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뒷다리로 만든 햄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먹어요
하몽(Jamón)
하몽(Jamón)을 먹어본 적 있나요?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먹는 스페인 전통 햄으로 이탈리아에서는 프로슈토(prosciutto)라고 부릅니다. 서양 사람들은 잘 익은 멜론 위에 얇게 썬 하몽을 얹어 먹는 '멜론 꼰 하몽(Melón con jamón)'을 즐겨먹어요. 과일의 달달한 맛과 하몽의 짭조름함이 어우러져 묘한 맛을 내죠. 스페인 사람들은 하몽을 넣은 샌드위치도 많이 먹고 이탈리아에서는 프로슈토를 피자나 샐러드, 파스타에 넣어 먹어요.
하몽은 재료가 되는 돼지의 종류와 돼지가 먹은 먹이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최고급 하몽인 '이베리코 데 베요타'는 하나의 예술품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다른 요리의 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요.
사진(이탈리아에는 스페인의 전통 햄 ‘하몽’과 거의 같은 ‘프로슈토’라는 햄이 있어요. /이명원 기자)
이베리코 데 베요타는 도토리가 심어진 야산에서 방목한 이베리코산 돼지로 만들어요. 방목된 돼지들은 배가 고프면 도토리를 먹고 목이 마르면 계곡으로 내려가 물을 마십니다. 이렇게 열심히 산을 뛰어다니며 하루에 도토리를 10㎏씩 먹어치우니 한창 클 때는 몸무게가 매일 1㎏씩 늘어나요. 하지만 열심히 운동을 하기 때문에 하몽의 재료가 되는 다리에는 지방이 거의 없고 단단한 근육이 형성되지요. 이렇게 자란 돼지로 하몽을 만들면 육질이 쫀득쫀득하고 은은한 도토리 향까지 나는 이베리코 데 베요타가 됩니다. 다리에 근육이 너무 많은 탓에 숙성 기간이 일반 하몽보다 2배 이상 걸려 생산 단가가 아주 비싸요.
일반적인 하몽은 사료로 키운 돼지의 뒷다리살로 만들어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면 완성까지 1년 이상 걸리지요. 보통 겨울철인 12월과 1월에 하몽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10㎏이 넘는 돼지의 뒷다리를 깨끗하게 손질해 천일염을 뿌려 녹을 때까지 여러 번 문지르는 과정을 2달간 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깨끗이 세척해 서늘한 동굴에 널어 6개월 이상 건조·숙성시켜요. 이때 자연스레 곰팡이가 자라면서 하몽 특유의 독특한 향이 나게 됩니다.
하몽의 맛은 재료와 제조 방법뿐 아니라 숙성한 뒷다리를 어떻게 잘 저미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아주 얇고 잘 휘어지는 칼로 살을 얇게 저미어야 하몽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스페인에서는 지역마다 햄 커팅 대회를 열어 '커팅마스터'를 선발할 정도로 하몽 저미는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리의 어느 부위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해요. 절단된 다리의 끝 부위로 만든 하몽은 '푼타'라고 부르는데 다른 부위보다 지방이 많이 들어있어요. 다리 안쪽 부위로 만든 '바비야'는 식감이 아주 부드러워 많은 사람이 좋아하지요. 뼈 위에 붙은 살로 만든 '마짜'는 쫀득쫀득한 식감이 도드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