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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비평
안 유 섭 목사 (아르케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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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비평(Rhetorical Criticism)은 성경 속에 나오는 화자(話者)가 그의 주장을 어떻게 청중들이나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였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성경을 비평하는 것으로 1968년 마일렌버그(J. Muilenburg)의 의해서 주창되었다. 그는 구약과 히브리 문학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양식비평으로는 이들의 본질을 충분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의 본질을 깨닫기 위해서는 구약과 히브리 경전에 등장하는 수사학적 표현들을 잘 관찰하여 히브리 경전문학이 지닌 문학적 특징과 전체적인 문학적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수사(Rhetoric)라는 용어는 고대 그리스-로마에서부터 사용하였었다. 수사(修辭)가 처음에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나 연설을 위해 대화의 기술을 효과적으로 연구한데서 시작되어 점차 수사학이라는 학문분야로 발전하게 되었다. 수사학은 좁은 의미로는 말로써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만, 광범위하게는 대화나 웅변 뿐 아니라 저술을 통하여 저자가 독자를 설득하는 것도 포함한다. 따라서 수사학은 설득(Persuasion)의 기술과 작문(Composition)의 기술로 구분되며, 역사적으로 그러한 구분 속에서 연구되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수사학의 세 가지 요소는 화자(話者)와 말과 청중인데, 이 관계는 기록된 문서를 대상으로 할 때는 저자와 본문과 독자의 관계가 된다. 수사비평에서 중요한 것은 성경 기록자인 저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글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키려고 하였는지를 아는 것이다. 즉, 수사비평은 성경 기록자의 의도가 당시의 청중들 또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받아들여졌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수사비평은 다음의 몇 가지 가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첫째는 성경 기록자가 의도적으로 수사학적인 표현기법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어떤 문장을 기록할 때 보다 멋있고 설득력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즐겨하였는데, 성경을 연구해보면 성경 기자들 역시 설득을 위해 수사학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는 모든 성경 본문을 당시의 공식적인 글이라고 보는 것이다. 즉, 신약에서 개인에게 보내는 서신이라고 할지라도 교회 공동체가 돌려읽을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수사학적인 표현이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갈라디아서, 빌립보서, 데살로니가전서, 빌레몬서 등을 보면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는 수사학적인 표현이 지금 우리에게는 낯설어 보일지 모르지만 당시의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익숙하고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는 만일 수사학적인 표현이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 아무리 당시에 유행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성경을 기록하면서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비평의 구체적인 방법은 보통 발견, 배열, 문체의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하면서 이루어지게 된다. 발견(Invention)이란 말하거나 글을 쓸 때 성경 기록자인 저자가 증명하거나 논박(Refutation)하려는 것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글이나 말은 상대에게 무엇을 설명하거나 설득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므로 수사비평은 이러한 것들을 찾아내어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다음, 배열(Arrangement)은 글의 조직성과 체계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이나 글은 서론, 본론, 결론의 세 구분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의 강조점을 서론에서 내어놓는 두괄식(頭括式) 논법을 사용할 수도 있고, 결론 부분에서 내어놓는 미괄식(尾括式) 논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또는 서론에서 강조하고 결론에서 다시 재차 강조하는 수미쌍괄식(首尾雙括式) 논법의 경우도 있다.
또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연설자들과 저자들은 연설이나 기록을 할 때 서설(Exodium), 이야기(Narratio), 검증(Probatio)과 결론(Peroratio)의 네 구분으로 나누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을 많은 문헌에서 발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신약 성경을 보면 보통 네 부분으로 나누어 전개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신약 기자들이 글을 쓸 때 항상 이러한 형식을 채용한 것은 산만한 글로는 성도를 설득시킬 수 없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글이라야 그만큼 설득력 있는 글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문체(Style)인데, 이는 성경 기자들이 독자인 성도들에게 의식적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장 스타일을 사용한 것을 말한다. 성경 기자들의 독특한 문체는 어떤 주장이나 논쟁의 핵심을 잘 나타내 주기 때문에 그들이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서술비평)
서술비평(Narrative Criticism)은 역사비평이나 양식, 또는 편집비평 등이 본문 속의 이야기를 중시하지 않고 주로 배경과 상황에만 집착하는 것에 반발하여 본문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문학적인 분석을 하는 것이다. 서술비평은 1970년대 초에 버스리(W. Beardslee)와 프라이(H. Frei) 등에 의해 주창되었는데, 그들은 이전의 성경비평가들이 성경 자체의 서술적인 특성을 발견하지 못한 채 말씀보다는 배경적 상황이나 불필요한 자료를 찾는데만 집착했다고 비판하였다. 예를 들면 신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서 기록한 책인데도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이 무엇을 말씀하셨는지에 대해서 알려고 하기보다는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자료를 찾는데만 혈안에 되어있었다는 것이다. 성경은 절대로 자료를 수집한 책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술비평의 방법은 이야기(Narrative)를 실화(Story)와 담화(Discourse)의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한다. 실화(實話)는 이야기의 내용 자체를 의미하며 보통 사건, 인물, 배경과 줄거리 등의 요소로 구성된다. 담화(談話)는 다시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대화의 내용을 말하는데, 실화는 보통 이러한 담화들을 통해서 많이 전개되고 있다. 서술비평은 결국 이야기된 것으로서의 실화라고 부르는 본문에 관심을 두면서 성경의 저자가 독자들에게 그 실화를 어떻게 잘 설명하였는지를 연구하는 성경비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곧 성경 기록자가 실화와 담화의 내용을 전개하면서 어떻게 독자가 잘 이해하도록 표현하고 있느냐를 검토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서술비평은 다른 비평들과 확실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예를 들어 성경에서 동일한 사건에 관하여 서로 약간 다른 표현들이 나타날 때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역사비평이나 양식비평과 비교해 볼 때, 그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의 발전과정을 설명하기 위하여 그에 관련된 전승과 자료를 찾으려고 하지만, 서술비평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기정 사실로 그대로 두고서 차이가 나는 부분을 발생시킨 각각의 상황들에 대하여 연구한다. 그래서 차이점이 시사하고 있는 무엇을 발견하여 교훈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편집비평과 비교해 보면 둘 다 메시지를 중시하는 점에 있어서 비슷하다. 그러나 편집비평은 성경 기록자의 신학이 무엇인가에 관심이 많지만, 서술비평은 신학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다만 성경 본문의 이야기를 통해서 진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알고 싶어한다.
수사비평과 비교하면 방법에 있어서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목적과 연구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완전히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일치점은 둘 다 본문이 말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만 연구한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서술비평과 수사비평 등의 문학비평은 가장 현대적인 비평방법으로서 개발되었으며, 성경 연구에 상당히 유익한 방법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지고 있다.
서술비평과 수사비평 등 문학비평이 성경해석에 끼친 공로는 몇 가지가 된다. 먼저 성경 본문 자체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본문 중심의 연구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불확실한 역사적 배경에 대한 불필요한 가설로부터 출발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주어진 본문에 충실하여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또한 문학비평은 학문적인 냄새를 풍기지 않기 때문에 다른 비평들이 성경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함으로써 알기 어려운 복잡한 어떤 책으로 만드는 것과 달리 이해하기 쉬운 친근한 책으로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서술비평과 수사비평 등의 문학비평은 본문이 말하고 있는 것 이상을 벗어나지 않고 본문에서 말하는 것 안에서 사실을 추구하려고 하기 때문에 성경의 무오성을 전제로 한 성경해석의 기본정신과 부합된다는 것이다.
기타 새로운 성경비평
현대에는 성경비평이 끊임없이 개발되었으며 앞에서 언급한 중요한 비평들 외에도 새로운 성경비평방법들이 몇 가지 더 있다. 그 중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들은 경전비평과 구조주의비평 그리고 사회과학적 비평 등이다. 이들의 특징은 한결같이 전통적인 역사주의적 비평방법에 반대하여 공시적(共時的) 비평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경비평은 크게 통시적(通時的) 방법과 공시적(共時的) 방법의 두 가지로 분류한다. 통시적(Diachronic)이라는 말은 헬라어에서 왔는데 시대를 통과해서라는 뜻이다. 따라서 통시적 방법은 성경 본문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떠한 역사적인 변화를 겪어왔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반면에 공시적(Synchronic)이라는 말은 모든 시대와 함께라는 뜻이므로 특별히 역사적인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시대가 같이 공감하는 현재의 사실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이다.
종래의 역사비평, 자료비평, 양식비평, 편집비평 등 역사주의적 전통을 가진 성경비평은 통시적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역사주의적 비평에 반발하고 나타난 수사비평과 서술비평을 비롯하여, 경전비평과 구조주의비평 등은 모두 공시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
(경전비평)
경전비평(Canonical Criticism)은 수사비평이나 서술비평처럼 종래의 역사주의적 성경비평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등장하였다. 예일대 구약학 교수인 차일즈(B. S. Childs)는 경전비평을 주창하면서, 성경이란 경전 이상의 다른 어떤 것으로 보아서는 안되며 성경을 읽을 때는 오직 경전의 독특한 맥락(Context) 내에서 읽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성경을 더 이상 과학적 잣대로 분석하는 대상물이 아니라, 존경의 대상으로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차일즈는 흔히 경전비평이라고 부르게 된 그 자신의 새로운 견해에 대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비평학으로서 불리는 것조차 꺼려했다.
경전비평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정의하여야 하는데, 사실 경전(Canon)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경전 개념의 형성에 관해서는 역사적으로 많은 견해들이 있지만, 차일즈는 유대인의 미드라쉬(Midrash) 주석에서 주장하고 있는 경전의식(經典意識)에 의한 경전개념에 동조하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 이후의 세대들에게 권위있게 전달되기 위하여 성경 자체가 스스로에게 의도적인 신적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전에 대한 개념을 가질 때 성경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전비평에서 다룬 것들은 주로 역사적 비평의 여러 가설들을 반박하고, 신구약의 상호 유비(Analogy)의 관계에서 동일 본질을 찾아내어 신구약 관계를 이해하며, 성경해석에 있어서는 비교 주석의 방법을 통해 신앙 공동체의 중요한 관심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들이다. 경전비평은 한 마디로 성경 본문을 경전적 맥락 내에서 해석하는 방법이므로 역사주의적 비평과는 완전히 다르며, 문학적 비평의 객관적 학문 태도와도 많이 다르다고 하겠다.
경전비평의 유용성은 성경신학과 성경해석간의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여 신학적 해석학이라는 조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울러 성경비평과 조직신학간의 융합을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성경이란 사람의 책이 아니며 경전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증언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주장함으로써 일부분 성경을 비평학적으로 분석하면서도 동시에 신앙심으로 읽도록 권하고 있다. 따라서 성경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성도의 삶의 진정한 규범서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움으로써 균형을 취하고 있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경전비평의 한계는 여전히 경전 개념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모호성에 있으며, 실제적인 비평에 있어서는 종래의 성경비평방법들을 안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전비평을 수행하면서도 경전비평이 비판하고 있는 종래의 분석적인 방법들을 많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가지 방법만을 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이제까지 연구된 모든 방법들을 총동원하여 취사선택하면서 잘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조주의비평)
구조주의 비평(Structuralism Criticism)은 성경 본문 속에서 의미를 가진 의사전달이 언어를 통해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냄으로써 본문의 밑에 깔려 있는 심층구조를 분석하는 성경비평방법이다. 구조주의 비평은 언어학의 발전과정에서 태동한 구조주의(Structuralism)의 학문적 성과를 발판으로 이루어졌다.
구조주의는 인간의 언어전달의 모든 수단을 포함하는 기호학 이론들을 연구하고 본문의 특징과 상호 관계 속에서 배후에 깔려있는 복합적인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인데, 약 100년쯤 전인 1900년대 초에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F. de Saussure)가 창안하였으며 처음에는 언어학 이론으로 연구되다가 점차 비평분야에 적용되었고 나중에 성경비평에까지 활용된 것이다. 구조주의 방법을 처음으로 성경 연구에 도입한 사람은 리치(Edmund Leach)인데, 그는 성경은 종교적 메시지를 가진 신비한 책이므로 많은 내용이 기호화 되어있거나 숨겨져 있고 또 강조되어 있으므로 이것들을 찾아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구조주의 비평은 성경 속에 나타난 인간 언어구조를 연구하기 때문에 문자, 음절, 낱말, 말의 뜻, 말의 가치, 그리고 문장과 단락 등 한 본문에 나타난 모든 특징들을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구조주의 비평은 성경비평에 있어서 신학이나 동기 또는 그 시대적 상황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본문 자체에 그 중심을 맞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구조주의 비평은 철저하게 공시적인 비평이며, 통시적 접근이나 성경 본문의 역사적 해석의 시도는 거의 배제된다.
구조주의 비평은 대체로 다음의 순서를 따라 이루어지게 된다. 먼저, 성경 본문에서 겉으로 드러난 표층구조 밑에 감추어진 심층구조를 발견하는 데 주안점을 두면서, 각 단어들이 그 언어 안에서 다른 말들과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지는가를 연구한다. 다음은 한 본문에서 발견된 상이한 특징들이 어떻게 서로 관련을 맺으면서 일관성 있는 전체를 형성하는지를 알아내려 하고, 다음은 본문이 문학적,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환경과 어떻게 관련 있는지를 알아야 하며, 마지막으로 본문에서 발견되는 표현된 신념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낸다. 예를 들면 한 본문 안에 어떤 대립되는 행동들이 있을 때 그것들을 찾아내서 관계를 연구하여 심층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다.
구조주의 비평의 유용성은 무엇보다 성경에 등장한 설화나 본문의 내면적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본문 이면의 복잡한 역사성보다는 본문 자체를 중요시하면서 본문 자체를 해석하는 독자의 자리에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독자와 본문의 관계를 더욱더 친밀하게 매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조주의 비평이 통시적 비평을 모조리 배격함으로써 긍정적인 측면마저도 묵살해버린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 이 비평방법은 본문에 대한 언어적 연구를 통해 단일한 의미를 파악하는 차원에 국한되므로 이중적이거나 복합적인 의미가 있을 때 이것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성경해석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저자와 본문과 독자의 삼각 관계를 무시하고 때로는 무리하게 본문의 구조만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경 기록자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표현한 상징과 은유 또는 여러 가지 비유적 표현들에 대하여 의미를 찾아내기가 어렵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사회과학적 비평)
사회과학적 비평(Sociological Criticism)은 성경이 기록된 당시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인류학과 인종학) 또는 종교적 상황과 관련된 사회적 요소들을 연구함으로써 성경을 해석하는데 필요한 모델과 논리, 사회적 갈등과 역사 그리고 사회적 개념 등을 적용하려는 비평방법이며, 197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사회과학적 비평은 보통 신약시대 초기 1세기까지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성경 본문의 내용을 사회과학적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몇 가지로 분류한다. 먼저 예레미야스(J. Jeremias) 같은 이는 신약성경을 당시의 사회적 사실에 대한 묘사라고 하였고, 말허브(A. Malherbe)는 사회역사 차원에서 원시 기독교인들의 사회적인 면이라고 하였으며, 테이슨(G. Theissen)은 예수님 당시 그를 따른 무리들의 사회적 개념에 대한 연구에서 사회학 개념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이해하였고, 미크(A. Meek)는 초대도시 기독교인들에 대한 연구에서 초기 기독교 시대의 사회적 논리들과 모델들을 제시하였다.
그밖에 엘리옷(J. Elliott)은 실향민의 고향(A Home for the Homeless)이라는 저술에서 초대 기독교인을 그리스-로마 문화의 지배를 받으며 사는 외국인 거주자로 보기도 하였다. 테이슨은 사회과학적 기능주의를 주장하는 독일의 신학자인데, 복음서에 나타난 기독교인을 급진적 순례자라고 말하였다.
이같은 사회과학적 비평의 방법들에서 구체적인 비평원리를 종합하면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사회적 상황에 대한 연구로서 성경 본문과 관련된 고고학적 연구를 비롯해서 정치, 경제, 문화, 종교, 교육 및 공동적인 구조를 분석하게 된다. 둘째는 다양한 사회계층간의 상호 관련성을 이해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새로운 계급의 출현 등에 대하여 주목하는 것이다. 셋째는 사회적 모델을 만들어서 당시 사회의 개별적이고 기능적인 공통점을 찾는다. 넷째는 신약 세계가 보여주는 사회적 표본으로 AD 1세기 당시의 지중해와 로마세계를 선정하여 연구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당시의 성경본문과 성경해석자의 관점과는 분명한 차이가 인정하여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적 비평은 본문을 형성케 한 사회적 기반을 탐구함으로서 본문의 의미를 더 명확하게 확보해 내려는 작업으로서 기존 성경비평들이 하지 못한 당시 사회의 여러 가지 함수관계를 새롭게 복원해 낸다. 즉, 사회과학적 비평은 본문이 처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 정치, 경제 등 여러 가지 관련 있는 의미들을 파악함으로써 구체적이고도 명백한 사회 안에서의 신학적 의미를 발견하는 비평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과학 비평은 성경해석을 위하여 유익한 것을 제공해준다. 우선 당시 사회표본과 오늘날 우리 사회를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당시의 사회적, 언어적인 면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하는데, 예를 들어 복음(유앙겔리온)이란 단어를 보더라도 오늘날 널리 이해하게 된 것은 사회과학적 비평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회학과 인류학의 학문적인 성과가 종교의 기능을 이해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사회과학적 비평에서 얻게 되는 유익의 하나이다.
그러나 사회학적 비평은 받아들이기에 꺼려지는 많은 약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우선 사회학적 현상으로서 어떤 표본을 의식적으로 만들려는 일은 무리가 아닐 수 없으며, 또한 신약의 배경 시대를 1세기의 그리스-로마의 시대의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일어난 사회 현상으로 국한하여 보는 것도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대와 역사를 초월해서 계시되고 있는 하나님의 뜻을 사회적인 이해 관계 속에서 찾으려하는 시도는 성경에 대하여 인간 중심적인 방법으로 보고있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매우 인본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비평방법이라는 평가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