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경피적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 시 스텐트 인정`에 관한 고시 유예가 1개월 남은 시점에서 논란의 당사자 중 하나인 흉부외과 의사들이 공청회를 마련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스텐트 고시 6개월 유예기간, 심장내과-흉부외과 협진 두고 이견 보여
스텐트 인정기준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9월 30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경피적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 시 스텐트 인정기준' 고시를 내면서 시작한다.
고시에 따르면 2014년 12월 1일부터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스텐트 급여 개수 제한을 완화하고 응급환자를 제외하고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가 함께 심장통합진료를 한다.
이 고시안이 발표되자 심장내과의 반발이 있었고 2014년 11월 7일 복지부, 의협, 병협, 흉부외과는 스텐트 관련 유관단체 대표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심장내과 관계자는 불참했다.
이후 이를 추진하던 보험급여과 팀장이 갑자기 인사이동을 하면서 복지부는 심장통합진료의 추가준비기간을 위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둔다고 발표했다.
이런 협진을 두고 대한심장학회(이하 심장학회)와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하 흉부심장외과학회)가 이견을 보였다.
심장학회 오병희 이사장은 최근 심장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관상동맥우회술(CABG)이 가능한 병원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오히려 협진을 한다면 시간이 지체돼 환자가 위태롭게 될 것이다. 협진은 불가하다"고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이처럼 심장학회는 협진에 대한 고시가 수정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흉부심장외과학회는 심장통합진료의 근본취지가 훼손된 고시 수정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흉부심장외과학회 이정렬 이사장은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필요하다면 협진을 통해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 CABG보다 재발률 높은 PCI 권고‥ 협진 통해 범위 넓혀야
내과에서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이하 PCI)를 주로 환자들에게 권고하고 있지만 재발률이 높다고 지적됐다.
29일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주관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상동맥 질환 치료 공청회`에서는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기봉 교수<사진>는 "심장질환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 먼저 심장내과를 찾아가고 심장내과에서는 대부분 PCI를 권고 한다"고 설명했다.
가슴을 절개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 관상동맥우회술(이하 CABG)에 비해 PCI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수술이 아닌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기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54000명의 환자에서 69000예의 PCI가 시행됐으면 CABG는 약 3000예가 시행됐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PCI시술이 많이 시행된다는 것이고 이와 더불어 CABG는 재시술율이 1.8%에 불과하지만 PCI의 재시술율이 27.8%에 달한다는 것.
2014년 유럽 심장학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이후에 시행된 PCI와 CABG비교 논문에서 PCI가 CABG에 비해 최소 2.3배에서 최대 4배 이상의 재시술율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심혈관이 좁아지면 가슴이 아프고 심근경색도 올 수 있다. 좁아진 길을 넓히는 방법도 있지만 남겨두고 새로운 길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이를 협진을 통해 의논하고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를 하자는 것이다"고 전했다.
미국 진료지침 및 유럽 진료 지침에서 모두 다혈관 질환, 좌주관상동맥질환의 환자들은 CABG가 PCI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고 또한 안정형, 복잡성 관상동맥 질환 환자에서 심장팀을 운용하는 것을 권고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심장통합진료는 환자에게 모든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환자들이 큰 수술을 받고 싶어 하지 않은 것을 알지만 재발률이 적은 근본적 치료법도 알 권리가 있다. 이것이 환자의 안전과 국가적 재정 소모도 줄이는 길이다"고 전했다.
◆ "심장질환환자, 최고의 선물은 협진"
환자단체는 치료에 있어서 환자의 선택권을 높이기 위해 협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사진>는 "환자들 입장에서 스텐트 개수 제한 없이 급여화 하는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협진과 관련해 흉부외과와 심장내과 의사들의 입장이 달랐고 환자들이 보기에도 오해를 할 수 있을 만큼 공격적인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환자나 가족들은 PCI 라든지 CABG 같은 치료법 설명을 해줘도 잘 모른다. 다만 죽지 않고 손자를 볼 수 있는지, 남은 삶의 질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치료는 병원에서 설명하는 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환자들은 의사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보다 많은 선택지에서 효과적인 치료법을 취하기 위해 협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환자들은 가슴을 여는 개흉수술을 받는 것을 싫어한다. 따라서 흉터가 없는 PCI 치료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장처럼 중요한 장기라면 흉터 고민이나 수술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환자들은 바라는 것은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교수가 협의해서 하나의 방법을 권해주는 것을 바란다. 만약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교수의 의견이 겹치는 부분에 있어서 선택지가 있으면 가족끼리 결정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협진이 잘 되고 있는 사례로 안 대표는 선천성심장병 치료를 꼽았다. 선천성심장병은 소아청소년과와 소아흉부외과가 협진을 하고 있는데 의료진 간 협진이 안 된다고 알려진 병원이 있다면 환자의 부모들은 기피할 정도라고 한다.
안 대표는 "본인 가족이 암을 앓고 있는데 다학제 치료를 받고 있다. 주치의를 제외하고 그 암과 관련된 5개과 의사들이 병을 돌보고 있어서 보다 많은 선택지 위에서 최상의 치료법을 고려하고 있다. 심장학회도 협진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환자입장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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