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시스템(3] 제도적 문제
우리 모두가 처할 수 있는 응급상황, 함께 생각해 봅시다
#응급의료시스템
#제도적문제
지난달 30일 교통사고를 당한 김민건(2)군은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센터로 이송되었지만 수술실 2곳은
이미 다른 환자의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 김군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기로 하고,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권역외상센터 6곳을 포함한 13곳의 병원에서는 수술실이 이미 다 찼다,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아주대병원에서 김군을 치료하겠다고 나서 어렵게 헬기를 이용해 전원절차를 밟아 김군이 수술실에 들어간 것은 사고 7시간 뒤였다. 중증외상환자를 살릴 수 있는 1시간, 이른바 골든아워(golden
hour)는 지나버렸다. 결국 다음날 오전 4시 40분께 김군은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중상을 입은 김 군의 외할머니도
전북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두 시간 뒤 세상을 떠났다.
수술할 의사가 없다고 하는 병원의 이유는 사실일까?
국내 의사 수(인구 1,000명당 2.2명)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3.3명)에는 못 미치지만, 의사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1위고, 2020년 내외로 OCED 평균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게 의료계 분석이다. 다만 중증외상이나 응급의학 관련 전공 전문의는 기피 전공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과나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보통 일주일 164시간 중 100시간 이상 외래진료를 보고 수술실에서는 혹사당한다. 야간 진료나
수술을 하면 다음 날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병원 여건상 계속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일단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사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이에 따른 보상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으며, 기피학과의
전문의는 인력이 가뜩이나 부족해 가물에 콩 나듯 들어오는 인턴, 전공의들이 혹시 떠날까 봐 어려운 일조차
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종합병원 관계자도 외상전담전문의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인기학과처럼 개원할 수도 없어 경제적 이익도 적은데다가
환자 보호자로부터 봉변을 당하기 일쑤라며 한마디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 고역을 매일 치른다. 의사들이
환자를 맡지 않겠다는 이유는 간단하다. 괜히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 맡았다가 잘못되면 손해뿐만 아니라
유족이나 관계인이 내는 민원이나 분쟁은 더욱 골치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은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
중증응급환자를 다루는 학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의료계에 만연하자 고민에 빠진 전문의들은 의사보조원(Physician Assistant: PA)이라는 편법을 만들어냈다. 진료와
수술 등 의사역할을 하는 PA는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심지어
간호조무사가 맡는다. 계속 바뀌는 전공의는 매번 새로 가르쳐야 하지만
PA는 오랫동안 가르쳐 숙련시킬 수 있다는 점도 편법을 부추겼다. 한마디로 의료서비스 질은
떨어지고 제대로 된 전담 의사를 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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