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덕으로 짓는 유산
2010년 4월 소장 최보영
최근에 나는 아픈 친구 돕는 일을 하나 저질렀기에 행복하다.
동창들에게 아픈 친구를 돕자고 제안했고 십시일반으로 작은 돈뭉치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친구가 비싼 주사를 맞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돈이지만, 감사기도로 사는 그에게 약만 복용하는 것이 오히려 암세포에겐 덜 자극적이어서 천천히 사는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으리라 다독이며, ‘품위 있는 죽음’이라는 눈맞춤을 나누었다.
물론, 잘 죽는 것은 병과 함께 잘 사는 것과 같은 말이겠지만, 그 친구는 크리스쳔이기에 기도로 절대자의 은총에 기대어 잘 살아 낸다면, 나의 경우는 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잘 해내는 것이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나를 비롯한 50대를 넘은 우리 세대들 대부분은 어렸을 때에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기억도 희미한 채로 부모님이 지시한대로 따르는 것이 최선인줄로만 알았었고, 성인이 되어선 그저 돌아가는 대로 매일 매일을 돌리며 살아내고, 그러다 어느 날엔가 부닥쳐지는 마지막도 황망히 맞이하는, 너무 쫓기며 사노라「나자신」을 잃은 채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즈음 새삼 되새겨 본다.
아마도 이는 대부분의 부모들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불편한 기억들을 마음에 새겨두고 거기에 매달린 채로 자녀를 키우고 채근하는 탓이 아닌가 여겨진다.
왜? 그들은 그런 숙제들을 이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인정함과 동시에, 그들 숙제에 대한 고픔이 커가는 자식들을 보면서 열망으로 변한 탓이 아닐까?
그렇게 자라나는 자식들이 마치 자신들의 숙제를 함께 풀 수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이 주는 설레임에 달뜬 것은 아닐까?
그렇게 그들 스스로 비온 뒤 뜨는 무지개마냥 희망으로 다가오는 흥분에 휩싸인 서두름이 아닐까?
그런 조급한 희망 속에서 크는 그들의 자녀들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는커녕 뒤돌아볼 여유도 주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내달리는 삶을 지향한 채, 「범생」이란 평범한 사람이 될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대부분의 보통 인간들의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되돌리다가 어느 순간 맞부딪히는 문제들을 그저 ‘되고 안 되고’가 마치 운에 메였고 팔자소관이라고 떠넘겨 버리는 게 아닐까?
그러나 역사 속의 위인들이나 현재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을 보면, 그들 뒤에는 지극히 평범한 생활 속에서 자녀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묵묵히 뒤에서 지켜주고 격려해 준 부모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평범함이 외려 더 위대해지는 「보통엄마」들이 대부분이었다.
안철수씨 부모님은‘네 마음이 편한 쪽으로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지 않은가.
‘마음이 편하다’는 것은 마음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겠다.
다시 말하면, 마음이 약한 자에겐 스스로 그것을 선택함에 자신도, 누구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 만큼 편하다는 것이겠다. 우리 대부분의 보통 인간들도 누구라도 이런 자부심, 자존감으로 자신의 행운을 만들어, 그들만의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걸림돌 없이 편안한마음으로 매순간 선택하기는커녕 부모님의 요구에 매달리고, 타인을 의식하며 허덕이고, 좋고 싫음의 선택도 없이 체면과 겉치레에 매달려오지 않았는지?
그렇게 그들 삶의 대부분을 걸림돌이란 부담을 당연시하며 많은 좌절과 아픔으로 덧칠을 하며 스스로의 무덤인양 드러눕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나는 열성 주부들에게 잘 죽는 본을 만들기 위해, 우선 잘 살아가는 모습을 실천하기를 부탁한다.
그래서 엄마들이 먼저 ‘마음 편하게 좋아하는 일’에 취해 살기를 권유하고 싶다.
가끔 누군가가 나를 누군가에게 소개해 줄 때 ‘좋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기보다는「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게 있어 좋아한다는 말은 익숙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마음이 자동으로 가서 내 몸이나 생각은 물론, 행동하는데 몇 초도 걸리지 않으며, 걸림돌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게 편한 오래 묵은 옷으로 벌이는 거지패션도 좋아하고
때로는 아이들이 안 입어 내 차지된 철부지차림도 즐긴다.
그럴 때면 가족이나 친구 또는 이웃 한 두 명만의 지지로도 충분히 나는 행복하게 행운을 걸머쥔 사람이 되곤 한다.
이렇듯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행운을 가진 것으로 입 덕을 지으려 한다.
그래서 이 입 덕으로 만든 내 마음과 주변의 마음을 자식들에게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
열성주부들에게 힘이 나는 5월이다.
좋은 입 덕을 짓는 우리들만의 노블레스오블리쥬 운동을 하자.
그렇게 Social Mother`s Power를 모아 우리들의 가정을, 사회를, 나라를 더 행복하게 만들자.
* 운과 행운은 다르다.
운은 정말로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나,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일어난다고한다. <행가래로 9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