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4장은 전체가 예수님의 설교입니다. 1~6절을 보겠습니다.
1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아라. 하나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2 내 아버지의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이미 너희에게 일러주었을 것이다. 나는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러 간다.
3 내가 가서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나에게로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함께 있게 하겠다.
4 내가 가는 곳으로 가는 길을, 너희가 알고 있다."
5 도마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우리는 주께서 어디로 가시는지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6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로 말미암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올 사람이 없다.
이 본문은 보수적인 신학자와 진보적인 신학자 간에 극명하게 해석과 평가가 갈리는 부분입니다. 보수적인 신학자의 눈에 이 본문은, 영적 진리의 핵심을 담은 예수님의 말씀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진보적인 신학자들은, 요한공동체 지도자들이 예수님의 입을 빌어 기독교를 독선과 배타의 종교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왜곡된 글이라고 봅니다.
진보적인 신학자들이 이 본문을 비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이 땅에 이루어져야 할 하나님의 나라를 비현실적인 피안의 세계로 도피시켰다는 것입니다. ‘나는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러 간다’는 말씀과, ‘내가 가서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나에게로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함께 있게 하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나라는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할 것이 아니요 너희 안에 있다’고 하신 공관복음의 예수님이 하신 말씀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입니다.
진보적인 신학자들이 이 본문을 비판적으로 보는 또 하나의 이유는 14장 6절에서 예수께서 하셨다는 말씀 때문입니다. 너무 중요한 부분이라 다시 한 번 보겠습니다.
6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로 말미암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올 사람이 없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라고 하신 것까지는 의미 해석에 따라 이해할 수도 있겠는데 ‘나로 말미암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올 사람이 없다.’ 라고 하신 말씀은 적어도 문자 그대로 예수님의 말씀일 수는 없다고 단정하는 신학자들이 많습니다.
진보적인 신학자들 중에 요한복음에는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진보적인 학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 견해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는 말씀이 예수께서 친히 하신 말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학자들의 해석을 살펴보겠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부처님께서 태어나자마자 하셨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즉 ‘하늘 위로나 하늘 아래 나와 같은 존재는 오직 나 하나뿐이다.’ 라는 깨달음의 말씀이 뜻하는 바와 같이 ‘각자의 나’라는 존재가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소중하고 유일한 존재임을 뜻하는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즉 우리 각자의 나 안에 길과 진리와 생명이 다 들어있다는 심오한 가르침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후대에 교회가 이 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박제된 교리로 만들면서 ‘오직 예수 안에만 길과 진리와 생명이 있다.’는 독선적인 교리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하는 학자들도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라고 뒤에 붙은 구절은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 아니라 요한공동체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조직을 강화하고 유지시키기 위해 앞선 예수님의 말씀에 첨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성서를 읽을 때는 이성의 빛 아래서 읽어야 하고 하나님의 말씀과 사람의 말을 잘 분별해서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하나님은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차별 없이 햇볕과 단비를 내려 주신다.’ 라는 말씀은 예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모든 성경은 하느님의 감동으로 되었다.’ 라는 디모데후서 3장 16절의 기록은 후대 교회지도자들의 신앙고백이지 정말로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성경을 정직하게 연구하는 진보신학자들의 견해입니다.
부처님께서 태어나시자마자 한 손으로 하늘을, 다른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하셨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씀을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고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오늘날 일부 순진한 불교인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는 말씀을 의미로 읽지 못하고 여전히 문자 그대로 읽는 분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다.’는 기록까지 더해져서 이 말씀 전체를 의미로 읽지 못하게 하고 배타 교리에 빠지게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는 말씀은 예수께서 친히 하신 말씀일 가능성이 있지만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다’는 기록은, 예수님의 말씀이 아니라 요한공동체 지도자들의 생각이 덧붙여진 것이라는 현대 신학자들의 해석에 한국 교회는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이제는 한물 간 배타교리에 갇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기는커녕 우리 한국 사회를 끊임없는 갈등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