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문경이라는 지방보다 오히려 ‘문경새재’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새재는 산길이 워낙 험해 새나 넘나들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조령(鳥嶺)’이라고도 부르고, 문경(聞慶)이란 지명은 새재를 넘어 이 곳에 다다르면 맨 처음으로 ‘경상도 말을 듣는다’고 해서 붙었다고 전해진다. 영남(嶺南)이라는 명칭도 ‘조령의 남쪽 지방’이라는 뜻이다. 문경새재는 교통의 요지로서 예전에는 삼남지방(경상·전라·충청)에서 한양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문경새재가 개통되기 전인 고려시대에는 하늘재(문경시 관음리와 충주시 미륵리 사이의 길)를 이용하였다.
문경새재에는 주흘관·조곡관·조령관의 3개 관문이 있으며, 주흘관에서 조령관까지는 차가 다닐 수 없고 걸어서 가야 한다. 새재를 통하는 길은 제1관 주흘문에서 시작되는데, 주흘관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계곡을 따라 800m쯤 오르면 높이 20m의 여궁폭포가 있다.
밑에서 보면 여인의 하체와 흡사해서 여궁폭포라 불리며, 7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이 어려 있다.
주흘관에서 산길을 따라 1㎞ 정도 가면 조령원 터의 석문과 석탑이 보인다. 원이란 지금의 여관과 같은 옛 숙박 시설로, 조령산성 안에는 2개의 원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이 곳은 옛날 신·구 관찰사들이 임무교대의 아쉬움과 설렘을 나누던 곳이라 하여 ‘교구장터’라고도 불리는데, 이곳에서 서로가 가지고 온 물건들을 교환하면서 마음의 정을 나누기도 했다. 원터를 뒤로 하고 올라가면 길 왼쪽으로 옛 모습을 복원한 주막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은 조선시대에 청운의 꿈을 안고 영남에서 한양을 오가던 선비와 거부의 꿈을 안고 지나던 상인 등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몸을 쉬어 가던 곳이다. 주막 바로 위쪽으로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곳이 있다.
이 곳이 바로 새재 계곡 중 가장 웅장한 용추계곡으로, 예전에 용이 오른 곳이라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용추 바로 앞쪽에는 신임과 구임 경상감사가 교대할 때 교인했다는 장소‘교귀정’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정자에 올라 용추계곡을 바라보면서 시원한 물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감사가 된 기분이 든다. 교귀정에서 더 오르다 보면 돌로 쌓은 석탑 여러개가 보이는데, 예부터 지나가던 길손들이 자기의 소원을 기원하면서 돌을 쌓아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앞쪽으로, 무심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에 산불 ‘됴심비’가 있다. 사람들 발길이 많은 이 곳의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우리 선조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자연석에 음각된 보기드문 순수 한글비이다.
소원 성취탑을 지나면 둘째 관문인 조곡관이 기다리고 있다.
조곡관을 중심으로 한 일대는 방망이와 홍두깨의 재료인 박달나무 자생지로 유명하며, 조곡관 문을 지나자마자 바로 왼쪽에 조곡약수터가 있다. 쉼터에 앉아 시원한 약수를 마시며 피로를 잠시나마 잊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그 바로 아래쪽에는 박달나무를 소재로 한 ‘문경 아리랑’이 새겨진 문경새재 민요비가 길가에 세워져 있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아간다…”로 시작되는 문경 아리랑비 쉼터에 앉아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아련한 향수가 떠오른다. 아리랑비를 뒤로 하고 가끔씩 지저귀는 새 소리와 계곡 사이로 흐르는 맑은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옛 풍악소리가 들려오는데, 이 소리는 옛날 길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동화원으로부터 나오는 우리의 가락이다. 동화원에서 계속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두 갈래 길을 만나게 된다. 시멘트로 잘 닦여진 도로보다는 한적한 왼쪽의 숲속길-이 길을 장원급제길이라 함-을 택해 걸으면서 옛 선비들의 기분을 내보는 것도 좋으리라.
이 장원급제길을 지나면 바로 마지막 관문인 제3관문 조령관이 보이는데, 조령관에 올라서면 주흘관에서 조령관까지 2시간 정도 걸어온 6.5㎞의 길이 멀리 아득하게 느껴진다.
조령관을 지나게 되면 조령산 휴양림이 나오는데, 이 곳 통나무집에 머물면서 눈썰매를 타고 수안보에서 온천도 즐기며 사조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면서 겨울 여행을 만끽하면 더욱더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가 되리라.
글·사진 이규돈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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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을산행... 미경이랑 같이하는 가을산행은 더 우름다우리.....
혼자간다면 더 환상적이리~ 메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