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산다는 것은 수많은 곤충, 벌레들과 함께 살아가야함을 말합니다. 도시라고 곤충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주로 바퀴벌레나 개미가 상주하는 경우도 있고 계절에 맞춰 파리 모기와 동거하는 것은 도시도 마찬가지지요. 거의 그 범주에서 도시의 곤충들은 마감되지만 시골은 정말 다양한 곤충과 동거를 해야하고 파리 모기는 그 달라붙는 정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어둑해지면 제일 먼저해야 하는 조치가 모기향 피우기인데요, 모기보다 더 골치아픈 건 파리떼입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이 생산되었는지 여기저기 몰려다니면서 그 날라다니는 소리도 어찌나 쌩쌩 소리를 크게 내는지 잠이라도 잘라치면 성가시기 그지없습니다.
특별한 대책도 없어서 보기 정말 흉하지만 파리잡는 끈끈이를 여기저기 매달아 놓고 설치해 놓을 뿐, 그래도 그 수는 별로 줄어드는 것 같지 않습니다. 죽는 수 만큼이나 부화하는 속도도 빠른 것인지, 애초 깔끔하게 살 수 있는 형편이 못되다보니 이 녀석들이 어디에선가 자기들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듯 합니다. 집에 들어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날아오르며 환영비행을 해주는 파리들...
이 녀석들의 안하무인 제 멋대로의 공간점령이 영 못 마땅하니 때로 아무거나 집어들고 공중을 가르는 바람질이라도 날려대면 멍청한 몇 마리는 저의 공중가르기의 희생양이 되기도 합니다. 저의 민첩한 공중 파리잡기는 욕실에서 발휘가 되기도 하는데요 샤워물줄기로 파리실신시키기 명수가 되가고 있습니다. 샤워기를 무기삼아 공중에서 약올리며 날아다니는 파리와 전쟁을 치루는 제가 가끔 치열한 혈전을 치루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요 놈의 파리들, 새나 잠자리의 먹이가 안되려고 집안으로만 자꾸 꼬이는 녀석들...
이 녀석들 생명력은 어찌나 끈질긴지 자주 창문을 내려놓는 제 차에까지 침입하여 몇 날 며칠을 차안에서 기숙하며 절대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이 녀석들은 출발하기 전 창문을 열어 환기시킬 때는 얌전히 있다가 차가 움직이고 달리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신나서 정신없이 날아다닙니다. 운전자에게도 정신사납게 집중력을 흐뜨러트릴 때 빨리 나가라고 창문 열어주면 이 녀석들 절대 나가지도 않습니다. 이 녀석들 차가 달릴 때는 아무리 문을 열어주어도 나갈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거스를 힘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차가 정차상황에 있을 때 이 녀석들 낯선 곳에 한 마리씩 하차시켜 줍니다 어떤 녀석은 정황동에, 어떤 녀석은 차가 밀리는 고속도로 구간에, 어떤 녀석은 수원에 내보내주었습니다. 영흥도에서 왔으니 어디가서든 잘 살아라~~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극성맞은 파리들도 아침 저녁 기온이 뚝 떨어지자 눈에 띄게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저의 샤워물줄기도 요리조리 날렵하게 피해다녔던 민첩함도 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리때문에 골치아파하지 말고 조금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괜히 살충제 뿌리고 해봐야 우리들 몸에 좋지도 않고...
가을은 그래서 여러가지로 참 좋은 계절입니다. 높아진 하늘, 서늘한 바람, 겨울채비를 위한 작물들의 성장, 자기 유전자의 분화를 위한 식물들의 맺힘 대향연, 자연 가까이 산다는 것은 아름다운 계절에 대한 직접적인 동화까지...
가을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한가위, 귀향할 곳이 없는 이들의 안식처는 바로 여기 가을인 듯 합니다. 오늘 태균이랑 드럼연습도 하고 길게 등산도 하면서 우리는 이제 영흥도에서 첫 가을을 즐기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