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는 다른 엄마들 얘기도 들어 보라고 선뜻 소개해줬다. 이렇게 해서 지난 13일 과천 중앙고 체육관에 학부모 3명이 모여 강 교사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7년 전 큰아들 정범진(24)군을 국민대 체육학과에 보냈다는 어머니 이은규(50)씨는 "부모 힘으로도 안 되는 일을 학교가 해줬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까지 모범생 소리를 듣던 아들이 고등학교 와서는 매일같이 말썽이었어요. 한 달이 멀다 하고 제가 학교에 불려다녔으니, 교문 앞에 뿌린 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을 정도였죠."
"그때만 해도 운동하는 애들은 학교에서 말썽도 많이 피웠어요. 머리도 무스로 빳빳이 세우고 담배에다 쌈질도 하고요"라고 했다. 그러던 아들이 수능 시험을 마치고 온 날 "엄마, 저를 끝까지 믿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큰절을 했단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아들이 2002년 겨울 실기시험 치르던 날입니다. 시험 일주일 전에 다리 인대가 늘어나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창 밖으로 선생님이 응원하는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아들 눈빛이 반짝하더니 "선생님만 계시면 진통제 필요 없어요" 하더라고요. 정말 기적같이 잘 뛰었어요. 시험 끝나자마자 아들은 쓰러졌는데, 그때 선생님이 시험장으로 달려 들어가 녀석을 업고 나오셨답니다."
◆"수능·내신·실기 모두 중요해"
처음부터 학부모들이 강 교사를 믿고 아이들을 맡긴 건 아니었다고 한다. 올해 아들 신관혁(18)군이 명지대 체육학과에 합격한 김정현(48)씨는 "원래 (아들을) 군포에 있는 체대 입시학원에 보낼 생각이었다"고 했다.
"체육 입시 실기는 대학마다 종목도 다르고 굉장히 복잡해요. 선생님만 믿고 아이를 대학 보낼 수 있을까 싶었죠. 남편도 '학교에만 맡기면 어떡하느냐'고 했어요."
그런데 지난해 3월 강 교사가 초청한 학부모 설명회에 갔더니 생각이 달라지더라고 했다. "입시 학원에서는 실기시험만 잘 보면 연·고대도 갈 수 있다고 선전을 하거든요. 강 선생님은 냉정하게 수능·내신·실기가 모두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대학별로 분석한 자료를 모두 나눠주셨어요."
이후 중앙고 체육반 학부모들은 강 교사가 동료 체육교사 김현주(35)씨와 함께 아침에 한 시간, 수업 후 방과 후 교실에서 2시간씩 매일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며 공부에 소홀하지 않도록 밤 10시 야간자습까지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게 됐다.
게다가 입시철이 다가오면 강 교사가 배출한 졸업생들까지 학교 체육관에 나와 후배들의 실기 연습을 도와줬다.
"학원은 입시 때가 가까워지면 특별지도라는 명목으로 200만원도 더 든다는데, 우린 방과 후 수업비로 한달에 3만∼5만원만 학교에 내면 끝이었죠."
오는 3월 선문대 사회체육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는 조준희(18)군 어머니 홍미경(47)씨는 아들의 실기시험장에서 너무 흐뭇했다고 했다.
"실기시험 치르는 모습을 몇 번 봤는데, 우리 강 선생님이 가르친 애들이 제 눈에도 확연히 뛰어나 보였어요. 시험 감독 교수님이 '너희는 어느 학원 출신이냐'고 물어보시는데 '과천 중앙고'라고 답하면서 아이들도 으쓱했지요."
홍씨는 "아들 휴대전화에 강 선생님 이름이 무어라고 입력돼 있는 줄 아세요?"라고 기자에게 물어왔다. "캡틴이에요, 캡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