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체험은 마음밭에 고향을 하나 심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며 밀양시 단장면 평리산대추정보화마을로 향했다. 평리마을은 점필재 선생이 제자들과 자연에 은거하며 즐거움을 누렸다는 고야구곡(姑射九曲) 중에서도 가장 때가 묻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한 해에 7000여명이 마을을 찾는다고 한다.
오늘은 나도 매실 따는 작은 농부
지난 5월 30일, 마침 부산신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체험에 앞서 서성교 평리녹색농촌체험휴양마을위원장의 마을 소개와 주의사항을 듣고 있었다. 체험 일정인 뗏목타기, 모심기, 논메기잡기, 매실따기를 160명이 4개 조로 나뉘어 움직인다.
매실밭으로 가기 위해 차에 나눠 타는 아이들 모습이 영락없는 작은 농부들이다. 놀이기구를 타는 듯 가로수를 따라 달리면서 시종 까르르 웃는 소리가 창공을 더 푸르게 물들인다.
"배탈이 나고 체했을 때 매실 원액을 물에 타서 마시면 잘 낫습니다."매실의 효능을 강조한 서 위원장의 친절을 마음에 새기며 밭으로 흩어진다. 대대로 농약을 치지 않고 지어왔다는 토종매실이 오종종히 매달렸다.
금방 봉지를 채운 아이에게 잘 딴다고 말을 붙이니 "할머니 댁에서 많이 따봤어요"라며 동무들을위해 가지를 잡아주기도 한다.
'메기잡기·뗏목타기' 신나는 체험축제장
메기체험장에서는 그물을 잡고 나아가면 너도나도 고기를 몰아주느라 떠들썩하다. 한 친구는 메기가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버리자 꾀를 내어 가장자리 풀숲을 노린다. 걸려든 메기를 손에 쥐고 해냈다는 성취감과 우쭐함에 어깨가 절로 올라간다.
이어지는 모심기 체험. "심은 모가 자라 이삭이 영글면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이 됩니다." 수업시간에 배웠을 농사일을 직접 해보는 시간이다. 두세 포기씩 떼어 모를 심는 모습이 진지하기까지 한데, 모를 심어나가던 한 친구가 발을 떼려다 그만 주저앉고 만다. 모심는 일만큼은 녹록지 않은 눈치다.
얼굴까지 진흙마사지를 한 아이들은 서로 바라보고 웃다 농수로에 모여 발을 담근다. 삶은 국수며 감자로 새참을 먹는 상상을 뒤로하고 드디어 뗏목을 타러 나선다.
"도로가 발달하기 전에는 통나무를 엮어 강에 띄우고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 날랐답니다. 나무 사이에 발이 끼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인솔자의 지도하에 숲이 쏟아져 내리는 고사천을 따라 4대의 뗏목이 탐사대처럼 나아간다. 뗏목이 바위에 걸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에 뛰어들어 밀며 또 전진이다.
그러다가 뛰어내리기, 물싸움, 대나무물총놀이로 이어진다. 신난 아이들로 체험장은 축제장을 방불케 한다.
사계절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
지난번 이곳에 들렀을 때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대추엿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엿가락을 늘이고 꼬는 일이 만만치 않아보였지만 찰흙놀이로 다져진 솜씨를 제대로 발휘하는 듯했다.
바로 옆 감자밭에서도 감자 캐기에 여념이 없었다. 흙 속에서 굵직한 감자들이 나오자 땀을 흘리는 엄마 아빠 옆에서 아이도 호미를 쥐고 달려들던 광경이 그림처럼 예뻤다.
평리마을의 농촌체험활동으로는 자연생태체험, 농촌생활체험, 전통민속공예 및 전통놀이체험, 전통음식체험, 밤 행사가 있다. 천연염색, 짚공예, 손두부·메밀묵 만들기 체험은 사라져가는 조상의 지혜와 얼을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라 할 수 있다.
옥수수며 땅콩수확 같은 10여 종의 농촌생활체험도 아이와 어른들이 모두 좋아할만한 체험거리다. 야간담력훈련, 숲 체험, 캠프파이어에 감자를 구워 먹는 1박 2일 코스는 꿈과 추억을 줍는 시간이다.
맨발로 물과 흙에서 즐거웠던 아이들. 농촌의 소중함을 알고 고향의 정도 한 배낭꾸렸을 것이다. 키를 넘는 옥수숫대가 여름방학을 다시 기다린다는 듯 체험을 끝내고 돌아가는 아이들을 향해 긴 팔을 흔들어 배웅한다.
평리산대추정보화마을
해발 400m 고지에서 나오는 평리 산대추는 당도가 높다. 대추엿, 대추즙, 대추비누로 상품화 되고 있다. 2004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됐다. 농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여 생육 환경을 원격이나 자동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팜' 교육도 하고 있다. 체험프로그램은 당일 코스와 1박2일 코스가 있다. ☎055)353-5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