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서 퍼지는 은은한 초콜릿 향기… 열매는 바나나 닮았어요
으름덩굴
늦은 봄 산에서는 등나무처럼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 식물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 식물의 이름은 으름덩굴이랍니다.
으름덩굴은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의 산지에서 흔히 자라는 낙엽성 덩굴나무예요. 낙엽성이란 겨울이나 건기에 잎이 모두 지는 식물을 말해요. 타원형의 작은 잎 5~8개가 손가락을 편 듯 동그란 모양으로 자라요. 잎자루에 작은 잎이 여러 장 붙어 자라는 겹잎이지요.
이 식물은 여린 잎이 모양을 갖춰가며 손 모양으로 펴지기 시작하는 늦은 봄이 되면 꽃을 피웁니다. 기다란 꽃줄기 한 자루에 송이처럼 모여 아래를 향해 피는데, 특이하게도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서 같이 피어요. 으름덩굴의 암꽃과 수꽃은 쉽게 구별할 수 있어요. 암꽃은 통상 꽃줄기 아래쪽으로 1~5개 정도 달리고, 지름이 3㎝ 정도예요. 넓은 고깔처럼 생긴 연보라색 꽃잎 안에 짙은 자주색의 암술대가 3~7개가량 나 있죠.
반면 수꽃은 암꽃 위로 피는데, 지름이 암꽃의 절반인 1.5㎝ 정도예요. 꽃잎과 마찬가지로 연보라색인 수술은 마치 손을 쥐고 있는 듯 동그랗게 오므려져 있죠. 잎 사이로 난 으름덩굴의 꽃에서는 달콤하면서 은은한 초콜릿 향이 난답니다. 이 때문에 영어 이름도 초콜릿 덩굴이라는 뜻인 '초콜릿 바인(chocolate vine)'이에요.
으름덩굴은 가을이 되면 자줏빛을 띤 갈색의 길쭉한 열매<사진>를 1~4개씩 아래로 늘어뜨려 맺어요. 열매 모양이 꼭 작은 바나나를 닮아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의 바나나'로도 불린답니다. 완전히 익으면 두꺼운 껍질이 벌어지면서 과육과 씨앗이 드러나죠. 하얀 과육은 달고 부드럽지만, 씨앗이 정말 많아서 입안에서 씨를 골라 뱉는 일이 귀찮을 정도라고 해요.
이 식물은 어린줄기부터 뿌리·열매까지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해요. 봄철 다른 나무를 향해 뻗어 나가는 짙은 갈색의 새순과 어린줄기는 나물로 먹을 수 있는데, 해조류인 꼬시래기를 닮았어요. 한방에서는 으름덩굴의 뿌리와 줄기를 말린 것을 '목통(木通)'이라고 하는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기 위한 약재로 써요. 보습 성분도 높고 항산화·잔주름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해요.
이 뿐만 아니라 줄기는 바구니를 만드는 재료로, 씨앗은 기름을 짜는 데 이용하기도 한답니다. 독특한 잎과 열매 모양 때문에 공원의 둥근 아치형 구조물에 조경용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