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날마다 교회가 무엇인지 묻는다, 이재학 지음, 샘솟는기쁨, 2024
교회의 본질과 사명의 회복을 추구하다
기독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와 구주로 고백하는 이들의 신앙공동체다. 이 책은 2010년 12월 경기도 오산에서 시작된 ‘하늘땅교회’의 이야기다. 저자의 가정에 세워진 교회는 빈 창고를 거쳐 지금의 상가 건물에서 예배하기까지 10여 년이 흘렀다.
저자는 교회가 작아야 건강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목회를 했고, 계속해서 교회가 교회를 세우고, 목회자가 목회자를 세우는 일을 지속해 왔다. “숫자를 앞세우는 팽창보다 옆으로 배가하려는 노력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교회의 본질과 가치, 그리고 본래의 사명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기억하려는 갈망의 시간이었다. 독자는 저자의 진솔한 고백이 담긴 이 책에서 따듯한 위로, 신선한 도전, 그리고 뜨거운 열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저자는 이 책에서 목회자로서 훈련받은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교회를 개척하기까지 교회 세 곳에서 사역하면서 공동체를 배우고, 성령의 일하심을 알고, 또 시대를 읽으며 사람을 이해하는 문화 사역을 경험했다. 그 시간이 지나면서 무엇보다 목회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 갔다. 그에게 목회는 ‘날마다 죽는 것’이었다.
때로는 힘들고 지쳐서 불평했고, 목회가 이래야 하냐고 항변했지만, 하나님은 그런 저자를점차 회복시키시고 더 깊이 목회자의 길로 인도하셨다. 목사로 산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던 그에게 잘 죽는 것이 목회임을 확신하게 하셨다.
교회를 섬기며 고민하는 내내 협심증을 앓았던 그는 늘 비상약을 가지고 다녀야 했다. 출산을 하루 앞두고 첫아이를 잃는 상실은 크나큰 아픔이었다. 그럼에도 기어이 기도의 끈을 이어 가게 했던 것은 교회개척의 부르심이었다.
목회 여정 가운데 갖가지 상황을 겪게 된 저자는 교회의 본질을 전하는 목회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성경이 말하는 교회를 어떻게 구현하고 어떻게 실제가 되게 할 것인가?” 교회 개척의 부르심은 본질 목회와 공동체 목회에 대해 하나씩 실천하면서 시작되었다.
둘째로, 저자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초대교회의 신앙공동체에서 확인한다. 저자에 따르면, 초대교회가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십자가를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는 ‘부활의 소망과 기쁨, 능력을 체험하는 신앙’이 있었다.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십자가가 있기에 교회라고 한다. 우리는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 계시기에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린다. 그 예수님이 우리 안에 있는가? 우리 교회 십자가의 그 예수가 있는가? 내 심령안에 그리스도가 계시는가?”
교회는 그리스도가 임재하신 곳이라고 저자는 확언한다. “교회는 주님의 사랑과 능력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예배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교회는 친교 단체에 불과하다.”
저자는 목회 초기부터 교회론에 붙잡혔다. 개인 사역도 교회론을 기초로 삼고자 했다. “주변의 도움을 거부하고 온전히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맨땅에 헤딩하기식 개척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살아 계신 하나님을 증거하길 바랐다.”
그런 저자에게 어느 날 섬광처럼 ‘목회란 성도들로 하여금 땅에서도 하늘을 품고 지금, 여기서, 나로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임했다. 저자의 아내는 건강한 교회에 대한 남편의 소망을 잘 알고 있었기에 누구보다 지지해 주었다. 저자에 의하면 ‘하늘땅교회’는 지금 살아가는 땅에서 하늘을 품는 삶을 추구하는 공동체이다. “하나님 백성으로 살아가며 하나님나라의 가치로 살고자 하는 것이다.”
‘하늘땅교회’는 교회 개척 초기부터 순례하는 공동체를 지향했다. 가정에서 10개월, 빈 창고에서 10개월, 상가 건물을 얻기까지 2년이 걸렸다. “늦은 밤이면 평택 벌 논두렁에서 기도하고 예배하는 것만으로도 은혜였고, 2년 동안 주일만 사용하던 창고에서도 몇몇 성도가 주의 제자로 세워졌다.”
그리고 저자가 20여 년 교회 사역에서 얻는 결론은 가정 회복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목회의 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사람의 성도를 만나면 교회 오지 않는 그의 가족 다섯을 위해 기도한다.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 형제, 자매, 자녀까지 한 영혼 한 가정이 세워지기를 기도한다. 총동원주일은 없지만 작은 음악회, 야외 예배 등으로 문턱을 낮추어 낯가림 없이 교회에 올 수 있도록 했다. 남편을 한 번이라도 교회에 오게 하려는 성도들은 그날을 좋은 기회로 활용한다.”
저자에 따르면, 초대교회의 전도는 가정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당시 가정은 혈연뿐만 아니라 친구, 노예, 손님 등이 함께 식사하고 친교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유럽 최초의 교회는 빌립보 루디아의 가정이었다(행 16.15). 날마다 믿는 자의 수가 더해지는 역사는 가정에서 시작되었다. 먼저 믿은 한 사람의 변화가 가족 전체로 전해진 것이다. 우선 가정과 교회의 분리를 극복해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교회를 통해 혈연을 넘어 진심으로 가족이 되어 가는 것은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많은 일을 하기 보다 한 성도의 가정 회복을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한다. 눈에 보기에 좋은 허례허식 신앙 말고 가장 사랑해야 할 가까운 이웃은 가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로, 저자는 부름받은 예배 공동체가 세움받은 교육공동체와 보냄받은 선교 공동체로 성숙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이를 위해 공동 목회를 수용했고, 전 세대가 함께하는 예배를 드렸으며, 통장이 비어 있는 교회를 지향했다. 저자는 공감, 공존, 공생의 목회를 추구했다.
“하늘땅교회가 공동 목회를 하면서 얻는 유익은 크다. 모두 주도적으로 책임감 있게 목회를 하니 교회를 두루 살필 수 있다. 그 결과 새로운 개척으로의 부르심을 경험한다. 지금까지 공동 목회를 하면서 세 곳에 교회가 세워졌다. 무엇보다 함께 하는 동역자들이 교회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 그 마음을 개척으로 옮긴다. 매년 스승의 주일에는 동역자들이 모이는데, 함께했던 목회 경험이 뼈가 되고 살이 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노회에 참석할 때면 몇몇 목회자들이 하늘땅교회가 목회 사관학교냐고 묻기도 한다. 이곳에서 함께한 동역자들이 책임 있게 사역하는 모습이 귀해서 하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행복한 목회자이기를 소망했다. 목회는 ‘소풍’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누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목회가 피곤하고 힘든데 성도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 찾아오면 마음을 다해 들어 주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내가 바빠서 여기저기 분주히 뛰어다니는 목회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사람과 사람으로서 한 영혼을 바라보는 일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개척하면 꼭 소풍 가는 목회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목회라는 이름 아래 나 자신이 채워지지 않아 소진되는 일은 겪지 않으려는 것이다.” 저자는 나그네처럼 소풍 가듯 목회하고 싶었다. 바쁜 교인들을 더 바쁘게 다그치고 싶지 않았다.
“평상시에도 청바지 차림으로 성도의 가정이나 사업장을 찾는다. 목사라고 해서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매야 하는 것이 아니니 얽매이지 않는다. 성도들이 부담 갖지 않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대충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님이 주신 최고의 영성은 자유함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자기 걸음으로 목회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님이 각자에게 주신 몫이 다르기 때문아다. 비교하지 말고 각자에게 주어진 목회를 가꾸어야 한다. “일평생 목회를 했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그보다 불행한 일이 어디 있을까. 많은 사람을 주께로 인도하고도 자신은 버림받을까 두려워했던 바울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면서 자신이 불행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저자에게 목회는 천국으로의 소풍이다. 땅에서 하늘을 품고 살아가는 소풍을 지금, 여기서, 나부터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믿음이라고 말한다.
‘하늘땅교회’는 건축을 위해 통장 잔고를 쌓아 둔 적이 없다. 재정이 남으면 장학금으로 지출하기에 빈 통장 교회로 존재한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노후가 보장된 것도 아니지만, 나의 이런 목회 방향을 온 성도가 함께하며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쁘다... 교회는 사람이 중요하다. 성도가 중요하고 목회자가 중요하다. 사람 말곤 아무것도 남기지 말아야 성경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더 건강하고 투명한 교회 살림을 위해 원칙을 지키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한. 그 한 사람을 제대로 세우는 것보다 어려운 일 또한 없다. “우리가 잘 세워져야 하는 이유는 온전하게 되어 봉사의 일을 하기 위함이며, 결국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기 위함이다. 달리 말하면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우기 위해 성도가 세워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교회가 한 사람을 세우기 위해 애쓰고 수고하는 이유는 그 한 사람이 세워져야 그다음 한 사람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교회는 건강한 세움의 교육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하늘땅교회’는 해피문화센터를 개설했다. 그것은 이웃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다. “찾아오는 교회만이 아니라 찾아가는 교회가 되고자 했다. 자연스럽게 교회 담장 너머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예배가 있고, 말씀이 있고, 사랑이 있는 선교적 삶이 강조될 수 있었다.”
가정에서 가족 독서 교실을 시작했고, 한 주 동안 동화책을 읽고 토요일이면 몇 가정이 모여 독서 나눔을 했다. 처음에는 저자의 가정에서 모임을 진행하다가, 그 다음에는 열린 마음으로 자원하는 가정에서 모임을 이어 갔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하늘땅교회는 누구든지 올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길 소망한다. 누구나 와서 쉼을 얻고 안식을 누리면 좋겠다. 성도들을 많은 사역으로 내몰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주어진 말씀 따라 성장하고 성숙하면 좋겠다. 들은 말씀만큼 살아 내려고 몸부림치는 다섯 번째 복음서인 ‘그리스도인 복음서’로 살아가면 좋겠다.”
‘하늘땅교회’는 섬김과 선교적 삶을 추구한다. 교회의 모든 지체는 ‘그리스도의 복음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환대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필요한 자리에 있어 주는 교회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작은교회연구소’를 세워 주님의 교회를 섬기고 있다. 저자는 ‘창조 목회’를 말한다. 축복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선포한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매 주일 세상으로 흩어지는 성도들을 축도하며 파송한다. 그냥 손을 들어 세상으로 흩어지는 성도들을 축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머무는 세상을 축복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말씀으로 준비하는 곳이 교회이며, 우리는 ‘그리스도인 복음서’가 되어, 마을마다 파송받은 살림꾼이 되어 생명을 살리는 사명자로서 깊이 들어가야 한다....우리는 교회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 백성 공동체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 부름받은 예배 공동체이며, 예수의 부활을 통해 세움받은 교육 공동체이다. 더 나아가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루기 위해 보냄받은 선교 공동체가 바로 교회이다. 세상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의 소망을 전하는 동시에, 그분의 약속이 어떻게 성취되는지 보여 주는 공동체이다. 교회는 세상의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동시에, 세상과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 주는 대안 공동체이다.”
이 책에 따르면, 목회의 생명은 상상력과 창의력에 달려 있다. “날마다 꿈을 꾸는 상상은 중요하다. 생각을 멈추면 죽는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수고는 책을 통해서, 배움을 통해서 끊임없이 도전받게 된다. 개척하고 지역 내 목회자들과 계속해서 책을 읽으며 도전받는다. 혼자보다 함께 읽고 나누면 풍성해진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작은 교회도 이름다운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소망을 가질 수 있다. 작은 교회도 복의 통로가 될 수 있고, 생명을 살리는 복음 사역을 창의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저자는 분명하게 전한다.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섬기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로 강력히 추천한다.
글. 송광택(목사,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