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영어로 표현해야만 유식한 축에 끼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자기부정의 악습을 하루 빨리 불식해야 한다. 영어가 정말로 필요할 때는 정학한 영어를 사용할 줄도 알아야겠지만, 제대로 된 지식 없이 무작정 따라하는 세태는 바로 잡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금속용어집에서도 마찬가지지만, 理解를 쉽게 돕기 위해 일반적 例를 들어보면 ‘application, career’라는 단어를 참 많이들 쓰고 있는데 올바른 발음을 하거나 표기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 ‘응용, 경력‘, 이런 말들을 부득불 영어로 해야만 하는가에 관해서는 크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겠다. 그리고 그 엉터리 발음, [어프리케이숀, 캐리어]라고 말하면 외국인들에게 비웃음거리 밖에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편 어쩔 수 없이 외국어를 한글로 적어야 할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유명사와 문화용어이다. 이제 여기에 관해 집중적으로 論議해 보자.
1.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적히고 있는 명사
서양에서 같은 철자를 쓴 경우라 하더라도 나라에 따라 발음을 달리 하는 수도 많이 있다. 例를 들어 서양인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Henry’라는 흔한 이름이 있는데,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헨리]로 통하지만, 불란서에서는 [앙리]로 불린다. 또한 ‘George’는 영어로 [쥐어ㄹ쥐]로 독일어에서는 [게오르게]가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또 얘기해야 할 것은 영어에서 같은 철자 ‘geo-’ 라고 해서 항상 ‘쥐어’ 또는 ‘쥐아’로 발음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 즉 Geoffrey는 영어로 [쥐에ㅍ흐리]로서 가운데의 ‘o'가 묵음으로 ’Jeffrey‘와 같은 발음/이름으로 통한다.
한편 현행 표기법에서는 ‘geo-'를 ’지어‘또는 ’지아‘로 적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쥐]를 [지]로 간략화시킨 것으로 원발음과는 달라져 버렸다. 이것을 별 차이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원음에 충실한다는 원칙과 모순된 論理일 뿐이며 무지막지인 것이다. 이것은 'Bush'를 ’부시‘라고 적으라는 얘기와도 같은 문제인데, 실제 발음은 [부쉬]에 가까우니 구별해 적는 것이 옳겠다. 왜냐하면, ’squash'를 ‘스쿼시‘라고 쓰라는데, ’q'다음에 항상 ‘u'를 부쳐서 [ㅜ]발음을 유도하여 [스꿔쉬]로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sh'나 ’ch‘의 발음 경우에도 역시 같은 입모양의 [ㅜ]가 포함되어 각각 [쉬]와 [취]로 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어 표기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문제는. 같은 단어의 모음을 지방에 따라 달리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例를 들면 Bob을 영국과 미국 동부에서는 [법]에 가깝게 발음하고, 미국서부에서는 [밥]에 가깝게 발음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모든 것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적어도 국가별로 표준어가 있으니 그 정도로 우리도 국가표준을 세워 지켜주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국가표준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못하여, 일반인들은 자기 마음대로 적고 있는 상황이 우리의 실상이라는데 있다.
가. 고유명사 인명
例: Bob Dole -- 무려 18가지 (6 x 3 가지) 이상으로 적히고 있는 실정!
Bob ‘봅, 보브, 법, 버브, 밥, 바브’ 등, 최소한 여섯 가지
Dole ‘돌, 도올, 도울’ 등, 최소한 세 가지
다른 例: 康澤民: 강택민? 장쩌어민?
Bush: 부시? 부우쉬?
Marx: 마르크스? 맑스? 막스? 막쓰? 맠스?
George: 조지? 조오지? 죠지? 죠오지? 게오르게?
Geoffrey: 죠프리? 조프리? 제프리?
Cynthia: 신시아? 씬시아? 신씨아? 씬씨아?
Polyanna: 폴리안나? 폴리아나?
나. 고유명사 지명
例; 東京: 토쿄? 도꾜?
Mexico: 멕시코? 멕씨코? 메히꼬?
America: 아메리카? 어메리카?
Montgomery: 몽고메리? 먹거머리?
Vermont: 버몬트? 버어몬트? 버멍? 버머엉?
Santa Barbara: 산타 바바라? 쌘터 바아바라?
다. 문화용어
例: Marc: 마르크? 맑? 맠?
TV: 티비? 티뷔?
television: 텔레비죤? 텔레비젼? 텔레뷔줜?
punch: 펀치? 펀취?
birthday: 버드데이? 버스데이? 버쓰데이?
thrill: 스릴? 쓰릴? 드릴?
nothng: 나싱? 나씽?
noblesse oblige: 노블레스 오블리제? -쓰 오블리쥬? -주? -쥐?
제대로 된 외국어 발음교육의 초석: 원어민의 표준발음(권위있는 사전 참조)에 따라 교육하고, 한글로 적기도 본음에 가깝게 해야 할 것이다.
2. 잘못된 외국어 발음, 바로 잡기
가. 잘못 부르는 영어 자모(Alphabet) 이름, 무려 열두개:
C, F, G, H, J, L, O, S, R, V, W, Z
C [si] -> 시? 씨? 씌?
F [ef] -> 에프? 에후?
G {dЗi:] -> 지? 지이? 쥐?
H [eit∫] -> 에이치? 에이취?
J [dЗei] -> 제이? 줴이?
L [el] -> 엘? 에얼?
O [ou] -> 오? 오우?
R [ar] -> 알? 아르?
S [es] -> 에스? 에쓰?
V [vi] -> 부이? 브이? 뷔? 비?
W [d∂bl ju:] -> 다브류? 따부류? 더블 유우?
Z [zi, zed] -> 제트? 제뜨? 제드? 지?
나. 영어음절 첫자음의 발음문제
bus -> 뻐스? 버스? (참고: bang [뱅]}
Garwin -> 까윈? 가윈?
Jay -> 제이? 줴이?
set -> 세트? 쎄트?
sprint -> 스프린트? 스쁘린트?
string -> 스트링? 스뜨링?
ski -> 스키? 스끼이?
1) ‘b-'가 유성음이므로 한국인의 귀에는 경음(된소리)에 가깝게 들리는 경우(보기: bus [뻐스])가 있으나, 그 외의 유성음들이 대부분(보기: Bush [부쉬], Bob [밥], bang [뱅], bender [벤더], bin [빈], ...) 여리게 들리기 때문에, 편의상 모두 여린 소리로 통일하여 간단히 표기하는 것이 좋겠다. 정확한 발음을 표기하기 위한 경우, 유성음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방법으로 ’ㅂ'앞에 점을 찍어주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되겠다. 보기: bus [.버스], game [.게임], zip [.짚]
2) ‘j-'는 ’ch-' 또는 ‘sh-’처럼 [ㅟ]발음을 포함한 음소임으로 그 원음을 살려서 적는 것이 마땅하다.
3) 일반적으로 음절의 처음에 오는 ‘s-'는 복자음(sl-, sr-, sp-, st-, sk-, sz-)의 경우에만 [스 ]로 발음되고 그 외에는 [쓰]로 발음된다. 여기에도 된소리를 안 쓰기로 강요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다. 영어음절 끝자음의 발음문제
bus -> 버스? 버쓰?
cats -> 캐쓰? 캐츠?
waltz -> 월쓰? 월츠?
Gargamel -> 가가멜? 가ㄹ가멜?
1) ‘-s'의 문제는 위 항에서 본바와 같다.
2) ‘-ts, -tz'는 같이 ’츠‘로 쓰일 수 있는데, 어떤 서양인들은 이것을 우리보다 혀를 많이 잇몸부분에 대고 발음하는 경향이 있어 우리에게는 ’쓰'에 가깝게 들리는 것이다.
3) ‘-r-'는 자음이 따라올 때 ’ㄹ‘이 완전히 발성되지는 않는 상태이지만 묵음도 아니므로, 살아 있는 것으로 표기하고 그에 따라 발음해야 한다.
라. 영어 모음의 발음문제
Don -> 돈? 던? 단?
Mundale -> 먼데일? 만데일?
Gould -> 굴드? 구울드?
go -> 고? 고우?
1) 영어의 ‘o'를 단순히 한글의 ’ㅗ‘로 생각하면 안된다. 경우에 따라 다양하게 발음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2) 영어의 ‘u'도 'sun' 또는 'but' 처럼 [∧](’어‘도 아니고 ’아‘도 아닌 복잡한 모음임)로 소리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music' 또는 'sugar' 처럼 [ㅠ]로 발음되는 경우와 'super' 처럼 [ㅜ]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마. 외국어 고유명사 발음에 가깝게 적기
Bob Dole '브압 드올'
東京 '도오 꾜오'
康澤民 '짱 쩌어 민'
Mexico '메ㆅl 꼬'
America '어메리커'
Montgomery (佛)'몽고메리', (美)'막거머리'
Vermont '버므앙'
Santa Barbara '쌘터 브아버러'
Bush '브우쉬'
Marx '말ㅋ쓰'
Marc '말ㅋ'
백업?
‘백업을 받아’라던가 ‘백업하다’고 하는 글귀들을 보면 무슨 뜻인지 납득이 쉽게 되지 않는다. ‘업을 백 개씩이나 어찌했다는 뜻인가?’, 어리둥절할 뿐이다. 우리네 언어환경은 지금 이렇게 서맞[communication, 의사소통]이 안되는 혼란상태에 빠져 있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그러한 이상한 말을 무책임하게 사용하는 사람에게 있다. 그러나 그들만 나무랄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복잡하게 얽히고 한심한 현실이 아닌가. 국어정책을 맡은 행정당국, 국어관련 전문 지식인들이 함께 반성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백업 카피’라고 하는 경우에는, 현대 문명의 利器에 익숙치 않은 분이라 하더라도 ‘아하, 영어를 한글로 적어 놓은 모양이로구나‘ 알아차리고, 그 뜻을 모르겠으면 사전을 찾아보던가 영어를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던가 할 것이다.
이 말은 분명 영어 ‘back-up’이 원어일진데, 단어 별로 ‘back’을 외래어 표기규정에 따라 ‘백‘이라 하고 ’up‘을 ’업‘이라 적어 놓고, 이 둘을 무심코 합쳐놓으니 그리 된 것이다. 여기에 기술적인 오류는 없어 보이지만, 결국 서맞하지 않는 말로 되어버렸다. 근본원인은 외래어 표기규정이 잘못된 것이다.
본래 발음과 철자를 존중하여 다시 표기해 보면, ‘back[뱈]’과 ‘up[엎]’이 되고, 이 둘을 합쳐보면 [뱈엎]이 되어 실제 발음을 그대로 살려주게 된다. 그런데도, 현행표기법에서는 현학적인 사유를 내세워 틀리게 적게 하고 발음도 틀리게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니, 어찌 통탄스럽지 않은가.
이러한 論難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편으로, 애시당초 ‘back-up’이라는 외국어 대신 우리말로 ‘지원’이라고 하고, ‘back-up copy’대신 ‘보조 판’이라는 우리말을 썼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혹시 더 적합한 우리말이 생각나신 분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