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은 부담이 없어서 좋다.
늦으면 늦는 대로 이르면 이른 대로 그저 내키는 대로 눈을 뜨면 그만이다.
하지만 오늘만은 사못 긴장된 아침을 맞이 한다.
어림잡아 2년여 만에 도전하는 100키로 울트라 마라톤 이다 보니
또다른 긴장감이 여유로운 토요 아침을 휘 감는다.
버스에 몸을 싣고 경주를 거처 5시간여 만에 도착한 오후
포항 하늘은 청명하가 그지 없다.
가는 내내 경남 산야에 원없이 피어난 하얀 아카시아꽃의 향기가
마치 버스안에까지 스며드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의킨다.
신라의 옛 고도 경주 가로수에 핀 이팝나무꽃은 꼭 쑥범벅 떡가루를 보는것만 같다.
깨끗한 고풍스런 도시...
이곳에서 한번쯤은 꼭 달려 보고 싶은 곳...
출발지인 포항 종합운동장에 도착하여 반가운 동호회 친구들과 수인사를 나누며
긴밤 지세울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래도 함께 할수 있다는 친구들이 있어 다소 의지가 되어 좋다.
역시 혼자보다는 여럿이 좋긴 좋은가 보다.
항시 함께하는 벗들이 주변에 있음에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산소가 흔하니 그 소중함을 모르듯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는 기회가 된다.
오후 6시 아직은 해지기 전 영일만을 향해 출발 신호와 함께 들쥐때처럼
우루루 몰려 나간다.
울트라는 기록보다는 완주에 목표를 두다 보니 출발부터 여유롭다.
선선한 바닷 바람이 달리기에는 안성맟춤이다.
우측에 포항제철의 웅장한 자태와 치솟아 오르는 수증기의 기세를 보며 대한민국
산업기반의 초석을 바라보는 마음이 흐믓 하기만 하다.
정박중인 어선들하며 마무리하는 부둣가 뱃사람들의 늦은 오후는 오히려
한가롭다 못해 허망한 파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짠내 석인 비릿한 선창 내음이 정겨운 건 내 고향이 군산이라서 만은 아닐 것이다.
제일 밑 바닥에서 생계를 위한 땀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들이 거기에 있어서
마음이 선 하게 머무나 보다.
포항제철을 옆에 두고 1차 반환점을 돌아 나설 무렵 이마에 땀이 맺힌다.
달림의 맛은 곧 땀이다.
오늘의 이 땀을 흘리기 위해 평소에 땀을 흘리며 단련하고 그 땀을 흝치며 온다.
비단 달림만을 의미 하는건 아닐것이다.
마라톤은 곧 인생이다!!
그래서 달리는 내내 인생을 비유하며 FINISH 라인을 향해 모든 힘과 열정을 쏟는다.
어느덧 어둠이 깔리며 포항제철 담벽을 벗어나니 괴롭히던 도시의 매연역시 멀어지며
한가로운 주로가 달릴만 하여 좋다.
중간 중간 자봉요원들의 급수와 간식에 훈훈한 정을 먹는듯하다.
달리는 이들이야 지 좋아서 한다지만 저들은 오로지 자신보다 남을 위해 하는 이들 아닌가.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며 무작정 앞으로 전진한다.
이제부턴 그야 말로 무작정이다.
달빛도 없이 칠흑같은 밤 작은 렌턴 불빛에 의지하며
미지의 길을 마치 필연적인 길처럼 쫓아 간다.
맑은 달빛이라도 함께 한다면 덜 적막할거 같은데...
어쩌다 살짝 달무리에 깜싸인 달빛만이 마지못해 보여준다.
아니,잠깐 엿보고 간다.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 몸안의 에너지를 소멸시킨다.
마치 습기 먹은 식빵처럼, 바람빠진 농구공처럼....
동해의 파도는 보이기는 희미하지만 소리는 아우성치듯 용트림한다.
철썩이는 파도소리에 고요한 밤 고요를 흔들고
거리감도 구분하기 어려운 낮선 구룡포 해안을 벗어나 긴 밤의 여정을 만끽한다.
돌이켜보니 이번이 10번째 울트라 여행인듯 하다.
호미곳의 이정표가 눈에 띄는걸 보니 우측으로 돌면 거기가 호미곳 가는길 인듯 싶다.
대표적인 대한민국 동해 일출지.
그곳에서 일출을 응시하여 동해에서 타 오르는 지령음의 전율과 영험함을 느끼고 싶은곳.
호랑이 꼬리 호미곳을 옆에두고 갈 길 재촉하여 간다.
처음 도전은 무모하여 고생했고 그간의 도전은 경험을 바탕으로 근근히 완주 했지만
이번은 연습 부족으로 고생좀 할 거라는 예상을 하고 왔기 때문인지
지친 파경이 과연 몇 키로 쯤에서 엄습할까하는 염려가 서두름을 억제 한다.
긴 달림은 차라리 어둠이 좋다.
거리감을 의식하지 않은체 하염없이 앞을 향하면 어느덧 목적지가 가까워진다.
동이 트는 여명을 맞이하면 밤을 보내듯 긴 거리도 함께 보낸다.
길이있어 우리는 그 길을 찾아 나선다.
특히 모르는 미지의 길은 더욱 더 호기스럽다.
길이란 본래는 무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이 어느 목적지를 향해 찾아 가다보면 거기에 곧 길이 생긴다 한다.
오늘도 또 다른 목적지의 길을 찾아 달려본다.
백두대간을 종주 할 때도 그렇고 이번 역시 그렇듯 우리 산야를 두발로
짚고 간다는 희열을 느껴보지 못한 이들은 이 기분을 모를 것이다.
평생을 두고 우리 산야를 두발로 두루 두루 살펴 볼수 있으려나....
여명이 밝을 무렵 산모퉁이 돌아 갈 즈음 이게 무슨 향기이던가?
몽롱한 정신을 깨우는 향기에 취해 고개 들어 그곳을 향하니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여 반긴다.
이제부터다....
고통스럽고 기력이 소진한 몸 이끌고 처음 나선 길을 찾아 기어이 가야만 한다.
허기가 몰려온다.
한참을 가다보니 편의점이 반긴다.
울산은 그 흔한 점방도 없다.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나서니 미약하나마 힘이 솟기 시작한다.
다시 페이스를 유지하며 마지막 힘을 쥐어 짜본다.
가야만 하는 길.
그 마지막 남은 길이 인생의 소중한 교훈을 준다.
편안함은 안이함을
고통은 참 인내를.
그 인내의 의미를 느끼며 지친 몸을 피니쉬 라인에 던진다.
또 한번의 희열을 느끼며....
첫댓글 적토마~화이팅!!두발로 전국의 길을 갈수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감~ 빨리가 아니고 ^&^천천히 끝까지 무탈하게 가자구~~인생은 마라톤이니까~~~
2년만에 느껴보는 그 희열....부러우이....수고했써야....나도 올해에는 밀린 숙제를 하긴 해야 할낀데....쩝.....
바쁜 일상에도 열심히 달리는 모습이 보기 좋으네...
밥은 잘 챙기먹고 댕기야 고생 덜 한다. 멋진후기 수고했다‥^^*
폼은 멋있다...
2년 동안 게으름피다..뛰어보니 감회가 새롭지~
나도 어제 천진암 뛰었다 ..도마 화이팅!!!
울트라여행 즐겁게 했구나. 수고 했어
사진을 보니 강인함이 느껴지는구나,,,역시 울트라가 재미있지?
몸이 꿈뜰 거리는 구만, 수고했네
적토마 화이팅!!!!!!!!!!고생했다 완주축하해........^^
봄 밤의 아카시향기, 동해바다의 파도소리.... 여유로움이 묻어나네그려,
고생많았네
골인지점이 얼마 안남은 사진같은데?
수고 많이 하셨네~!
수고했다 땀의 진정성 고통뒤의 희열 맛있지 ㅎㅎ 후기도 훌륭하고 .....
후기도 수준급 고생했쓰 추카혀~
'오우 멋져부러!'
확인차 전화 했을때엔 연습 부족으로 힘들거라 하더니, 달리길 잘 하였지.
후기 "멋져"
칠흑같은 밤을 흐미~~!! 난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어떤 매력일까?
사진에선 얼굴이 더 좋아보이네. 가끔 옵빠가 멋져보여.ㅎㅎ
끈적한 미더움 뭐랄까 오랜동안 휴식이기에 너의 후기에 빠져 나자신 같이 영일만을 함께 해보았다 멋진 여행 좋았겠다 수고했네.
욕봤다 니도 글쟁이다 ㅎ
멋쟁이~~~
용기있는 도전에 축하..
열정이 부럽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