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표지(등대) 이야기
제2편: 항로표지의 색상과 불빛의 의미 안녕하세요,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2019년 올해의 등대로 선정된 ‘가덕도등대’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항로표지의 색상과 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청사포항 방파제등대]
먼저,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항로표지’라는 용어와 항로표지의 종류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항로표지(航路標識, Aids to Navigation)란 선박이 목적지까지 항해하는데 필요한 선박의 위치, 항로나 위험물의 위치, 해양기상 등의 정보를 불빛, 형상, 전파 등을 이용하여 선박에 제공해 주는 항행 보조시설을 말합니다.
항로표지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방법에 따라 크게 광파(光波)표지, 형상(形像)표지, 음파(音波)표지 및 전파(電波)표지로 구분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항로표지 기수는 5,265기(‘19.4.기준)인데, 그중 약 80%를 차지하는 광파표지의 종류에는 유인등대, 무인등대, 방파제등대, 등부표(燈浮標), 등표(燈標), 도등(導燈), 지향등(指向燈) 등이 있습니다. 광파표지 이외의 항로표지의 종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오늘의 주제인 ‘항로표지의 색상과 불빛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간에는 형상으로 야간에는 불빛으로 항로표지의 위치를 알려주는 광파표지는 구조물과 불빛의 색상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로 사용됩니다. 육상의 교통신호등은 녹색, 홍색, 황색을 사용하지만, 해상에서는 녹·홍·황색에 백색을 추가하여 사용합니다. 그럼 광파표지의 구조물과 불빛의 색상은 각각 어떤 의미로 사용될까요? 녹색과 홍색은 선박이 항만으로 들어가는 것을 기준으로 항로의 좌측과 우측의 한계를 각각 표시하고, 황색은 공사구역이나 해상 구조물의 위치를, 백색은 항해의 지표가 되는 주요지점을 표시합니다.
항로의 좌·우측을 표시하는 방법 중에 좀 특이한 것이 있는데요. 항만의 좌측방파제에 설치된 등대의 경우 항로의 좌측에 설치되어 있더라도 녹색을 사용하지 않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백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항만의 배후에 산(山)이 많은 곳에 녹색 방파제등대를 설치하면, 산에 있는 수목(樹木)의 색상과 등대의 색상이 비슷해 등대를 쉽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백색 등대를 설치한답니다. 물론 야간에는 산이나 수목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항로의 좌측을 표시하는 녹색 불빛을 사용한답니다.
그리고 등대원이 상주하며 관리하는 유인등대와 선박 통항로의 주요지점에 설치된 무인등대의 구조물과 불빛의 색상은 멀리서 잘 보이도록 모두 백색을 사용한답니다.
이외에 홍색과 백색, 황색과 청색, 황색과 흑색 등을 섞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거기까지 들어가면 너무 복잡해지니 생략하겠습니다. 항로표지의 색상과 불빛의 의미는 선박 안전항해를 위해 매우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에 국제항로표지협회(IALA)에서 해상부표식(Maritime Buoyage System)을 정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해상부표식에 대해서는 다음편에서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요, 항로표지가 어떻게 설치되고 사용되는지 다음 그림을 보고 이해해 보시죠.
[항로표지 설치 및 이용 방법]
다음은 항로표지의 불빛이 왜 깜빡거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선박이 주간에만 항해한다면 색상만으로 항로표지의 종류와 위치를 알려줄 수 있지만 야간에는 색상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불빛이 필요하답니다. 야간에 선박에 승선하여 항만으로 들어오다 보면 네온사인, 건물이나 부두의 조명, 차량불빛 등 항만의 여러 가지 불빛 때문에 등대의 불빛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여러 개의 등대가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 특정한 등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등대 불빛을 구별하기 위해 등대는 각기 다른 깜빡이는 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등대 불빛이 깜박이는 주기를 ‘등질(燈質, character of light)’이라고 하는데, 국제기준에 따라 무려 256가지나 되고 그중 20여가지의 등질을 주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예를 들면, 영도등대는 백색 불빛을 18초에 3번, 조도 방파제등대는 녹색 불빛을 6초에 2번, 부산항 2호등부표는 홍색 불빛을 4초에 1번 깜빡입니다. 등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선박에서 이용해야 하는 등대는 상대적으로 깜빡이는 주기가 길고, 가까이에서 이용하는 방파제등대나 등부표 등은 상대적으로 짧은 주기의 등질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항로표지의 종류마다 각기 다른 등질을 사용하게 되는데 선박 안전운항을 위해 전문자격을 가진 항해사나 항로표지업무 종사자는 반드시 알아야 한답니다.
다소 생소하게 느끼시겠지만 육상의 차량 운전자가 교통신호등의 의미를 모르고 운전할 수 없듯이 해상교통 안전을 위해서는 항로표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항법의 준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하계휴가를 보내기 위해 해수욕장이나 바다를 찾는 분들이 많을 텐데, 오늘 알려드린 항로표지의 색상과 불빛의 의미를 기억하고 활용해 보시면 색다른 경험이 될 것입니다. 모두 기억하는 것이 어렵다면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합시다!!! [부산항신항 항로 야간 전경] 선박이 항구로 들어가는 것을 기준으로, 선박 통항로의 “좌측은 녹색, 우측은 홍색” 항로표지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선박은 위 사진에서와 같이 녹색과 홍색 항로표지 사이로 항해하여야 합니다. 이상 항로표지의 색상과 불빛의 의미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국제해상부표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