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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올린이 :이봉수 2004/8/26(목) |
세계자연유산-장가계
1. 글 머리에
약 10년전 산(山) 잡지에서 중국의 장가계국립공원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세상에는 저런 자연물도 있구나. 언젠가는 한 번 가 봐야지” 하고 마음속에 그려 왔다.
얼마나 기이하길래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 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 라는 말까지 있을까? 장가계 소개 사진에 몇백미터씩 되는 거대한 바위 기둥들이 빽빽이 서 있는 절묘한 산악미가 ”한 번 가 봤으면..“하는 여행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중국 여행상품은 초기에는 백두산-북경코스가 주를 이루었으나, 근래에는 상해,심천,하문,중경,서안 등의 역사.시설관광은 물론, 계림,황산,장가계 등 오지 자연관광으로 여행상품들이 확대 개발되어 있어 장가계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장가계여행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장가계,무릉원,원가계,황석채 등 모든 지명을 혼동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여행상품에 “장가계,원가계 관광”이라고 해서 원가계가 따로 있는줄 알지만 실은 원가계는 장가계의 일부인 것이다. “무릉원”이라면 무릉원시내를 말하기도 하고 풍경구전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인터넷이나 여행사 자료, 심지어는 현지발행 안내책자에도 혼용되어 있어 어리둥절하였다.
2. 하문에서의 첫날
2004. 6. 2일 오후 7시10분발 중국 하문항공 MF872편에 올랐다. 2시간 40분 비행하여 대만의 금문도가 코앞에 있는 하문에 안착하였다. 보통 패키지여행은 모든 것을 가이드가 대행해 주어 전혀 신경 쓸 일이 없는데 이번 여행은 수행가이드가 없는 값싼 4박5일의 패키지 여행이므로 인천공항 이륙 후 부터는 완전 외국이다. 기내 서비스는 물론, 복잡한 공항내 이동,탑승,입국카드작성 등 모두 영어 또는 중국어로 직접 해결해야 한다. 공항구조를 모르므로 말이 안 통하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지만 짧은 영어와 중국어로 본의 아니게 일행 12명의 임시가이드가 되었다.
하문(厦門,Amoy)은 중국어로 Xiamen(샤먼)이라고 하며, 면적 1,516km2, 인구 123만명(1996)의 광역도시이다(대전 정도). 그 중 샤면섬은 푸졘(福建)성 동남 주룽강이 흘러드는 만에 산재한 여러섬중 가장 육지쪽에 있는 둘레 약 24km의 섬으로 시의 중심시가지를 이루고 있다. 이 섬의 남서부에 있는 아모이 항은 송.원대부터의 무역항으로서 해적과 밀무역의 거점이기도 하였는데 1554년 포르투칼인들이 들어온 이후 영국,네델란드 인들이 아모이라 부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대만과 남양화교들의 주 출입항이며 1842년 난징조약(南京條約)때 상하이(上海),광저우(廣州)등과 함께 5항의 하나로 개항되어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받아 현대도시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샤먼섬과 마주보는 구랑섬(鼓浪嶼)은 1.78km2(여의도의 1/5정도)의 작은 섬으로 “해양공원”“음악의 섬”“건축박물관”등으로 불리어지며 꽃과 새들이 어울려 일년 내내 봄날씨를 자랑하는 샤먼 제일의 관광지이며 1904년 영국조계로 개발된 후 각국의 영사관이 있는 별장휴양지로 유명하다.
조선족인 현지가이드의 안내를 받아30~40층의 호텔들이 즐비한 신항만지역의 플라자 퍼시픽 호텔(大華文雅公寓)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은 새 건물2동으로 그중 하나는 27층 건물인데 호실마다 콘도처럼 주방도 있다. 용품은 실,바늘,단추까지 세심하게 배려하여 갖추어 놓아서 흠잡을데가 없다. 유럽의 일류호텔보다 좋다.
6월3일(목) 샤먼선착장에서 약 10분거리의 바다를 건너 구랑섬의 숙장화원과 피아노 박물관을 관광하고 6인승 전동차로 섬을 일주하였다. 햇볕은 뜨겁고 땀은 흐르고…연방 부채를 부치며 수박겉핥기로 지나갔다.
섬 일주까지는 좋았는데 가이드가 느닷없이 전동차 사용료 15,000원씩을 달라고 한다. 노옵션, 노팁으로 일체비용이 여행비에 포함되어 있음을 다짐받고 여행계약을 하였는데 사전에 말 한마디 없이 무슨 추가비용이냐? 일행들이 서류를 내 보이며 옥신각신하니 가이드 초보라 실수를 했으니 그럼 10,000원씩만 달라고 한다. 현지에서 10,000원의 화폐가치는 한국에서의 10만원보다 큰 돈인데 전동차 몇km 태워 주고 이 돈을 요구한다. 한국에서라면 3천원이면 족할 텐데 10만원이라니... 여행 첫날부터 싸울 수도 없고 주는 수 밖에 없다. 온갖 방법으로 여행객들의 주머니를 털어 낼려는 것, 이 것이 중국여행의 오점이다.
점심식사를 하기전에 시간이 있어서 쇼핑센터에 들린다고 하며 해안도로를 30분쯤 달리는데 오른쪽으로 길게 보이는 섬이 대만의 금문도라고 한다. 금문도는 대만에 속해있지만 대만해협을 건너 하문의 코앞에 있는 섬이다. 냉전시대에 양안긴장은 바로 여기에서의 긴장이었다. 양쪽이 수많은 개미굴을 파서 포를 상대방에게 정조준해 놓고 있는 곳이다. 가이드는 태연하게 대만도 중국이라고 하며 중국인들은 신경쓰지 아니한다는 태도이다.
오전의 짧은 관광시간 중에도 쇼핑센터에 들려서 낭비하는 시간이 길다. 중국의 쇼핑센터는 진주,옥,비취,차,실크,잡화 등을 취급하는 대형 매장들과 발맛사지방,한약방 등인데 각 지방정부에서 필수 관광코스로 지정했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야 하며, 판매실적에 따라 현지여행사의 성적이 매겨지고 가이드의 위상이 정해진단다. 2001년 계림여행 때 물품을 사지 않는다고 신경질을 부리는 안내원을 본 적이 있다. 관광안내보다 상품판매에 더 신경을 쓰야 하는 가이드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여행객은 가이드의 눈치까지 살펴야 하니 매우 불쾌하다. 해결방법은 쇼핑센터에서는 눈 딱 감고 상품은 거들떠 보지 말고 공짜 차나 마시고 앉아 노는 것이다. 아예 쇼핑준비금 없이 여행을 떠난다. 모든 여행객이 그렇게 하면 쇼핑강요는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쇼핑센터에 들렸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하여튼 쇼핑센터를 나와서 현지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1시간 30분 비행 끝에 오후 5시경 장가계 공항에 도착하였다.
3.장가계에서
장가계시(張家界市)는 후난(湖南)성 서북부에 위치한 인구 154만명, 면적 9,563km2의 광역시이며 1994년 대륭시가 장가계시로 승격되었다. 연평균기온 16도, 중아열대 기후로 비가 많으며, 토가족(69%) 등 20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행정구역은 2구2현 즉 영정구,무릉원구,자리현,상식현등으로 나뉘어 있다. 장가계시내(市區)는 공항에서 8km를 가야 하며 여기서 북쪽으로 35km를 더 가야 무릉원구정부가 있는 삭계곡진(索溪谷鎭)에 도착한다. 여기를 그냥 무릉원(武陵源)이라고 하여 풍경구 무릉원과 혼용하기도 한다. 지도상으로는 <삭계곡자연보호구>의 한 복판인데, 호텔,상점등이 있는 장가계 관광의 중심지로서 한국의 면소재지정도의 작은 마을이다. Jing Xi Hotel(京溪賓館)에 여장을 풀었다.
바깥에는 가랑비가 내리는데 일행 몇명이 이 곳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허름한 맥주홀을 찾았다. 맥주 한 병에 3,000원, 가느다란 닭꼬지 안주 하나가 700원이라고 한다. 서울물가보다 비싸고 중국기준으로는 무서운 가격이다. 무릉원은 중국에서 웬만한 부자는 올 수 없는 가장 물가가 비싼 곳이라고 한다.
여행 3일째, 6월 4일(금) 아침에 창문을 열어보니 바로 앞에 높은 산들이 보이기는 하는데 중턱이상은 비구름과 안개뿐, 하늘은 뿌옇고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이거 장가계 구경 망쳤구나 싶었다. 호텔식당에 들어서니 몇시간전의 그 기사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벌써 구면이다. 다른 종업원들과는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사람의 정이란 이 짧은 시간에도 생기는구나” 하며 묘한 감정이 흘렀다.
장가계국립공원
장가계는 1980년대에 발견 개발되어 자연보호구면적이 500km2에 달하는데 무릉원을 비롯하여 九天洞,茅岩河,天門山등 수많은 명승지가 있다. 1982년 중국 첫번째의 " 국가 삼림공원”으로 명명되고, 장가계시는 2000년에 중국우수유람도시로 편성되었다.
그 중 세상에 드문 석영사암 봉림을 주제로한 무릉원(武陵源)핵심풍경구의 면적은 264km2(고양시 정도)인데 서남쪽의 장가계국가삼림공원, 동쪽의 삭계곡자연보호구, 북쪽의 천자산자연보호구 등 3지구로 나뉘어 조성되어 1989년 " 중점풍경명승지"로, 2000년 중국 첫 번째 AAAA급 유람구, 첫 번째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무릉원은 3억 8천만년전 바다융기로 형성된 지형으로서 최고봉은 1,334m이며 암봉3,100개, 폭포40개, 동굴, 호수등으로 되어 있다. 1992년 UNESCO의 <세계자연유산명록 World Heritage List>에 올랐다.
<장가계국가삼림공원>에는 금편계곡, 황석채, 원가계, 미혼대, 천하제일교,수요사문,요자채, 비파계, 산도구등이 있고, <천자산자연보호구>에는 천자각, 어필봉, 선녀헌화, 하룡공원, 신당만, 선인교, 장군암, 신병집회등이 있다. <삭계곡자연보호구>에는 삭계곡진을 중심으로 동쪽에 황룡동굴,남쪽에 보봉호와 백장협, 서쪽 무릉원매표소안쪽으로 서해, 십리화랑등 볼거리가 있다.
(1) 장가계 첫 구경은 삭계곡진 정남 2km지점 보봉호(寶峰湖)이다. 버스로 5분이내. 매표소를 지나니 기암 절벽이 양쪽으로 도열해 있고 얼마안가서 왼편으로 거대한 폭포가 산허리 바위에서 쏟아진다. 굴을 뚫어 만든 인공폭포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가마꾼들이 호객행위를 하는데 보봉호까지 2만원이라고 한다. 노약자들에게는 평생 한 번 와 보는 곳이라 2만원도 아깝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한참을 완만하게 올라가다가 왼쪽으로 급경사 계단을 올라간다. 세사람이 나란히 갈수 있는 정도의 계단에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서 진행이 더뎠다. 누군가가 뒤를 돌아보면 행복이 달아난다고 돌아보지 말라고 한다. 산을 하나 넘어서 조금 내려가니 비취색 보봉호가 보이고 이내 선착장에 도착했다.
보봉호는 협곡을 막아서 만든 수심72m,길이 2.5km의 관광용 인공호수인데 북경의 용경협과 같았다. 남녀가 약혼을 하면 쌍가락지의 한쪽씩을 보봉호에 던져 넣고 파혼이나 이혼을 할려면 그것을 건져내어 짝을 맞추어 놓아야 한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는데, 거짓말인 것 같다. 왜냐하면 보봉호가 만들어 진 것은 몇해 안되었기 때문에 전설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착장에서 30분 정도 상류로 가면 가설무대가 있어 억수로 쏟아지는 빗속에서 약 5분정도 가무를 구경하고, 다시 하류로 내려 와 땜 근처에서 하선하여 동굴통로를 지나 협곡을 내려 오는데 나선형계단을 타고 거의 수직으로 내려오게 된다. 수백m나 되는 높이의 바위틈에 콩크리트 계단을 매다는 공사를 어떻게 하였을까? 중국의 관광자원 개발의지와 큰 나라의 저력을 짐작할 수 있겠다. 계단을 돌면서 다 내려 오면 바로 매표소 근처의 인공폭포앞이 된다.
오전 관광을 마치고 자치정부에서 홍보하는 무료 발맛사지체험을 했는데 실은 몇종류의 약을 파는 곳이었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점심식사를 하였다. 이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도 관광코스를 다 돌 수 있겠느냐고 가이드에게 은근히 항의를 하였더니 일정에 지장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오후에는 무릉원 서쪽 삭계곡입구의 무릉원 매표소로 향했다. 현지가이드가 입장권인 플라스틱카드를 사서 한 장씩 주는데 입찰구에서 검표원이 시키는대로 카드를 넣고 손가락을 대면 지문이 채취되어 카드에 입력된다고 한다. 이튿날까지 유효한 카드이니 절대 잃어버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중국의 전자시스템 개발이 놀라웠다. 한국보다 앞서지 않았는가? 공원셔틀버스로 30분쯤 들어가서 13:00시경 풍경구의 중앙지점인 수요사문에 도착하였다.
(2) 수요사문(水繞四門)은 산 속의 광장이다. 여기서부터는 국가삼림공원지역인데 서남쪽으로는 금편계곡, 황석채로 이어지고 서북쪽으로는 미혼대,천하제일교 등이 있는 원가계지역으로 연결된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침봉과 암벽들이 사람을 놀라게 한다. 아직도 비가 온다. 셔틀버스를 타고 원가계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백룡엘리베이트앞 광장이 나온다. 계단을 수십m 오른 다음 엘리베이트를 탄다.
(3) 백룡(百龍)엘리베이트는 수직높이 335m 운행고도 313m인 엘리베이트3대가 나란히 설치된 구조물이다. 개찰구가 있는 바위굴속으로 30여m 들어가서 엘리베이트를 타면 수직상승 156m까지는 바위속이라 아무것도 안보이지만 그 다음 171m에는 바깥의 천하절경이 펼쳐진다. 점점 올라감에 따라 맞은편 산의 기암절벽이 거대한 한폭의 스크린이 되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다이나믹한 광경은 글로서 표현할 수가 없고 그 감동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이 백룡엘리베이트는 수요사문에서 원가계와 천자산 쪽으로가는 교통연결시설이기도 하다. 엘리베이트로 다 올라와서 셔틀버스를 타고 원가계로 이동한다.
(4) 원가계(袁家界)는 수요사문보다 300m이상 표고가 높은, 하늘 위에 있는 동네이다. 원씨들이 사는 곳인지... 아직도 4가구가 원시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왼쪽으로 천인절벽을 끼고 보도블록이 깔린 등산로를 따라가면 절경에 혼을 잃는다는 미혼대(迷魂臺)를 비롯한 전망대들이 여러 곳 설치되어 있는데 몇백미터 아래 골짜기에서 솟은 기암 절벽들을 보고는 아무리 무딘 사람이라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곳에도 보봉호에 있는 전설과 같이 약혼남녀가 거울을 깨어서 한쪽씩 계곡에 던져 넣고 파혼이나 이혼을 할려면 그것을 찾아서 맞추어 놓아야 한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우산을 쓰고 각자 흩어져서 걷는 시간이 많다. 여행사 가이드는 안보이고 보조 가이드가 따라오면서 서툰 영어로 나의 직업을 묻는다. 대개 중국의 관광지에는 자치정부에서 모든 여행팀에 한명씩 파견하는 보조가이드(주로 알바이트학생)가 있는데 여행팀이 일당을 준다. 그냥 따라 다니기만 하지만 간혹 사진이나 비디오촬영을 해서 팔기도 한다. 어제부터 낯을 익힌 우리 학생은 작은 키에 늘 웃는 얼굴의 귀엽게 생긴 여자대학생인데 손님과 눈짖 대화를 하며, 일회용비옷도 사다 주고 카메라셔터도 눌러주고, 말이 통하는 사람에게는 큰 관심을 보인다. 이름을 물으니 戴尹玲(따이 윈 링)이라고 적어 준다. 나는 poet(시인)이라고 하니 잘 못알아 들어서 한자로 써 주었더니 아주 좋아하며 계속 따라 다닌다.
다리가 아파 쉬고 싶은데 마침 움막같은 간이찻집이 나타난다. 한국의 밀양이 고향이라고 하는 주인은 중국에 온지가 십수년, 이곳은 몇 년전에 왔다고 한다. 반가웠다. 여기에서 다시 한참을 가니 유명한 천하제일교가 나온다.
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는 높이 300m의 바위산 2개를 연결하는 길이 20m, 폭2m의 자연돌다리이다. “천하제일교가 가장 잘 보이는곳” 이란 팻말이 있는지점에서 언뜻 보니 마치 산그림자가 비친 호수처럼 보여서 어디에 다리가 있는지 어리둥절하였는데 이는 다리 밑 300m에 깔린 짙은 운무 때문이었던 것이다.
(5) 원가계를 벗어나서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십여분 가서 하룡(賀龍)공원을 찾는다. 벌써17:00시다. 중국10대 원수중의 한사람인 하룡장군의 옷에 애마가 얼굴을 문지르는 형상의 동상이 있다. 동상보다 이곳에서의 조망이 좋아서 찾는데 헛수고였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선녀헌화 형상의 바위와 어필봉을 볼 수 있는 곳에 이르렀지만 역시 아무것도 안 보여서 안내판만 감상하고 지나가야 했다.
이윽고 천자산(天子閣)에 이르러 케블카를 타고 하산하였다. 뒤를 돌아다 보니 이번에는 백룡엘리베이트에서와는 반대로 푸른 숲으로 뒤덮인 산록과 수많은 돌기둥들이 한 폭의 거대한 스크린이 되어 한없이 위로 올라가고 있다. 천자산케블카는 길이 2,084m로 해발 1,250m 의 산정에서 급경사로 내려가는데 시간이 7분이나 걸린다. 케블카를 내려 셔틀버스로 바꿔 타고 조금 내려오니 처음 입장하였던 무릉원매표소가 나온다. 수요사문-원가계-천자산 코스를 돌아 제자리에 온 것이다.
호텔에 도착하여 여행일정에 포함된 발 맛사지를 받았다. 가는 곳마다 자랑하는 중국 발맛사지가 어떤 것인가 궁금했다. 뜨거운 약물에 발을 담그게 하고 허벅지까지 골고루 문질러 주는 것인데 약 1시간 걸리며 피로가 싹 풀린다고 하는데…글쎄? 2~3만원에 팁 5천원정도의 요금이다.
6월 5일, 여행4일째 되는 날이다. 어제는 무릉원신령님이 커튼으로 반을 가리고 반만 보여주셨는데, 오늘은 차마 그럴 수 없었던 모양이다. 비가 걷히고 하늘과 산이 맑다. 어제 젖은 옷을 모두 갈아 입고 동쪽으로 8km쯤에 있는 황룡동굴로 향했다. 무척 덥다. 주차장에서 다리를 건너300m쯤 가는데 온갖 행상들이 “천원! 천원!” 하면서 몇 명씩 따라붙는다. “뿌야오! 뿌야오!”하면서 부지런히 앞만 보고 간다.
(6) 황룡동굴(黃龍洞)은 상하4층으로 되어 있는데 1,2층은 시냇물이 흐른다. 수직고도 160m, 길이 15km, 면적20ha, 저수지1개, 개울2갈래, 폭포3, 연못4, 대청13개라고 한다. 굴의 입구는 별로 넓지 않다. 좁은 굴을 2.3분 들어가니 넓은 곳이 나오고 한참 걷다가 배를탄다. 다시 언덕을 오르고 계단을 수없이 올라간다. 온갖 형상의 바위와 석순, 종유석, 석주가 제 각각 그럴듯한 이름을 가지고 빽빽하게 어울려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다. 가장 긴 석순(定海神針)은 19.2m나 된다고 한다. 산을 하나 오르다시피한 다음 다른길로 내려 오니 두시간 이상 걸린 것 같다. 동굴의 규모가 컸다.
다시 시내로 나와 담수진주 쇼핑센터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점심식사를 한 다음 어제 갔던 무릉원매표소에서 어제의 플라스틱카드로 체크인하고 셔틀버스승차. 10여분후에 십리화랑에 도착하였다.
(7) 십리화랑(十里畵廊)은 수요사문 가는 길의 중간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십리쯤 뻗힌 협곡인데 대개 현지인들은 여유있게 걸어가면서 구경하고 외지인들은 모노레일을 이용한다. 왼쪽산 꼭대기에 약초캐는 노인형상의 채약노인을 비롯하여 수 많은 기암에 이름이 있고 전설들이 얽혀 있는 곳이다. 다시 십리화랑 입구로 나와 셔틀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한참 들어가서 내린 곳은 어제의 수요사문이다. 이 광장에서 서남쪽 금편계곡으로 들어선다.
(8) 금편계곡(金鞭溪)은 수요사문에서 로마만까지 내려가는 7 km의 긴 협곡으로 양쪽으로 천여개의 기암괴봉들이 늘어서 있다고 하지만 계곡은 평지이고 가운데 개울을 중심으로 양쪽에 나무가 울창하거나 절벽밑을 지나기 때문에 산책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름 지어진 바위도 많지만 일일이 알수가 없다. 천리상회(바위이름), 자초담, 금편암을 차례로 지나 계곡을 통과하는데 도보로 2시간 이상 걸린 것 같다. 도중에 찻집이 하나 있어 간단한 공연을 선사한다. <情系張家界>라고 쓴 대형안내판이 있는 계곡 입구광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오른쪽 계곡으로 10분쯤 가면 황석채 매표소에 이른다.
(9) 황석채(黃石寨)는 장가계공원에서 제일 큰 관람대인데 해발 1,300m로서 주위의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황석채에 오르지 않으면 장가계에 못 온 셈”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어제 비 때문에 못본 것을 오늘 황석채만 보면 다 본 것과 같다고 하며 황석채가 빠진 관광상품이 많은데 우리팀은 복이 많다고 현지 가이드가 극찬한다. 옛날 장량이 이 곳에서 도를 닦던 중 조난을 당했을 때 그의 스승 황석이 구해 주었다고 한다. 황석채는 일출이 가관이며, 등산로나 케블카로 오를수가 있는데 케블카는 길이가 900m라 한다. 정상에는 정자(六奇閣), 숲, 등산로 등이 있고 전망대가 몇군데 있는데 그 중 쌍문영빈(雙門迎賓)이 인상적이었다.
역 코스로 금편계곡입구 광장으로 나와서 남쪽으로 개울따라 한참 내려 가니 기념품상가와 주차장이 나오고 명소들을 자랑하는 대형 광고판들이 주위를 압도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지루하게 산을 내려 가는데 언제 이 높은 곳까지 왔던가 싶을 정도로 끝없이 내려간다. 낭떠러지도 있고 호수도 있고... 장가계풍경구를 벗어나서 평지를 달리는데 농촌생활이 연변 백두산쪽 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멀리 보이는 높은 준령이 조금전까지 있었던 장가계 풍경구인가? 장가계시내에서 저녘식사를 하고 20:35 분발 항공편으로 하문에 도착하여 올 때 묵었던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4. 하문을 경유하여 귀국
6월 6일(토) 무척 날씨가 덥다. 오전에 남보타사를 구경했다. 난푸퉈(南普陀)절은 하문시 남동쪽 오로봉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당나라때 건립한 천년고찰인데. 천수관음상이 있는 대비전은 지붕이 화려하다. 절의 한편에 있는 민난불교대학은 1925년에 건립하여 불법을 전하고 불제자를 양성하는 요람으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절 안팎에 발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향을 한다발씩 들고 다니며 태우기 때문에 연기가 자욱하고 숨이 막힌다, 향불이 몸에 닿아 화상을 입는 사고도 종종 있다고 한다.
시내 중심가로 나와서 쇼핑센타에 들리고 인근 재래시장구경을 했다.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풍경이지만 조용하면서도 활기가 있어 보이고 이름 모를 열대과일들이 이채로웠다. 일행들이 술을 많이 샀다. 점심을 먹고 여유 있게 공항에 나가서 가이드와 출국수속을 하는데 술은 일정량 이상은 통과과 되지 않아 버리는 경우가 생겼다. "술을 살 때에는 가격을 깎을 생각만 하지 말고 세관통과가 되는지를 면저 알아 보고 사야 되겠구나" 하면서 탑승구로 나갔다. 14:30 분발 하문항공MF871편에 탑승하여 17:10분(한국시간 18:10분) 인천공항에 안착함으로서 오래전의 꿈이었던 장가계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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