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그 풍미에 놀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해외에서는 그 나라의 특색 있는 음식을 먹고 그게 어떤 음식인지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몇 장 찍어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대놓고 사진을 찍어와 자랑하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이 집 복어는 충격이었다. 나에게도 처음이었던 ‘회 떠진 채 헐떡이는 복어’였는데 은영이에게는 어땠을까?
“선배, 어떻게 해… 움직여…….”
나보고 어떡하라고? 은영아, 우리 더 이상 쪽 팔리게 놀지 말자. 니나 내나 그 동안 너무 허접한 음식만 먹고 다녔던 게 들통나잖아?
이 날 먹은 게 복어회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탕과 지리였는데 곧 탕에 들어갈 놈을 이렇게 산 채로 내놓은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당당하게 적고 있다. 쟁반 위에 올려진 채 (눈알은 없어도)제 살을 쳐다보며 헐떡이던 복어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맛있는 건 맛있는 거고, 싱싱한 건 싱싱한 거다. 가게 이름은 홍복집인가 흥복집인가 그렇다. 흥복집이었나 보다. 그런데 간판에는 가게 이름보다 이런 이름이 더 크게 내걸려 있었다.
[불당동 복요리전문점]
이 말은,
“나, 불당동 복어집이야!”
라고 공언하는 거다. 남들과 공유해야 하는 일반명사를 끌어와 ‘불당동에서는’ 내가 ‘최고의 복어집’이라고 찍어버리는 거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말인데… 불당동에 계신 다른 복어집님들, 죄송합니다. 전 이 집밖에 못 가봤지만 이 집 복어가 제가 살면서 먹어본 복어 중에 최고였습니다.
< 없는 눈알로 숨을 헐떡이며 제 살을 쳐다보고 있던 복어 >
탕과 지리와 밑반찬이야 당연한 것이니 그냥 넘어가더라도 탱글탱글하게 살아있던 복어껍질만큼은 꼭 한 번 언급하고 싶다. 지금껏 내가 먹은 복어껍질은 죄다 진한 양념을 칠갑한 채 나왔는데 이곳 복어껍질에는 양념이 거의 안 되어 있었다. 이상하다… 그런데 한 젓가락 집어서 입에 넣고 보니 우와~ 진짜 복어껍질이었다. 복어껍질의 맛매를 더하기 위해 살짝 곁들인 야채와 양념이 제 역할을 다하면서 이건 뭐 입이 내는 조급증으로 손이 이만저만 고생하는 게 아니었다. 바다맛이 살짝 가미된 아주 부드러우면서 또한 입에 착착 감기는 쫄깃함에…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냥 살아있는 복어를 양손으로 붙잡고 표피에 발려진 바닷물이 채 마르기 전에 옅은 양념을 하고 야채를 얹어 껍질을 살짝 베어 무는 맛있었다. 이 때 살 속 깊이 이빨을 박고 확~ 뜯어먹는 게 아니라 좋은 날 그렇고 그런 걸 하면서 이빨로 상대방의 살결을 살짝 자근자근하는 그런 기분으로요… 다 아시죠? 그렇게 부드러웠습니다. (지금부터 읽으실 바로 뒤 두 문장은 사실과 다르게 제 뽕이 많이 가미되어 있으니 오해가 없으시기 바랍니다)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껏 내가 먹은 복어껍질은 죄다 중국산 말린 복어껍질을 물에 불려서 사용했나 보다. 그러니까 그렇게 짙은 양념으로 승부를 하지.
엄마가 늘 그랬다. 식당은 주방장이 주인이어야 한다고. 당연한 것 아닌가? 그래야 맛에 최고의 가치를 두지. 안 그러면 음식 이외의 것에 최대 관심을 두지 않을까? 부동산업자면 식당의 위치에, 서비스(Service) 관련 학위소지자면 서비스에, 경제학자면 최악이게시리 식당의 효율성에다 말이다. [불당동 복어전문집, 흥복집]의 주인은 주방장이다.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복어 자체에 엄청난 내공을 실을 수 있겠어? 지금은 불당동 치고도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어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곳이지만 조만간 큰물로 옮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구석에 있기에는 음식에 들이는 내공으로 보건대 세상이 가만두지 않을 것 같다. 이 맛을, 이 정성을 천안 근처 소수의 사람만 공유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인류에게 있어 손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당돌한 복어집이었다.
첫댓글 누가 뭐라해도 복은 시원한 복국이나 매운탕이 제일. 나머지는 복어알 살짝 묻힌 회. 그다음은 국물맛이나 양념맛.
죽음과도 바꿀수 있는 맛이 .... 이거 맞죠?
안 먹고 말지요...,,, 멋진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차창밖에 앉는 그런 무모한 짓은... 안 하는 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