사님이 힘 남았으면 용폭, 쌍폭을 보고 오라고 하시는 말에 배낭을 두고 회장님과 길을 따라 올라갔다.
비가 온 뒤라 수량이 많아 폭포가 제법 볼만하다.
구경하고 내려와 언니를 만났다. 폭포를 보고 왔다고 자랑을 했더니 언니도 보러간단다. 다들 저 다리로 가겠다고 하냐 하는 눈치길래 무릎만 아픈 거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시간이 늦어져 그냥 등산로의 큰 바위뒤에서 전투식량으로 점심을 먹었다. 하나씩 조리하기가 번거롭다고 라면 끓이듯 모두 다 코펠에 털어넣고 끓여버렸다.
어, 맛있네. 지금이니까 맛있지요. 처음 먹을 때 그 상황을 봤어야 한다니까요. 다들 수저로 휘저으면서 이건 느끼해, 이건 싱거워 하면서… ^^
그때 창수형 없었나요?
난 없었지이. 첨 먹어봐. 먹을만 한데.
허허허, 그땐 산행을 하지 않고 배가 부른 상태에서 먹었거든요.
무언들 맛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하산을 시작했다. 먼저 내려가신 두 분을 만날 생각때문인지 회장님의 발걸음이 빠르다. 대여섯 발자국을 앞서가시는데 내 눈에 그 발자국이 그림자처럼 길위에 찍혀 나도 따라 빨리 내려와 버렸다.
금난정이란 정자앞을 지나치는데 사람이 무척 많다. 유명한 관광지인 모양이다 생각했다. 내려오며 왼쪽을 보니 산봉우리 사이에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회장님 저기 좀 봐요.
아~ 폭포가 생겼네. 예전에 계룡산에서도 한 번 본적이 있지.
바삐 가던 걸음을 잠깐 멈추고 사진을 찍으신다. 식사 후, 30분만에 매표소가 있는 입구까지 왔다. 회장님이 핸드폰을 꺼내보시며 무지계식당에서 만나야 한다며 후미를 기다리자 하신다. 좀 있으니 진박사님이 내려오신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요?
무지계식당에 짐을 맡겨놓고 갔다네요.
어, 옆에가 무지계식당이네.
어, 허허허.
빗물 흐르는 배낭을 식당안에 들여놓고 후미를 기다렸다. 곧 언니와 하박사님, 부회장님이 내려오시고, 4시 반 김태욱선생님과 기현씨를 만나고 식당에서 막걸리를 한잔씩 마셨다. 화제는 이제 남은 산행을 어떻게 하는가로 모아지고 모두들 머리 맞대고 낸 의견은 내일 집에 간다였다. 그럼 오늘 밤은 어디로???
차를 타고 무릉계곡을 빠져나가며 의견이 분분했으나 부회장님의 친구분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자기로 했다.
6시 반, 차는 횡계로 들어섰다. 차는 멋져보이는 모텔과 콘도사이를 빠져 나가고 있다. 앞차를 따라가면서 저기서 자나보다, 너무 좋은데 하고 김치국물을 열심히 마셨는데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썩 괜찮은 콘도앞에 주차를 하는 것 아닌가.
부회장님 친구분의 배려로 콘도를 얻었단다. 콘도에 여장을 풀고 나와 식사를 하고 2차 노래방까지 갔다가 돌아와 나는 그대로 퍼져 잤는데 다른 분들은 새벽 2시까지 소주파티를 벌였단다.
2002년 8월 11일 일요일 흐리고 비옴
자다가 바깥문 열리는 소리에 깨서 시계를 보니 5시반이다. 일어나 거실에 나와보니 회장님은 베란다에서 언니의 젖은 침낭을 덮고 주무시고 거실에서 김태욱선생님과 부회장님이 주무시고 계신다. 밖을 보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커피한잔이 생각나 물을 끓여 커피를 한잔 탔다.비 내리는 날은 유난히 커피가 맛있다. 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데 하박사님이 들어오신다. 벌써 아침 운동을 하고 오신단다.
먼저 일어났으니 부시럭부시럭 주방에서 재료들을 찾아 된장찌개를 끓였다. 마늘 다진 것을 너무 많이 넣었나 맛이 쓰다. 아무리 물을 붓고 여러가지 재료들을 집어넣어도 맛은 여전히 쓰다. 결국 난 몰라요. 그냥 드세요. 했는데 다들 맛있게 드신다.
회장님이 해장술 한 잔 하겠냐고 하시며 소주 한잔을 주시는데 헉~ 웬일이냐~ 아침부터 소주가 달다. 소주 한잔을 하고 밥을 먹으니 쓰디쓴 된장찌개가 드디어 제 맛을 낸다. 드디어 해장술의 경지에도 오른 모양이다. 이런~~~
해장술 두잔에 어지러워 방에 누워있는 동안 선배님들이 내가 어지른 주방을 다 청소하셨다. 콘도를 정리하고 9시경 횡계를 출발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현주언니가 내릴 곳에 다 왔다.
아직 내가 술이 덜 깬 걸까..
어? 왜 1110원이라고 써 있지? 하는 순간 시계숫자에 불이 들어와 11:10분이 된다.
아, 성옥씨는 지금 택시를 탄 거야.
하고 하박사님이 놀리신다.
언니, 1시에 내리면 100원만 내도 되요.
그러나 언니는 1200원을 내지 않은 채 서청주IC에서 내렸다. 일행이 대전에 도착한 시간은 1시였고 점심으로 냉면을 먹고 헤어졌다.
보고자 : 이성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