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MBC 라디오 열린세상 방송 내용
방송일:2014년 1월 31일 금요일 오후7시, 포항mbc FM 100.7
주제: 울릉도 "설 명절" 풍경
인터뷰:울릉군발전연구소장 배상용
♣설날인 오늘도 울릉도는 눈소식이 있는데요.. 울릉도의 설날 풍경은 어떤가요?
=>예.. 우선 창밖에는 눈 때문에 동네 전체가 하얗죠.. 그리고,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울릉도에 설을 쉬러온 꼬마들은, 아침부터 밖에 나가서 썰매 타려는 생각에, 얼굴들은 함박웃음이고.. 어른들은 혹시라도 애들이 밖에 나갈까봐..감시 하고 있는 상황이고.. 설날 아침이라.. 차례도 지내야 하고..가족들 간에 세배도 해야 하고,,일이 많은데.. 그죠? ^^
밖에서는 눈을 치는 제설차의 굉음이 들립니다. 울릉도에는 육지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벤츠차가 몇 대 있습니다. 그것도 3~4억을 호가하는..
♣눈이 많은 강원도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제설차가 울릉도에도 있나보죠?
=>예...전국의 최다설 지역을 꼽으라면, 울릉도를 빼놓고 얘기 할 순 없죠.. 지금도 중학생들 사회과부도책를 보면, 최다설지역으로 울릉도가 1위를 고수하고 있거든요..
재미있는 사실하나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된 “제1회 전국 스키대회”가 바로 울릉도에서 개최됐다는 사실이거든요.. 60년대 그 시기야.. 눈을 만드는 제설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실제 “자연 눈”이 있어야 하니까..
결국은 성공적인 대회를 치루기 위한 필수조건이 “적설량”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전국최고의 다설 지역을 찾다보니, 울릉도를 선택하게 된 겁니다. 이런 것만 봐도 전국 최다설지역은 울릉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설 명절이라고 하면, 어느 고장이나 남다른 먹거리가 있을텐데요.. 울릉도에는 어떤것이 있나요?
=> 예.. 대표적으로, 설 연휴에 울릉도를 찾는 출향인들은 옛날에 즐겨먹던 "오징어똥창찌게“에 대한 그 맛을 잊을 수가 없거든요..그래서 설날의 저녁메뉴는 ”오징어 똥창찌게“가 대표적 단골메뉴입니다.
♣어째, 메뉴이름이 의미심장한데요? 어떤 재료를 쓰나요?
=> 예.. 그래서 요즘은 “오징어 누런창찌게”라고도 하거든요.. 오징어는 버릴게 하나도 없습니다. 오징어 배를 갈라보면, 내장과 누런창이 있거든요.. 오징어 내장은 깨끗하게 씻어서 끓는 물에 내장을 넣고, 고춧가루, 마늘 다진 거, 무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울릉도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인 “오징어내장탕”이 되는 겁니다. 국물이 맑고 시원한 게 특징입니다.
오징어 똥창찌게는 내장과 함께, 오징어 먹통이라 불리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 먹통을 한달 정도 소금에 절여놨다가, 눈이 오고 기상이 나빠져서, 여객선의 결항도 잦아지게 되면, 자연 부식도 떨어지고, 먹을거리가 없어지면, 거의 겨울철 밥상위에 올라오는 단골메뉴로 바뀌게 됩니다.
만드는 방법은, 소금에 절여놓은 누런창을 두 개정도 꺼내서 냄비에 넣고, 콩기름과 함께 달달 볶다가 마늘다진거, 고춧가루, 멸치, 무등 각종 양념을 넣고 거기에, 무씨래기를 같이 넣고 볶은 다음, 쌀 뜬물을 부어 양을 맞춘 다음, 푹 끓입니다.
이때 끓이는 냄새가 거의 죽음이거든요..된장찌게 끓일 때의 냄새와는 많이 다르죠.. 요즘 오징어 먹통을 재료로 해서 나오는 대표적인 과자가 “오징어 먹물 새우깡”이라고 있잖아요.. 과자의 재료로 쓰일 정도로, 먹통은 맛이 구수한 게 특징입니다. 여기에다 감자밥까지 있다면, 제대로 된 조합이죠.. ^^
그리고 이 먹통을 제조해서, 양식장의 광어,우럭등의 수산물 양식에 쓰이는 제일 고급사료로 쓰이거든요...오징어먹통은 맛에 있어서는 제대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 우리 친구 중에, 낚시를 엄청 즐기는 친구가 있는데, 오징어 내장을 미끼로 쓴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은데요?
=> 예... 맞습니다. 울릉도 사람들은 늦가을이 되면, 방어철이 오는데, 방어는 큰 것은 1미터가 넘는 것도 많습니다. 보통 잡히는 것들이 70~80cm정도가 되고요..
그래서 낚시꾼들은 오징어 내장에 먹통을 터뜨려, 버무려서 낚시 미끼로 이용을 하거든요..먹통의 구수한 냄새를 맡고, 방어들이 입질을 한다는 얘깁니다. 그만큼 먹통의 구수한 맛은 정통이 나있을 정도입니다.
설날이면, 울릉도를 찾는 출향인들과 울릉도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며칠씩, 울릉도에 있으면서 낚시 등을 많이 즐깁니다. 눈이 많은 이시기는 한치등이 많이 낚이거든요.. 오징어하고 비슷하죠.. 다리가 짧고 귀와 몸통이 길죠...이 한치 서너마리 잡으면, 대여섯 명은 술안주로 너끈히 먹을 수 있는 양이 되거든요..
한치는 넓적하게 썰어서 신 김치에 싸서 먹는 맛이 일품이거든요... 그리고 얇게 썰어서 무 채썰고, 초고추장에 무치고, 찬밥에 비벼 먹으면 그 맛은,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있죠.. 입에 침고이죠? ^^
고향이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친지 분들..친구들이 있는 고향에서의 설 보냄은, 부모님을 만나는 반가움에, 어릴 적 추억이 있고, 울릉도에 사는 친구들은 옛 친구들의 향수를 생각하며, 낚시채비를 해서 같이 낚시도 하고...
소주잔 기울이며 옛날 얘기하며 웃을 수 있고...옛 초등학교 교정을 찾아 운동장에서 눈싸움도 할 수 있는, 고향의 정은 잊을 수가 없을 겁니다.
설연휴가 끝나고 다시 육지의 직장에 복귀하면 거진 3~4일은 고향의 추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후유증에 시달리죠.. 그만큼 인생사에 있어, 고향은 결코 잊을수 없는 마음의 고향이죠.. 저도 초등학교때부터 육지로 나와 생활을 했었거든요..
♣그럼... 초등학교때부터 명절 때면 울릉도를 다녀갔겠네요?
=> 그렇죠... 초등학교 때는 누나들손에 이끌려 명절 때면 울릉도를 오갔었죠.. 그때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으니까.. 당시 고속버스를 타면, 포항까지 6시간 정도 걸리는 시간 이었습니다. 고속버스 휴게소도 2번은 세웠으니까요.. 휴게소에서의 우동맛은 잊을 수가 없죠.. 지금도 맛있지만...^^
포항에 도착해,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전기구이 통닭을 미리 세마리정도 사서 여관방에 챙겨두고.. 포항 시내구경과 롤라 스케이트장에 갔었죠...
울릉도에는 전기구이 통닭 파는 데가 없었거든요..그래서 저희가 올 시간이 되면, 집식구들이 아예 상을 차려놓고 닭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울릉도에 가려면, 당시에는 여객선을 타고 6시간 정도 배를 타야 했습니다.
지금은 여객선이 엄청 빨라졌죠.. 3시간이면 울릉도에 도착이 되니까... 제 기억에 있는 여객선은, 60년대의 청룡호, 동해호, 70년대의 한일호, 80년대의 카페리호, 지금의 썬플라워호가 있죠.. 어르신들은 오래전에 금파호라는 배도 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그 배는 기억에 없습니다.
♣배를 타고 떠나오는, 고향의 부둣가 풍경은 정말 색다를 거 같은데요..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찍는 거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요?
=>초등학교 때, 설 쉬고 육지로 떠날 때면, 부모님이랑, 친구들이랑 부둣가에 까지 마중 나와서, 뱃고동소리와 함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줬죠...눈에는 눈물이 가득하고.. 지금도 그 기억이 가슴속에 저려오며 아련하거든요..
가수 조미미씨의 “바다가 육지라면”의 노랫말이 가슴에 딱 꽂히죠...아직도 울릉도의 설풍경은 만남의 반가움과 헤어짐의 짠한 아쉬움이 공존하는.. 옛날과 별 차이가 없는 거 같습니다.
뱃고동소리가 들리고... 갈매기는 꾹꾹 소리 내며 날고, ..선착장 주변은, 하얀 눈으로 덮여있고... 부모님과 친구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주고...
섬사람의 애환은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일거리가 많지가 않으니까..어쩔 수 없이 직장을 구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 하는 게 현실이고.. 자주 고향에 오고 싶어도, 그리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니까..울릉도의 명절풍경은 만남과 헤어짐의 느낌이 너무 뚜렷하게 다가온다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