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1. 전국의 자영업자 수가 500만을 넘어서고 있다. 장기화된 고용불안 속에서 신규 자영업자의 수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 1인 당 부양가족 1.25인 기준으로 600만 자영업자, 대한민국 경제인구 중 자영업자 비율은 OECD가입 국가 평균 2배에 달한다.
2. 우리는 상인이며 임/차/상/인이다. 전재산에 빚을 더해 건물 한 칸을 임차해 장사하며 먹고사는 임차상인이다. 오래된 경기 침체, 소비 인구의 경제력 하락은 임차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이다. 그러나 먹고살기의 마지막 대책으로 자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임차상인들은 스스로 노동 강도와 노동 시간을 늘려가며 열심히 장사하고 있다. 쉬는 날 없이 하루 15시간 이상의 노동을 감내해가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3. 장사하며 먹고살기도 만만치 않은 임차상인들은 상가임대차분쟁 즉 강제 퇴거 국면에 처하면 더 이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장님이라 불리우지만 진짜 사장은 임대인이며 대기업이니 차라치 임차상인들은 자기고용노동자이며 사용자는 임대인인 형국이다.
4. 임대인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약자인 임차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후져도 너무 후지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태생부터 보호법이 아닌 임차상인의 목을 조르는 장치로 쓰이도록 만들어졌다. 5년 이라는 턱없이 짧은 보호기간에 ‘영세상인’ 대 ‘부자상인’이라는 허구적 구도를 만들어 사실상 ‘부자 임대인’의 횡포와 탐욕을 허락해 주는 장치로 쓰여왔다.
5.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고쳐왔다. 임대인 대 임차인의 역관계를 전제, 상대적 약자인 임차상인을 보호하는 법으로 제 역할을 하도록 고쳐왔다. 지난 5월 13일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사실상 ‘권리금 약탈 방지법’이 통과, 시행되고 있다. 임차상인이 노동하여 일군 가치 중 부분을 금전으로 환산한 ‘권리금’이 최초로 법에 명시되었고 임차상인들은 권리금 회수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 받는다. 쫓겨날 위기의 임차상인들이 싸워서 쟁취한 개정법이다.
6.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가 존재한다. 개정법 시행일 이전 계약 만료가 된 임차상가의 경우 본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풍월>이 개정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합법적 강제 퇴거’위기에 처했다. 2008년 영업을 시작한 이래 가로수길 상권 형성에 기여했지만 영업 시작 2개월 만에 건물주가 바뀌어 가공할 규모의 임대료 인상을 감내해왔던 <풍월>이다. 임대인 자끄데상쥬 코리아는 그간 고액의 임대료를 불로소득으로 챙겨 이익을 취해왔다. ‘권리금 약탈 방지법’이 추진되자 더 큰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풍월>에 강제퇴거를 명령했다. 이윤 추구를 위해 합법적 약탈의 시기를 노린 것이다.
7. 임대인의 횡포와 탐욕 앞에서 임차상인들이 빼앗기는 것이 권리금 뿐이겠는가. 빼앗기는 것은 권리금이 아닌 삶이다. 임대인 자끄데상쥬 코리아가 무너뜨리는 것은 <풍월>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세 가족의 삶이고, 임대인 자끄데상쥬 코리아가 빼앗는 것은 <풍월>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일자리이며, 임대인 자끄데상쥬 코리아가 훼손하는 것은 <풍월> 단골 손님들의 추억과 기억이다.
8. 강제 퇴거 국면에서 모든 것을 잃고 거리로 나앉게 생긴 임차상인들에게 임대인들은 한결같이 “법대로 하라”고 말해왔다. 이제 우리는 “법도 바뀌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몇 일 상간으로 개정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쫓겨나게 생긴 임차상인들의 현실 앞에서 “오죽하면 법도 바뀌었겠냐”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법을 바꾸었다고 말하고 있다.
9. 여전히 “법보다 우선하는 것은 양심”이라고 외치고 있다. 임대인에게 법보다 우선하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도덕적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끄데상쥬 코리아 김진수 대표와 모미숙 부대표에 <풍월>에 가하고 있는 임대인으로서의 횡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0. 한편 “청년 열정 페이” 운운하며 미용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지속해 온 자끄데상쥬 코리아에 대한 비판도 제기한다. 경인여자대학교 내 아이벨 헤어학과(I Bell 헤어학과), 일명 자끄데상쥬 헤어학과가 대체 무엇이냐. 대학이 상아탑으로써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학원 기업이 된 지 오래되었다만 “취업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라는 슬로건이라니 참으로 한심하다. 장기화된 신규 실업 현실 속에서 취업이 불투명한 청년학생들의 처지를 이용하여 경인여자대학교는 등록금 수익을, 자끄데상쥬 코리아는 ‘값싼 노동력 수급’을 취하고 있다. 맘상모는 자끄데상쥬 코리아의 각 가맹점에서 이루어지는 미용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고발하고 피해 사례자들을 찾아내 그들의 목소리를 함께 낼 것이다.
11. 맘상모는 건물의 소유권자에게만 과도한 권능을 부여하고 있는 법과 제도, 관습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풍월>의 싸움을 함께 해나갈 것이다. 본인 건물 상가세입자를 사람이 아닌 한낫 건물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임대인과 싸울 것이다. 법의 미비와 허점을 이용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야 하는 기본적인 윤리와 상식조차 파괴하는 임대인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풍월>은 강제퇴거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며 반드시 승리하여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12. <풍월>과 맘상모 등 시민사회는 자끄데상쥬 코리아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자끄데상쥬 코리아 김진수 대표, 모미숙 부대표는 <풍월>에 대한 강제퇴거를 중단하고 상생에 임하라.
하나. 자끄데상쥬 코리아 김진수 대표, 모미숙 부대표는 미용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중단하라.
2015년 6월 15일
풍월작전단,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