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이안덕 이락위화
김명재
목포해양대 해양산업대학원장, 《한강문학》 수필부문 등단작가, 한강문학 작가회 부회장, 한국서예협회 전남지회 초대작가, 《세계인명사전》(마르퀴즈후즈) 평생공로상 수상
‘락이안덕樂以安德 이락위화以樂爲和’란 말은 《춘추좌전》과 《장자》의 〈천하편〉에 나오는 것으로 음악으로 덕을 편안하게 하고 음악으로 화목함을 이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전에는 덕이란 말이 많이 나온다. 덕은 베푼다는 것으로 직역할 수 있다. 군주는 가난하고 선량한 백성들에게 덕으로 민심을 다스려서 나라의 안위를 도모해야 하는 통치방식이 최선으로 여겨졌다. 일상에서 개인의 인격도 상당부분 덕으로 평가된다.
고전의 대학에서도 ‘대학지도명명덕大學之道明明德’이라 하여 큰 배움은 덕을 더욱 밝게 하는 데 있다고 하며 덕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있다. 덕을 베푸는 수단 중의 하나로서 음악을 만들어 보급하고 화목을 도모하여 어렵고 힘든 백성들의 고달픈 마음을 달랜다는 것이 바로 제목이 뜻하는 바다.
음악은 우리들에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애용되는 삶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희노애락의 일상 속에서 음악은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집중시키는데 큰 효과가 있다. 예컨대 동문회나 홈커밍데이와 같은 모임을 할 때 음악으로 식전의식을 한다면 본 행사를 치룰 때 군중을 집중시키고 개개인의 성정을 좀 더 부드럽게 함으로써 화목을 도모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은 슬픔에 젖어들면 우울감에 사로잡혀 비관적으로 변하게 되고, 큰 기쁨이 있을 때는 지나치게 흥분이 되어 자신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그럴 때 음악으로 기운을 다스려 평정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음악은 수동적으로 귀로만 듣고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악기를 다루며 직접 체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2년전 안식년을 맞아 기타와 섹스폰을 접할 기회를 가졌다, 시골 주민센터에서 이웃 주민들과 초보자로 등록하여 기초를 다지고, 주로 독학으로 연습을 하였는데 상당히 열심히 하였으므로 이제는 스스로 악기를 다룸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예술이 다 그러하겠지만 악기예능은 특히 상당한 연습량이 필요하다. 반주기의 멜로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환되는 음표를 제대로 읽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악기로 연주를 하거나 기타와 같은 현악기를 타며 직접 노래를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멜로디를 만든 사람들이 너무 존경스러워진다. 가사에 따라 기쁨과 슬픔의 무드가 적절하게 녹아들도록 훌륭한 한 곡의 노래를 만든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악기를 다루면 비교적 많은 다른 잡념을 멀리 할 수 있다. 함께할 사람이 없어도 다양한 멜로디를 접하며 적막한 외로움을 멀리할 수 있고 스스로의 감성적 고독함을 즐길 수 있으며 다소 풍요로워진 정신 세계를 느낄 수 있다. 은퇴자들에게나 생각과 근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악기연주를 권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일들을 결정하고 처리해야 한다. 건강, 금전, 가족, 부부, 자녀, 친구, 직장의 문제 등이다. 생각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지런한 실천, 행동이 필요하다. 악기와 음악으로 상호 간의 화목과 대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건조한 일상에서 하나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주변 지인들의 모임이 있을 때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악기로 연주하며 함께 즐거움을 누린다면 더 흥겹고 의미 있는 일상이 될 것이다.
음악은 나에게 짜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사람들 간의 자연스런 어울림과, 일상의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고 제어하는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노래는 그 시대를 대변한다고 한다. 흘러간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하다보면 아득한 그 시절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친다. 지난 일들은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변하여 향수를 자극한다. 인간은 나이를 먹고 늙어 가면 우울감이 찾아오고 임종을 맞이할 때 많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하며, 이 때 심리적으로 자기통합을 잘 한다면 그러한 감정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자기통합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좋고 힘들었던 일들을 하나로 균형화 시켜서 전체로서 하나의 통일된 목표를 성취하는 즉, 인생의 의미를 조화와 군형으로 인식하여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리하는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악기를 다루고 취향에 적합한 노래들을 체험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자아통합을 느낄 수 있다. 갈망하던 일들을 성취하지 못한 아쉬움이나 후회스럽던 사건들도 삶의 한 과정으로 관대하게 인식하며 마음의 평화를 유도하는 힘이 있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조화와 균형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좋은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